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 풀어본 과외선생의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9638182
국어 과외를 하는 한 대학생입니다. (주로 비문학, 문법만 수업함)
원래 현장에서 국어만 신청해서 보려했으나.. 원서 신청의 귀찮음으로 인해 실패..ㅠㅠ
학교에서 대기타다가 11시 15분 국어 시험지가 오픈되자마자 B4 사이즈로 인쇄해서 시간재고 풀었습니다.
그냥 개인적인 후기 짧게 남겨볼게요..
1~10 (화작) : 정말 쉬웠습니다. 원래 수능 화작은 6, 9월보다 훨씬 까다로운데 이번 화작은 수능답지 않게 너무 쉽게 낸 것 같네요. 그래서 3번 틀렸습니다ㅋㅋㅋㅋㅋ아니 사람이 위아래가있지 어디서 감히 반대2가 1보다 먼저나옵니까..동방예의지국의 예의바른 청년으로서 납득할 수 없ㅡㅂㅣ다....
11~15 (문법) : 어려웠습니다. 맨날 과외학생 문법 숙제좀 해오라고 갈구기만하고 선생은 공부안한 티가 나네요. 2개나 틀렸습니다.. 13번 저도 틀렸고 학생들도 아마 많이 틀렸을 것 같네요. 나머지 문제는 그래도 문법 공부 열심히 했다면 맞출 수 있었을 겁니다. 반성중입니다.....
<< 여기까지 20분 걸렸습니다 >>
16~20 (포퍼와 콰인) : 역대급 지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문 읽다가 3단락 후반부에 '총각' 예시를 드는 부분에서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꼈습니다. "예시는 예시일 뿐 핵심은 아니다!" 머릿속에서 수업하는 제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는걸 듣고 정신차려서 일단 스킵했습니다만... 일개 과외선생이긴 하지만 비문학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웬만한 비문학 지문들은 손바닥안에 두고 가지고 노는데, 이번 지문은 읽는 내내 지문에 질질 끌려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항상 해왔던 대로 포퍼를 A, 콰인을 B로 두고 차이점 중심으로 대조 파악하면서 진짜 억지로 머릿속에 우겨넣었네요.
사실 지문보다는 문제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16번, 19번이 상당히 어려웠던것 같네요.. 다행히도 선지 하나씩 지워나가다보니 1개 남길래 겨우 맞췄습니다. (아 참고로, '비판'하라는 문제는 보통 비판하라는 대상의 주장을 말하고있는 선지를 다 지우면 답이 나옵니다) 겨우 다 맞긴 했는데, 시험장에서 풀었어도 다 맞았을 거라 장담 못하겠습니다. 아무튼 미친 지문입니다. 한 13분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21~26 (박씨전, 시장과 전장) : 매우 익숙한 지문인 박씨전과 매우 생소한 지문인 시장과 전장이 섞였습니다. (EBS 연계일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연계교재를 안푸니..) 거기에 비문학 한 지문은 덤이네요. 고마워 미칠 지경입니다. 그래도 이런 복합 지문은 쉬운 지문부터 한 지문 읽고 해당 문제풀고.. 이렇게 끊어 풀면 생각보다 금방 풉니다. 평이한 난이도의 지문들이었던거 같은데 이미 포퍼와 콰인에게 구타당한 후라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앞지문에서 쓴 시간을 만회하겠다는 압박감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시장과 전쟁이 잘 안읽혀서 고생좀 했습니다. 23번 살짝 고민했고, 25번에서 버벅댔습니다. 물론 문제는 다 맞았습니다.
<< 여기까지 46분 걸렸습니다>>
27~32 (구름의 파수병, 느낌 극락같은) : 쉬웠습니다. 둘 다 생소한 지문이었지만, 현대시는 시 자체가 매우 쉬웠고, 희곡은 지문 자체는 어려웠으나 문제가 상당히 쉬웠던 것 같습니다. 희곡도 문제 어렵게냈으면 등급컷 80점대로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6문제나 있어서 짜증났지만 어렵진 않아서 푸는데 오래걸리진 않았습니다.
33~36 (반추위) : 쉬웠습니다. 이 정도 지문은 손바닥안에서 가지고 놀 수 있어야 합니다. ㉠ 문장이 글의 핵심 문장이고, 반추동물은 '비섬유소'와 '섬유소'를 모두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고 했으니 분명 두 개를 나열할 거라는 걸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문단에서 섬유소 (F)가 나오고 3문단에서 비섬유소(S), 4문단에서 섬유소2 (L)가 나옵니다. 평가원에서 굉장히 많이 나왔던 구조의 글입니다. 한 6~7분가량 걸렸던 것 같네요.
<< 여기까지 63분 걸렸습니다 >>
37~42 (보험) : 어려웠습니다. 글이 길고 39번 문제가 난해해서 그렇게 느껴진 거 같은데, 사실 앞에 포퍼와 콰인 지문만큼 어려운 지문은 아닙니다. 이러한 구조도 사회 기출지문에서 많이 나왔습니다. (올해 9월에도 나왔던 기억이..) 소재/배경지식 제시 (1~2문단) - 문제점 제시 (3문단) - 해결책 제시 (4~6문단) 이런 구조인데, 전에도 자주 그랬듯이 역시 이번에도 해결책 문단에서 법과 관련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39번이 좀 까다로웠는데, 그나마 문제를 지문 전체에서 내지않고 [가]로 한정해서 내서 천만다행입니다. 수업할 때 항상 "과학, 기술지문에서 수식이 나올 때는 글로 풀어져서 나오기때문에 옆에다가 다시 한 번 깔끔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 문제도 '기댓값 = 확률 × 보험금', '보험료율 = 보험료/보험금'만 써놨으면 계산이 좀 걸려서 그렇지 맞출 수 있습니다. 물론 '공정한 보험'이라는 건 체크 하셨겠죠. 그래도 지문도 길고 6문제 짜리라 11~12분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
<< 5분 남았습니다 >>
43~45 (연행가) : 시간이 5분밖에 없어서 정말 날림으로 풀었습니다. 한 2분간은 지문보고 멍~했습니다. 처음보는 지문이고 길이도 길고 내용이 머릿속에 하나도 안들어왔습니다. 그러다가 제목 한번 보고, '타국 객이 귀심(歸心)..' (한의대에서 한자공부 열심히 한게 이런데에 도움이;;), '언어가 같지 않아 말 한마디 못 해보고..' 보고서 "아!! 글쓴이는 지금 다른 나라에 있는 처지구나"라고 감이 오더군요. 감 오자마자 1분만에 3문제 후다닥 해결했습니다. 시계보니까 2분 남았네요. 시험장이었다면 마킹까지 하려면 빠듯했을 것 같습니다.
<< 2분 남기고 시험종료 >>
총평 : 어려웠습니다. 1등급 컷은 92점 예상합니다. (진짜 11시 15분에 시험지 풀자마자 채점도 하기 전에 예상한 점수임. 진지함.) 제 점수는 화작문 3개틀려서 94점 이네요..
9월에도 평가원이 문항을 문학부터 배치해서 살짝 거슬리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아예 문학 비문학을 섞어서 내니 굉장히 짜증나더군요. 보통 화작문 20분, 비문학 30분, 문학 25분, 마무리 5분으로 시간 배분을 하는 저에게는 이렇게 섞어서 나오는 시험에서는 시간 배분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지문 당 문제도 엄청 많고 하니까 한 지문 푸는데에 시간이 오래걸려서, 내가 지금 느리게 푸는건지 빠르게 푸는건지 감이 잘 안오더라고요...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건 6월, 9월에는 문제 배치가 파격적이었을 뿐만 아니라, 글의 구조도 파격적인 비문학 지문들이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좀 더 기출 스타일에 가깝게 출제했다는 거? 저때는 일명 '비문학 기출무용론'까지 나왔었는데, 확실히 아직은 기출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은 항상 도움된다고 생각하구요) 항상 하는 말이지만 기출을 풀때 비문학은 '글의 구조', 문학은 '선지의 용어' 중심으로 공부하심 됩니다.
여하튼 역사에 길이 남을 지문을 현장에서 만나신 위대한 여러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수능은 입시의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제 2의 수능인 논술이 남았고, 5교시 원서영역이라고 불리는 정시 원서접수가 남았습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세종vs국민 0
ㅈㄱㄴ
-
단국대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고 경북대는 응용생명과학부임 어디가지 .. ㄹㅇ ㅋㅋ...
-
가천대 신소재 인천대 에너지화공 전남대 신소재 인하대 신소재 (예비 7번ㅠ)
-
경희대 지균 산공과 예비2번 빠질까요?? ㅠㅠㅠ 8명 모집 인데
-
1홍익대 화공신소재 2서과기 신소재 3인하대 신소재 4가천대 신소재 5인천대...
-
제가 물리를 고등학교때 안해서, 대학교 공과대학 가기 전에 물리를 미리 조금 배우고...
-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근데 다른 선배한테 물어보니까 다들 버티는거라고 하길래...
-
어느정도 될 것 같습니까?
-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미국 대학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유튜브에서 한국...
-
문과 24212 1
대학 어느라인 될 수 있을거 같음?
-
국수(미적)영생지 32321 정도 맞으면 어디 갈 수 있을까요? 컴공쪽 가야하는데...
-
방금 고등학교 들어가며 갈라진 친구랑 잠깐 톡했는데 그 친구는 냥대 갔더라고요 이과...
-
있으면 좋아요 좀 몇 명이나 듣는지 궁금하네여
-
ㅅㅂ 대학교 들어오니깐 이젠 걍 대놓고 신입생방에 피뎁 물어보네.. 점점 피뎁 안...
-
난 그나마 갖고 있던 게 대학교 가서 아무 걱정 없이 치열하게 학문 공부해보고...
-
현재 경기도에 살고 있고 건대 미디어와 부산대 기공에 추합에 성공하였습니다. 두...
-
제가 시대재종을 다니면서 학고반수를 하려고는 하는데 이중에 뭘가는게 나을까요??...
-
경기대 융합에너지공학과 vs 단국대 (천안) 화학과 경기대가 나을까요..?
-
학비싸서 가는 학교라는 소리는 어떻게 들어야 할까요? 참고로 건대문과가 한 말
-
자전가면 전자로 갈 예정 단순 취업, 인식만 봤을 때 어디 고르심? 이런 거 보면...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2...
-
진X사 칸수 한 번 봐주시면 올해 좋은 일만^ ㅎㅎ 2
정시 배치 상담도 받아봤는데 진X사보다 너무 낮게 나오기도 하고 그냥 표본 많은...
-
에리카vs부산대 11
제발 조언 부탁드려요 ㅜㅜ 에리카 건축학부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부산대...
-
편입 0
보건계열에서 사회학과로 편입 가능한지 아시는 분 있나요?!?!?! 현재 대학에는...
-
3.06->2.84->2.53->1.82 인서울 ㅆㄱㄴ?
-
둘다 논술로 최초합했는데 입결은 비슷하다고 알고잇어요,, 저는 미커가 좋긴한데...
-
1학년 2학기 휴학 가능한 학교 알려주세요...
-
이대 스크랜튼이랑 중대 미커중에 어디가 좋을까요?
-
컴공 대학 추천 4
영남대 vs 가천대 vs 부경대 최저는 다 맞췄습니당 제가 영남대 완전 가까이...
-
광운대vs과기대 2
논술로 쓸건데 둘중에 어느 학교가 나은가요?? 광운대는 전자바이오물리학과, 과기대는...
-
언매 89 확통88 영어 2 한지 50 사문 44 오르비에서 논하는거 의미 없는거...
-
이 성적이면 공대 어디 갈 수 있나요?
-
건국대, 홍익대는 수능성적이 어느정도 나와야 하나요? 9
문과 낮은과 기준으로 국수영탐으로 대충 알려주실분?
-
큰소리로 노래 부르거나 룸메랑 시끄럽게 소란피우는 빌런들 많나요?
-
안녕하세요 현재 공익근무요원 복무 중인 사람입니다 제가 요즘 수능관련 고민이 너무...
-
어디쯤인가요?
-
지금 골라야하는데 어디가 더 좋아보여요?
-
집단 지성이 필요함 숭실전자vs동국기계vs과기인공지능 4
지금 추합으로 이 3개 붙었는데 일단 마감이 내일이라 다른학교 발표 전에 하나...
-
집단지성이 필요함 숭실전자vs동국기계vs과기인공지능 0
지금 추합으로 이 3개 붙었는데 일단 마감이 내일이라 다른학교 발표 전에 하나...
-
경기대 융합에너지시스템 vs 충남대 화학과 (급해요ㅠㅠ) 3
두 학교 중에 어디가 좋을까요? 융합에너지시스템은 화공,신소재,환경에너지로 나눠져서...
-
충남대가 국립대라 학교로 따지면 더 나을거 같은데 자연과학이라.. 경기대는 나중에...
-
이번에 정시로 경성대 최초합이고 고신대는 예비 떴는데 합격할 것 같은 번호라 어디...
-
재수 고민 1
작년 수능 본 20살입니다.. 현재 전북대 산업공에 합격하였는데 원래 가고싶었던...
-
문득 든 생각인데 좋은 대학의 기준이 뭘까요? 좋은 환경과 교수가 갖추어진 대학?...
-
올해 대학 들어가는 학생입니다 원래 다른 학교를 반 년 다녔었는데 거기 학생증은 못...
-
재수 고민 3
2월 재수 정규반에 들어가서 정시를 노리냐 vs. 수시 시즌때 원서만 질러보나 이...
-
교수 생활 : 캠브릿지 교수 -> 임페리얼 컬리지 교수 -> 저희학교 교수 석사 :...
포퍼와 콰인 버리고 보험지문으로 풀걸... 보면서 읽는데 이해가 안되서 몇번을 읽은건지 ㅠㅠ
연행가 1개 박씨전지문 2개 반추위 1개 문법 1개 구름 1개면
남들 안틀리는거 위주로 잘 골라 틀린건가요 자살각
원래 과학지문같은경우엔 가장 어려우니까 맨 마지막에 풀어서 멘탈 보호하는데
이번에 포퍼 지문은 뭐야 그냥 인문지문이네 하고 덤볐다가 시간 10분넘게 걸려서 망함
차라리 어려운 킬러문제들을 틀렸으면 억울하지나 않지 작년 수능도 화법하나 틀려서 98, 올해도 반추위에서 하나, 박씨전에서 하나틀렸네요.. 문제마다 표점좀 다르게 해달라 할수도 없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