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역사 잡지식 30 : 광개토왕비(3) 넣을까 말까 넣을까 말까 넣넣넣넣
일본의 신묘년조 해석에 대한 한국학계의 첫 번째 반박 흐름은 '해석이 잘못됐다!'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해석은 비문의 특성상, 그리고 한문 문장의 특성상 문장 성분이 생략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한 것이고, 그렇기에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생략된 성분을 채워넣어야 한다는 거죠.
가장 먼저 반박을 제기한 인물은 일제강점기 역사학자인 정인보입니다. 정인보는
而倭以辛卯年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이 텍스트를
而倭以辛卯年高句麗來渡□破倭百殘□□□羅以爲臣民
이렇게 바꾸어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그런데 왜가 신묘년에 오니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왜를 격파하고 백잔□□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
이렇게 되겠죠. 즉 비문의 작성자인 고구려를 문장의 주어로 해석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 백잔□□신라 부분의 □□는 왜가 되겠죠.
또 북한의 역사학자인 김석형은 정인보와는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김석형은
百殘而倭以辛卯年高句麗來渡□破百殘□□□羅以爲臣民
로 문장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해석하면
백제가 왜와 함께 신묘년에 고구려에 오니,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백잔을 격파하고 □□신라를 신민으로 삼았다
가 되겠죠. 김석형의 경우는 신묘년조 기록에서 왜의 영향력을 강하게 줄이고, 그 반대급부로 백제의 위상을 부각하는 경향을 나타냅니다.
이 해석에서 '고구려가 바다를 건너 백제를 공격했다'는 부분이 언뜻 이상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김석형의 또 다른 주장인 '분국설'과 관련된 것인데, 간단히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삼국시대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이주하는 도왜인들이 일본 열도에 집단촌을 건설하였다.
2. 이들이 자신들의 집단촌에 본국의 이름을 붙였다. 이를 '분국'이라 한다.
ex) 백제계 도래인의 집단촌은 '백제', 신라계 도래인의 집단촌은 '신라'
3. 신묘년조에 등장하는 백잔, 신라는 일본의 분국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김석형은 신묘년조의 기사가 임나일본부설과는 관계없을 뿐더러, 고구려가 일본 영토를 점유하였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근거라고 주장하였습니다.(물론 분국설은 현재 간파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정인보와 김석형의 주장은 한국 학계에서 매우 설득력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특히 김석형의 주장은 한국 고대사에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일본 고대사에서의 한국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기에, 한국 학계에서 매우 환영을 받았죠. 북한 학자임에도 김석형의 논문은 한중일 3국에서 널리 읽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 역시 한계가 명확합니다.
'생략된 문장 성분을 끼워넣는다'라는 주장의 특성상 해석이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게다가 당대 학계는 식민사학을 벗어난다는 강박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일본의 영향력을 줄이려 했습니다.
이러한 주장도 식민사학을 타파한다는 일념 하에 신묘년조를 기계적으로 해석하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죠.
당연히 일본 학계의 반발도 계속되었고요.
그런데, 이후 신묘년조 담론의 국면이 완전 뒤집히는 파란이 일어납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오늘의 역사 잡지식 1 : 서동요와 선화공주] https://orbi.kr/00037641895
[오늘의 역사 잡지식 2 : 축성의 달인 가토 기요마사] https://orbi.kr/00037667479
[오늘의 역사 잡지식 3 : 진평왕의 원대한 꿈] https://orbi.kr/00037964036
[오늘의 역사 잡지식 4 : 신항로 개척과 임진왜란] https://orbi.kr/00038174584
[오늘의 역사 잡지식 5 : 라스카사스 - 반식민운동과 노예 장려] https://orbi.kr/00038777847
[오늘의 역사 잡지식 6 : 동방의 예루살렘, 한국의 모스크바] https://orbi.kr/00039353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7 : 마라톤 전투의 뒷이야기] https://orbi.kr/00039446583
[오늘의 역사 잡지식 8 : 투트모세 4세의 스핑크스 발굴] https://orbi.kr/00039547389
[오늘의 역사 잡지식 9 : 천관우-한국사학계의 먼치킨] https://orbi.kr/0003956282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0 : 연천 전곡리 유적] https://orbi.kr/000397167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1 : 고대 문자의 보존] https://orbi.kr/00039737161
[오늘의 역사 잡지식 12 : 쿠릴타이=만장일치?] https://orbi.kr/00039810673
[오늘의 역사 잡지식 13 : 러시아의 대머리 징크스] https://orbi.kr/00039858565
[오늘의 역사 잡지식 14 : 데카르트를 죽음으로 이끈 여왕] https://orbi.kr/00039928669
[오늘의 역사 잡지식 15 : 권력욕의 화신 위안스카이] https://orbi.kr/000400432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6 : 간단한 기년법 정리] https://orbi.kr/00040188677
[오늘의 역사 잡지식 17 : 4대 문명이라는 허상?] https://orbi.kr/00040209542
[오늘의 역사 잡지식 18 : 토머스 제퍼슨의 토루 발굴] https://orbi.kr/00040310400
[오늘의 역사 잡지식 19 : 그들이 생각한 흑사병의 원인] https://orbi.kr/0004033277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0 : 홍무제랑 이성계 사돈 될 뻔한 썰] https://orbi.kr/00040410602
[오늘의 역사 잡지식 21 : 영정법의 실효성] https://orbi.kr/0004047513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2 : 상상도 못한 이유로 종결된 병자호란] https://orbi.kr/00040477593
[오늘의 역사 잡지식 23 : 상나라의 청동 기술] https://orbi.kr/00040567409
[오늘의 역사 잡지식 24 : 삼년산성의 우주방어] https://orbi.kr/0004080084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5 : 익산이 백제의 수도?] https://orbi.kr/00040823486
[오늘의 역사 잡지식 26 : who is 소쌍] https://orbi.kr/00040830251
[오늘의 역사 잡지식 27 : 석촌동의 지명 유래] https://orbi.kr/0004084109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8 : 광개토왕비(1) 재발견] https://orbi.kr/00040874707
[오늘의 역사 잡지식 29 : 광개토왕비(2) 신묘년조 발견] https://orbi.kr/00040947507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채상병부터 몇명이 죽은거야 참
-
민지가 이쁘다 5
아이돌 원탑이다 장카설이고 자시고 민이다 민
-
어려웠는데 푸신분들 어떠셨나요??
-
5만덕드림
-
3월 말부터 지금까지 한거 개념에센스 수1 수2 미적 기출 100선 50선 컨택트...
-
필히스 2
정진!
-
살인자한테 심리멘토를 연결해줘?
-
이러한 상황에서의 운동 방정식을 어떻게 구할수 있나요??
-
자러간다 10
오늘 오르비 많이 재미없네 ㅇㅇ
-
서른살 아저씨 무물보 21
14수능 응시 15수능 응시 지방 사립의대 15학번 유급 다회차 23년 자퇴...
-
메롱 15
잠이 안 와
-
땡김
-
함갑갑
-
평발 저질체력인 내가 한번에 500개 뛸 수 있을 때 까지 정진해야지
-
오르새 현우진파는 개념 기출을 회독한다. 한 번만 더 빨리 회독하고 나도 n제...
-
네 그렇답디다 역시는 역시네요
-
다른 전문직 시험 인강패스들 죄다 몇백이네요 와 진짜 수능패스들 선녀다
-
영화 추천좀 ㅠㅠ
-
. 0
굿나잇..
-
중학도형은 독학서로 며칠 공부하고 삼각함수 도형활용 마스터해서 도움 많이 받았긴...
-
만약 남군이 여군 근육이 녹아내려서 뒤질때까지 고문 8
시켰으면 이나라 어케될까? 진짜 재밌는일 일어날거같은데
-
짝사랑 순기능 1
저같은경우는 상대가 공부를 잘해서 멍청이로 보이기 싫어서 성적 챙기게됨
-
정실찬양 6일차 26
-
국어 사설 모고 중에 젤 평가원스러운게 뭔가용..? 이감 상상 한수 ㄱㅇㅇ모의고사...
-
무보정 11131 아주 기분이 좋네요 물리만 좀.. 한문제만 더맞았어도 2등급인데...
-
경제VS과탐 0
경제랑 과탐을 둘 다 공부하신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
평행세계의 나 3
미국에서 계속 살았다면 나는 뭐 하고 있었을까
-
https://orbi.kr/0004595065/%EC%9A%94%EC%A6%98%E...
-
메디컬 가면 그게 빅토리아니냐... 투자금 +@ 하는 사람도 많겠지.. 달에...
-
재평가되는 사건 2
당시엔 군기문란이니 뭐니 이제와선 이해가감 얼마나 개좆같았으면
-
아니 근데 엔수가 너무 많이 늘어서 의대증원효과 없을수있나 4
사실상 의대 이천명이 의미가 없어질 가능세계가 확률이 큰가? 예를들어 원래...
-
대충 현재 서울대 3합7 지균이랑 비교하면 될것같아요 비록 서울대가 정성평가가 세긴...
-
여친 사귀고 싶다 12
근데 90킬로대 쌉 돼지새끼라 불가능 ㅇㅇ
-
끋내봅시다
-
수학실모 패키지가 50만원이라치면 16+28 = 42회분 현강 한달 42만원...
-
실제로 삼수는 아닙니다~~
-
간헐적 단식 3
요즘 밥 먹고나면 배에 가스차고 아프고 점액변 싸서 이틀에 한 번 밥 먹을까...
-
개좆됐다 1
제발 목i 붙게해주세요 개좆됐다 169일이라고? 난 시발 앉아있기만했지 한게없다고 아ㅋㅋ
-
맞팔해요!!
-
장발하면 단점이 6
머리가 많이 빠지는 것 같음 머리 말리기도 불편하고 ㄹㅇ 간지 1개 만을 위해 하는듯
-
님들도 공부하면 오늘 뭐했지 ㅅㅂ 이런 생각 듦?? 분명 앉아서 이것저것 하긴했는데...
-
한양대 교과 이번에 최저 생기고 세특 반영 하잖아요 1.34에 3년 약학 생기부인데...
-
재수때도 저랬으면 ㅈ될뻔 할게 너무 많아
-
지금 내 현 상태
-
너무 관종인가
-
현역 100점은 ㄹㅇ 어케한거지 20, 30 틀림(풀었는데 잘못푼듯)
-
노베정시파이터 출격
-
조끔 밀리긴했지만 수학이 걱정이다 항상
-
상승곡선
언어학적인 접근으로
반도일본어가설로
임나일본부설 완전격파 가능하죠 ㅋㅋ
언어학은 잘 모르겠군요
역사학계에서도 이미 임나일본부설은 간파된 지 오래지만...
이 다음다음 편쯤 돼야 신묘년조 관련된 임나일본부설 간파 얘기가 나올 듯
보존 상태와 관련된 측면도 있습니다. 당장 저 문장에서만 탈자가 4개나 되니까요.
다음에 얘기할 파장이 보존 측면의 이야기인데 그건 내일쯤 얘기하는 걸로
원래는 광개토태왕인데, 점 하나를 긁어냈다는 말도 있죠
그런 조작과 관련된 얘기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