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을까.
새는 새장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하늘과 산이 보이고 울음 실은 공기가 자유로이 드나드는
그러나 살랑거리며 날개를 굳게 다리에 매달아 놓는,
그 적당한 간격에서 일종의 안온함까지 느꼈었다.
넓게, 힘차게 뻗을 날개가 있었고
날개를 힘껏 떠받쳐 줄 공기가 있었지만
새는 다만 네 발 달린 짐승처럼 걸었다.
부지런히 걸어 다리가 굵어지고 튼튼해져서
닭처럼 날개가 귀찮아질 때까지 걸었다.
새장 문을 활짝 열어 놓아도 날지 않고
닭처럼 모이를 향해 달려가게 될 때까지 걸었다.
걸으면서, 가끔, 창살 사이를 채우고 있는 바람을
부리로 쪼아보곤 했다, 아직도 벽이 아니고
공기라는 걸 증명하려는 듯.
유리보다도 더 환하고 선명하게 전망이 보이고
울음 소리 숨내음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고안된 공기,
그 최첨단 신소재의 부드러운 질감을 음미하려는 듯.
어느 날, 새의 세상에 금이 갔다
새는 난생 처음으로, 최첨단 신소재를 거치지 않고
스스로의 눈으로 진정한 세상을 바라보고 말았다.
태양도 달도 별도 무지개도 모든 것이 가짜라는 걸 알아버린 순간,
새는 절망했다. 세상의 잔혹함에 스스로의 나약함에 흘러버린 시간에
그렇지만 동시에 떠올렸다. 언젠가 잃어버렸던 자신의 꿈을
불의 물, 얼음의 대지, 모래의 설원.
언젠가 그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었다는 소망을.
그래서 새는 이제라도 새장 밖을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어떤 방식이든, 새의 이야기에는 마침표가 찍힐 것이다.
다만 지금에 와서 새가 바라고 있는 것은.
스스로가 시작한 이야기의 끝에, 그래도 이 정도면 꽤 나쁘지 않았다고..
그 한마디를 스스로에게 거짓 없이 적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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