(의지부여) 전쟁사 특집 34편 최선의 응전
코로나라는 인류 역사에 한 분기점이 될 시기에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위로와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이번편 특집을 쓰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으며,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좌절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태평양 전쟁 중, 미군이 일본에 비해 엄청나게 열악하고 밀리는 조건에서도 적이 인정할 정도로 최선과 용기를 보여준 전투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바로 <웨이크섬 전투>입니다.
(구글 지도의 빨간 저 부분이 웨이크 섬입니다. 그리고 진주만은 이것보다도 미국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태평양 전쟁 초기 진주만 공습으로 전력을 잃어버린 미국의 최전선에서 고립된 미군 장병들이 일본군에 저항하는 전투를 하는데, 정말 용기와 최선을 다해 맞서 싸웁니다)
진주만 공습으로 미 태평양 함대를 절름발이로 만들어버린 일본은 의기양양하게 태평양 전역의 미군 거점을 손쉽게 공략하기 시작합니다. 필리핀에 있던 맥아더 장군은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먼저 튀었고, 남아있던 미군 항공대와 해병대는 교전 끝에 항복하였으며, 그 외의 네덜란드와 영국군도 공격받고 태평양에서 물러납니다.
미 해군은 얼마남지 않은 항모라도 가서 웨이크 섬에 고립된 아군을 구출하고자 하였으나, 이 마저도 타격받았다가는 정말 미 태평양 함대는 빈털털이 신세가 되어버리기에 구출 작전은 수포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고립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남아있는 미군과 민간인들은 힘을 합쳐 섬을 요새화하고 일본군의 공습과 상륙을 저지하게 됩니다.
(웨이크 섬의 주요 진지와 방어 시설들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4450527)
일본군은 이런 작은 섬 따위 간단히 점령할 수 있다 생각하여 구축함 몇대와 항공기 공격 몇번으로 항복을 받아내리라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공격을 개시하는데....
이때 웨이크섬의 미군은 해안포를 든든히 준비한 상태였고, 10대도 안되는 수량이지만 항공기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일본군의 소규모 함대를 오히려 역습을 가합니다. 당시 민간인은 1220명 정도였으며, 미 장병은 450명에 불과하였습니다.
먼저 일본군은 우월한 항공력을 동원해 주기적으로 섬의 방어진지에 공격을 했으나, 공습 이후마다 철저하게 수리 보수하여 최대한 전투가 가능한 상태로 준비시킵니다.
이렇게 공습을 통해 웨이크섬의 방어력이 약화되었다고 판단한 일본군은 곧장 상륙준비를 합니다. 450명의 일본군은 주공과 조공으로 나누어 웨이크 섬을 공략할 것이며, 또한 함대의 함포지원사격도 받을 계획이었습니다.
(웨이크섬 해상교전도와 일본군의 후퇴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4839753)
일본의 경순양함 유바리가 상륙군을 실은 경비함을 이끌고 나타나 함포 공격을 했으나, 미군은 침착하게 적이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고 또 정확한 사격이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했을때를 노렸습니다. 약 4천미터에 가까이 오자 미 해안포는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고 깜짝 놀란 유바리는 도주합니다. 이때 약 100여발을 발사하여 11발의 명중탄을 유바리에게 선사합니다.
(일본 경순양함 유바리. 표준배수량 2890ton, 길이 138.9m, 속력 35.5노트, 승무원 328명, 140mm 6문, 76.2mm 대공포 1문, 기관총 2정, 610mm 어뢰발사관 4개 적재, 기뢰 34개 적재)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4839753
다른 해안선에서도 일본 함대가 접근하고 있었습니다. 경순양함 두척(텐류, 다쓰다)와 구축함 3척(하야테, 오이테, 모치즈키), 두 척의 중형 수송선이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해안선에 가까이 오자 침묵하던 해안포들은 적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거리까지 기다렸습니다. 함두의 선두를 서든 하야테는 이때 해안포를 바로 앞을 지나가자 5인치 해안포가 곧장 사격을 개시합니다. 3번째 일제사격에 명중탄을 기록하여 이 포탄은 무기고에 직격하여 유폭이 났습니다. 그리고 불과 2분만에 격침당합니다.
하야테는 이제 '태평양전쟁 개전 이후 가장 먼저 격침된 일본해군의 수상함'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며 승무원 168명 전원이 사망하게 됩니다. 이를 보고 전의를 상실한 함대는 빠르게 후퇴하기 시작합니다. 하야테의 침몰을 보고 환호성을 치던 해군 장병들은 곧장 해안포로 함대를 향해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가미카제 급 구축함 하야테. 표준배수량 1400ton, 길이 102.6m, 속력 36.9노트, 무장 120mm 함포 3문, 25mm 대공기관포 10문, 610mm 어뢰발사관 4개 적재, 기뢰 16개 적재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4839753)
앞선 포격전에서 미 해군은 해안포로 구축함 1척을 격침하고, 2척에게 피해를 입히는 분전을 합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적의 주력인 경순양함 2척, 구축함 3척으로 이루어진 주공에 맞서는 미 해군 해안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3회에 걸친 항공공습으로 웨이크섬의 전력이 상당히 약화되었다고 예상했던 일본군은, 이런 조건에서는 상륙작전이 무리라고 생각하여 전 함대 후퇴 명령을 내립니다. 정말 빈약한 무장과 포로 일본의 해군을 막아낸 영웅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라디오를 통해서 미국 본토인들에게 한줌의 희망으로써 선전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함대의 시련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웨이크섬의 4대 전투기 와일드캣이 일본 함대가 후퇴하는 것을 따라와서 공습을 합니다.이 중 기사라기 구축함에 폭탄 한발이 명중했고, 폭뢰를 과적재했던 곳에 불이 붙으면서 대형 유폭이 터지고 승무원 154명이 사망해버리고 맙니다.
하야테를 이어 태평양 전쟁 개전 이후 격침된 일본 해군의 두번째 수상함이 되었으며, 태평양 전쟁에서 항공공격으로 격침된 일본 함정이라는 타이틀에 첫 기록이 됩니다. 이후 아카기, 카가, 소류, 히류 등의 항공모함(미드웨이 해전)과 야마토, 무사시 등의 기라성같은 후배(?)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리게 됩니다. 이건 훗날의 이야기이죠.
(무츠기 급 구축함 기사라기. 표준배수량 1315ton, 길이 102.7m, 속력 37.3노트, 승무원 154명, 120mm 함포 4문, 13mm 대공기관총 2정, 7.7mm 기관총 2정, 610mm 어뢰발사관 12개 적재, 기뢰 18개 적재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4839753)
이 전투는 오로지 방어군이 해안포 포격만으로 공격군의 함대에 맞서 싸워 상륙기도를 저지한 성공한 최초이자 최후의 유일한 전투입니다.
(5인치 해안포. 무게 5톤, 포탄중량 23kg, 사정거리 15km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4839753)
한번 물러난 일본 해군은 좀 더 강력한 지원군을 요청하였으며, 이전보다 더 맹렬한 공습으로 웨이크 섬에 남아있던 미 해군 항공대를 소모시킵니다. 물론 일본군의 공격이 사라지자 해병부대원들은 모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하여 해안포대를 든든하게 모래포대로 보강하거나, 땅 속에 묻고 기관총 진지에 대한 보강을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시 태평양 전쟁의 가장 강력한 전력인 일본의 항공모함 부대가 와서 공습을 하기 시작합니다.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하여 공동묘지에 매장되었으며, 고장난 대공포는 미끼가 되기 위해 철저히 위장되었습니다. 또한 민간인들까지 포 사격 훈련을 받아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공습을 당한 이후, 일본군은 병력을 대규모로 증원하여 1500명에 달하는 상륙군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해군의 함포지원을 받으며 드디어 압도적인 전력의 일본군이 상륙하기 시작합니다.
(일본군의 상륙과 이를 방어하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상황을 그린 그림.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5103829)
해안포의 위력을 실감한 일본군은 먼저 해안포를 점령하려 하였으나 곳곳에 배치된 12.7mm 중기관총이 엄폐 중 기습적인 사격을 하여 일본군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이 와중에도 대공포대는 적 상륙함을 공격하여 탄약고를 직격, 2명이 사망하고 함장과 항해장이 중상을 입습니다.
곧장 섬 전역에서 다수의 일본군이 각각 육지전을 벌였으며 온통 전장으로 펼쳐집니다. 이때 미 해군은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악착같이 저항합니다. 또한 미군은 상부로부터 명령이 들어오는데 "현재로서는 웨이크 섬을 유지할 수 없으므로 시설물들을 파괴한 다음 해병대를 철수시켜라"는 절망적인 메세지였습니다.
이 와중에도 민간인들은 무장도 없이 탄약을 운반하다가 누군가 전사하면 그 소총을 들고 방어선에 투입되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나 일본군의 피해도 만만찮아서 32명의 전사자와 34명의 부상자를 기록했습니다.(한 방면에서. 총 집계가 아님) 당시 해병대원은 200명 정도로 줄어있었는데, 800명에 다르는 일본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세에도 불구하고 미해병대는 악착같이 버티면서, 특히 웨이크 섬의 일부인 웰크스 섬에서는 100명의 일본군이 전진하지 못하고 고립된 것을 보고선 기관총과 함께 기습적으로 뒤를 돌아 포위 섬멸하였습니다. 이 전투에서 일본군 100명은 전원 전사합니다.
(웰크스 섬에서 이루어진 미해병대의 반격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5163205)
그러나 이런 분전에도 불구하고 일본군의 지속적인 공습과 기총사격으로 방어선의 약한 부분이 강한 압박을 받았으며, 통신망까지 군데군데 끊겨져 상황파악이 안되는 상태에 다다릅니다. 결국 지휘본부는 응전을 포기하고 일본군이 나중에 쓰지 못하도록 장비와 함포를 모조리 자폭키시켜서 부숴버리고, 남아있는 비상식량을 풀어 배가 터지도록 먹입니다. 포로생활을 하게 된다면 언제 다시 제대로 밥을 먹을 수 있을지 모르거든요.
이후 방어최고 책임자는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격 중지 명령을 내렸으며, 일본군과 접촉하여 정식 항복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아직 모르던 일본군과 미군은 끝까지 치열한 싸움을 하고 있었기에, 백기를 든 일본과 미국 지휘부가 섬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들을 제지했습니다.
이렇게 웨이크 섬 전투는 끝납니다. 승리한 일본군들도 수비대의 용맹과 끈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웨이크섬 해병대는 총 449명 중 49명의 전사자와 32명의 부상자를 내었습니다. 68명의 해군항공대원들은 3명의 전사자와 5명의 부상자를, 5명의 소규모였던 육군항공대 연락반은 모두 포로가 되었습니다. 1146명의 민간인 중 70명이 사망, 12명이 부상당했고 나머지 인원들은 모두 포로가 되어 수용소로 이송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일본군의 피해는 훨씬 더 컸습니다. 2척의 구축함이 침몰하여 322명이 전사하였고, 21대 이상의 비행기와 적어도 120명 이상의 전사자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8척의 함정과 50대의 항공기가 크고작은 피해를 입고 100명 정도의 전사자를 내었고, 마지막 지상 전투에서도 150명 이상이 전사했습니다. 이들 모두를 합치면 약 7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냈다고 추정됩니다.
(웨이크섬 전투 중 전사한 이타야 대위의 묘비에서 차렷총 자세를 취하는 일본군
https://blog.naver.com/imkcs0425/60065219031)
이 전투는 진주만 공습으로 사기가 박살난 미군에게 큰 희망을 준 사건이었으며, 여태까지 미군을 얕잡아보고 손쉬운 상대로만 보았던 일본군에게는 충격을 준 전투입니다. 웨이크섬에서 분전했던 미 해병대와 여타 대원들은 종전 후 본국으로 돌아가 훈장을 받게 됩니다.
특히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여 섬을 지키라는 명령을 이행하고 일본군에게 더 큰 피해를 강요한 이 전투는 미국 국민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었습니다. 진주만에서 의기양양하던 일본군은 이때서부터 뭔가 힘든 싸움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슬며시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처럼 어렵고 힘든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패배했지만, 그걸 이유로 그 사람들은 처벌이 아닌 오히려 포상과 훈장을 받았습니다. 불리한 조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는 이유에서이죠. 지금 코로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코로나라는 인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길 이 시대 속에서 수능을 준비한 학생들에게도 용기를 잃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힘들고 어렵게 공부하고 집중하기 쉽지 않겠지만, 이런 열악한 환경을 단지 코로나 탓으로 돌리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과가 어떤들, 여러분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은 여러분 스스로가 잘 알고 계실 껍니다.
당장 수능 점수가 낮게 나오더라도, 여러분은 최선을 다한 사람들입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이제 좀 더 기회가 많은 시절이 오면 분명 최선을 다했던 이들은 다른 방식으로 성공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겪을 어려움 저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도 매일 동국대 인터넷강의만 들어서 그런지 우울증과 불면증 때문에 약도 먹고있으며, 공부도 많이 힘듭니다. 그렇지만 저도 이렇게 축 늘어지고 제 스스로를 탓하는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약먹고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힘들긴 하지만 10분 만이라도 집중해서 공부를 하려고 계속 도전하고 있습니다.
수능 점수가 여러분의 규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최선을 다해 수능을 준비한 여러분의 태도와 의지는 죽을때까지 여러분 가슴 속에 남아서 언젠간 빛나는 성공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수능을 보는 학생들에게 파이팅을 외쳐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수국비> 광고를 좀 하겠습니다.
현재까지 56부가 팔렸고, 매출은 약 20만원을 살짝 넘어갑니다. 역시 새로운 전자책이 계속 등장하다 보니까 묻히는 감이 있어서 매우 아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요, 얼마나 감사하던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저는 제가 쓴 전자책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판매 링크를 살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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