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업) 나의 첫사랑은, 1편
일단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자면...
본인은 22살 여자.
유초중딩 때 고백 몇 번 받아봤고 (장난 고백 다수 포함)
코로나 이슈로 고딩 시절 강제 비대면, N수 이슈로 지금 푸는 썰이 유일무이한 진지한 연애 썰임.
이야기는 내 중2 때로 돌아감.
대부분의 학교가 그렇듯 우리 학교는 학년 별로 쓰는 층이 달랐음.
그래서 나 같은 평범한 학생이라면 다른 학년과 마주칠 일이 없었음.
우리 학교는 일본어와 중국어 수업 중 하나를 선택해 들어야 했음.
어차피 두 과목 다 노베라 친한 친구들이 듣는 일본어 수업을 듣고 싶었으나
가위바위보 대첩에서 처참히 패배한 나는 홀로 중국어 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중국어 수업을 듣는 교실이 중3 교실이 있는 층 맨 끝에 있었기에 난 주에 2번, 그것도 홀로, 중3이 쓰는 층을 가로질러 수업을 들으러 가야 했음.
평소 내향적 성격인데다 아는 학교 선배도 없어 연장자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던 나는 (그냥 소심한 파워 아싸...)
그 층에 올라갈 때면 눈을 깔고 축지법으로 3학년 교실을 지나서 그 교실로 스나이핑하는... 나만의 생존 방식(?)을 터득했고
그렇게 꽤나 잘 대략 1년을 보냈음.
그러다 그 해 빼빼로 데이에 내 첫사랑, 이하 A를 만나게 됨.
그날 여느 때처럼 그 층을 지나는데 중국어 수업을 듣는 교실 바로 전에 있는 3학년 교실 후문에
대략 3명의 남자 선배들이 뭉쳐 있길래 평소보다 더 빙 둘러 가려고 했음
그런데 갑자기
"야!"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림.
당연히 나라고 생각 못했고 거의 중국어 교실에 다다랐을 때 다시 한 번 방금 전과 같은 목소리가
"야 거기 너! 깜장 뿔테 안경 너!"
이걸 들으니 이건 백퍼센트 나구나 싶었음.
네...? 라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니까 나를 부른 사람 옆에 다른 선배가 (이 사람이 A)
"야 애 개쫄았잖아 ㅋㅋㅋㅋㅋ" 라고 하더니 나한테
"빼빼로 하나 먹을래?"
라며 빨간 포키 한 통을 건넴.
어릴 때 부터 우리 엄마가 매일 말씀하시길, 모르는 사람이 맛있는 거 주면 따라가지 말라...
이 가르침에 따라 난 고개를 거의 프로펠러 마냥 절레 절레 흔들어대면서 도망갈 생각을 함.
잔뜩 겁 먹은 나를 보니 A 본인도 이건 너무 뜬금 없었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갑자기 신학기 첫 시간에 할 법한 자기소개를 줄줄함.
"아...나는 3학년 0반 000이고...음 그게 사실은... 너 꿈 UCC 봤거든? 어릴 때 노래 잘하더라...응...
그래서 말 걸어보고 싶었어...응"
여기서 꿈 UCC가 뭐냐하면 본인의 장래 희망을 갖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어쩌구 저쩌구...
암튼 그런 건데 이걸 만드는 대회가 있었고 거기서 내가 최우수상을 탐.
그래서 였을까... 우리 진로 쌤께서 이 영상을 3학년 전체에게 보여주심...ㅋ
그 영상에 내가 대략 한 5살? 그 즈음에 디즈니 노래 따라 부르는 영상을 아주 잠깐 넣었는데
그걸 보고 나한테 A가 말을 건 거 였음.
그렇게 진짜 어처구니 없는 계기로 접점 하나 없던 우리는 처음 서로를 알게 되었음.
2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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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ㅈㄷㄱㅁ
전설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