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일기
2024년 7월26일 (금)
#1
여름이다. 조금의 시간이라도 나의. 시간을 밖으로 허락한다면 금새 땀에 젖어버리는 그런여름. 올해는 유독덥다. 올해 나의 여름은 유독 그림자를 찾기가 힘들다. 나는 그래서 여름이 좋다. 지독한 더위에도, 구슬비처럼 흐르는 땀에도 이내 불타오르려 그랬다는 듯 쏟아지는 장마비가 있으니까.
#2
여름은 다른 계절과 달리 낮이 길다. 그러니, 다른계절 보다도 조금은 어둠을 늦게 맞이할 수 있다. 나는 그런 여름이 미울 때가 있다. 조금은 울적한 날, 조금은 빨리 낮을 떠나보내고 싶던 어느날의 내가 그랬었다. 해가 지는 때에 비추는 빨간 빛깔이 맴도는 공허하고도 어딘가 차오르는 벅차오름을 느끼고 싶던 그리도 바라던 해질녘은 오지않았던 그날들.
#3
여름은 약속을 피하고 싶은 계절이다. 여름은 집에만 있고 싶은 계절이다. 밖은 포근함을 넘어서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안에서는 다르다. 여름의 안에서 우리는 서늘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어딘가 서린 마음이 차가움으로 달래어진다. 서린 마음에는 따뜻함만이 채워질 수 있다 믿었던 어렸던 나의 마음이 차가움으로 녹는다.
#4
여름엔 장마를 빼놓을 수 없다. 장대비로 세상이 잠시 물에 잠기려는 기세를 보이고 우리는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없다. 흔히들 이런 광경이 자연의 장엄함으로 묘사되는 것같다. 장마의 한중턱에서 가끔 태풍의 눈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비와 태풍을 이기고 태풍의 눈에 당도해 안온함을 느끼고 싶다. 그런 연유로 장마의 가운데 아늑한 방 안에 있는 것은 태풍의 눈에 당도한 것과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5
행복의 조각들을 모아 원하는 때에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나는 초여름을 아숩게 보낸 뒤의 한여름에 그것들을 쏟고 싶어진다. 한여름의 행복은 얼마나 뜨거울까하는 상상에 의한 것이다. 생각만 해도 뜨거움에 몸부림치며 행복을 느끼는 나를 상상할 수 있게된다.
#6
가끔 여름에 한기를 느낄 때가 있다. 여름의 뜨거움에 눈이 멀어 잠시 추위라는 것이 무엇인지 희미해지는 바로 그 순간, 한기가 찾아온다. 한기는 짧지만 아주 강렬히 여름 가운데의 나에게로 온다. 여름이란 당연스레 우리에게 찾아오는 것. 그렇기에 당연시되는 것. 그런 생각들 너머에 한기는 서서히 우리의 곁으로온다.
#0
이상 여름에 대한 생각들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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