Ηouse [224403] · MS 2008 · 쪽지

2010-12-13 01:24:04
조회수 4,771

재수하시려는 분들께 몇자 말씀드리고자 글 올려요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262919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강남대성학원 다닌 자연계 학생이구요,
작년 말, 올해 초에 여기에서 많이 정보를 얻어서 올해는 좀 도움을 베풀고자 이렇게 글 올립니다ㅋ
궁금한거 있으심 쪽지나 댓글 주시면 제가 시간 보는대로 바로바로 답변드릴께요.
그리고 댓글 다실때 왠만하면 서로 정보 공유도 되게 비밀글 체크는 하지 말아주세요.
좀 민감하거나 밝히기 그렇다 싶으심 쪽지로 보내주시구요ㅋ

아래 글은 제가 어느 분한테 보낸 쪽지의 내용 일부인데
여러분도 보시면 재수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될까 글 편집해서 올려봐요.ㅋ



우선 기숙학원이랑 재수학원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기숙학원에 대해 한말씀 드리고 싶네요.
기숙학원을 다니면 갇혀지내서 피폐해진다는 애들도 있는데 그런건 성격차이인것 같아요.
보통 애들 말로는 애들이랑 노는 날도 정말 많고, 사건 사고도 많다고 합니다.
정말 기숙학원은 기숙사 학교랑 비슷한겁니다.
밤새 애들이랑 노는 날도 있고...
또 워낙 서로 부대끼며 살다보니 가끔은 싸움도 일어나고...
보통 자기 컨트롤이 힘들어서 집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 묶여서 공부해보려고 하는 목적으로 가다보니
수준면에서는 강남재수학원에 비하면 부족한 면이 있는게 사실이죠.

그리고 강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제가 아는 삼수하신 형이 재수는 강북종로에서 하시고 삼수를 서메 와서 하시는데
진짜 강남애들이랑 공부를 같이 해보면 느낌이 다르답니다.

아마 기숙학원비가 재수학원비+자취비 정도랑 비슷할꺼 같은데
좀 부담스럽더라도 가능하시다면 강남에 와서 공부하시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저도 비학군에 사는 사람인지라, 강남에 대한 약간은 안 좋은 반발의식이 있었고, 학부모님들이
강남강남하시는걸 다소 못마땅해했었는데, 강남에서 공부해보니까 진짜 강남애들이 다른게 있더라구요.
공부에 대한 열정, 정보, 자세 등 모든 면에서 배울 점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리고 학사는 비용도 그렇구, 그렇게 추천해드리진 않아요.
학사는 마치 기숙사 있는 학교의 기숙사와 같은거라서,
저녁에 학원 끝나면 학사 애들끼리 술도 많이 마시러 가고,
또 밤에 애들이 노느라 시끄러워서 잠도 잘 못잔다구 하더라구요.
분위기에 잘 휩쓸리시는 편이라면 학사는 피하시거나 규율이 엄격한 곳으로 가시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저희 학원에 대전 사는 애가 있었는데 그 친구 같은 경우에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사촌형이랑 자취하면서 강대 다녔거든요.
또 다른 친구중에 제주도에서 올라온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학원 근처 집에 전세를 들여서 형은 학교 다니고 걔는 학원 다니고 그러더라구요.
아니면 학원 근처에 고시원도 많으니까 고시원 가는 것도 좋으실꺼 같습니다.

선생님은. 일단 종로,메가,대성,청솔.. 이런 이름 있는 학원들이면 별로 차이 없습니다.
대성학원 학생들이 다소 성적이 우수하다고 해서 선생님들이 좋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오히려 대성 같이 오래된 학원들은 선생님 텃세가 있어서 대성학원에 계신 경력으로 선생님 자리 꿰차고 계신 분들도 더러 몇분 계시는게 현실이지요...
그리고 일단 강남, 대치동 이런데서 강의를 하시는 분들이라면 우리나라에선 강의력을 인정 받으신 분들입니다.
선생님들에 대한 판단은 개인별로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누가 좋다고 말씀 드릴 수도 없는거고, 최소한의 능력은 있으신 분들입니다.
강남 쪽에 있는 학원으로 가신다면, 선생님들이 문제될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면에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분명한 것은, 일단 강남대성의 분위기가 결코 좋은건 아니라는 겁니다.
강남대성 학생들 중엔 이런 의식을 가진 학생들이 제법 있습니다.
'우리 학원는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실력 좋은 학생들의 집단이다. 그런 우리가 잘 노는 이미지까지 더해진다면 우리는 더 멋져 보일것이다.'
자만심이 있는 허세의식이지만 이런 느낌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런 감정은 마치 재수생들이 현역학생들한테 느끼는 감정 그것과 비슷합니다.
자기가 레이스를 앞서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거기에서 느끼는 약간의 여유로움 같은 것이죠.
그래서 이런 학생들은 겉으론 공부 안하는 척을 합니다.
마치 학교에서 겉으로는 잘 놀면서 공부는 잘하는 유형의, 그런 캐릭터가 되려고 노력을 하죠.
야자시간에 피시방도 가고, 영화도 보러가고, 술마시러 가고... 이런 경우가 재수 중반을 넘어가면 많이 나타납니다.
당연히 이런 애들은 반 전체의 분위기를 잡게 되고, 나중에 가면 얘들이 재수생인지 대학생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가 되기도 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풀린다'라는 현상과 겹쳐져서 재수 막바지엔 반 50명 중에 아침엔 애들이 10명, 점심때쯤에야 좀 와서 20명. 이런 일도 일어나더라구요.
당연히 그럼 야자하는 애들도 거의 없구요.
그런데 서초메가에서는 학생들의 출석률이 일정 이상이 되어서 목표대학에 합격을 하면 장학금을 주는 제도 덕분에
애들은 '학원을 빠지면 장학금이 날아간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고, 재수 후반까지도 많은 애들이 자리를 지킨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점에서 본다면 강남대성을 가는게 꼭 여러분의 성적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비용적인 면은... 사실 재수하면 돈 많이 듭니다.
한푼이라도 아끼시고 싶으신거, 부모님한테 조금이라도 짐 덜어드리고 싶으신 마음... 저도 느껴보았기에 잘 압니다
하지만 재수하시면서 느끼게 될 정신적 압박, 스트레스만으로도 정말 엄청난데 그런 것까지 신경쓰시다보면 재수가 더 힘들어집니다.
재수하시면서부터는 독해지셔야 합니다. 이기적이셔야 하구요, 당당해지셔야 합니다.
재수생이 아니라 죄수생이라고들 하지만 또 벼슬이라고도 하잖아요?
이왕 발 들여놓은거 정말 열심히 하셔야하고, 부모님이 지원해주시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여러분 몫을 하셔야합니다.
돈은 없어지면 다시 벌수 있지만 시간은 없어지면 다시 못번다고 하죠?
1년 간 부모님이 여러분에게 들인 돈은 평생에 여러분이 갚아나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1년의 시간? 여러분의 인생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이 시간은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구분하셔야하는게, 허튼 돈은 쓰지 않으셔야 합니다.
친구랑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내가 평소 입고싶던 옷 한 벌? 다 듣지도 못할 인강? 괜한 문제집?
이런 사소한 것들은 아끼셔야 합니다.
대한민국 웬만한 부잣집 아니고서는 자식 재수시키는거, 부모님들한텐 큰 부담입니다.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여러분들은 부모님에게 또 한번 빚을 지시는 겁니다.
여러분이 그런 것들을 아끼셔야 지원해주시는 부모님 입장에서 더 힘이 나시겠죠.

재수하시다보면 부모님과 부딪히는 일도 많을겁니다.
물론 여러분들도 정말 힘들어서 그러시겠지만 그래도 여러분이 부모님 입장에서 공감도 하시고, 부모님의 상황도 이해하시면서
상황을 현명하게 이끌어 나갑시다..

이렇게 나를 위해 힘드신 부모님께 짐을 지어드리는건데, 여러분이 정말 열심히 하셔야겠지요?
독하게 공부하시고, 부모님께 감사하시면서 공부하세요.
학원비, 숙박비 등 꼭 필요한 돈은 당당하게 요구하셔서 공부 열심히 하시되
여러분들이 아끼실 수 있는 기타 비용들은 최대한 아끼세요.

재수, 남들이 힘들다, 어렵다 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뜻대로 안되는게 인생이잖아요. 인생에 포함되는 재수,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재수를 시작하셔서 6월, 9월 모의평가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체적으로 현역때보다, 수능보다 점수 오릅니다.
그럼 자만심을 가지기 십상이죠. '이만큼만 나와도 목표는 달성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실수도 있고, '재수? 생각보다 할만하네.' 이런 생각을 가지실수도 있고...
그런데 그때를 잘 넘기셔야합니다.
좋은 모의고사성적표는 여러분한테 오는 선물이 아니라 여러분한테 오는 또 다른 시험의 예고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나한테 잠시 쉼을 주고싶은 나태함 그리고 자만심 등을 이겨내고 다음 시험을 위해 정진하느냐,
아니면 이 시험에 만족하고 여기서 잠시 쉼을 갖느냐
어떤게 훗날을 옳은 길로 이끌지는 아시겠죠.

재수는 대학 합격 발표날까지 끝난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모의고사에서 꼴찌를 하시든 일등을 하시든, 그건 수능 결과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그럼 이런 생각이 드시겠죠, 그래도 잘하는 애들이 잘하고 못하는 애들은 못나오지 않나?
그건 정말 폭넓은 관점에서 본 경향입니다.
누구나 그렇게 된다면 왜 그 수많은 사람들이 모의고사보다 성적이 떨어져서 재수,삼수를 선택하고 그러겠어요.

수능을 마치시고, 대학 합격이 발표나는 순간까지 긴장하세요.
좋은 모의고사 성적표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것. 꼭 명심하시구요.
수능,논술이 끝나고 나서야 정말 열심히 노력한 여러분에게 쉼을 주시고 그 전까지는 굳게 마음 먹고 참고 버티시길 바랍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셔서 재수가 끝난 후에 정말 가슴 전체에 기쁜 마음이 가득차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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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pillon_os · 323229 · 10/12/13 02:03 · MS 2009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 blacksmith · 292343 · 10/12/13 02:07 · MS 2009

    감사합니다.. 요새 오르비 개념글 넘쳐나네요.. 힘이되었습니다

  • Carbonate · 310226 · 10/12/13 02:48 · MS 2009

    새벽에 정시알아보다가 오르비와서 재수고민하는 현실이란ㅜㅜ.. 감사합니다 이래저래 고민이 많았는데 많은 도움 받아갑니다!

  • 으고대가고파 · 352642 · 10/12/13 08:29

    후...ㅠㅠ꼭 들어가고싶은데 언수외 표점합 385면 들어갈수 있을까요?ㅠ
    이과인데

  • Ηouse · 224403 · 10/12/14 01:15 · MS 2008

    어딜 들어가고 싶으시다는건지..
    그리고 제가 올해 컷이 어떻게 될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컷은 강대에서 애들 받아보고 학원인원에 맞춰 짜르는것이기 때문에 저는 알 도리가 없어요 ..

  • charon · 356799 · 10/12/13 09:41 · MS 2010

    기숙과 재수학원 고민중이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감사합니다

  • 35orol · 304829 · 10/12/13 14:11

    저같은 경우 분위기에 많이 휩쓸리는 편이거든요;

    저같은 경우 강남대성은 별로인것 같은데; 강제적인 분위기인 서메가 더낫죠?

    혹시 남종,북종, 마강대의 분위기는 어떤지 알수있을까요? ㅠ

  • Ηouse · 224403 · 10/12/14 01:21 · MS 2008

    절대 일반적인 내용이 아니라 몇몇 반에 다녔던 제 친구들 얘기를 토대로 쓰는 글이니 학원 전체의 분위기가 이렇다는건 아닙니다.

    일단 남종은 친구가 없어서 모르겠고,
    북종은 보통 분위기가 반별로 차이나지만 오히려 윗반으로 갈 수록 안 좋다고 합니다.
    상위반이였던 제 친구는 저녁때 야자 끝나고 매일 반 애들이랑 노래방을 가던데,
    중간반이였던 다른 친구는 자기 반에 그런 애들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5월까지도 애들이 안 친해져서 공부만 했고.
    반마다 다른거지만, 북종은 신촌도 10분거리라 놀기 좋다고 하더라구요.

    저희반 같은 경우에는 모의고사가 끝나면 5명 야자할까 말까였는데, 그마저도 저녁 먹으면 다 가버렸는데
    마강대 애들은 평소처럼 몇십명이 남는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마강대가 좋은 점이 삼수생, 장수생들도 다니기 때문에
    이분들이 분위기를 잘 잡아줍니다. 강대에는 삼수생을 공식적으론(?) 받지 않기 때문에, 삼수생이 거의 소수거든요.

  • 죄인 · 333453 · 10/12/13 18:54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

  • 계란말이 · 332541 · 10/12/14 13:44 · MS 2010

    글감사합니다... 쪽지보내드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