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과 의학교육
0. 필자는 19학번 의대생이다. 이 나이 먹고 수험생 커뮤니티에 글 싸는 이유는 수험생들을 위한 선의의 정보 전달, 심심풀이, 하소연 정도다.
1.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관점과 25 의대 지원을 말리고 싶은 이유만 말하겠다. 그 외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충분히 이야기 중이다. 의사건 정부건.
2. '의대 교육의 질 저하'가 증원을 반대할 가장 정당한 이유다. 혹자는 '정부가 교육의 질 저하가 없도록 투자한다는데?' 라고 반문하겠지만, 의대 교육의 질은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3. 의대 교육을 이야기하려면, 의사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기대를 먼저 이야기해야한다. 의사는 '경력 있는 신입'이 필수적인 직종이다. 3월에 병원을 가지 말라는 우스개소리는 가장 미숙한 '인턴(수련의)'이 병원에 입사하는 시기가 3월임에 기인한다 (미국은 7월에 병원가지 말라한다). 그럼에도, 아무도 인턴이 의료사고를 내길 바라지 않는다. 인턴이라고 민형사소송에서 면제되던가?
4. 그럼 경력 있는 신입을 어떻게 키우느냐? 정답은 병원 실습이다. 의대생을 2년 동안 병원에서 풀타임으로 굴리면서 의사로서 길러내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면, 교수가 학생에게 환자 1명을 배정해서 치료 계획을 세우게 하는 것이 실습의 기본 틀이다. '네가 이 환자를 맡아보렴'. 그러면 학생은 환자에게 직접 가서 병세를 물어보고, 그간의 치료계획을 바탕으로 내일의 치료 계획을 세운다. 그 후 교수가 이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는 것이 실습이다.
5. 결국 '경력 있는 신입'을 길러내려면 환자, 교수, 학생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 대학병원에 환자 수 자체는 많지만, 학생에게 '교육적'이고 '협조적'인 환자는 많지 않다. 학생에게 그만한 교육열을 보이는 교수도 많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학생 수만 2, 3배로 늘리겠다는 것은 의학 교육의 파멸을 의미한다.
6. 더 나아가서, 안 그래도 교육 자원이 부족한 지방의대만 증원됐다. 감히 말하건대 그 대학들은 절대 정상적으로 교육을 진행할 수 없다.
7. 서남의대 폐교를 기억하는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아시아 최초로 의대 평가기구로서 출범한 후 폐교시켜 버린 의대다. 평가원의 잣대, 즉 국제기구의 잣대로는 증원 예정 지방의대도 모조리 폐교대상이다. 강의실을 더 짓건 (그 역시 가능성이 희박하다만) 조교수를 마구잡이로 임용하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8. 정부도 이를 잘 알기에 평가원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수차례 반복 중이다. 그러면 시나리오는 셋 중 하나다.
9-1. 평가원이 국제기구의 잣대로 지방의대를 모조리 폐교시킨다: 불가능하다 본다. 이러면 증원은 뭐가 되고 남겨진 의대생은 다 어디로 가는가? 서남의대 하나가 폐교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다
9-2. 증원이 취소된다: 잡음은 있겠지만 정말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는다. 정말 큰 문제는 마지막 경우의 수에 있다.
9-3. 평가원이 무력화되고 증원을 강행한다: 겉보기엔 25 수험생들에게 희소식이겠지만, 이 경우 한국 의대는 국제 사회에서 배척당한다. 단순히 '평판'의 문제가 아니다. 국제기구(WFME, ECFMG)는 한국 평가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한 후, 한국 의대 전체를 국제 의대 목록에서 지워버릴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중국에 선례가 있다.
10. 결국 증원에 혹해서 올해 의대에 지원할 경우 결말은 셋 중 하나다.
10-1. '증원될 줄 알고 지방의대 지원했는데 철회돼서 입시 실패하기'
10-2. '허울뿐인 의대에 가서 국제 사회에 발 들이지 못하는 불가촉천민 의사조무사 되기'
10-3. '메이저의대 갔는데 지방의대랑 묶여서 통째로 국제왕따 되기'
11. 올해 의대 입시에 성공하는 단 하나의 수는 '메이저의대 갔는데 지방의대 증원 취소되서 강건너불구경하기'다.
끝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신드라 스킨에 대해서 얘기하며 눈을 반짝이는 김허수 입니다
-
화이팅 0
좀만 더 힘내보자구 ㅋ
-
화작확통생명사문 0
화작확통생명사문 이 조합 어케 생각하시나요.. 사회 중 가장 나은게 생윤 사문이라...
-
심심한 2
마음의 표현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
-
손해본건가
-
자과대나 공대중에 뚤리는데 있었나요?
-
세종대 합격생을 위한 노크선배 꿀팁 [세종대 25][장학금정보] 0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세종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세종대생, 세종대...
-
많아요?
-
사1 과1 많이 하던데 애매하게 하는거 아닌가요.??
-
- T1 VS DK (11%) - DNF VS DRX (16%) - BRION VS GEN (3%)
-
이 예문 좀 안 쓰면 좋겠음. 온갖 국어 모의고사에서 갖다 쓰는데 아무튼...
-
개비싸고 양적음 ㄹㅇ
-
아 행복하다 3
이게맞아
-
우르프 개재밌네 2
-
동생이 6
불닭소스로 리조또 비스무리한거 알려줘서 해봣다 ㅈㄴ 맛잇다
-
피규어 지름 7
잔고 4만원 ㅎ.ㅎ
-
다들 설날 잘 보내세요 11
연고대 최초합도 끝났고 쪽지도 다 답변하고 이제 굵직한 입시 사무는...
-
설 연휴동안 원솔루션 멀티테크닉 들을라캤는데 까먹고 배송을 안 시킴 걍 25책...
-
일대일대응 질문 5
일대일 대응이 일대일함수이면서, 치역=공역인거잖아요. 문제에서 두 일차식이 둘다...
-
저녁 ㅇㅈ 9
-
은근 재밌음
-
아뭐야 고심리 3
그정도는 아니네 국숭급이라더니............걍점공안들어온거아님??
-
또 두드려 맞다
-
건글의 3
얼마나 빵난거여 800점대까지도 뚫림?
-
24수능 끝나고 풀어봤을 때 127이었는데 지금은 몇 나오려나… 일단 수능부터...
-
이미지써드립니다 22
Hi
-
중국 정부에 반기 들면 정신병?…"반체제 인사에 강제 입원" 5
한 남성이 현수막을 든 시위대를 이끌고 거리를 나아갑니다. 몸에는 방검복을 두르고...
-
다들 고마웠습니다
-
고대 이과 펑크 0
잇엇나요?? ㅇㄷ?
-
뭉슝좍
-
지엽적 사탐 4
지엽적인 문제 없는 사탐 추천좀
-
심심한 기출분석 1
코너 이름임
-
코가 마르네 4
코파야지
-
바자관에서 보냈던것보단 낫다
-
2학기 휴학하시나요? 아니면 휴반으로 하시나요 사수 이상도 답해주세요
-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한국외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한국외대학생,...
-
.. 선정되면 천 덕
-
나는 가족이 지문에 있는줄도 몰랐다고
-
독서는 자기 내면으로의 여행이며 외부 세계로의 확장이다.
-
평가원시험에서 기벡을 안풀어봣다 이건 수치라는거야..
-
뺨을 맞다
-
어찌 해야할까… 역시 시호님의 과외를 받아야하나
-
화교 전형 진짜 문제 많습니다 정원 외 모집이라 면접만 보면 의대 붙는 수준입니다...
-
이번연휴 절망편 1
옯붕이 대학 붙었니? 뭐? 연세대 영문을 떨어졌다고? 인문대가 제일 낮지 않니?...
-
무휴반 질문 0
언확동사세사 작수 49344 올해 43312 목표 23211 국어는 이번에는 화작...
-
오늘부터 시작합니다
-
대학커뮤니티 노크에서 선발한 경희대 선배가 오르비에 있는 예비 경희대학생, 경희대...
-
연대민지로 닉변한 기념으로 편의점 가서 연대빵이나 사먹을까
-
근데 올수 국어는 분명 시간이 남았는데..
정말 의사가 하고 싶다면 2025학년도 입시를 치르고 일단 입학? 또는 들어가자마자 의도치 않게 휴학? 된다면 입시를 한번 더 준비해서 학교를 갈아 탈 준비하는게 개인으로서는 가장 좋은 선택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재 상황은 과거 정원 3058명 뽑아도 교육 마비될 수준인데 4500명을 뽑아서 한해에 7500명을 교육시킨다? 상상이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