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tata [348885] · MS 2010 · 쪽지

2024-08-24 14:58:17
조회수 19,499

수학실모 적당히 푸세요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68984666

N제라든지 실모가 아닌 다른 종류의 문제집은 많이 풀수록 좋습니다.


물론 제대로 소화한다는 가정하에 말이죠.


그러나 수학실모를 너무 많이 풀면 실전에서의 뇌가 경직되어


실력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할 수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수학실모라는 상품의 특수성에 있습니다.



어떤 시장에서든 기본적인 열정과 상식이 있는 판매자라면


자신이 판매하는 상품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으면서 잘 팔리길 원하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예를 들어 초밥집을 운영하는 최소한의 상식과 열정이 있는 사장이라면


신선한 회를 구해오고 그 외 식자재들도 잘 관리할 것입니다.


또한 실력 있는 주방장이 최선을 다해 음식을 만들도록 하며,


가게의 위생에도 신경쓰는 한편,


고객들 또한 친절하게 응대할 것입니다.


그래야 초밥집에게 손님을 빼앗기지 않겠죠.


초밥집을 예로 들었지만, 치킨, 피자, 고깃집 등등 다른 요식업도 마찬가지이며


요식업 외의 어떠한 상품들을 판매하는 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공통적으로 매출은 고객에 달려있으며


고객이 왕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객이 만족할만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므로


어떻게든 고객이 만족할 방법을 찾습니다.



수학실모라는 상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제작업체들은 학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문제지를 구성하죠.


평가원 문항들을 연구하여 


우선 표현 및 전체적인 레이아웃을 평가원 시험과 최대한 동일하게 하고,


문제의 표현이 명확히 전달되는 지 신경쓰며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검토에도 최선을 다합니다.


이러한 것들에는 과함이 없습니다.


신경쓰면 쓸수록 더욱 훌륭한 수학실모가 되어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되겠죠.


그런데 이정도는 웬만한 업체들도 다 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상위권 학생들이 추천한다면 그 미만 성적대의 학생들은 신뢰하므로)


이것저것 생각할만하고 배울점이 있는 문제들을 많이 채워넣고,


풀었을 때 감탄한만한 문제들을 연구하며,


계산량도 학생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조절하며,


최근 평가원&수능 문항들을 그때그때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합니다.


이러면 분명히 상위권 고객들이 좋아할만한 시험지가 되죠.


소위 말하는 맛있는 시험지가 됩니다.


그런데 이걸 다시 경쟁 업체에서도 그대로 따라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욱 극단적으로 


생각할만하고 배울점이 있는 문제들을 꽉꽉 채워넣고,


학생들이 감탄할 문제들 위주로 연구하면서


어떻게든 고퀄리티 시험지처럼 보여서 선택을 받으려할 것입니다.


그러면 시험지가 어떻게 될까요?


일단 전체적으로 너무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주된 변별 방식이 인내심을 요구하여 고객들의 짜증을 유발하기보다는


재치있는 생각 및 논리적인 생각을 요구하여 풀었을 때 기분이 좋게 만듭니다.


최근 시험들처럼 킬러보다는 준킬러들 위주로,


특히 비킬러 자리에도 한 두개씩 배치하면서(특히 14번이나 28번 같은 것)


문항들 사이의 난이도 편차를 줄입니다.


그 외에도 전체적으로 최근 평가원, 수능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하고


낯선 형태나 신유형의 수록은 가급적 지양하면서 


학생들이 평가원스러운 느낌을 받도록 만듭니다.


예전에 제가 소개드렸던 '수학시험지의 16가지 mbti'를 생각해보면


(참고: (4) 수학시험지의 mbti 결정법 - 오르비 (orbi.kr))


HRSL 위주로 제작하는 것이죠. 


그러나 도리어 이는 평가원에서 출제하고 있는 문제 스타일과 많이 다릅니다.


(2008~2010년에 유행하던 스타일입니다.)


우선 12수능을 마지막으로, 최근 12년동안 시행된 평가원&수능에서


18학년도 6월 평가원을 제외하고 전부 'N'으로서 전체적으로 무난한 난이도였습니다.


평가원에서 출제한 시험지 하나만 펼쳐서 전체를 쭉 보세요.


뭔가 배울점이 있고 참신해보이는 문제는 보통 1~2문제, 많아야 3~4문제정도입니다.


그런데 수학 실모에서는 웬만하면 5개 이상, 심지어 대부분의 4점 마다 채워넣으려 하기도 하죠.


매번 평가원&수능이 끝나고 문제들에 실망했다는 의견들이 많은 주된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평가원&수능은 원래 그렇게 출제해왔을 뿐이죠.


또한 변별 문항의 해결 방식 또한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L'스러운 준킬러~킬러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총명한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차분하게 케이스들을 분류하고 진득하게 계산하면 풀 수 있게끔 출제하고 있습니다.


종종 새로운 느낌이 드는 문항을 출제하거나 새로운 배치를 하는 것도 눈치를 보지 않구요.


준킬러가 강세라는 점만 비슷한 것 같습니다.



앞서 초밥집을 예로 들었는데, 


경쟁 초밥집을 이기기 위해


회부터 장어나 참다랑어, 연어뱃살 등 비싼 생선만 쓰기 시작하며,


밥의 양을 극단적으로 줄여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회에다가 밥풀떼기 몇 개 붙여주는 정도)


뭔가 재료비가 많이 들었을 것 같다는 느낌은 들지만,


초밥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재료 및 맛의 다양성이 사라진 느낌이 들 것입니다.


물론 질좋은 재료의 비중이 높으니 더욱 맛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초밥이 유행한다고 해서 고객 입장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맛있으면 장땡이니까요. 



그런데 수학실모 시장에서는 큰 문제가 있습니다.


서두에 수학실모라는 상품은 특수하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고객이 계속 왕이 되지 못한다는 점에 있는데요.


바로 고객들이 수능을 응시하기 때문입니다.


즉, 평가를 받습니다.


그리고 실전모의고사는 이를 푸는 고객들의 평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줍니다.


평소에는 실전모의고사들이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고객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맞춰줬다면,


수능은 학생들에게 선택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단지 그들을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것이 목표이므로


굳이 그 니즈를 맞춰주지 않습니다.


어떠한 문제를 내든 눈치를 전혀 보지 않으며


전날까지만 해도 고객이었던 학생들은 그날 하루 정말 거침없이 평가를 받습니다.


위치가 하루아침에 하늘과 땅 차이로 달라지는 것이죠.




글이 많이 길어지므로 이만 줄이고, 다음 편에 이어가겠습니다.


앞서 실전모의고사는 이를 푸는 고객들의 평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


어렵고 배울점 있는 수학 실모의 장점은 없는 지,


그리고 정말 수학실모를 많이 풀면 안되는 것인지 등을 더 적어서 마무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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