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되돌아가서 읽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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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읽지 못하는 사람 중에는 문장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지 못하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읽고, 여러 번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 읽으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을 못합니다. 사례를 통해
이런 어려움의 원인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떤 분이 저에게 질문하신 쪽지를 조금 인용하겠습니다.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글이
나오면 잘 막힙니다. 낯선 지문에 대한 적응력과 대처 능력이 너무 약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그 문장을 몇 번 읽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천천히 읽어도 이해가
바로바로 잘 안됩니다. 어렸을 때부터 독서습관이 이랬어요. 이해 안되는 구절이 나오면
읽고 또 읽고 넘어가곤 했습니다. 읽고 한 번에 이해를 딱 하지 못해서 그냥 빨리 한
줄 읽고 다시 보는 식으로 읽었습니다.
우리는 읽을 때 문장 전체를 한 번에 눈에 담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왼쪽 첫 단어로부터 오른쪽 맨 끝 단어까지 혹은 중간에 줄을 바꿔서 가장 끝 단어까지 몇 번으로 나눠 읽습니다. 첫 단어가 우리말의
어순에 따라 주어인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문장 안에 단어를 배열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것은 어떤
단어나 구를 읽은 후, 다른 단어나 구를 읽으면서 이전에 읽은 것과 그 다음에 읽은 것을 마음속에서 조합하는 정신적 활동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정신적 활동은 단어를 읽을 때마다 촉발됩니다. 따라서 정신적 활동은 연이어 일어나는데, 하나가 끝나기 전에 다음 것, 다다음 것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글을 읽을 때 일어나는 정신적 활동은 마치 저글링과 같습니다. 저글링은 공 하나를 던져 올리고 연이어 다른 공을 던져 올리고 또 공을
올리는 가운데 다른 손은 공을 받아 던지는 손으로 옮겨줍니다. 눈은 어느 공 하나를 쫓아가지 않고 멍하게 앞을 보는 듯하면서 공이 올라가고
내려가면서 순환하는 것을 지켜봅니다. 생각은 올라가는 공의 위치와 내려가는 공의 위치를 쫓고 그곳으로 손을 보냅니다.
문장 읽기가 어떻게 저글링과 비슷한지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라는 문장을 읽는다면,
1. ‘태극기’를 읽으면
우리 마음에 ‘태극기’가 무엇인지를 떠올립니다.
2. 그리고 ‘~가’를
읽고 1에서 떠올린 그 물체를 주체로 하여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3. ‘바람’를 읽으면
역시 ‘바람’이 무엇인지 떠올리고 (바람을 생각하느라 태극기를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4. ‘~에’가 장소,
원인, 시간 등 다양한 의미와 결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지만 정확히 그 중 무엇인지는 판단을 보류한 상태에서
5. ‘펄럭입니다’를 읽고
이 단어가 말하는 동작을 떠올립니다. (태극기와 바람을 잊어버리면 안됩니다)
6. 마음속에 태극기가
남아있다가 그것이 펄럭입니다의 주체가 되고, 펄럭이는 이유는 역시 마음속에 남아있던 바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6에서 보다시피 비록
문장이 여러 단어로 구성되어 있지만 읽을 때 어느 하나의 단어에 주의를 집중시키지 않습니다. 단어의 적절한 의미를 연상하는 것, 의미와 의미를
결합하는 방식을 판단하는 데 주의를 배분합니다. 이런 것이 서툴면 자꾸 문장을 다시 읽게 됩니다. 다시 읽으면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고, 한 문장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시간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글링을 아무리 천천히 하려 해도 공을 던져 올리면 그 공이 다시 내려올 때까지는 다른 동작을 마무리해야 하는 것처럼
글 읽기도 무작정 천천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정 시간 내에 문장의 모든 단어를 읽고 마음속으로 의미를 조합해야 문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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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ㅋㅋㅋㅋ 바로 예시를 보여주셨군요. 조금 더 난도가 있는 것이었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다시 읽으면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이해할 수 있고, 한 문장을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면 글을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시간만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이나 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 또한 난독이 있었고, 고쳐나가는 중에서 많이 공감가는 부분입니다.
좋은 내용인데 보는 이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쉽네요.
댓글을 달고 저장을 눌렀는데 수정하시다니...
감사합니다
아, 제가 선생님 글 한 두개 읽고 예단했습니다. 이미 충분한 실례와 이론적 근거들을 많이 제시해주셨군요. 얼른 나머지들도 읽어볼 생각에 아주 기분 좋습니다.
한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제가 고민했던 것들은 선생님께서 수능 지문 외에도 다루셨을 '일반적인 글' 이셨겠지만, 저의 범주는 고작 수능 지문에 관해서임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지문들을 대하면서 (선생님께서도 언급해주신) 읽는 과정에서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떠한 방법이 사람의 독해방식에 효과적일까 생각해 얻은 결론이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린다'였습니다.
어떠한 것을 받아들이고 기억에 오래 남게하는 것은 오감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 중 시험의 입장에선 시각이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소위 메타인지라 하는 것에 연구하시는 분들의 결과에 관심이 많았고, 그 분들의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었습니다)
말씀하신 되돌아 읽는 상황에선 '아, 바로 못받아들이는구나, 다시 도식화(문장내의 주어 서술어 목적어 등) 해볼까'해서 다시 되돌아 읽어보면 읽힙니다. 다만 저렇게 읽고나서 2,3문단 내에서 글이 끝나면 즐거운 마음으로 문제에 들어가게 되는데, 글이 이보다 비약적으로 많아지면 (그래봤자 고작 1,2문단 더 이지만) 읽는 와중에 브레이크가 그리 없다하더라도 읽고나서의 전체 내용의 흐름만이 '그렇게 모호하지만은 않은'상태에서 문제에 들어가게 됩니다. 제가 오히려 구체적인 예없이 추상적으로만 말씀드리네요. 죄송합니다. ㅎㅎ;
겨우 이 정도에 제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드린 것은 아니겠지만, 혹시 해주실 수 있는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문을 읽고나서 저런 상태는 일반적인 것일까요. 그렇지 않다면 무언가에서의 미흡한 점이 많은 걸까요. 제 딴에는 이 이정도라면 보편적인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음번엔 (선생님께서 괜찮으시다면)조금 더 구체적으로 여쭤보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부족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많은 학생들이 지문이 길어지면 어느 선을 넘었을 때 글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지요. 그건 글의 내용을 응집성있게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글은 중심생각으로 응집합니다. 님이 긴 지문을 읽으면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는 것을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글로부터 마음에 응집성있는 상을 구성해 내기를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응집성있는 상을 왜 구성하지 못했냐면 흔한 원인은
1. 글 초반을 읽으면서 너무 많은 정보를 안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반부 내용을 담을 (마음의) 공간이 없어진 것입니다.
2. 마음속에 담은 내용이 간결하려면 글의 화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고 분별하면서 읽어야 합니다. 화제를 너무 크게 잡으면 글이 말하고 있는 것보다 큰 범위를 생각합니다.
하루를 넘기지 않고 답변을 드려야 하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서 잘 글이 써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이정도 쓰겠습니다. 더 설명을 드려야 하는데 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