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낯선 시 꿀 해석 드려요 3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6589274
(추석날 올린 글인데, 다시 올립니다.
출제될 가능성이 높은 시입니다.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탸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생각보다 복잡한 시입니다.
(인수 문학 B형 51쪽 참조)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탸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탸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싱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탸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1. 이 시의 특징
나타샤, 이국적이고 러시아의 북방 이미지가 나타나죠?
흰 눈과 흰 당나귀, 특정한 색채감을 통해 순순성과 환상성을 보여줍니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또 다른 특징은 없을까요?
이 시는 현실과 환상이 섞여 있는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먼저 1연을 주목해봅시다.
눈이 나리는 물리적 현상의 원인을 인간 정서에서 찾고 있죠?
나타샤를 사랑해서 눈이 나린다!
즉, 눈 내리는 현실이 화자에게 환상적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뒤섞임과 전도(=거꾸로 되어 있음)가
어순의 도치나 문장의 변용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2. 도치되고 변용된 어순을 살펴서 환상과 현실 가늠하기
<1연>
정상적인 어순으로 되어 있죠?
주어 - 목적어 - 서술어 순으로 표현되어 있고
원인 - 결과의 문장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장 형식상으로는 정상적인데,
내용적으로는 성립 불가능합니다.
인간의 정서적 힘이 물리적 현상을 가져온다고 하니까요.
그래서 내용적으로 환상을 말하고 있는 겁니다.
눈 내리는 현실이 나타샤와 사랑을 몽상하게 합니다.
<2연>
2연을 1연의 1, 2, 3 행과 비교해보면,
2연의 3행에서 어순의 위치가 바뀌었죠?
그런데 내용적으로 어떻습니까? 현실을 말하고 있죠?
화자가 홀로 있는 쓸쓸한 현실을 말하고 있잖아요.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랑은 하고’와 ‘눈은 푹푹 날리고’에서 보조사 ‘~은’입니다.
대조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2연의 1행과 2행이 대조되고 있다는 것인데,
1행의 몽상이 2행의 현실과 대조됨을 암시합니다.
‘산골로 가자’, ‘마가리에 살자’에서 청유형 어미는 가상의 청자에게 말하는데,
이는 상상의 장면입니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에서도 이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다시 공상으로 빠져들고 있죠.
<3연>
3연의 1행과 2행도 1연과 비교해보면 도치되어 있고
내용적으로 현실을 말합니다.
즉, 나타샤를 ‘생각’(=몽상)하고 있고,
화자는 몽상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그 다음 3행과 4행에서 다시 바로 몽상에 빠져듭니다.
나탸샤를 생각하기 때문에 나타샤가 온다는 것인데,
그래서 ‘언제 벌써 내 속에’ 나타샤는 와 있습니다.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부분은
나타샤의 말로 해석하죠?
나타샤가 와서 ‘이야기한다’가 앞 부분에 있으니까요.
(EBS에도 교재에도 이렇게 해석하여 문제를 출제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화자의 내적 독백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자는 나타샤에게 산골로 가서 살자고 유혹하는데,
나타샤가 바로 나타나서 맞장구치면서
그것도 결의와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을까요?
화자는 2연에서 나타샤를 유혹하였습니다.
3연에서는 나타샤가 화자의 상상 속에 나타나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화자는 그것을 실현시키고 싶을 거예요.
그러면서 나타샤와 사랑이 세상 도피가 아니라고
스스로 확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는 것이 아니다’, ‘버리는 것이다’ 부분은
화자의 내적 독백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화자는 다시 현실로 빠져 나와
환상 속 사랑에 당위성을 부여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4연>
4연의 1행과 2행도 어순이 도치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2연이나 3연처럼 마치 현실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4연에서는 이 시 전체 내용상 전도가 일어납니다.
이제 거꾸로 나타샤가 나를 사랑합니다.
주어 - 목적어 위치가 바뀌면서,
내가 나타샤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나탸샤가 나를 사랑합니다.
화자는 이것을 현실처럼 말하고 있는 것이죠.
흰 당나귀 울음도
몽상 속 사랑이 현실처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3. 출제 가능한 포인트
이 시가 문제로 출제된다면 선택지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같이 생각해봐요.
● 현실과 상상을 병치하면서 시상을 전개한다.
● 어순의 도치를 통해 시상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 특정한 색채감을 활용하여 감정의 순수성을 암시하고 있다.
● 가상의 청자에게 부탁하는 어조로 화자의 소망을 드러내고 있다.
● 확신의 어조(또는 단정적 어조)로 상상에 당위성을 부여한다.
● 청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시상을 현실감 있게 마무리 한다.
☞ ‘좋아요’ 하나 꾹 부탁드려요.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메디컬 목표면 그냥 별 생각없이 미적,과탐2개 보면 될까요? 19수능 현역으로 봤고...
-
부족한 필력이라 표현이 잘 될지는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오르비 아이디를 찾아서...
-
이게 많이 보충된 거라는 거임 문학 커리가 EBS마스터 문학밖에 없던시절도 있는데 뭐
-
일석이조 륵키비키인데
-
새 갤주는
-
한석원 생각의 질서가 정말 좋았음 군더더기 없이 굉장히 깔끔한 느낌
-
제발 어떻게 이렇게 안 찰 수가 있어
-
저는 커뮤에서 말하는 이원준 호/불호랑은 오히려 정확히 반대되는 느낌이었어요...
-
솔직히 시발점 5
따라잡을 개념강의는 없다고 생각………10년전 강의인데 그냥 시대를 앞서간거같음 특히...
-
전과목 다
-
교육청까지 하려니 방학안에 절대 못끝낼듯해요 미적이에여
-
버퍼링 걸리는 빈도가 개발자 엄마 바뀌는 빈도냐?
-
진짜 개꿀잼 지문들만 모아놓음 뭔가 과하다 싶은건 특별히 안보임 리트 1타 안목 좀 쩐다 싶었음
-
장소부터 갈 식당과 카페까지 모든 코스를 미리 정하고 있음 여태 어디서 만나자 ㅇㅇ...
-
ㅋㅋㅋ 이거 아는 사람은 없겠지
-
20대에 스파크 튀어서 만난 애인이랑 (30대여도 ㄱㅊ은데 확률이 넘 낮음) 서로...
-
면접도 없으면서 왜 애타게 만듦
-
확실히수학이 2
그나마 재능덜타는과목인건 맞는듯….. 기출만 꼼꼼히들입다돌려도 거의 모든문항에...
-
뭔가 엄청난 고급 SSS급 음식을 먹는 거 같음... 마치 미슐랭 요리사가 음식을...
-
해야될까요…? 지금은 국5 수5 영1.5 로 하는중
-
작년 겨울방학때 뉴런 했는데 그냥 1회독에 노트 정리만 하고 대충한 것 같아서......
-
수학 1~2등급분들님 10
수학 하루치 공부인 인강:문풀:오답 비율을 어느정도로 해야할까요? 요즘 독재다녀서...
-
쌀떡밀떡 어케구분해요 11
뭐가뭔지 모르겟
-
본인 예비 고3이고 고2모고 국어4 수학1 영어2 나옴 고3 3모 목표 11111...
-
24수능중에 기억나는거 12
국어 : 똥칸, 잊잊잊, X지가담을넘을때 비문학은 기억도안남 수학 : 22, 28...
-
개꿀잼이었을듯 평가원 날라갔겠지...?
-
걍 검산이나 하자해서 나머지 20분 전부 검산에 박음
-
짜피 할인 안 해도 고민 엄청 하고 ’그래! 환급받으면 되니까‘ 이러고 살 거잖아
-
확통 인강 0
확통 개념은 들을 예정인데 문풀 강의도 들어야 하나요? 대성에서 알면 좋은...
-
사탐 안정 1등급 받으려면 무슨과목이 좋을까요... 0
공부시간 하루 세시간정도 투자할 계획입니다
-
엏굴이뜨거 3
히히
-
무섭다무서워...
-
점공 좀 들어와주세요~ 쫄필요 없어요
-
어떻게 사귀지
-
수열 노가다 ㅅㅂ 내년엔 22번으로 내지마라
-
의사소통이 할 말이 많은데 할 말이 없음...쓰기싫다
-
결과가 보여준다 이게 바로 황족미드다
-
ON 1
-
241114 > 얘는 걍 한비자임. 그냥 문제 체급 자체가 튼실하긴 하지만 논리는...
-
(핑거스냅)
-
주말에 서울 자주 오시나요?
-
가질 수 엄 는 라 람 이 잇 어
-
현재 삼성 투수들 중어 삼성에서 가장 오래 뛴 선수는 오승환이 아니다
-
그냥 경우 잘 나누면 되잖아 아닌가
-
작년에 EBS 연계 공부도 안하고 오직 강기분 독서+문학만 해서 3등급 떴는데...
-
규정 위반일까요 계속 반응속도 차이로 놓치는데
-
지2 드간다걍 시뽤 19
일년하고41이긴하지만 한번더하면 늘겠지 생1좆같아서못히니먹겠네 천체는 개정전...
-
나랑 잘 맞음 식은 거의 다 주거나 하나만 미지수 주고 상황판단, 개형추론하는 그...
-
ㅇㅈ 5
심심해 ㆍ
-
문디컬 1
2025 수능 70 99 3 99 100(확통, 사탐)인데 한의대, 수의대를...
감사합니다
응!앙!
앙!응!
ㅋㅋㅋㅋㅋ아
꿀정보!!
질문있어요
4연에 1행2행이 왜 도치인가요?ㅜㅜㅜㅜㅜㅜㅜ
그냥어순에 맞는거같은데
제가원래도치를 잘 못찾아서요
1연의 1, 2, 3행과 비교해서 따져본 것입니다. 1연의 1행에 나, 2행에 나타샤를 사랑, 3행에 눈 내림, 이렇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4연에는 1행에 눈 내림, 2행에 나타샤가 나를 사랑함으로 되어 있습니다. 행 구성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1연은 하나의 문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4연에 나타난 행 구성의 변화는 결국 문장 어순의 변화로 나타납니다.
이 책은 나오면 사고싶네요..
산골로 가자' 는 가상의 청자한테말하는건데.. 그게 나타사를 말하는건가요? 정해져있지않은건가요?
나타샤로 보시면 됩니다. 나타샤는 상상 속에 있기 때문에 가상의 청자라고 썼습니다.
ㅇ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