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문항, 문만에 관하여.
저 같은 경우는 수학 1을 공부할때만 해도 사실 재미가 없어
문제를 만들 생각을 들지 않았습니다만,
곧 이어 수학 2의 극한을 배우고 나서부터 뭔가 문제를 만들고픈 욕구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다음은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던 부정형 관련 문항입니다.
크게 어려운 문제도 아니고 신박한 문제도 아니었지만,
그냥 문제 하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기뻤습니다.
이 문제를 오르비에 올렸었고 두 회원 분께서 풀어주셨습니다.
또한 다음날 모 문제 은행에서 입사 제안도 받았죠.(물론 바로 부모님께 들키고 눈물을 머금은 채 거절했지만)
그냥 뭔가,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문제 만드는 데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죠.
다만 한편으론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혹시나 오류가 있으면?"
"좋지 못한 평가를 받으면?"
등등의 생각들이 이어졌습니다.
저는 최소한 제가 만든 문제를 풀게 될 사람들이 얻어가는 게 있기를 바랐고,
결국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 사명감에 집착하며 계속 밤을 지새웠습니다.
그렇게 열흘 정도 뒤에 또 하나의 문제를 만들었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만들고 나서 보니 그렇게 좋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온라인 상의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학교 선생님과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었던 기억이 있네요.
수능에서 다뤄진 유형은 아니었어서 그런지, 다들 제 예상보다 꽤 오랜 시간 고민하더군요.
이 문제는 로피탈 사용을 막고, 극한 계산에 대한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자 창작했었습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면, 두 문제 모두 2020년 경에 제작되었고,
아마 여름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고작 2문제를 만들고 슬럼프에 빠졌습니다.
더 이상 자작을 위한 그 어떤 발상도 떠오르지 않았고, 고민할수록 점점 더 멍청해지는 느낌만 생겼습니다.
사실 저는 이때 미분을 배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수학 2의 나머지 단원을 모두 학습하고, 미적분까지 마무리 한 뒤 다시 문제를 제작하기로 결심했고,
그 길로 저는 2020년 하반기 내내 수학 공부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적분을 처음 배울 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적분이 왜 넓이가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탓이죠.
지금 보니 그때의 제가 얼마나 하찮은지...너무 부끄럽기도 하고,,
어쩌면 그런 고뇌가 있었기에 지금 실력에 도달했나 싶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미적분까지 마무리하고 기출 문제 학습이 끝날 시기에,
2021년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중3)
방학 내내 문제를 만들 거라고 다짐했고, 실제로 많을 문제를 만들었습니다.
이 때 만든 문제를 하나 보여드리자면,
바로 이 문제입니다.
기억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당시에는 숫자가 더러워 실패작이라 여겼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 보니 뭐 어느 정도 기조에 맞는 문제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엉망인 거 같기도 하고,,
딱히 제가 뭐라고 말을 못하겠네요.
이 이후로 부모님과의 관계가 크게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은 격변의 시기였습니다. (이전 게시글 2개 참고)
이후로 2년 간 어떤 문제도 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대충 하나 만들었었습니다.
확실히 더러운 문제입니다.
그냥 대치동에 떠다니는 삼차 함수 관련 스킬들을 모두 사용하게끔 하는 그런 문제라고나 할까요.
보여드린 문제들 모두 오류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풀어주시는 분들이 적어 아직 제보는 못 받았네요.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여드린 4문제 중 3문제가 극한 관련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전 극한 문제를 주로 만들고, 사실상 극한 원툴 문만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유는 제가 처음 문제 만들 생각을 했던 게 극한을 배우고 난 뒤였어서 그런 거 같네요.
이렇듯, 대부분의 문만러들이 만든 문제는 모두 그들의 취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감싸거나, 조장을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문제 만들기가 단순히 수능에 국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수능과는 상관 없는 문제도 충분히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그러한 부류의 문제를 푸는 것에 대해서는
비효율적인 부분이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류가 존재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제가 모의고사를 만들지 않는 이유도 상술한 내용에 기반해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글이 제 스스로 제작한 문제에 대한 뻔뻔한 변호문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앞으로 확실하게 정갈한 문제 만을 업로드 및 공유하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제작 과정도 소소히 올려볼게요.
이 글의 취지는 제 문만 생활에 대한 반성문 정도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만러들의 심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궁금하신 것들이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평온한 밤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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