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위악 [728914] · MS 2017 · 쪽지

2023-12-08 11:01:32
조회수 5,300

문과 극최상위라면 미적을 선택하세요 -관군과 싸워서는 안 됩니다 (Don't fight the F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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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다 아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40대~50대 초반 학부모들은 모를 수도 있는 문제여서, 제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입니다. 


내년에 고2가 되는 분이거나, 문과 극최상위 분들에게 드리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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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3년 12월 8일) 수능 성적표가 개별 통보됐습니다.


사교육을 잡네, 마네 말도 많았지만, 제 눈길을 끄는 것은 수학의 표준점수였습니다. 정확히는 수학 ‘선택 과목별’ 표준점수(이하 ‘표점’) 차이입니다.


지금 50대 이상은 학력고사 혹은 예비고사 본고사 세대여서, 표점이 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표점은 ‘내가 맞은 원점수를 평균과 비교해서 매기는 방식’입니다. 때문에 ‘평균 점수보다 높은 점수’를 맞으면 당연히 좋습니다. 반면, 내가 좋은 점수를 맞았어도 ‘내가 속한 집단’이 ‘낮은 평균’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되면, 나 역시 도매금으로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게 뭔 말일까요? 예를 들겠습니다.


제가 학력고사를 쳤던 1983년 11월 22일, 문과든 이과든 수학은 공통으로 25문제를 풀었습니다. (이과는 심화 과목으로 ‘수학 2’를, 문과는 ‘고전’이라고 불리는 ‘국어2’가 필수였습니다.) 공통 수학은 50점 만점이었습니다. 문제당 무조건 2점이었고, 어떤 문제를 틀리든 무조건 2점을 깎는 방식이었습니다. 무슨 문제를 틀리든 원점수만 같으면 같은 점수였지요.


반면, 24 수능의 경우, 수학은 30개 문제로 구성됩니다. 이중 22번까지가 공통 문제이고, 23~30번 문제가 각각 확률과 통계(이하 ‘확통’) 미분과 적분(이하 ‘미적’), 그리고 기하로 구성됩니다. 


수험생들은 수학을 응시하려면 확통이나 미적, 그리고 기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합니다. 확통을 치든, 미적을 치든, 기하를 치든, 수험생들은 수학이라는 과목을 함께 치른 구성원으로 분류돼서, ‘수학 표점’을 받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확통과 미적, 기하를 푼 친구들은 22개 문제는 공통으로 쳤지만, 8개 문제는 각각 다른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럼에도 수학 점수는 ‘확통 수학’ ‘미적 수학’ ‘기하 수학’이 아닌, ‘단일한 틀 안에 존재하는’ 수학 표점을 받아야 합니다. 그 점수로 문과를 가든 이과를 가든 하는 겁니다. 때문에 ‘단일한 틀’을 가진 수학 점수 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자, 이때 표준점수는 어찌 매길까요?


앞서도 말씀드렸듯, 표점 체계는 ‘나 혹은 내가 속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할 때’ 높은 점수를 맞습니다. 그렇기에, 수학 표점을 매길 때 수학 공통 과목에 대한 ‘집단 간 평균 점수’가 중요합니다.


어찌 됐든 의대 등을 갈 때 대학이 요구하는 수학은 미적이나 기하입니다. 때문에 미적 선택자의 수학 평균 점수가 확통보다 높습니다. 그건, 수능 점수를 매기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통계로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평가원은 ‘수학 공통과목 점수가 낮은 확통에는 낮은 표점’을, ‘공통 과목 점수가 높은 미적에는 높은 표점’을 줍니다. 23학년도 수능에서 확통 만점이 144점이었는데 반해, 미적은 147점이었던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게다가 24학년도 수능에서 확통 8개 문제가 예전과 비교할 때 쉬웠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럼 확통 8개 문제 평균 점수도 높아졌겠죠? 평균이 높아지면, 내 표점도 높아지기 힘듭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 표점은 ‘평균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높게 나오는 구조’이니까요.


그럼 답은 나옵니다. 


 1. 지난해인 23학년도 수능 결과, 미적과 확통의 표준점수 차이를 확인한 극최상위 문과 수험생들은 ‘표점 손해를 보기 싫어서’ 미적으로 갈아탔다. 


 2. 때문에 24학년도 수능 수학 공통 과목에서 확통과 미적 평균은 예전보다 더 벌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왜? 수학 잘 하는 문과 친구들마저 ‘확통 버리고 미적으로 갈아탔으니’.


 3. 게다가 24학년도 확통이 쉬웠다. 


 상황이 이러니, 확통과 미적 만점 표점 차이가 올해 11점으로 벌어진 겁니다. 표점 11점은 정말로 큰 점수 차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공통 수학을 2개 틀리고 미적을 다 맞은 원점수 92점짜리 미적 응시자 표점이, 공통은 물론 확통 8개 문제마저 다 맞힌 확통 100점짜리보다 표점이 높게 나옵니다. 예를 들어, 수학 공통 22번 문제는 미적 응시자마저 5% 정답률을 보였다는 게 입시 관계자들의 평가입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틀리고 다른 공통 문제 하나를 더 틀린 미적 92점짜리가 확통 100점짜리보다 높은 표점을 받은 겁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볼 때’ 그리고, 공부량 등을 볼 때 이렇게 표점을 매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럼에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입시 끝판왕’을 저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으로 생각합니다. 82학년도 학력고사 수석, 학생운동에서 돌아서서 사법시험을 쳐서 92년 사법시험도 수석...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 대입 시험과 사법시험에서 모두 수석한 사람은 지금까지 원희룡 장관이 유일합니다. 


 만약 원희룡 장관이 24학년도 수험생으로 수학 확통을 응시했다면 그는 표점 137점을 맞습니다. 과연 이 사람이 미적을 쳤다면 어땠을까요? 그 점수를 받을까요? 저는 148점을 맞을 것이라고 100% 확신합니다. 지금과 달리, 1990년대 초반까지 최고의 엘리트가 모였던 시험이 사법시험입니다. 당시 서울대 의대는 서울대 법대보다 커트라인이 한참 모자랐습니다. 이과는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등으로 인재가 나뉘던 시절이니까요. 그런 시절에 학력고사, 그리고 사법시험에서 모두 수석을 차지한 이가, 수능에서 11점이나 깎일 것이라고 보시나요? 


 하지만 뭐 어쩌겠습니까? 미국 월가의 금언처럼 ‘관군과 싸워서 손해 보는 것은 우리’입니다. (Don't fight the Fed) 입시 원칙이 그렇다면, 그 원칙을 따르면서, 내 손해를 줄이거나, 이익을 최대로 만들어야지요. 


수학 머리가 정말로 없다면 모를까, 내가 문과 극최상위 성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울대 경제 경영 등을 목표로 한다면, 수학은 미적을 택하시기를 바랍니다.


야구 같은 경우, 운동 신경이 아주 좋은 친구들을 보면 투수든 타자든 다 잘합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대표 투수인 류현진도 고교 시절에는 투수 겸 4번 타자였던 것이고요. 물론 프로로 갈 때는 ‘괴수만 우글거리는 곳’이니 자기 전공을 확실히 분화시켜야 하지만요.


고교 수학 정도면 극최상위의 경우, 미적을 택하든 확통을 택하든 점수 맞는 데는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물론 공부량은 미적이 더 많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5학년도 수능 때 확통과 미적이 ‘24학년도 수준’으로 나온다면, 확통과 미적 표점은 더 벌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표점 차이를 보고, 문과 극최상위 누가 확통을 치려고 할까요? 그럼 수학 공통 과목에서 확통 응시자 평균은 더 떨어질 것이고, 결국 확통 100점을 맞은들, ‘내가 속한 집단의 평균 점수’ 때문에 도매금으로 나 역시 나락으로 갈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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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Epiphany · 1090364 · 23/12/08 11:07 · MS 2021

    심지어 기하 선택은 거의 도박이네요. 제도가 참...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1:08 · MS 2017

    기하에 대해서는 저는 유구무언입니다. 하여튼, 사람 몰리는 데로 가라는 말은 입시든 부동산이든 철칙 같습니다. 내일모레 60세가 되는 꼰대가 드릴 수 있는 조언입니다.

  • 오수오억 · 756136 · 23/12/08 11:12 · MS 2017

    요즘 수험생들은 이런 정보들을 미리미리 파악하고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것 같아 피곤하겠네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1:13 · MS 2017

    이러니 사교육이 줄어들 수가 없지요. 부모 님들은 돈을 대는 것이고요. 뭐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데. 답답은 합니다.

  • vpeter1 · 1187569 · 23/12/08 11:20 · MS 2022

    확통 100이 미적 88이랑 같은 세계가 진짜 오다니.. 슬프네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1:20 · MS 2017

    솔직히 뚜껑 열립니다. 제 지인 자제가 이번에 확통 100점을 맞았는데... 137점이네요. 하... 물론 통계적으로 이리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 하하파파 · 818447 · 23/12/08 11:31 · MS 2018

    올해 수능에서는 미적으로 넘어갔던 학생들이 비슷한 수준에서 확통에 남아있던 학생들보다 2개 이상 더 틀렸습니다. 확통 100점이 미적넘어가면 96일까요? 92일까요? 96이면 가는거고 92면 안가는게 맞습니다. 비슷한표점대비 쏟게된 시간과 에너지가 다른과목에도 영향을 주게됩니다.

    물론 수능직후 느꼈던 확통학생들의 기대감이 등급컷 상향으로 실망과 분노로 바뀔수는 있지만..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상위권 확통이 불리하다는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입니다.

    확통풀고 돌아와 공통에서 더 많은 문제를 풀어내고 좋은 결과를 얻은 학생들이 많습니다. 팀전과 유불리는 오히려 이래도 저래도 틀렸을 중하위권에게 적용될 말씀들입니다.

    여전히 수험생의 절반은 확통선택자이고 그 불안감을 이용하는 어른들이 학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부화뇌동하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조금 더 이성적이고 신중하게 말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1:45 · MS 2017

    에이. 이건 저 역시 정색하고 씁니다. 저는 분명 '극최상위'라고 말했습니다. 극최상위요, 최상위도 아니고... 이게 사실이랄까 현실을 현혹하는 말이라고 보시나요?

    예를 들어, 원희룡 같은 사람이 이번 수능 수학을 쳤을 때 미적을 치면 표점 137점을 맞을 것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공부량은 위 글에서 언급했던 대로 미적이 더 많지만요.

    서울대 경제나 경영 등 문과 최극상위를 목표로 하는 친구들이 확통으로 얼마나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시나요?

    이것이 부화뇌동을 부르는 논리라고 보시나요?

    저는 84학번 서울대 인문대 출신입니다. 사학과를 가고 싶어서, 문과를 갔던. 만약 제가 25 수능을 쳐야 한다면, 저는 무조건 미적 칩니다. 물론, 제 특성도 있지만. 84학년도 수학에서 저는 50점 만점 수학에서 50점을 받았으니까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1:47 · MS 2017 (수정됨)

    경제든 입시든 흐름이 중요합니다.

    묻고자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글에 적은 대로 '24학년도 수능 수준'으로 확통과 미적이 25학년도에도 나온다면, 확통과 미적 표점은 더 벌어질 것입니다. 아닌가요?

    그럼에도, 문과 극최상위 학과를 가려는 친구들에게 확통으로 남으라고 권하신다는 건가요? 저는 이해불가입니다.

  • 하하파파 · 818447 · 23/12/08 13:40 · MS 2018 (수정됨)

    제목에 말씀하신 관군은 누구인가요. 평가원입니까? 유불리의 흐름을 모르는 우매함입니까?
    이과학생들이 더 많은 학습량에도 더 낮은 원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서 제공받게된 가중치가 과도하게 많으니.. 문과야. 평가원을 믿지말고 그 가중치를 받으러 가라고 하시는것 아닌가요? 제목의 관군(연준)이 평가원이라면 지금의 글은 관군과 싸우라고 하시는게 맞아보입니다.

    입시는 종합적인 과정입니다. 미적에서 얻는 표점 이득을 얻기위해 쏟는 시간과 다른 과목에의 영향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올해 극최상위권이라면 확통100점이겠지요. 저는 올해 확통100점이 똑같은 학습량으로 미적92점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새과정을 배우며 많은것을 희생해야 얻을 수 있는 같은 표준점수입니다. 극상위권이라는 이상적인 표현속에.. 현실적인 대부분의 학생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머지 모든 과목이 완벽한데 수학마저 잘하는 학생에게만 할수 있는 충고입니다. 국어가 94점이고 확통이 100인 서울대 상경을 못가는 학생에게 확통 선택해서 그래. 라고 하시겠습니까? 저는 미적으로 넘어가서 서울대 상경을 갈 극최상위권은 확통에서도 다른 과목과의 밸런스를 통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확통선택자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어른은 클릭수를 바라는 언론과 특정학원 관계자를 말씀드린것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글쓰신분의 의견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4:12 · MS 2017

    축자적으로 반박합니다.

    --제목에 말씀하신 관군은 누구인가요. 평가원입니까? 유불리의 흐름을 모르는 우매함입니까?

    답변. ‘Don’t fight the Fed’라고 말할 때 ‘Fed’가 누구를 말하는 걸까요? ‘불리의 흐름을 모르는 우매함’이 어떻게 관군이 되나요? 당연히 평가원, 혹은 교육부입니다. 크게 보면 정부 정책이 될 것이고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4:14 · MS 2017

    축자 반박 2

    --이과학생들이 더 많은 학습량에도 더 낮은 원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어서 제공받게된 가중치가 과도하게 많으니.. 문과야. 평가원을 믿지말고 그 가중치를 받으러 가라고 하시는것 아닌가요? 제목의 관군(연준)이 평가원이라면 지금의 글은 관군과 싸우라고 하시는게 맞아보입니다.

    답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누가 관군과 싸우라고 하는 것인가요? 미적을 선택하는 게 평가원과 싸우라는 이야기로 들리십니까? ‘시장 흐름’을 따라가라는 겁니다. 관군이 만든 시장 흐름을 말입니다. 물론, 문과 극최상위권에게 말입니다. 귀하께서 얼마나 공부를 잘 하셨는지 제가 알 바 아니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팩트만 말씀드리는 겁니다.

    예비고사 때도, 학력고사 때도, 그리고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과 수학(그것이 가 형으로 불렸든 B 형으로 불렸든) 응시자가 문과 수학 응시자보다 많았던 적이 없습니다. 한데, 올해는 미적 응시자가 확통 응시자보다 많죠? 기하까지 친다면 말할 것도 없고요. 왜 그럴까요?

    그게 ‘시장의 흐름’입니다. 관군(그것이 평가원이든 교육부든)이 그런 흐름을 만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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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는 종합적인 과정입니다. 미적에서 얻는 표점 이득을 얻기위해 쏟는 시간과 다른 과목에의 영향을 생각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올해 극최상위권이라면 확통100점이겠지요. 저는 올해 확통100점이 똑같은 학습량으로 미적92점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새과정을 배우며 많은것을 희생해야 얻을 수 있는 같은 표준점수입니다. 극상위권이라는 이상적인 표현속에.. 현실적인 대부분의 학생들이 혼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나머지 모든 과목이 완벽한데 수학마저 잘하는 학생에게만 할수 있는 충고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넘어가 서울대 상경을 갈 극최상위권은 확통에서도 다른 과목과의 밸런스를 통해 같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변. 다시금 말씀 드립니다. 귀하, 죄송한데, 학력고사에서 혹은 수능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받으신 분인가요? 제가 말씀드렸지요. 극최상위권이라고요.

    그래서 예를 든 게 원희룡입니다.

    귀하는 확통 100점을 받는 사람의 ‘수학 학습량’으로 미적 92점이 불가능하다고 하셨는데.. 죄송한데 그건 귀하의 경험치를 통한 판단일 뿐입니다.(뒤로 계속)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4:14 · MS 2017

    축자 반박 3

    다시금 예를 듭니다.

    저는 84학년도 학력고사 때 문과 응시자였습니다. 총점 340점 만점의. 당시 수학은 문이과 공통으로 쳤는데, 50점 만점이었습니다. 확률과 통계, 그리고 미적이 시험 범위에 있었습니다. 이과의 경우 ‘수학 2’라고 해서 15점짜리 수학 시험을 더 쳤습니다.(문과는 고전이라고 불리는 국어2 선택) 즉, 문과나 이과나 ‘수학’은 같은 시험을 쳤다는 뜻입니다.

    저는 사학과를 가고 싶어서 문과를 갔습니다. 그리고 수학은 학력고사 때 만점인 50점을 받았지요. 당시 문-이과 공통 수학에서 만점을 받은 사람은 제가 재학하던 고교 730여명 중에서 문-이과 통틀어 5명이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과에서는 저 혼자뿐이었고요.

    그렇다고 제가 극최상위였느냐? 아닙니다. 제 전국 등수를 여전히 기억하는데, 저는 문-이과 통합 0.8%였습니다. 국어와 영어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습니다.

    한데, 만약 제가 요즘과 같은 ‘통합 수학’ 시험에서 확통을 쳤다면 저는 꼼짝없이 137점을 받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같았으면 당연히 미적을 쳤을 것이고요.

    저야 그렇다고 해도, 다시금 예를 들어 원희룡 같은 사람은요? 그 사람은 오늘날이라면 확통을 친 사람이 됩니다. 서울대 법대를 갔으니까요. 그 사람이 24 수능에서 미적을 쳤으면 137점을 맞았을 거라고 보시나요? 82학년도 수능에서 압도적으로 수석을 했고, 학생운동을 하다가 92년 사시에서도 수석을 한 사람이?

    또한... 이번 입시에서 과연 서울대 경제나 경영에 얼마나 많은 확통 응시자가 포진할지 예상해보셨나요? 지난 3월 어느 국회의원이 서울대 입시 자료를 분석 발표했는데, 서울대 경제나 경영 최초합 합격자는 이과생이 각각 74% 67%라고 했습니다. 이런 일이 왜 발생했다고 보시나요?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20901039921022001

    이런 것을 보고도, ‘확통으로 서울대 경제나 경영 갈 수 있어’라고 이야기하실 건가요? 물론 갈 겁니다. 한데, 확률적으로 미적보다 낫다고 보세요? 여전히, 미적 공부할 시간에 국어 공부 더 하고, 탐구 더 해서 설경 가 라고 하실 건가요?

    게다가 25학년도에는 ‘시장의 흐름’ 속에서 확통과 미적 간 표점 차이는 더 벌어질 터인데요? 당장, 이번 연도 서울대 입시 결과가 눈에 선연한데요. 저는?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4:15 · MS 2017

    축자 반박 4
    --그리고 확통선택자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어른은 언론과 특정학원 관계자를 말씀드린것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글쓰신분의 의견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답변- 확통 선택자의 불안감을 ‘이용’하는 어른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불안감으로 뭘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다시금 귀하에게 묻습니다. 귀하가 만약 문과 극최상위로 서울대 경제나 경영을 가고 싶다면, 25학년도 수능에서 귀하는 확통을 택하실 것인가요? 저는 쌍수로 말리렵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4:27 · MS 2017

    물론 저에게 틀딱 시대의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 지금은 지금이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부라는 게 어디 시절이 변한다고 특성까지 확확 바뀌나요?

    본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운동 신경이 지극히 좋은 친구는 투수나 타자 다 잘 합니다. 다만, 괴수 수준의 선수가 득실거리는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느 한 종목으로 자신을 특화시켜야 하기에 투수로만, 아니면 타자로만 살아가는 것이지요. 류현진이 그런 예이지요. 물론 오타니 같은 지극한 예외도 있지만...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극최상위는 국어든 수학이든 영어든 다 잘합니다. 그런 친구들이과연 특정 과목에서 11점이나 되는 표점 차이를 안고서 특정 과목에 '집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11점이면 극최상위권에서는 '만회'가 안 되는 점수입니다.

    24수능 국어에서 표점 11점이 나려면, 얼마나 차이가 나야 할까요? 그런 차이를 안고서 설경(제)나 설정외를 목표로 한다? 게다가 25학년도에는 확통과 미적 표점 차이가 24학년도보다 더욱 심해질 터인데요?

    저는 말리고자 합니다.

    귀하께서도 이번 서울대 정시 결과를 한 번 지켜보십시오. 이과의 침공이 어느 수준으로 이뤄지는지 말입니다. 물론 이번 연도는 과탐2의 표점 문제도 있어서 이과 침공은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 하하파파 · 818447 · 23/12/08 15:09 · MS 2018

    네.. 이제 이해가 됩니다. 저희 생각의 차이는 극최상위권이라는 단어에서 나온것 같습니다.

    저는 글쓰신분의 후배이고, 수학교육과를 나와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희때까지도 공부열심히한 공돌이들이 문과 밑에서 일한다는 시대였습니다. 의대도 문과도 위상이 지금같지 않았죠. 저랑 같은 수능점수였던 친구들이 메의저의대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솔직히 여기서도 저기서도 100점을 받을 학생들은 지금 문과에는 없습니다. 물수능시대도 아니고 문과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아서 비슷하면 이미 이과로 넘어갔습니다. 운동과 비교하신 말씀부터 틀린 말씀 하나 없습니다.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적인 대상에게 충고하고 계신다는 점입니다. 그런 극상위권은 이미 미적을 선택했습니다. 제가 걱정하는것은 지금의 문과 안에서 최고라는 칭찬들으며 자라온.. 어쩌면 극최상위권이 아니지만 그렇게 여겨지는 학생들입니다. 글쓰신분의 충고를 고민하는 학생들은 결국 본인이 감당할수 없는 기회비용을 치뤄야하는 학생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연준에 맞서지말라는 평가원에 맞서지말라. 아닙니까? 평가원은 유불리는 없다고하고 본인의 과목에서 최고점을 받는게 옳다고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글쓰신분은 주식이 오르는 흐름이 오면 연준이 뭐라고하든 사야지. 아닙니까? 흐름이 관군이라는 말씀이 납득이 되지 않습니다. 다시들어도 평가원에 맞서라 같은데요...

    문과침공.
    이과가 유리해서가 아니라 (예전이었으면 문과였을수도 있는) 그저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가 이과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내 앞에 서는 것입니다.

    글쓰신분처럼 순수한 의도가 아닌 상업적인 목적으로 학생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어른들이 제 주변에 많습니다.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5:30 · MS 2017 (수정됨)

    1. 에이, 무슨 말씀을요. 지금 제 지인 자제가 이번에 확통 100으로 표점 137점 맞았습니다. 선생님 주변에 없다고, 없는 것일까요? 선생님 경험을 너무 극화시키시는 것은 아닌지요.

    2. 문과에서도 똑똑한 친구들은 이미 미적으로 넘어갔다고 하셨는데, 그 역시도 선생님의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일 겁니다. 이번에 확통 만점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정확히는 평가원이 공개하지 않으니 저는 모릅니다. 하지만 도수분포를 본다면, 아무리 적어도 수 백명은 되지 않을까요? 137점 맞은 친구들 총 명수가 4175명입니다. 여기에 여자가 1162명이고요. 수 백명(한자어에서 접두사 '수'는 보통 5를 넘어가지 않는 함의를 가지고 있죠. 보통 2또는 3을 뜻합니다.)도 사실은 적게 잡은 것일지 모릅니다. 저는 그런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또한 확통 96을 맞은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확통이 96이니, 귀하는 미적으로 넘어오면 84에 불과해라고 장담하실 수 있나요? 도대체 무슨 근거로요?

    제가 본문에서도 썼지만, 당장에 22번을 틀린 미적 92짜리 표점이 그것까지 맟힌 확통 100짜리보다 표점이 높습니다. 이것, 받아들일 수 있나요? 통계적으로 이럴 수밖에 없다해도, 받아들이기는 참 힘듭니다.

    3. '주식이 오르는 흐름이 오면 연준이 뭐라고 해도 사야지'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제 글 다시 읽어보십시오. 제가 그렇게 이야기한 것인가요? '평가원이나 교육부가 만든' 시장의 흐름이라고 했죠? 제 글의 전제는, 시장의 흐름(미적이 많아진 것. 그에 따라 만점 표점 차이가 갈수록 심화되는 것)을 평가원이나 교육부, 즉 관군이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데 관군과 싸우라고 제가 표현했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제 말이, 여전히 이해가 안 가시나요? 제 글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아니면 선생님의 독해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요?

    조선일보 기자 18년 한 뒤,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연설문 담당자로 잠깐 근무한 사람인데, 제 글이 길고 너무 서술적이다라는 비판은 들어봤지만, 글이 어렵다는 비판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4. 다시금 말씀드리지만, 이과가 더 공부 잘하는 것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서는 확통을 선택하면 안 된다는 겁니다, 문과 극최상위가...

    다시금 결론입니다.

    선생님은 문과 최극상위에게 확통 권유하시렵니까? 그러면, 저는 선생님의 '진학 지도'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다시금 제기합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5:39 · MS 2017

    참고로...

    제 지인 자제는 이번에 서울대식으로 418.6을 받았습니다.

    국어 표점 143, 수학 137, 탐구 표점 각각 70 69., 영어, 제2외, 한국사 모두 1등급.

    이 친구가 과연 미적을 택했을 때 공통에서 3개를 틀린 88점 정도를 맞고 137을 맞았을까요? 이 친구는 미적 응시자조차 5% 정답률에 불과한 22번도 맞힌 친구인데...

    제가 3년 전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확통과 미적 표점 차이가 이렇게 날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저는 이 친구에게 무조건 미적 권합니다.

  • 랩실의노예 · 993446 · 23/12/08 15:44 · MS 2020

    확통으로 고정 96이상 받는다면 확통에 머물 이유가없음

  • 하하파파 · 818447 · 23/12/08 15:57 · MS 2018

    저는 재종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가 특정될수 있어서 조심스럽지만 저는 확통100점 표본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데리고 있습니다. 또한 말씀하신 미적으로 넘어가 실패한 케이스도 가장 많이 지켜봤습니다. 그 안타까움이 3년째입니다.. 저의 우려가 비난으로 느껴지셨다면 죄송합니다. 절대 그런 의도는 없으며 글쓰신 분의 통찰력과 순수한 애정을 공감합니다.

    100점을 받고도 패널티를 가진 많은 문과학생들을 저보다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감히 말씀드립니다. 하지만 그 패널티라는 표현조차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여전히 확통100점은 그래서 손해가 아니라 덕분에 수학도 다른과목도 그럴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디엔가 있을 그 이상적인 학생들이 서울대 상경을 못간다면 저는 여전히 확통때문이 아니라 다른과목을 더 잘봤어야한다고 생각하고. 미적으로 넘어가서 얻을 표점차보다 다른과목은 지금보다 더 무너졌을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회가 좀 나신것 같은데ㅜㅜ
    일반적으로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것은 시장의 흐름과 연준의 의도가 다를때 쓰는 표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미적으로 넘어가는것은 평가원의 의도에 반하는 시장의 자의적인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쓰신분 말씀대로라면 평가원이 유불리를 조장하고 미적으로 흐름을 유도하는것이됩니다. 글을 읽었기때문에 내용과 제목이 모순됨을 말씀드린것입니다.

    저는 이제 그만 쓰겠습니다.
    많이 배웠고 더배우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결정을 하길 바랍니다..

  • 위선과 위악 · 728914 · 23/12/08 16:12 · MS 2017

    선생님의 말씀도 존중하겠습니다. 저는 동의 못 하지만...

    다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것은 시장의 흐름과~'라는 문장만 말씀 드립니다. 죄송한데, '시장의 흐름=연준의 정책'으로 이야기합니다, 경제에서는.

    Goigle에서 Don't fight the fed라고 치시면, 이 말의 함의가 잘 나옵니다. 시장이든 정책이든, 큰 흐름과는 싸우지 말라는 뜻입니다. 특히 개인 자격으로는요.

    양키들이 기준 금리를 5%대로 하는데, 미국 은행이 이에 맞서겠다며 금리를 3%로 하지는 못 합니다. 시장조차 관군과는 안 싸웁니다. 미국에서도 Fed가 시장 흐름을 좌우하니까요.

  • 나는야INTP · 1272463 · 23/12/09 17:30 · MS 2023

    문과 극최상위권이라도 미적을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적이 어떻게 나와도 100점을 맞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요, 이과 극최상위권에서도 그런 사람은 손에 꼽습니다. 미적과 확통의 표준점수 차이로 인해 서울대를 못간다면, 원래 서울대에 갈 그릇이 안되는겁니다.

  • avokado · 1272211 · 23/12/20 17:44 · MS 2023

    이 글 보고 25학년도 수능과 26학년도 리트 수석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