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 논술팀] 첨삭은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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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생입니다.
오늘은 오랜만에 (본업으로 돌아와서...) 논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문-이과를 막론하고, 주요 대학 수시에서 논술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합니다.
당연히 많은 수험생들이 논술을 준비하고 계실 겁니다.
학원을 다니시는 분도 있을 거고, 인강을 들으시는 분도 있겠죠.
물론 독학으로 준비하시는 분도 계실 거고요.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많은 수험생들이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첨삭”입니다.
독학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답안을 고쳐 써 보는 것에 어려움을 겪으실 테고
인강을 들으시는 분은 게시판을 통해 조교가 제공하는 첨삭에 불만을 가지신 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학원에 다니시는 분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강사가, 또는 첨삭조교가 해 주는 첨삭의 내용이 마음에 안 드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도대체 이 ‘첨삭’은 왜 받아야 하는 걸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먼저 우리는 ‘논술’이라는 시험의 목적과 성격을 따져 보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시험이 있습니다.
축적된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과,
숙련된 기술과 능숙함을 측정하는 시험으로 구분해 볼 수 있을 겁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심화된 지식을 알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자격증 시험 등은 전자에 속할 것이고,
각종 어학시험이나 LEET, PSAT 등의 적성시험 등은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논술시험도 후자에 속합니다.
논술고사의 문제는 우리에게 지식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잘 읽고, 잘 생각하고, 잘 표현함으로써
설득력 있는 논증을 만들어내는 능숙함을 테스트하고 싶어하는 시험입니다.
따라서
이 시험에서 우리가 좋은 점수를 못 받는 이유는 3가지가 될 수 있습니다.
1. 잘 읽지 못한 경우 (수리논술의 경우 - 제한조건을 잘못 파악하는 등의 ‘이해’의 부분)
2. 잘 읽었지만, 잘 생각하지 못한 경우
3. 잘 읽고 생각하는 데까지 성공하였으나, 내가 말하고자 한 내용을 표현해 내지 못한 경우
3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순서를 따져 보자면 위와 같을 것입니다.
제목과는 달리, 사실 저는 첨삭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첨삭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는 과제로 내준 문제를 안 풀어오는 학생들을 상당히 괴롭히는 편입니다.
지난해 수강생인 모 학생은, 제가 수업 때마다 “첨삭 받고 가라.” 라고 해서
저를 엄청 싫어했다고 대놓고 (...) 말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여러분 중 대부분이 받고 있는 ‘첨삭’은
사실, 필요 없습니다.
학원에서 제공하는 “정말 자세하고도 친절한” 첨삭은 대강 이렇게 구성될 겁니다.
답안의 틀린 부분에 알록달록하게 밑줄을 칩니다.
그리고 왜 틀렸는지 깨알같이 써 줍니다.
마치 해설지를 복사해서 붙여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해설강의나 자료와 유사하게 쓴 부분에는 “참 잘했어요” 류의 칭찬도 써 줍니다.
이걸 보면 기분이 좋아지긴 합니다 ^^;
마지막으로는, 첨삭조교가 나름의 “채점”을 해 줍니다.
표현력 몇 점, 논제분석 몇 점, 창의력(?) 몇 점 등등...
사실, 이 정도 첨삭을 제공해주는 학원이라면 굉장히 성의 있게 가르치는 학원이긴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으니, 그건 바로 ‘첨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입니다.
각 대학에서 이미 출제의도와 예시답안 등을 발표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많은 논술 관련 책과 카페의 정보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내 답안의 어디가 틀렸는지, 모범적인(?) 답은 무엇인지를 아는 건
굉장히 쉬운 일입니다.
그럼 문제는 뭐냐.
왜 틀렸는지에 대한 피드백 없이,
대부분의 첨삭과정이 틀린 부분을 고쳐주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혼자 공부해도 ‘해당 문제의 답’을 아는 건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여러 답안을 읽어보는 학생이라면
학원 수업을 듣는 것보다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논술시험은 축적된 지식의 양을 측정하는 시험이 아니기에
이런 식의 접근은 충분한 해법이 되지 못합니다.
우리는 어떤 내용의 제시문이, 어떤 형태의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해도
풀어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하는 겁니다.
“왜 이렇게 생각했나요?” 라고 묻지 않는 첨삭시간은 여러분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어떤 첨삭이 제대로 된 첨삭인지,
그리고 왜 제대로 된 첨삭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설명드리기 위해,
여러 이야기를 통해 멀리 돌아 왔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어떤 부분을 왜 잘못 읽게 되었는지
잘 읽고서도 어떤 흐름에서 사고과정이 엉키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다 알면서도 왜 ‘내가 생각한 것’과 ‘내가 쓴 것’ 사이에 차이가 생겼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는 첨삭시간을 가지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혼자 논술을 공부하시든, 온라인으로 첨삭을 받고 계시든 원칙은 똑같습니다.
앞서 살펴본 3가지 이유에 대해 끊임 없이 고민해 보세요.
오늘 푼 문제의 ‘정답’이 무엇인지 아는 것보다,
다소 뜬구름 잡는 것 같아 보이는 저 고민들이
시험장에서 여러분의 펜 끝에 훨씬 더 많은 힘을 실어 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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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논술 현장에서는 논술이란게 무의미합니다. 읽을가치가 없는, 즉 문장 앞뒤나 주술관계가 엉망이거나. 블로그에 쓸법한 '글'로 볼수 조차없는 글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글이아니고 엉망입니다. 읽을 가치가 없지요. 우선 이런 기본기를 닦는데 있어 첨삭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네, 맞는 말씀입니다. 저는, 기본적인 문장 쓰는 법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다는 가정 아래에서,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때 필요한 첨삭과정에 대해 강조하려다 보니 그 부분은 빼고 이야기하게 되었네요 ^^
수학으로 따지면 기본사칙연산이나 공식조차 외우지 않은 아이들이죠. 글은 블로그수준이면서 상담하면서 논술대박이니ㅜ어쩌니 하면 참...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과거(5~6년 전)에 비해서는 학생들의 글 실력이 오히려 꽤 좋아진 것으로 보이던데요.. 아닌가요? ㅎㅎ
트위터가 인생의 낭비라고는 하지만...^^ 짧은 글이라도 적는 것이 은근히 도움이 되기도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요.
이 댓글에 공감이 가는게... 논술은 아니지만 후배들 취업 자소서 첨삭 해 주다보면 대학을 4년이나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글쓰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후배가 너무나 많습니다...
스토리텔링이고 뭐고 간에 주술 구조부터 시작해서 구어와 문어적인 표현의 차이라든가 아주아주 기본적인 논리구조나 표현이라든가...
정말 전공지식도 지식이지만 글 잘 쓰고 하고 싶은 말 구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만 갖춰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교양인으로서 큰 능력이라고 봅니다. 대학생이라고 저절로 길러지는 능력이 아니니 나중에 이 글 보시는 분들 대학가서 어학 시험이나 자격증 말고 저런 능력 길러두시면 크게 시간 아낍니다
좋은 조언 감사드립니다
Larki님은 대학생이 글쓰는 능력을 기르려면 어떤공부를 어떤방식으로 하는게 좋을것 같나요?
공부의 방향을 설정하고 싶네요..
제가 먼저 한 말씀 드려보자면, 글 쓰는 능력을 기르는 데에 필요한 요소는 3가지입니다.
다독, 다작, 다상이 그것입니다. 좋은 텍스트를 많이 읽고, 내 생각을 자주 글로 적어 보며, 깊이 있는 생각을 해 보셔야 합니다.
다독에서 출발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책부터 많이 읽어야겠군요.
정말 공감합니다.
독학을 수리논술 하고 있는 고3인데
각 대학교 문제 풀어보고 해설하고 비교하는식으로 하고 있는데
문제되나요?
제 글은 수리논술 보다는 인문논술 쪽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었습니다.
수리논술의 경우, 정답과 비교해 보는 과정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하지만, 틀린 부분이 발견되었을 경우 "왜 잘못 생각하게 되었는지" 꼭 따져보는 과정을 거치혀야 한다는 건 똑같습니다.
주어진 조건을 잘못 읽었는지, 미지수를 잘못 설정하지는 않았는지, 논증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빼먹은 수식은 없는지 등을 면밀히 체크해 보시고, 다음 문제를 풀 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