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udachnik [1326466] · MS 2024 · 쪽지

2024-09-25 0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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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잡대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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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생님들과의 갈등으로 고2때 자퇴. 


방황하던 그 시기, 정시로 대학을 가겠다 다짐했으나 이상처럼은 되지 않았습니다. 자퇴 후 생활리듬은 박살나고 검정고시를 합격하기 전까지 수능 공부는 1도 하지 않았죠.



22수능을 봤습니다. 성적은 6 6 3 8 6. 지방사립대에 진학했습니다.


대학 가서는 나름 열심히 한 거 같습니다. 평점은 매학기 4.0을 넘겼고 방학때는 비교과 수업, 자격증 공부로 바빴으며 전공 내에서는 항상 1등이였습니다. 매번 성적장학금을 받았고 이후에 교수님의 추천을 받아 학부연구생으로 들어가서 활동했죠.


2학년이 끝나고 저는 군대때문에 휴학을 냈습니다. 그리고 훈련소 들어가기 직전 제가 다니던 중학교를 찾아갔습니다. 교무실에 들어가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렸죠. 그렇게 인사를 드리던 도중 한 선생님이 저에게 어느 대학교를 다니고 있냐고 물으셨습니다.


"저 OO대 다녀요"


그 순간 선생님들의 표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당연했죠. 지방사립대. 선생님들에게는 공부를 못하면 가는 대학일 뿐이였습니다. 이후로 선생님들은 제 학과에 물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자격증 공부 열심히 해봐."

"공무원 준비도 생각해봐" 등등 저에게 조언을 건네셨죠.


저에게 질문을 한 선생님은 말하셨습니다. 

"거기 가서 뭐할려고 그래?"

제 가슴을 후벼파는 말이였습니다. 마음이 참 좋지 못했죠.


제 기준에서는 나름 학교 생활 열심히 하는, 대단한 제자는 아니더라도 인정받을 수 있는 제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선생님들에게 그저 '지잡대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죠. 저 말을 들었을 때 제 2년간의 노력이 마치 버려진 종잇장처럼 느껴졌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제가 둘러봐도 저 이외에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를 하는 사람은 100명 중 4~5명 정도뿐이였습니다.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은 시험 기간만 지나면 항상 자리가 90%는 비어있으며 수업에서는 출튀와 과제 돌려쓰기가 만연해있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알빠노 마인드를 시전하면서 스스로만 열심히 하면 제가 목표하는 결과를 이루는데 학벌이 장애물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학벌은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저는 대학을 다니면서 학벌때문에 받는 차별을 너무나도 많이 겪었습니다.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신청해도 합격정원의 80%는 지역 국립대에 배정이 되어있거나, 대기업채용 연계형 인턴쉽을 신청해도 결국 '지방사립대' 학생으로 서류 합격조차 뚫기 어려웠습니다. 위에 언급한 사회적인 인식은 덤입니다.


아무리 토익 900점대에 학점평점 4.4, 공모전을 휩쓸고 다니는 고스펙 지방대생이라도 학점평점 3.0, 해외경험 있는 인서울권 대학생에게 대기업 합격권을 내주기 마련. 인서울권이 아니라 지거국(부산대, 경북대)에게도 밀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가 다니던 학교는 참 좋았습니다. 아무리 지방사립대라지만 정말 대단한 교수님들이 많으셨고 장학금 제도, 캠퍼스 라이프... 정말 행복한 경험들을 많이 쌓았죠.


하지만 현실은 참으로 참담합니다. 전반적인 학생들의 수준과 사회적인 인식, 기업에서의 인식, 학업 분위기 등에서 오는 디메리트가 너무나도 크기 마련입니다. 제가 무엇을 할려고 해도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분명 목표는 눈 앞에 보이지만 그 목표가 두꺼운 방벽으로 둘러싸인 느낌이죠. 



저는 한심하게도 그 두꺼운 방벽을 스스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만큼은 그 방벽을 스스로 만드는 것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목표가 보이고 장애물이 없다면 그대로 달려나가세요. 

그 목표가 얼마나 멀리 있든 노력한 만큼 여러분들은 그 목표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목표가 보이지 않더라도 괜찮습니다.

달려나가다 보면 여러분들은 그 목표를 스스로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어요.

언제나 인생은 수학문제처럼 잘 풀리지 않는 일 뿐이지만 길을 찾는다면 결국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곳을 향해 최선을 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저는 그 목표를 가로막고 있는 방벽을 깨부수기 위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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