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경우의 수(수학영역)
저 상자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수능을 3일 앞두고 궁예질을 해보려 합니다.
글의 체계를 위해 수학영역의 MBTI 각 항목
H/N, R/E, S/A, P/L
에 대하여 하나씩 짚어보려 합니다.
단, 전체적인 난이도를 뜻하는 H/N는 제일 마지막으로 보내고,
나머지는 이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1. R/E: 전체적인 문항 배치가 고른가? 극단적인가?
만약 고르다면 정부의 지시대로 킬러가 쉽고(없다시피하고) 나머지 문제들(비킬러~준킬러)가 어려우며,
극단적이라면 이와 반대로 킬러가 어렵고 나머지 문제들은 쉬워야 합니다.
직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전자일 확률이 높아보입니다.
그럼에도 후자와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 배경은 어떻게 될까요?
몇 가지 가설을 제시해봅니다.
가설1은 평가원의 의지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전제로 하고,
가설2는 그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것을 전제로 하였습니다.
가설 1: 전체적인 난이도 상승에 대한 거부감
킬러가 쉬우면 만점자는 상대적으로 많아지지만, 비킬러~준킬러가 어려워지면 평균이 낮아집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야 대부분 상위권이니 쉬운 시험으로 인식하지만,
그보다 다수의 평균적인 학생들은 어차피 킬러라인 문제는 쉽든 어렵든 풀지 못하는 것은 동일한데
그나마 비벼볼 수 있는 문제들까지 어려우니 절망할 수 밖에요.
(안그래도 수학은 기본적으로 평균점수가 낮아서 여론상으로도 불리합니다.)
만약 평가원에서 이런걸 의식한다면 비킬러~준킬러 라인의 문제들을 어렵게 내지 못할텐데,
여기서 킬러까지 쉬우면 만점자가 너무 많아지는 문제가 있으므로
킬러를 우리들의 예상보다 다소 까다롭게 출제할 수 있습니다.
물론 12~14학년도처럼 만점자 비율에 제한을 둔 것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설명은 맨 아래에 있습니다.)
만점자가 크게 많아지는 것을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구요.
가설 2: 능력부족으로 인한 실패
가령 검토단계에서 킬러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막상 학생들의 정답률은 킬러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E에 가까운 시험지가 되겠죠.
가설 1, 2를 종합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오른쪽 끝에 적혀 있는 각각의 확률은 저의 뇌피셜이니 그냥 참고로만 해주세요.)
ㄱ. 킬러가 쉽고, 비킬러~준킬러가 어려움(강한 R) - 50%
ㄴ. 킬러가 생각보다는 어렵고, 비킬러~준킬러가 쉬움(강한 E) - 30%
ㄷ. 킬러와 비킬러~준킬러가 모두 쉬움(약한 R) - 20%
보통 ㄱ과 같이 나올 확률을 매우 높게 보는 것 같은데
생각보다 그 확률이 낮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하셨으면 합니다.
2. S/A: 전체적인 문항 배치 및 문제 유형이 전형적인가 새로운가?
이에 대한 정부의 지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A일 확률이 높습니다.
단순히 9월 평가원의 문항 배치가 실험적이었어서 이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저는 평가원이 수학영역을 출제하면서 오랫동안 직무유기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수능은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낯섦'을 동반하는데요.
가령 23학년도 수능 수학을 13학년도에 통합으로 갖다놨어도 그 등급컷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옛날 수험생들에게는 23학년도 스타일이 낯설지만 우리에게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10년동안 학생들의 수준이 상승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고작 10년만에 인간의 평균적인 능력이 그렇게 진화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고,
단지 수능을 잘못내서라고 생각합니다.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특정한 기술들이 수능에서 거듭 유효타를 날리고,
그럼에도 수능에서 그 주제들이 반복해서 출제되고 고여만 갔습니다.
학생들은 그런걸 N제 등을 통해 훈련하면서 뒤쳐지지 않으려 애를 썼구요.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고력이 증진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런 유형들을 잘 풀게 되는 것일 뿐입니다.
같은 등급컷이어도 옛날 시험들이 물로켓으로 보이는 것 자체가
오늘날 수능 수학이 여러분을 사고력으로 변별하는데 부족함이 있다는 방증이죠.
제가 수험생일 때만 해도 평가원에서 새롭게 출제된 내용들을 분석하고나면
그것은 마치 신기루처럼 금방 사라지고
또다른 새로운 것으로 변별하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올해는 어느 해보다 적극적으로 사교육을 견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형적인 것이 반복되면 사교육에서 분석하여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생들은 고여갑니다.
그러면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더더욱 유리해질 수 있죠.
정부에서 이를 막으려 한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특정 스킬들이 먹히는 문제들을 무너뜨리고
처음부터 새로 쌓아올릴 것입니다.
10년전 선배들과 비교했을 때
여러분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서 변별할 수 있는 그 '어떤 문제'들로 구성된 시험지.
이것이 24수능 수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가원의 능력 부족으로 실패할 확률도 (앞서 난이도 조절에 비해서는) 낮지 않을까 합니다.
왕년에는 평가원이 잘해왔던 부분이고,
9월 평가원에서도 어느정도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요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전형적이기보다 새로운 느낌으로 출제에 성공(A) - 80%
ㄴ. 전형적이기보다 새로운 느낌으로 출제에 실패(S) - 20%
3. P/L: 논리력로 변별할 것인가, 인내력으로 변별할 것인가?
논리적으로 어려운 문제는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인내력이 필요한 문제(Ex: 개수세기, 계산) 위주로 변별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주된 변별 포인트도 이쪽이었구요.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L 유형으로 출제된다면
이것은 평가원의 능력 부족으로 인한 결과이지 않을까 하는데,
가령 검토 과정에서 '여기에 논리라고 할게 있나?' 라고 판단했지만
학생들의 눈높이에서는 충분히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문제일 수 있죠.
그리고 다 떠나서 애초에 딱히 변별을 주는 시도를 하지 않은 나머지,
둘 중 어느것도 딱히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ㄱ. 논리력으로 변별(L) - 20%
ㄴ. 인내력으로 변별(P) - 50%
ㄷ. 두 요소 모두 두드러지지 않음(L, P 거의 반반) - 30%
4. H/N: 전체적으로 어려운가? 쉬운가?
최근 10여년동안 30여회의 평가원 시험(6평, 9평, 수능) 중에서
H유형은 2019학년도 6월 평가원 가형 하나뿐이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귀납적으로 보더라도 N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죠.
H로 출제될 확률은 낮습니다.
그러나 예년에 비해서는 그 확률이 다소 높다고 봅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평가원이 목표로 하는 난도는 예년보다 낮겠지만,
그 실패 확률이 커진 것인데요.
작년까지는 평가원이 지금까지 구축한 시스템으로 꽤 안정적으로, 그리고 자유롭게 출제해왔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정부가 여러가지로 개입하고 있고, 중간에 평가원장이 교체되는 등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이는 성과의 편차를 크게 만들어서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증가시킵니다.
따라서 H로 출제되는 상황도 염두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반대로 강력한 N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9월 평가원도 충분히 쉬웠는데 이것보다 더?'
네, 가능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올해 평가원은 어디로 튈 지 그 어느 해보다 예측하기 힘듭니다.
이번 요약은 예상 1컷으로 해보겠습니다.
미적분 기준으로
ㄱ. 92점 이상(N) - 30% (9월 평가원이 수능이라면 표본을 보정하였을 때 여기에 포함될 것입니다.)
ㄴ. 88~89점(N) - 30%
ㄷ. 84~85점(N) - 20%
ㄹ. 84점 미만(H) - 20%
PS) 2011, 2012학년도 정부에서 평가원 시험에 개입했었던 일화를 이야기하기로 했었는데
당시 기사들을 찾아놨던게 중간에 사라지기도 하고
재미있게 풀어내기도 힘들어서 짧에 요약만 하겠습니다.
2011학년도(2010년)
정부에서 EBS 70%를 노골적으로 연계하여 사교육을 한 번 잡아보자고 평가원에 압력을 가함.
6평에서는 이를 그대로 따르면서
전년도 6평에 비해 1컷이 국어는 11점, 수학은 가형 19점, 나형 12점 상승.
그런데 9평은 국어는 여전히 연계율이 높고 쉬웠지만 수학 가형, 영어가 갑자기 어려워짐.
수능은 EBS 연계를 시늉만 내고
수학, 영어는 9평보다 더 어려워져서 역대급 찍고 여기에 국어까지 같이 어려워지면서 불수능 탄생.
나중에 평가원의 인터뷰를 들어보니
속으로는 EBS 연계로 인한 변별력 문제를 계속 고민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 인한 불안정해진 출제 시스템까지 더하여
결과값이 엉뚱하게 튀어버림.
2012학년도(2011년)
2011수능 결과를 보고 화가 난 정부에서 이번에는 만점자 비율까지 1%로 못박아버림
(2011수능 과목별 만점자는 국어: 0.06%, 수학 가형: 0.02%, 나형: 0.5%, 영어: 0.2%)
6평에서는 평가원이 정부의 말을 너무 잘 들은 나머지
만점자가 국어 2%대, 수학 가형, 나형 모두 3%대가 나오고 영어는 0.7%가 나옴.
9평에서는 국어 2%대, 수학 가, 나형 모두 1.5%가량 나오고 영어는 0.3%가 나옴.
그런데 수능에서는 9평과 정반대로
국어 0.28%, 수학 가형 0.31%로 갑자기 어려워지고 영어는 2.67%로 역대급 물.
그럼에도 만점자 1%정책은 몇 년을 더 시도해보고 흐지부지됨.
결론: 1. 정부도 평가원을 맹신하지 말자.
2. 다양한 경우를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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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우를 대비하자는건 시험장에서 어떠한 경우가 나올지 모르니 난이도나 유형 궁예질 하다가 안맞아서 당황하고 멘탈 무너지지 말고 그냥 잘 풀자는 뜻인거 같네요
9번이나 27번에서 막혀도 22번에서 역대급 킬러가 나와도 누구나 같은 조건 같은 상황일테니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시험을 운영하는 사람이 잘 볼 거 같습니다.
통합이래 역대급 킬러 나왔네요..
그게 도대체 왜 3점인지요...
현실이 되어버렸네요
준킬러 어렵게 내면 2등급대 학생들은 말리기 쉬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