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선수촌처럼, ‘과학 엘리트 선수촌’을 갈망함
19세기까지 성리학 중심으로 움직였던 조선을 혐오합니다. 조선이 무기력하게 강점당한 것은 ‘공부하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부하는 방향이 잘못돼서’라고 봅니다.
‘서구의 과학기술사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의 교육제도가 달라져야 한다’고 절박하게 외친 조선인의 저술은 제가 알기로는 유길준의 ‘서유견문’(1889년 탈고 배포. 1895년 정식 출간) 이전에는 없었습니다. 있다면, 저에게 보여주시면 됩니다.
하고한 날 공자 왈 맹자 왈 되뇌던 나라가 힘으로 모든 게 결정되던 제국주의 시대에 강점을 안 당하면 그게 이상한 것이지요. ’제국주의를 옹호하냐‘는 비판을 받을까 봐 사족을 달아야 하는 게 너무도 아쉽지만, ’도덕론‘은 도덕을 모든 이가 받아들일 때 힘을 얻는 법이라고 봅니다. 한데, 고래로 인간의 본성에는 도덕만큼 ’힘 숭배‘도 자리하는 법이니까요.
현 정부 탄생에 한 표를 보낸 사람입니다. 다만, 한 가지 염려되는 게 있었습니다. ’과거제의 정통 후예인 사시파 서울법대가 최초로 정권을 장악했을 때‘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과연 ’시대에 걸맞게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제 경험칙으로 볼 때, 대부분 사람은 10대 후반~ 20대 때 배운 것으로 먹고 살더군요. 20대 때 헤겔 철학을 배운 사람은 평생 헤겔 헤겔 하면서 살고, 사회주의에 경도됐던 사람은 사회주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보였습니다. 저 역시 별 다를 건 없겠지요.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가던 20대를 ’법전‘과 함께 보낸 뒤 삶의 대부분을 법의 해석과 적용에 몰두했던 사람들이 과연 과학기술에 대해 얼마만큼 절박함을 가지고 있을지가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전자공학을 전공한 ’최초의 이과 출신 대통령‘이 과학기술에 대한 별다른 정책을 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탄핵되는 것을 보면서 ’이과 출신도 별 것 없구나‘ 생각하기도 했지만요.
저는 이 정권이 향후 우리 역사 발전에 끼칠 최대 잘못은 ’과학기술연구비 삭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변을 돌아보십시오. 핸드폰 없이 못 사시지요? 이것, 물리학과 그것에서 파생된 공학 발전의 결과물입니다. 그 뼈대는 수학이었고요. 인터넷 발전 역시 그렇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이 세계는 물리학 그리고 그 뼈대를 이루는 수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서울대 인문대 커트라인이, 아니 문과 커트라인이 예전과 비교할 때 바닥을 치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물리학과 수학은 그러나 민간기업이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윤을 ’바로‘ 창출하기가 힘들뿐더러, 돈도 많이 들어갑니다. 한 나라의 교통 근간을 이루는 철도나 고속도로를 국가가 설치하고 운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겁니다.
그럼에도 과학기술 연구비를 줄인다고요? 한숨만 납니다.
체육 분야로 눈을 돌려보지요. 1980년대 중후반, 카투사로 양키들과 함께 근무하면서 흑인들의 육체적 능력에 감탄하곤 했습니다. 고무공 같은 탄성, 차원이 다른 근육량... 모든 운동의 기본이랄 수 있는 육상 달리기 분야에서 100m나 마라톤 세계 최고 기록을 어느 인종이 갖고 있는지 살펴 보십시오. 죄다 흑인입니다. 복싱이나 격투기 세계 헤비급 챔피언은 대부분 흑인이 차지했습니다. ’몸‘이 다른 겁니다, 황인과는...
그럼에도 대한민국이 올림픽 등에서 메달을 ’상대적으로‘ 많이 따는 것은 ’체육 엘리트 지원을 위한 선수촌‘(진천선수촌. 예전에는 태릉선수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공산주의 국가 빼고 여전히 ’전 종목 체육 엘리트들‘을 한곳에 모아 올림픽 등에 대비한 강도 높은 훈련을 시키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이런 지원이 없다면,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메달 획득 개수는 확 떨어질 겁니다. 결국 돈의 문제이지요.
국가 발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저는 ’서울대 출신은 지적 엘리트‘라는 말을 부정합니다. 제가 서울대에 입학하던 1984년, 서울대는 6000명을 뽑았습니다. 요즘은 3000명 정도 뽑고요. 한 나라에 ’역사적 이노베이션‘을 이룰 수 있는 엘리트가 한 해마다 3000명씩 나오는 경우는 없다고 봅니다. 서울대를 나왔어도 대부분 그냥 직업인으로 살아갑니다.
그러나 전국에서 ’두 자리 이내 성적‘ 혹은 ’최초반대 세자리 수 성적‘을 이룬 이들은 다르다고 저는 봅니다. 마치, 100m 달리기를 10초대로 뛸 수 있는 사람이나, 마라톤에서 2시간 20분대 안으로 뛰는 것이 타고 나야 하는 것처럼요.(이것 부정하신다면, 오늘부터 죽어라고 달려보십시오. 귀하가 타고난 육체적 능력을 갖추지 않은 한, 100m 11초대나, 마라톤 2시간 40분 이내 주파는 불가능합니다. ’순수 아시아인‘ 중 100m 9초대를 이룬 사람은 지금까지 단 3명이 나왔습니다. 흑인은 100명 가까이 나왔고요. 마라톤 세계 기록은 요즘 이디오피아나 케냐 출신으로 이뤄집니다. 타고나지 않으면, 체육이든 학문이든 ’초엘리트‘에 이르기는 지극히 힘들다고 봅니다. 사족 하나만 더 붙이면, 100m 달리기 11초 F나 마라톤 2시간 40분으로는 우리나라 전국체전에 나가도 메달을 못 땁니다.)
상상하곤 합니다. 진천 선수촌처럼 ’기초과학 전문가촌‘을요. 전국 수능에서 100등대 이내 학생에게 “전문가촌에서 공부를 마친 뒤 일한다면 당신들에게 평균 연봉 3억 원을 퇴직 때까지 보장하겠다. 대신 기초과학자로 여기서 평생 일하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여기를 기초 과학의 메카로 삼자는 겁니다.
매해 이런 이들을 100명 뽑은 뒤 평균 연봉 3억 원, 40년 근무라고 치면 40년 뒤부터 매해 1조 2000억 원의 예산이 해마다 들어갈 겁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총지출은 659조 9000억 원입니다. 전체 예산 지출의 0.1827%입니다.(물론 기관 운영비 등이 들어가면 이보다는 많아지겠지요.)
물론 숱한 비판이 따를 겁니다.
성적지상주의를 강화시킬 것이다.
왜 사람을 성적으로만 평가하냐.
근무자들이 나태하게 되는 것(공무원화)을 어찌 막을 것인가.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폐지되기 이전까지 실질적으로 ’노예로 운영되는 국가‘였던 탓인지(권리는 없이 의무만 지던 조선 후기 양인들이 과연 자유인이었을까요?), 우리나라는 평등주의가 강합니다. 평등주의에 위배되면 몰매 맞기 십상입니다. 그 비판이 가장 강할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정책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가 필요할 것이고요.
그래도 꿈꿔보렵니다. 내 나라의 미래를 지금보다는 더 낙관적으로 그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미적때매 재수할 거같아서 재수안할려면 남은 기간 미적 n제 5권 푼다 너가 이기나...
-
하기 빡센가요?
-
하늘이 여섯쪽 나도 cc는 절대 안뜨겠죠?
-
나 사랑해주는 사람 마음 긁는거만큼 쓰레기인 짓이 없구나 남은 인생 효도하면서 살아야지
-
야구 끊습니다 12
롯데 꼬라지 보니 올해도 글러먹었음
-
덕코 루팡이죠
-
심특,문해전s1했고 확통 6모 원점92 7모(집) 원점 92 나옴요 설맞이 빅포텐2...
-
국어 4 1
지금 시기에 뭐하면 좋을까요.. 6모 4 7모 3입니다ㅣ
-
하............ 요즘 공부하는데 자꾸만 후회와 아쉬움이 남네요. 정시를...
-
푸는데 문제가 유독 쉬운거같은데
-
너무 벨붕인가
-
현역 국어 언매 2~3 등급 뜨는 허순데 항상 푼거 정답률은 괜찮은데 시간 관리가...
-
현역 23수능 55255 재수 24수능 22222 평백(94) 정도로 현재 성균관대...
-
하루치 시간 재고 푸니까 1-2개씩 나가는데. ㅋㅋ 공통 미적 해서 하루 3일분 함…
-
뭔가될거같기도하고
-
지난 토요일/일요일에 자료를 신청한 학생들에게내일, 자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개별...
-
효율 측면에서 여기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심? 요즘 저도 엄청 고민중 실모많이...
-
호두 수입 분석 12
과외한번도안해본 내가 투산해볼테니 토달아주샘 36시단정도 시급 8받는다고치면 260...
-
혐우진 배기범 오지훈 다 은퇴했는데 인강만 하는 게 더 편해서 그런거임 ?
-
어디서 보는건가요…? 당장 내일 아침에 가야하는데 문자도 안 오고 홈페이지 그...
-
ㅇㅇ
-
몇 주째 이러는데 해결법 없나… 사장님한테 문자했는데 단체 알림 보내셔도 소용없음
-
으하하ㅏ하하하하하ㅏㅋㅋ카카ㅏㅋ캬캬ㅑ컄
-
정확하게는 그렇게 생각이드는 N제 지인선 N제 이것저것 많이 풀어봤지만 이게 제일...
-
이거 개오진다 3
한국 초딩의 밥상
-
수학 평가원 4번치는동안 240628 하나틀림 실력으로 첨에 딱보고 어려운문젠지도...
-
생각해냈는데 워딩치기가 긔찮! 6평 12번처럼 아무 생각 없이 계산 뚝딱뚝딱해도...
-
하는곳없음??
-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를 자꾸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10
메인글 보니까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취지를 자꾸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문이과 통합형...
-
카의vs고의 5
카의호소인으로서 솔찍히 무조건 카의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인지도 면에서는 sky빨...
-
. 1
-
누가 사라지는지 확인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는데
-
왜 다른 사람들은 역사에 별 관심이 없을까 생각해봤는데 "1795년,...
-
쫑느 현장에서 듣고 싶엉엉엉?? 오늘 물어봣더니 300번대임..
-
나도 미소녀가 되어서 여고생 밴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제 작은 소망입니다
-
맛잇게먹겟슴다 근데 원래 다 주는건가 ㅎ?
-
공부하지말아주세요 운동도 가급적 지양 부탁. 맛있는거 많이 먹고 행복하게 지내시면서...
-
I학점 얘기까지 나오는 거 보면 어떻게든 유급 막으려는 것 같은데 0
문제는 그렇게 해서 뽑은 25학년도 의대생들도 수업 거부하면 26년에는 사실상...
-
고1 진로변경 2
1학기 때 동아리도 물리 쪽, 진로희망은 기계공학,도시공학 쪽으로 생기부를...
-
일하싫 1
퇴근까지 약 1시간 남았는데 갑자기 의욕이 확 떨어짐
-
9평까지 지구 안고 가다가 등급 뜨는거보고 그때 사탐으로 바꿔도 괜찮을까.. 지금...
-
(2024 규토 라이트 N제 수1+수2+미적분) 작년에 반수하려다 맘 접고...
-
이게 영어가 3
안하면 확실히 개떡락함 나 그래도 23수능 90점인데 2506 68점나옴......
-
퍼즐형 문제 내는 게 불가능한가?? 왜 안 하지
-
진짜 탈릅 몇명인거야..
-
오늘은 피곤한 관계로 한시간 잠은행에 저축하기 낼봐요 그럼 이ㅁ
-
걍 퍼즐형 만들어서라도 1컷 40 되는거 보고싶음 맨날 48 50만 보는 듯....
-
여름방학 3주라 최대한 수학에 몰빵할 계획이에요ㅠ 수2 못해서,, 수시러입니당 내신...
-
옛날에는 고수도 존나많고 칼럼도많고 유동인구도 많았는데
우리나라 최고 재능들 모아두고 돈 때려부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긴 하네요
세계 최고재능 모아서 돈때려붓는게 사우디 2030프로젝트임 ㅋㅋㅋ
일종의 '고등과학원'을 국내 최고 인재 중심으로 세워서 운영하자는 것인데 이를 사우디 2030 프로젝트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네. 그래서 더 걱정되는 겁니다. 타국의 과학적 인재들을 압도적 경제력으로 빼낼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까요. 신도시 옥사곤까지 지어가면서, 어찌보면 지금까지의 중국 등이랑은 비교도 안 가게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거죠. 이번에 호날두나 유명한 축구선수들 심지어 유망주들까지 비교가 안되는 높은 급여와 복지만을 보고, 낭만과 커리어를 포기하면서까지 사우디 리그에 입성하는 세태를 보고 더 경각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가 그걸 보고 과학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거죠.. 돈을 퍼다주는데 한국에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저도 정말 과학의 메카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부터 추진해도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있어야 인재를 지킬 희망이 있다고 봐요.
아. 제가 귀하의 글 맥락을 오해했습니다. 죄송. 이제는 구시대의 표상이 된 국민교육헌장에조차 '성실한 마음과 튼튼한 몸으로 학문과 기술을 배우고 익히며' 라고 했는데 어느덧 과학과 기술은 뒷전인 듯합니다. 1990년대 이후부터는, 군인이 정치하던 시절보다도 '국가 발전 전략 수립'은 못하는 것 같은. 그게 가장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