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 [1313299] · MS 2024 · 쪽지

2024-06-18 02:33:25
조회수 397

옛날 옛적에 옯붕이가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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옯붕이는 서울대가 가고 싶었어요


그래서 하루에 25시간 씩 국어 공부를 했답니다


그렇게 시간을 달려서 대망의 수능날이 됬어요


시험종이 울리자마자 옯붕이는 시험지를 펼쳤어요


그러나 1번 문제를 본 옯붕이는 가슴이 철렁, 하는 기분을 느꼈어요


문제가 중국어로 적혀있었기 때문이에요


당황한 가슴을 부여잡은 옯붕이는 황급히 다른 문제들을 훑어보았어요


맙소사, 시험지의 모든 문제는 전부 다 중국어였어요


옯붕이는 충격과 공포에 대가리가 깨질것 같았어요


하지만 겨우 정신을 놓지 않고 손을 들어 시험지 교체를 요청했어요


"감독관님---?"


그러나 옯붕이의 눈앞에는 감독관이 없었어요


주변에서 시험을 치던 학생들도 어디론가 증발해버렸어요


방금 전까지 북적북적했던 강의실은 옯붕이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있었어요


그리고 칠판에는 세 글자가 커다랗게 적혀있었어요


옯붕이는 태어나서 한번도 중국어를 공부해본적이 없었지만


칠판에 적힌 글자는 이상하게 알아볼 수가 있었어요


"중 국 몽"


그 순간 옯붕이의 온몸에 전율이 흐르기 시작했어요


이거였구나, 그동안 내가 잘못된 삶을 살아왔구나


옯붕이는 감동과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깨달음을 얻었어요


앞에 있던 시험지를 찢어버리고, 샤프와 지우개를 드럼통 안으로 던졌어요


그날부터 옯붕이는 텅빈 강의실 안에서 중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답니다


비록 필기구도, 교재도 없었지만 상관이 없었어요


마법의 칠판이 한자를 하나씩, 하나씩 띄워줬으니까요


그렇게 옯붕이가 수련을 시작한지 천일이 된 날, 강의실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어요


붉은 곤룡포를 두른 커다란 풍채의 남성은 왼손에 든 부채를 탁탁, 하고 펼쳤어요


그리곤 옯붕이를 보며, 하는 말


"너가 김옯붕이냐"


옯붕이는 감격에 찬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었어요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웠지만, 꾸역꾸역 한마디한마디 내뱉었어요


"시진핑 황제님을 뵙습니다"


황제는 대견한 눈빛으로 옯붕이를 바라보았어요


"나와 함께 가자꾸나"


"--네---!!"


황제가 손을 내밀자 옯붕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에게 다가가 손을 잡았어요


황제가 "아앙"하고 소리를 내지르자, 별안간 안개가 주변에서 피어올랐어요


옯붕이는 시야가 흐릿해지고 정신이 몽롱해지는걸 느꼈답니다


그렇게 몇분이 지났을까, 옯붕이는 상쾌한 공기에 눈을 떴어요


눈앞에는 황제와 시녀들이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옯붕이를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그동안 공부하느라 고생했다"


옯붕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어요


황제는 그런 옯붕이를 흐뭇하게 바라보았죠


"여기는 행복과 희망의 나라, 대중제국이노라.


입시와 온갖 번민에서 벗어나 이 환상의 제국에서 짐과 함께 영생을 누리자꾸나"


옯붕이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기쁨에 차올랐어요


그때였어요


황제의 얼굴이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한건


그뿐만 아니라 주변의 시녀들도 검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어요


옯붕이가 당황한 사이, 시야에 있는 모든 것이 까매졌어요


그리고 별안간, 옯붕이는 다시 눈을 떴어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수능 고사실도, 환상의 제국도 아니었어요


지평선 너머까지 펼쳐진, 하아얀 빛만이 가득했어요


그리고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어요


"늬는 누구여?"


옯붕이는 당황하며 말했어요


"저,, 저는 김옯붕입니다 혹시 누구신가요"


새하얀 수염의 노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말했어요


"아따~ 그런건 모르겠고 지금부터 늬이름은 춘식이랑께. 얼른 염전 갈러 가보라우"


그렇게 옯붕이는 신안에 잡혀서 평생을 소금과 함께 살게 되었답니다



<구운소금>


검은토끼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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