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의 미래에 대한 질문과 답변
Q 아직 AI는 완벽하지 않습니다. 결국 AI에게서 발생할 오류를 확인하는 역할은 인간의 것입니다. 특히 번역된 글에서 AI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 고차원의 영어 독해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현재 독해 위주의 수업이 듣기, 말하기, 쓰기 중심으로 전환될 경우 현재의 독해 실력이 유지될 수 있을까요? 현행 공교육 영어 교육 방식이 학생들의 의견 표출 능력 향상에는 부족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차선책입니다.
AI에게서 발생한 오류를 짚어내는 것은 인간의 역할이라고 하셨는데, 그 오류를 잡아낼 수준의 영어 구사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 오류를 잡아내는 기술이 더욱 발전하겠죠. 원어민 화자 수준이 아니고서야 감히 ‘오류를 잡아낼 수 있는 입장’임을 자처하는 것이 오만한 발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A와 B 각각의 AI가 번역해준 내용 중 현재 나의 상황에 필요한 글이 무엇인지 판단하고 싶다면, 제3의 AI에게 ‘현재 나는 대학에 제출할 공식적인 문서를 작성하고 있으니 이에 맞는 글을 골라주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개선해줘요.’라는 식으로 명령을 내리는 것이 훨씬 빠르고 정확할 것입니다. 지금의 AI가 불완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Chat gpt가 우리의 삶 속에서 없어선 안 될 secretary가 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음을 생각해보시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교육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상황에서 현 시점의 AI의 한계를 논하며 아직 이를 교정하기 위해 읽기 능력이 필요하다는 말은 시대에 뒤쳐진 발상일 수 있습니다. AI의 번역 오류를 발견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유효한 것은 의무 교육의 대상인 대중이 아닌 영어 전문가를 자처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말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말을 할 수 있으면, 글 읽는 능력은 따라옵니다(말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 듣기 능력은 포함됩니다). 말의 영역을 다룰 때 듣기와 말하기 능력이 동시에 향상되고, 그중에서 더 완성하기 어려운 것이 말하기 능력입니다. 투입보다 산출이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듣기와 말하기는 함께 가야하는 것이고(즉각성의 측면 때문), 말하기가 된다면 일반적으로 듣기는 따라옵니다. 마찬가지로 말의 영역을 정복했다면 읽기 영역은 굉장히 쉬운 문제가 됩니다. 적어도 수능 수준의 글을 읽는 능력은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외국어로써 영어를 접하기에,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 수준의 글을 시험에 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외국어의 ‘글’적 측면은 작금의 지위를 잃게될 것이라는 제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물론 읽기 교육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언어의 4영역(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을 모두 자극하는 것이 언어 능력 향상에 중요함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중요도의 측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말입니다. 현재 공교육에서는 말씀하신대로 독해 위주의 교육을 ‘차선책’으로 차용했습니다. ‘최선책’의 교육이 가능한 시대가 온다면, 차선책의 교육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지 않을까요. 외국어 영역에서 최선의 교육은 말의 측면에서 풍부한 사용을 도모하고 해당 문화의 문화적 맥락과 함께 가는 교육입니다. 말의 측면을 정복한 후 제대로 된 독해 교육을 행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적어도 말의 측면의 중요도를 인정하고 그것에 방점을 둔 채 병행해야 합니다.
Q 현재 공교육의 영어 스피킹 수행평가가 암기식 시험으로 변질되어 실질적인 스피킹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공정한 평가 방식은 무엇일까요?
애초에 작금의 시험 형식을 완전히 잊어주세요. ‘수행평가에서 Speaking을 보면 대본을 외워서 문제다.’ 수준에 머무르는 교육이 행해지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앞으로 공교육의 모든 영어 교사가 원어민이거나 원어민 수준의 화자여야 할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실시간 번역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앞으로 문화적 맥락과 함께 완벽한 영어를 들으며 공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현직 교사 입장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겠지만, 현실이 그렇습니다. 영어로 말을 능숙하게 하지 못하는 교사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질 것입니다. 공무원이기에 정년은 보장되겠지만, 교육을 받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굉장한 손해이고, 국가적 차원에서 막대한 손실입니다.
그리고 영어는 지금처럼 ‘점수가 중요한’ 시험의 대상이 아니게 될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Speaking 능력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것이기에, 대학의 절대평가처럼 일정 수준의 Speaking 능력만 갖추면 모두 같은 점수를 받게 하는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가장 쉬운 평가 방법 중 하나는 영어로 무작위의 토픽을 주고 이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입니다. 앞으로 공교육이 그 정도의 Speaking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교수자들이 많이 변해야 할 것입니다.
Q 최근 조이스박의 <챗GPT 영어공부법>이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약간의 프롬프트 공식만 있으면 누구나 영어를 학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사람이 AI에 접근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공교육만큼은 AI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 의견을 말하고 쓰는 것은 물론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대화문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이 4가지에 초점을 맞춰서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어느 하나를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AI의 접근성은 그것이 가진 가치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공교육에서 AI를 활용한 교육을 제공해야 하겠죠. 누구에게나 공개된 고차원의 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을 수 있습니다. 제가 보는 세상은, 이같은 말을 해야 할 정도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조만간 ‘평균적인 사람들’에게는 외국어 교육의 필요성이 현저히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조만간 완벽한 실시간 번역을 제공하는 장치가 보급될 것입니다. 공교육에서 이를 활용하는 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마치 ‘자동차가 처음 나왔을 때 자동차를 불경하게 여기던 마부’ 혹은 ‘산업화 시대에 러다이트 운동을 하던 이들’을 국가 차원에서 양산하고자 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격변하는 시대적 흐름에서 그들 모두 당연한 반응을 한 것이지만, 교육자라면 보다 앞서 문제를 통찰하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를 활용하여 교육하고, 그로 인한 기술의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주고, 그 이후의 언어 능력 향상은 개인의 자율성에 맡기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한편 극단적인 반대 예시로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처럼 일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아예 아날로그식 교육을 지향하여 소통 능력을 기르고, 인간성 함양을 도모하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고자 하는 식의 교육은 절대 ‘공교육’에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본질적인 장애물은,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곧 언어의 본질과 영어교육의 본질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언어는 문화적 맥락과 실제 사용에 관한 것입니다. 애초에 영미권 문화의 문화적 맥락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언어의 사용 중 산출하는 능력, 그중 Speaking이 완벽하지 않다면, 그가 해당 ‘언어’를 교육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이전 세대의, 그리고 현세대의 영어교육을 받은 자들이 별도의 개인적 노력 없이 영어를 능숙히 사용하기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를 절실히 느낀 것은, 영어교육과에서 아무리 영어로 수업을 하고 영어로 이야기한다고 해도, 커리큘럼만 따라간다고 해서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게 된 자는 단 한 명도 없음을 발견한 이후입니다.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 특히 성인이 된 후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input이 필요하고 이를 넘어선 output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그만한 관심이 없으면 안 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어교육이 전공인 자들도 추가적인 노력을 쏟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왜 전 국민이 의무교육으로 영어교육을 받아야 할까요? 앞으로 영어교육이 의무로 행해진다면 절대평가를 기반으로 한 말의 측면을 측정하게 될 것이고, 의무교육에서 벗어난다면 교양의 영역에서 보다 여유롭고 고상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하기 능력이 완성되면 읽기 능력은 따라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즉 우리는 언어의 영역 중 먼저 습득해야 할 능력이 있음을 인정한 후 그것을 바탕으로 다른 영역으로의 언어 능력 확장을 도모해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공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는 ‘영어를 잘하는 교사’가 적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항상 주장하듯이 영어교육과에서 이론과 교수법에 골몰할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영미권 문화의 국가에서 1년 이상 공부하고 와야 졸업을 시켜주고, IELTS나 TOEFL로 졸업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등의 ‘영어 자체의 능력 향상’과 ‘문화적 맥락에 맞는 교육’의 가능성을 도모해야 합니다. 가장 슬픈 것은 현재 토익과 같은 쓰레기 시험이 졸업 요건의 기준이며, 그것도 800점만 넘으면 졸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토익은 앞으로 가장 먼저 사라질 시험입니다. input-base인 Listening과 Reading만 측정하면서 심지어 독해하는 글의 형식이 수능처럼 고차원적 독해력이 필요한 학술적 글도 아니고, 이메일이나 안내문 형식입니다. 3초면 복사 후 붙여넣기로 한국어로 번역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저 글의 표면적 내용만 이해하면 됩니다. 이 정도 수준의 글에서 번역의 오류를 논하는 것도 민망한 일입니다.
영어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영어학이나 교육학 등 이론적 지식 이전에, 언어 그 자체의 능력을 먼저 측정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영어가 모국어인, 영어학과 교육학 지식이 전무한 고졸 20세 청년이 대한민국에서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그 커리큘럼에만 충실했던 20대 중후반의 교사보다, 나아가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영어 교사보다 CLT(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의 본질에 걸맞은 좋은 수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는 원어민이기에 무의식의 차원에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영미권 문화적 맥락을 온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니 앞으로 교육자로서 우리는 영어를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는 수준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영미권의 문화적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교육을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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