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선생이 수능을 얼마 안남긴 과외돌이에게(ft.설대숲).txt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6679501
“쌤 오늘 너무 집중이 안 돼요.”
“왜?”
“아 그냥...수능날 갑자기 폭망하면 어떡해요. 나 진짜 이 짓거리 1년은 더 못하겠는데.”
“수능이 갑자기 망하진 않아. 열심히 했으면 잘 보게 돼 있다.”...
“아니 그래도... 쌤 집중 너무 안 되는데 재밌는 얘기 좀 해주심 안돼요?”
“재밌는 얘기? ㅋㅋㅋㅋ 그래 너 수학 좋아하니까 맞춤식으로다가 해줄게”
나는 종이 위에 좌표평면을 그리고 y=x 그래프를 그렸다.
“아 뭐에요. 재밌는 얘기 해 준다면서요 ㅠㅠ”
“글쎄 가만 있어봐. 이 그래프 이름이 뭐야?”
“y=x요. 너무 쉽네”
그 다음 그 오른쪽에 새로운 좌표평면을 그리고, 이리저리 끊기고 접히고 꺾인, 못생긴 그래프를 그렸다.
“자 그럼 이 그래프 이름은 뭐야.”
“아 이걸 어떻게 알아요;;; 불연속점하고 함숫값하고 구간별 함수하고... 그런 걸 줘야지!”
“ㅋㅋㅋㅋㅋ그렇지. 자 그러면 두 그래프를 놓고서, 네가 평가원장이야. 둘 중에 뭐가 더 눈길이 가? 뭘 문제로 내고 싶어?”
“당연히 오른쪽 거죠.”
“그래. 이제 x축을 시간이라고 하고, y축을...뭐라고 둘까. 잘나가는 정도?라고 둬 보자.
그럼 이제 이게 인생 그래프야. 자, 아마 사람들은 y=x 그래프를 살고 싶어하겠지.
아니다. 요즘 금수저 은수저 하는데 y절편이 아예 100인 사람들도 있지. 그런 사람들은 아마 기울기도 졸라 클거야. 한 y=100x+100 정도 되려나.
아무튼, 근데 말이지. 사람들한테 두 그래프를 줬을 때, 어떤 그래프를 더 뚫어져라 쳐다보고 더 관심을 줄까. 어떤 그래프가 크게 놓고 봤을 때, 더 주목받는 그래프일까. 크게 보자면 여기저기 끊긴 그래프라는 거야.”
“에잌ㅋㅋㅋㅋㅋ 이건 좀 약 파는 것 같은데요 쌤.”
“ㅋㅋㅋㅋㅋ 맘대로 생각해. 근데 내가 너보다 얼마나 더 살았다고 인생 운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너보다 입시는 미리 겪어본 입장에서 말해주자면, 수능만큼 불연속적인 인생 이벤트도 없더라고.
수학적으로 말하자면, 보통은 미분 불가능하더라도 연속은 하거든. 근데 이거는 완전히 끊겨가지고 미분도 안 되는 거야. 그냥 하루아침에 저 밑으로 뚝. 그렇게 재수하러들 많이 가지. 물론 갑자기 수능 대박쳐서 저 위로 올라가 있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그런데 좀 많이 착각하고들 있는 게, 만약에 뚝 떨어져 버렸다고 하면 인생 잘못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왜? 내 미래가 계획한대로 안 풀리니까. 사람이란 게 자꾸 계획을 짜고 그거에 맞춰서 주변 환경을 변화시키려 들다 보니까, 이게 뜻대로 안 되면 패닉에 빠져. 쉽게 말해서, 내 머릿속에는 y=x를 잘 그려 놨는데, 갑자기 예정된 함숫값이 사라졌어. 그럼 얼마나 멘붕이야. 식 자체가 틀린 거잖아.
근데, 살면서 내 뜻대로 일이 따라 줄 리가 없어. 그렇잖아. 운이란 것도 분명 있고 그럼 불운이란 것도 존재하지. 네가 수능장 가다가 교통사고가 날지 벼락을 맞을지 누가 아냐고. 쉽게 말해서, 불연속 게릴라들이 네 주위에 늘 도사리고 있다는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함수를 못 세우는데.”
“그럼 구간 나눠서 세워야죠 뭐.”
“이제 말이 좀 통하네. 맞아. 인생 그래프가 한 번에 그려질 거라는 생각 자체를 버려야지. 그럼 이제 구간 나눠서 그려야 되는데, 그럼 뭐가 필요해?”
“일단 불연속점이 어딘지 알아야 되고...”
“바로 그거지. 그러니까 다시 말해서, 우리 인생인 x축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어디냐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높은 함숫값을 갖는 x가 아니라, 불연속되는 바로 그 x값이라는 거야. 거기서 네가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너의 인생 그래프가 좌지우지되는 거지.
근데 밑으로 푹 꺼져도 상관은 없어. 위로 솟구쳐도 상관없고. 다만 중요하고 확실한 건, 이런 임의의 함수를 소개할 때 불연속점부터 이야기하듯이, 네 인생을 이야기하고자 할 때 지금 이 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갈 만큼 귀중하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거지.
살다 보면 뜻대로 참 안 되는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을 거야. 아마 너도 거의 스무 살 먹었으니까 많이 겪어 봤겠지. 그래도 대학교 오면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아마 더 많이 느낄 텐데... 어쨌든, 갑자기 인생이 내 뜻대로 안 된다 싶을 때, 아니면 갑자기 어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벽에 부딪혔을 때, 상황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고 있을 때, 그럴 때마다 정신 가다듬고 생각해봐.
‘예상대로 안 풀리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다.’ 라고.”
수능 한 달도 안 남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붙자 우리 과외돌이
설대숲, 연대숲, 고대숲은 이런 글 보는 맛에 보는것 같아요
굉장히 수준 높고 잘 짜여진 글들이 많이 나오네요....문이과 상관없이 말이죠ㅎㅎ
수능을 얼마 안남긴 수험생들과
이번 중간고사를 망친 대학생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는 나를 포함해서....헿 화이팅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안녕하세요! 이제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수능 전 마지막 글인데요, 수능...
-
시험 직후 올린 글(https://orbi.kr/00069454607)에서...
-
[김과외 탈퇴해서 쓰는 본인 입시글] (7개월만에 12등급 향상) 28
안녕하세요, 현재 국어를 과외로 가르치고 있는 사람입니다.원래 김 과외에서...
-
[자료PDF] 영어 순서삽입 유형 일반론+6모 해설 1
이번 6월 모의고사 두 문제를 활용해 순서 삽입 유형 풀이법을 정리해볼 수 있는...
-
수능영어 시간 부족 문제의 실전적 해결방안 [학습칼럼] 6월 모의고사가 어렵게...
-
[칼럼] 의외로(?)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는 3가지 6
의외로(?) 성적향상에 도움이 되는 3가지 1. 휘몰아치기 여기서 ‘휘몰아치기’란...
-
6모 이후, 제대로 공부하는 법 3가지 [칼럼] 안녕하세요! 다들 6월 모의고사...
-
안녕하세요? 꽤 오래 전에 ‘수능 영어 50분컷’이라는 주제로 칼럼을 작성하였던...
-
https://orbi.kr/00067570006/%EF%BC%BB%EA%B6%8C%...
-
[인문논술] 합격생들의 인문논술 공부법(2024학년도 수강생들의 합격 수기 공개) 2
1. A 학생: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최초합격 /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계열...
-
이번 시간에는 조금 제 이야기를 주로 해볼 계획입니다. 사실 공부 플랜에 대해...
-
[칼럼] 수능 수학 공부 순서 - 재능없이 미적 97 받은 법 105
사람마다 맞는 공부법이 다르니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취사선택하세요. 저는 수리력을...
-
제 말이 정답인 건 아니니 알아서 취사선택하세요. 특히 특목고, 자사고, 대치키드...
-
안녕하세요. 수험생이시라면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중요하다는 건 당연히 아실...
-
[한국지리] 시험에 맨날 나오는데 아무도 정리 안해주는거 모음 2
_UnO_ 권역별 시군 인구비중 / 인구1,2,3위 도시 인구 비교 통계출처:...
-
_UnO_ 덤으로 이거슨 나의 필기노트 인쇄용으로 색 조정한거라 화면으로 보기엔...
-
창선감의록 정리한거 13
_UnO_ 일찍 올리려그랬는데 오르비 계정을 잃어버려서.. 화이팅!
-
두 번의 평가원 모의고사를 거치고 이제는 수능만이 남았습니다. 당해 평가원...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 & 김강민T입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
오랜만입니다. 두 번째 실전 모의고사네요. 자체 제작한 지구과학 실전 모의고사...
-
수능 100일이 깨졌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서서히 실모(실전 모의고사)를 풀기...
-
안녕하세요? 오늘은 모의고사 시간부족 문제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방안에 대해...
-
1. 상세한 해설(5문항 25p) 고난도 유형(빈칸, 순서배열, 순서삽입, 어법)에...
-
수능영어 빈칸추론 문제 꿀팁 빈칸추론 유형은 전통적인 고난도 유형으로, 많은...
-
수능영어 유형별 풀이방법 꿀팁 총정리#1 각각의 유형을 분리해서 보기 전,...
-
시대인재 조교의 6평 20번 해설과 자작변형문제 해설 0
다른 풀이가 있는 것 알지만, 일관적인 케이스 분류를 통해 접근성 쉬운 풀이로...
-
수능영어 50분컷 1등급?! 수능영어 학습칼럼 무료배포 6
안녕하세요! 수능영어 풀이 시간을 극도로 단축시킬 수 있었던 독해 방법들을 담은...
-
오늘 내용은 그간 #1 #2에서 다루었던 내용에 대해 구체적 소개를 하는 파트라고...
-
지난 1편 #1 서론 반응이 괜찮아 해당 주제(수능영어-글을 읽는 방법)로 계속...
-
[수능영어 50분컷 1등급 학생의 사고과정] 안녕하세요? 2020년부터 수능 영어를...
-
자체제작한 지구과학 실전 모의고사 0회차 배포합니다. 정오사항이 발견되었거나,...
-
(칼럼)6월 모고 후 꼭 지켜야할 행동강령(Feat.한의대생) 2
안녕하세요, [휘랩영어연구소] 박재휘 & 김강민T입니다. 이번 6평의 결과로 희비가...
-
6모 수학 직장인 손풀이 (확통/미적/기하) + 총평 5
취미로 입시수학 문제풀고 내는거 좋아하는 30대 직장인 아재입니다. 엄청난 스킬갖고...
-
"누구나 아는 방법"이 가진 20배 성장을 부르는 힘 0
무의식을 활용한 학습법 자,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다들 아시다시피, 뇌는 의식과...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 T & 김강민T입니다. 갓 입학한 고1 학생들은...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T & 김강민T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3월...
-
[후기글]강대 재수생 후기! 다른 T들 질문도 괜찮아요~ 32
안녕하세요! 고등학생때 시대 단과, 올해 재수생때 강대 재종다닌 재수생이에요. 조금...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 & 김강민T입니다. 2018학년도부터 영어 영역이...
-
[칼럼]한의대 최초합 만든 '수학 노트 작성법' (+손필기) 4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 & 김강민T입니다. 저는 고3 시절인...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 & 김강민T입니다. 새해가 다가온지 얼마 되지...
-
저에게 기숙학원 정보를 물어보시는 분들이 꽤 계셔서 쓰는 글입니다. 사실 기숙학원은...
-
44133에서 약대로, 나는 재수를 이렇게 했다 172
*공부법이 아닌 그저 제가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한 글입니다* 우선 현역 때의...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 & 김강민T입니다. 이쯤되면 다들 n수에 대한...
-
먼저 제 23학년도 수능 수학 성적입니다.. 제가 미적 고인물 씹곹 형누님들에게...
-
의외로 잘 까먹는, 재수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 3가지 9
바로 본론으로 갑니다. 1. 스마트폰 하는 시간의 최소화 하루 폰 하는 시간이...
-
[칼럼]1월부터 시작할 수 있는 "전과목 공부법(feat. 한의대생) 0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박재휘 & 김강민T입니다. 지금쯤이면 대부분의...
-
안녕하세요 강남대성 본관 조기반을 다니다가 시대인재 브릿지관으로 옮긴 재수생입니다....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김강민T입니다. 어느덧 수능이 벌써 4일 밖에 남지...
-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김강민T입니다. 작년의 저는 수능 날 최고의 성적을 받기...
-
[칼럼]D-25 이렇게 풀면 시간 단축할 수 있습니다 5
안녕하세요. [휘랩연구소] 김강민T입니다. 저번 칼럼에서 예고했듯, 이번 주는 각...
저도 저런 과외 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