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국어를 잘하려면
안녕하세요.
불수능 이후 입시도 마감되어서, 국어 관련으로 몇 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정말 어려운 수능이었고, 그에 따른 질문도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제목에 나온 것처럼 수능 국어를 잘하려면 뭘 해야 하냐는 질문은 정말 수백 번도 넘게 받은 것 같습니다.
질문 받았던 것들과, 제가 생각했던 것을 질답 형식으로 써놓겠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쓰게 된 긴 글이지만 25수능을 준비하신다면 끝까지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뭔가 가르치려 드는 말투는 최대한 제외하였지만 과외생들한테 알려준 거라 조금 그런 게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읽히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말씀 주세요. 글을 수정해두겠습니다.
24수능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 가장 큰 건 역시나 문학으로도 변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최상위권은 비문학이 어렵지 않은 이상 변별하기 어렵다'가 중론이었는데, 보다시피 문학에서도 그것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그리고 비문학 역시 19, 22에 비해 쉬웠다고는 하나, 결코 쉬운 난이도는 아니었다. 그에 더해 대부분 학생들이 선택하는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 역시 역대급 괴랄함을 보여주었다. 19, 22, 24수능은 모두 어느 한 파트도 쉽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결국 이는 현장에서의 체감 난이도를 크게 끌어올리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무너졌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뭘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수능 직전 수험생 여론을 돌아보라고 하고 싶다. 물수능일 거라는 주장이 팽배했는데 결국 결과는 그게 아니었다. 이건 내가 수험생 때도 겪은 것이지만, 본인이 약한 파트는 어떻게든 합리화해서 공부를 적게 하려는 경향이 있다. (나도 수험생 시절 국어에서 극수필, 수학에서 수열 킬러 파트를 많이 회피했던 거 같다.)
결국 25수능도 '전반적으로 어려운 느낌'의 수능으로 가지 않을까 한다. 더 이상 브레턴우즈와 같은 소위 말하는 비문학 킬러를 내지 않으려 하다 보니.. 다 어려워서 화나는 시험이 나올 수 있을 듯하다.
+매년 혜윰 모의고사가 그냥 거저 주는 문제가 하나도 없다고 욕 아닌 욕을 먹고 있었는데, 학생들의 연락을 받고 나서 시험지를 보니 내가 냈던 방향과 많이 비슷해서 놀랐다. 올해는 안 나올 거 같지만 나온다면 많은 관심 바랍니다.
문학/비문학 공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나?
- 사실 이 질문은 나를 포함한 유명 강사 분들, 대학생 과외 강사 분들까지 정말 수도 없이 많이 받았을 것이다.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내리기 어렵기에, '이런 질문은 답변 드리기가 힘듭니다.'와 같은 대답을 반복해왔다. 그러나 사실 그 질문이 들어올 때마다 똑같은 답을 하기 힘든 것이지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그걸 논하기 전에, 애초에 자신의 약점을 명확하게 알고 보완책을 찾을 정도면 왜 노베이스라고 하겠는가?
수많은 칼럼을 써서 나름 좋은 반응도 얻었고 매년 수업하면서도 실적도 괜찮은 편이었기에, 이 부분을 한 번 명료하게 정리하고 가고자 한다.
늘 강조했듯 모든 공부에서 중요한 건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수능판에는 잘 가르치는 사람이 널렸고, 솔직히 과외 받을 바에 1년에 몇 십 만원 하는 인강 듣는 게 낫지 않냐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갖고 있는 차별점은 저거 하나였다.
기출 분석하기 전에, N제 풀기 전에 먼저 틀을 잡아놓는 게 가장 중요하다. 국어는 재능 싸움인가?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재능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매번 있는 재능 vs. 노력 논쟁에서 말하는 재능은 아니다.
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공부 머리는 없었지만 전략적 사고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예컨대 문학에서 나오는 <보기> 지문의 클리셰를 공부 초반부에 좀 외워두는 식으로 공부하면, 뒤로 갈수록 모르는 내용이 나왔을 때 머리 속에 하나씩 끼워넣기만 하면 된다. 이게 위에서 말했던 '기반 먼저 다지기', 그러니까 '틀 먼저 잡기'에 해당한다. 또, 비문학에서 문제 유형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지문과 문제를 번갈아가면서 풀 필요가 없다고 한 것도, 어떤 것을 물어보는지에 대한 '기반'을 먼저 다져 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결국 그렇게 되면 대부분 N제나 실모는 거른다고 비판하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도 어떤 <보기> 내용이 새롭게 등장하는지, 어떤 문제 유형이 나올 수 있는지 하나씩 적립해가며 수능을 위한 도구를 늘릴 수 있게 된다.
결국 문학이든 비문학이든 기반을 다지고 양치기를 하는 사람과, 소위 무지성 양치기를 하는 사람의 효율은 정말 많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해도 안 되는 사람(ex.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들보다 읽는 시간이 3배 이상 많이 걸려요)도 있겠지만, 100명 넘게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기반 위에 쌓아올리는 식의 공부가 통하지 않은 학생은 딱 1명 뿐이었다. 그러니까 무조건 된다! 가 아니라 그래도 이 방식은 어느 정도 증명이 되었다 라는 의미이다.
그 틀을 어떻게 다질지는 칼럼에서 자세히 다뤄 놓았으니 읽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간혹 가다 24수능의 '할매턴우즈' 같은 게 나오면 저런 공부 방식이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저 방식이 그러한 낯선 지문을 푸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이미 쌓아 올린 틀 위에서 변수를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저런 낯선 지문을 마주하면 해당 지문에서만 말리는 게 아니라, 시험 전체가 그야말로 박살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기반을 다지는 훈련이 분명 도움이 된다고 본다.
언매가 이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 24 수능 언매는 예전 시험으로 되돌아간 느낌이 강했다. 수능 문법을 지식으로써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지문형 문제든 뭐든 소위 '날먹'이 가능한 게 최근 수능 기조였다. 그런데 24수능에서는 문법을 마치 비문학처럼 독해하며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느낌이었기에, 현장에서 좌절감을 느꼈던 학생들이 정말 많았다. 일단 시간 자체가 말도 안 되게 부족했을 것이다.
그럼 이제 수능 문법을 외우는 건 의미가 없을까 하는 얘기도 나오는데,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문법은 암기'되도록' 공부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제는 수능 연계 교재, N제 등에 나오는 것을 외워서 풀기보다, 한 번 연습할 때마다 비문학 독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를 가정하고 푸는 연습을 해보았으면 한다. 24 수능 언매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37 38 39번 문제를 두고 '아 이거 시간만 있었으면 그냥 맞히는 건데' 라는 반응도 꽤 있었다.
그 말은 결국, 문법의 비문학적 독해를 평상시에 연습한다면, 크게 당황하지 않고 풀이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는 의미이다. (어쨌거나 현장에서 마주한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22수능에서 강아지가 등장하는 담화를 보고 당황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크게' 당황하지 않는다고 썼다.)
기출과 사설의 공부 비율도 변화할 필요가 있을까?
- 매번 논쟁 거리가 되지만, 이건 자유다. 누구는 기출만 보고도 잘할 수 있고 또 누군가는 N제까지 계속 봐도 안 될 수도 있다. 국어에서 N수생들이 한탄하는 것도, '어느 순간 깨닫는 과목'이라는 특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기반을 다진 후 훈련하는 습관을 기출로 충분히 기른 사람은 사실, 연계교재만 봐도 무방하다.
현재 서울대 로스쿨생인 혜윰 모의고사의 공동 저자와, 비록 서울대는 못 갔지만 그래도 대표 저자인 나는 공통점이 있다. 수험생 시절 기출은 프린트해서 봤고, 기출과 연계 교재 이상으로 무언가를 더 본 것이 없다. 이것이 우리가 재능충이다! 라는 의미는 아니다. ( 공동 저자는 진짜 머리가 좋은 거 같은데 나는 1컷 100짜리 시험 60점 받는 사람이었다.. 지금이야 나는 이렇게 했다고 잘난 척하는 사람이지만 암흑기가 정말 길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깨닫는 시점이 중요하다 보니.. 국어만큼 사교육 영향 덜 받는 게 없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아무리 사설 컨텐츠를 쏟아 부어도 방향이 맞아야 효용이 있다는 의미이다.
개인적으로 최소 5~10회독은 해야 기출에서 뭘 물어보는지 미리 예상하고 지문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내가 맨땅에서 시작해서 그런 거고 칼럼을 읽은 사람이라면 3회독 정도여도 충분할 것 같다. 몇 바퀴 돌렸냐보다는 얼마나 알게 되었냐가 더 중요한 건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변수에 대처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사설 컨텐츠를 풀어보는 것은 당연히 큰 도움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도 많은 양의 '지식 습득' 측면보다는 결국 낯선 상황에 조금이라도 덜 당황하기 위한 쪽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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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이야기들은 대략 정리한 듯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칼럼을 참고해주시면 되고, 칼럼을 또 일일이 재업로드하기에는 재탕을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다음 글에서 칼럼 링크 정리본이나 칼럼 선별집 재배포 정도만 하고 마무리 지으면 될 거 같네요.
2025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 분들은 1년 뒤에 반드시 만족할 만한 결과가 있으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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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칼럼이 그 부분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대놓고 '틀을 다지는 법' 칼럼이라고 쓴 건 딱히 없는 거 같네요
넵 감사합니다
칼럼 진짜 잘읽어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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