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님들이 읽던 흥부전(1865)
째보를 달래되, "이번 박은 겉으로 봐도 하 유명하니 바삐 타고 구경하세." 하며, 타다가 귀를 기울여 들으니,
우뢰 같은 소리 진동하며 비로다 비로다 하니, 놀부 어찌할 줄 모르고 박 타기를 머무르니,
박 속에서 또 불러 이르되, "무슨 거래(去來)를 이다지 하는가. 비로라." 놀부 더욱 겁을 내어 하는 말이,
"비라 하니 무슨 비온지 당명황의 양귀비오니까, 창오산 이비(二妃)니까. 위선 존호를 알아지이다."
박 속에서 하는 말이, "나는 유현덕의 아우 거기장군(車驥將軍) 장비로다." 하니, 놀부 이 소리를 들으며 정신이 아득하여 하는 말이,
"째보야, 이 이을 어쩌하잔 말인고, 이번은 바칠 돈도 없고 하릴없이 너고 나고 죽는 수밖에 없다." 하니
째보놈이 하는 말이, "이 사람아 그 어인 말인고, 나는 무슨 탓으로 죽는단 말인가. 다시 그런 말 하다가는 내 손에 급살탕을 먹을 것이니 그런 미친놈의 소리는 말고 타던 박이나 타세. 장군이 나오시거든 빌어나 보소."
놀부는 하릴없으매 마지못하여 마저 타고 보니,
한 장수 나오되 얼굴은 검고 구렛나룻을 거스리고 고리눈을 부릅뜨고, 봉 그린 투구에 용린갑(龍鱗甲)을 입고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들고 내달으며,
"이놈 놀부야, 네 세상에 나서 부모에게 불효하고 형제 불화할 뿐더러 여러 가지 죄악이 많기로 천도가 무심치 아니하사 날로 하여금 너를 죽여 없이하라 하시기로 왔거니와 너같은 잔명을 죽여 쓸데없으니 대저 견디어 보아라." 하고,
엄파 같은 손으로 놀부를 움쳐잡아 끄을고 헛간으로 들어가 호령하되 멍석을 내어 펴라 하니,
놀부 벌벌 떨며 멍석을 펴니, 장비 벌거벗고 멍석에 엎드려 분부하되, "이놈 주먹을 쥐어 내 다리를 치라." 하니,
놀부 진력하여 다리를 치다가 팔이 지쳐 애걸하니 장비 호령하되, "이놈 잡말 말고 기어올라 발길로 내 등을 찧어라." 하거늘,
놀부 그 등을 치어다 본즉 천망장이나 한지라, 비는 말이, "등에 올라가다가 만일 미끄러져 낙상하면, 이후에 빌어먹을 길도 없으니 덕분에 살려지이다." 하니
장비 호령하되, "정 올라가기 어렵거든 사닥다리를 놓고 못 올라가겠느냐" 놀부 마지못하여 죽을 뻔 살 뻔 올라가서 발로 한참을 치더니,
또 다리를 지쳐 꿈쩍할 길 없는지라, 또 애걸하니 장비 호령하되, "그러하면 잠깐 내려앉아 담배 한 대만 먹고 오르라." 하니,
놀부 기어내리다가 미끄러져 모저비로 떨어져 뺨이 사태 나고, 다리 접질려 혀를 빻우고 엎드려 애걸하니,
장비 이를 보고 어이없어 일어 앉아 하는 말이, "너를 십분 용서하고 가노라." 하더라.
놀부 생급살을 맞고도 동산으로 올라가서 박 한 통을 따 가지고 내려와서 하는 말이, "째보야, 이 박을 타고 보자." 하니,
째보 생각하되 낌새를 본즉 탈 박도 없고 날찍이 없는지라, 소피하러 감을 핑계하고 밖으로 빼니라,
놀부 하릴없어 종을 데리고 박을 켜고 보니, 아무것도 없고 박 속이 먹음직한지라,
죽을 끓여 맛을 보고하는 말이, "이런 국 맛은 본 바 처음이로다." 하며 당동당동하다가
미쳐서 또 집 위에 올라가 보니, 박 한 통이 있으되 빛이 누르고 불빛 같은지라,
놀부 비위 동하여 따 가지고 내려와 한참 타다가 귀를 기울여 들으니, 아무 소리 없고 전동네가 몰씬몰씬 만져지거늘,
놀부 하는 말이, "이 박은 농익어 썩어진 박이로다." 하고 십분의 칠팔분을 타니,
홀연 박 속으로서 광풍이 대작하며 똥줄기 나오는 소리 산천이 진동하는지라. 왼 집이 혼이 떠서 대문 밖으로 나와 문틈으로 엿보니,
된똥, 물지똥, 진똥, 마른똥 여러 가지 똥이 합하여 나와 집 위까지 쌓이는지라, 놀부 어이없어 가슴을 치며 하는 말이.
"이럼 일도 또 있는가. 이러한 줄 알았다면 동냥할 바가지나 가지고 나왔더라면 좋을 뻔하다." 하고
뻔뻔한 놈이 처자를 이끌고 흥부를 찾아가니라.
19세기 사람들은 이런 거 읽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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