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가 100일 동안 열심히 살면 1등급이 나올 수 있을까?
곧 D-100일이 되어 '100일의 가능성'에 대한 제 생각을 적어볼게요.
저보다 공부를 잘하는 분들이 널린 오르비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지만요. ㅠㅠ
저는 수능 공부에 있어 절대적이라는 단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장수한다고 문과, 이과로 몇 년을 공부해보고, 나름 최상위권(평백 98이상)까지 올려보고 느낀 것은
(결국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학교는 못 갔지만..)
수능이 정말 어려운 시험이라는 것이에요.
근데 문과 기준으로 1등급까지 도달하기 위해 요구되는 공부량 자체는
솔직하게 많은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나형 세대와 공통 세대를 모두 겪어봤지만
공부량만 봤을 땐 여전히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러면 이제 많은 수험생들이 반박할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여전히 제 의견을 부정하지 않아요.
아마 네 말이 맞으면 왜 1등급이 4%냐? 라는 질문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아요.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1등급인 학생들이 4%니까!
저는 '공부를 대하는 태도'를 교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긴 시간을 공부해도 대부분은 1등급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물론 공부에 재능이 있고, 지능이 뛰어난 분들은 대상에서 예외에요.)
오래 공부해서 1등급을 받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이 분들은 부족한 공부 태도를 압도적인 누적된 양과 경험으로 극복한 케이스라고 생각해요.
특히 영어, 탐구를 제외한 국어나 수학은 '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생각해요.
저 2과목은 그냥 단순하게 많이 공부만 한다고 실력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럼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무엇일까요? 저는 아래와 같이 생각해요.
1. 꾸준함
2. 기본적인 약속
3. 지속적인 성찰
1. 꾸준함
누구나 알지만 누구나 지키지는 못하는 태도에요. 공부는 하루 14시간하고 다음날 풀어지는 것보다 2일 동안 7시간씩 공부하는 것이 훨씬 좋아요. 오늘 공부하고, 내일 공부하면서 나도 모르게 지식이 정착되고, 교정되는 과정을 거치거든요. 이건 하루 열심히 공부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1. 어렵다고 느끼는 것을 익숙하게 만들기
2. 흐릿한 것을 또렷하게 만들기
3. 본인만의 독해법이나 풀이법에 대한 정착 및 교정
모두 꾸준함에서 비롯돼요.
이는 공부를 못할수록 더욱 중요해요. 따라서 공부를 최대한 매일 하려고 노력해야 돼요.
간혹 난 꾸준하게 안 하는데도 점수 잘만 나오는데? 라는 분들도 있는데 공부를 잘할수록 이미 1~3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잠시 공부 주기가 불규칙적이더라도 점수엔 큰 변화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 분들은 최상위권은 아닐 거라고 감히 장담해요.
저는 최상위권 중에 꾸준함이 부족한 사람은 거의 못 봤어요. 그래서 이들을 100일 남겨 놓고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잡는 것은 무리에요. 이들에게 공부는 그냥 일상이니까요.
하지만 100일 동안 꾸준함만 갖춰도 지금 상위권으로 볼 수 있는 2등급~1컷에게 도전장을 내밀 정도는 된다고 생각해요.
2. 기본적인 약속
이게 참 골 때려요. 꾸준함처럼 다들 알거든요? 근데 진짜 거의 안 지켜요. 그래서 1등급이 4%인가 생각이 들 정도죠. 이건 사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만 공부해도 다 지켜져요. 보통 3가지라고 생각해요.
1. 공부한 것은 바로 바로 복습하기 +) 주기적으로 누적 복습하기
2. 공부한 내용을 꺼내보기
3. 기출 문제 분석하기
3가지 다 선생님이든 오르비든 어디서든 많이 들어봤을 건데, 저거 다 지키는 사람을 진짜 못 봤어요. 특히 2가 부족한 학생들이 요새 너무 많더라고요. 이게 들을 수 있는 인강이 많아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개념 인강을 들었으면 스스로 개념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 풀이 인강을 들었으면 문제를 많이 풀어봐야 하는데 그냥 인강 감상만 하고 이해됐으니까 이제 끝~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3의 경우 '기출 무용론' 때문에 부정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모르겠어요. 분명히 평가원만의 출제 패턴이라는 것이 있고, 평가원 기출 문제 만큼 완벽하게 분석했을 때 확실한 실력 상승으로 이어지는 문제가 시중에 거의 없거든요. 확실한 길을 두고 모험을 떠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같은 문제집을 보고, 같은 인강을 들어도 점수가 다른 건 위의 3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3. 지속적인 성찰
개인적으로 이건 어느 정도 공부를 잘 알고, 잘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결국 수능은 시험장에서 나의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직접 꺼내 쓰는 거잖아요?
근데 이를 간과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언제든지 나의 지식을 꺼낼 수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시험에 필요한 능력도 갖춰져야 해요.
이는 지속적인 성찰로 만들어져요.
국어 시험이라면
어떻게 하면 독해를 정확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선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을까?
수학 시험이라면
어떻게 하면 문제 해석을 정확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적용해야 할 개념을 빠르게 꺼낼 수 있을까?
국어든 수학이든 각각 저 능력만 있으면 100점을 맞을 텐데..
저는 위의 능력이 요구됨을 파악하고,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에 대한 성찰을 하는 학생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특히 위의 고민을 많이 한 학생일수록 본인만의 노하우가 생깁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하우를 습득할수록 많은 선생님들께서 강조하시는 말들이 왜 공통적인지도 깨닫게 되죠. 스스로 깨우쳐야 선생님이 아닌 나의 것이 됩니다.
상식적으로 그렇잖아요? 시험을 잘 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텐데
많은 학생들이 '남들이 하니까', '1타 강사 풀커리니까' 그냥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것 같아요.
지금 제가 뉴런을 듣는 수강생 중 아무나에게 왜 뉴런을 들어요? 라고 물었을 때
문제에 맞게 적용할 개념이 떠오르기 위한 기본적인 직관을 길러보고 싶어서요!
라고 답할 수 있는 학생들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저렇게 답할 수 있어야만 1등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 공부하는 학생이 제일 빠르게 1등급을 맞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해요.
자 이제 정리하면
('공부를 대하는 태도' 3가지를 지키면서 공부한다면) 공부량은 많지 않아요.
저는 100일이 아니라 80일 정도만 열심히 공부해도 양 자체는 충족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4등급, 5등급으로 산 사람이
100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공부를 대하는 태도'를 1등급처럼 지키며 사는 경우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러니까 기적이겠죠?
하지만 정말 100일을 저렇게 산 사람이 있다면 지금 4등급이든 5등급이든
수능 날 1등급을 받아 와도 이상할 게 없다고 생각해요.
100일은 정말 긴 시간이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1등급처럼 살려고 노력해봐요.
결과는 정말 아무도 모르니까요.
+) 아직 1등급 맞으려면 공부량 많아! 라고 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저는 다들 안 해도 되는 공부량을 늘려서 공부량이 많아지는 거지 해야 할 공부량 자체는 여전히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우리는 아래의 예시처럼 알게 모르게 시간을 많이 까먹어요. 물론 저런 과정을 거쳐가며 성장하는 것이 맞지만 이를 미리 알고 반면교사로 삼아 공부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 인강(독학서) 듣고 바로 복습 안 하기
2. 비슷한 인강(독학서)인데 겹쳐서 듣기
ex. 같은 실전 개념, 기출 분석 강의인데 2강사, 3강사로 듣기
3. 자기 객관화 없이 주변 커리 따라서 공부하다가 뒤늦게 돌아가기
ex. 인정 안하고 뉴런 듣다가 뒤늦게 시발점 가기
4. 본인 취약 파트 두고, 이미 충분히 알고 잘하는 파트인데 공부하기
5. 무지성으로 문제 풀기
ex. 국어 사설, 수학 n제
6. 독학으로 공부해야 할 부분 or 이미 아는 부분 인강으로 듣기
7. 실모 풀고 피드백 안 하기
8. 기출 풀고 바로 분석 안 하기
9. 빨리 넘어가야 되는 부분 늘어져서 공부하기
ex. 개념은 빨리 1회독 하는 것이 좋은데 모르는 부분 다 채운다고 2달, 3달 동안 공부하기
10. 공부한 개념을 적용해보는 시간 갖지 않기
ex. 인강 감상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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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장마기간엔 며칠빼고 내릴둥말둥하더니;
저는 그래서 국영수 성적은 잘 나오는데 반대로 자리 꿰차고 앉아서 시간들이는 공부를 잘 못하다보니 탐구가 안나온다는 ㅜㅠ ㅋㅋ
국영수를 잘하는 학생이라면 탐구는 금방 감 잡으실 수 있습니다. 화이팅!
ㄹㅇ 공감입니다. 저도 드릴 여러권 푸는 것 보다 뉴런 모든 문제 설명할 수 있을때까지 회독하면서 메타인지 했던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의대시니 어느정도 좀 쌓인게 있으셨나요? n제 실모를 많이 풀었다던지 등등
이거 맞는 말인듯
저도 그래서 시간이 부족한 학생은 실전 개념(ex.뉴런) 완벽하게 소화 후에 N제는 건너 뛰고 실모로 실전 연습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탐도 해당되나요?
제가 문과라 문과를 대상으로 글을 썼지만 문이과 안 가리고 기본적으로 통용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이과는 100일 기적 잘 모르겠는데 저도 문과는 100일 '열심히'만 해도 어느정도 드라마틱한 성적상승 가능하다고 생각함
저도 미적분 / 물1 / 지2로 1년 공부해봤었는데 이과는 글의 내용처럼 100일로 1등급 노리기엔 요구되는 양 자체가 너무 많긴 합니다. 문과는 도전이라도 할 수 있다면 이과는 도전 자체가 힘든 느낌같아요.
특히 문과는 확통/사탐 양이 적어서 국어/수학 공통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어마어마하죠.
댓글 남기려고 오르비 계정 겨우 찾아서 로그인했습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많이 배워갑니다.
ㅇㅈㅇㅈ 남 따라하다가 가랑이 찢어짐
감사합니다!!
통찰력있는 글 감사합니다!
1등급 실력을 가지는 건 가능하나 현장에서 그렇게 받는건 또 다른얘기인듯 ㅠ
근데 그건 수능을 보는 모든 수험생이 다 그렇습니다. 괜히 저처럼 장수한 사람이 존재하는 게 아니죠. ㅠㅠ
가나형 시절에도 이 글 본 것 같은데 이 시기가 제일 중요하긴 하죠 ㅎㅎ
공부를 하다가 이해가 잘 안되면(특히 수학 인강) 계속 잡아두다가 시간이 훌쩍 가버려서 다른 과목 해야하니까 넘기게 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확히 이해하고 가는게 맞는걸까요?
과목별로 하루치 계획을 달성하기 바빠서 넘기면 안될것 같아도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가면 넘길 수 밖에 없더라구요..
이럴때는 혹시 어떻게 해야할까요..??
+애매하게 알겠는 경우는 시간 텀을 두고 다시 보는게 나을까요(ex 그 주 일요일) 다음날 바로 다시 복습하는게 좋을까요?
쪽지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