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카니카 후기
나의 근본은 “허수 생지러”였다. 9모, 10모에서 고정적으로 생명 29점의 5등급을 받으면서도 윤도영 선생님의 생지하자를 들으며 실실 쪼개던, 수능이 2주 남았음에도 유전은 손도 안대던 완벽한 허수다.
작수 탐구 성적표다. 생명은 찍신이 강림했는지 무려 백분위 81의 3등급을 얻어냈다. 물론 실력으로 푼 문제는 20문제 중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을 것이다.
…
그리고 “재수”를 결심한다.
12월? 1월? 2월? 허수에게 이른 시작 따위는 없다. 2월에 생명 교재를 펼쳐보며 나는 고뇌에 빠졌다. “내 인생은 생명과는 연이 없는 것 같은데? 물리로 런 칠까?” 한 달간 고민했다. 결국 3월에 나는 물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말씀드릴 수 없었다. 작년 수능 100일 전 선택과목을 기하에서 미적으로 바꾼 사건으로 인해 부모님과의 갈등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선택과목을 바꾼 것을 말하면 부모님께서 반대하실 게 뻔했다. 당연히 교재는 사지 못했다. 무지성으로 배기범 선생님의 강의를 신청하고 교재 없이 듣기 시작했다. 잘 될 리가 있나. 장력 나오는 파트, 그러니까 극초반부터 나는 내가 모든 내용을 까먹음과 동시에 듣고 있는 내용도 이해를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크게 한숨을 내쉬고 처음으로 돌아가 복습..하기는 개뿔 나는 그 날 부로 물리를 멀리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그렇게 과탐 공부를 멀리할 수 있겠는가. 재수생들의 모의고사, 더프가 목전에 다가왔다. 한 달이라는 시간동안 최대한 성적을 끌어올려야 했고, 과탐은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그렇게 고뇌하던 와중 기연을 얻었다. 오르비 실시간 검색어에 뜬 “메카니카.” 마치 전설의 비급서와 같이 느껴졌다. 정말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 책으로 공부하면 물리 점수를 엄청나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는 메카니카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나는 빈궁한 재수생이었고, 부모님께 그 책을 사달라고 하기도 죄송스러울 뿐더러 마찰이 생기는 걸 원치 않았기에 내 돈으로 결제해야 했다. 당시 내 통장 잔고 5만원. 내 피같은 잔고의 앞자리가 2로 바뀌는 것은 심장을 파고드는 듯한 고통이었으나, 공부만 잘할 수 있다면 아무렴 어떤가. 이까짓 3만원으로 내 물리 실력을 쉽게 올리고, 대학을 바꿀 수 있다면 이 정도 투자는 필수적인 것 아니겠는가. 그러한 마음으로 결제 버튼을 눌렀다.
며칠 후 오리가 그려진 박스와 함께 메카니카가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개봉했고, 첫 페이지를 펼쳤다. 사실 첫인상은 이랬다. 글씨는 콩알만한데 페이지는 미친 듯이 많고 알록달록한 색의 필기는 너무나도 혼잡해보였다. 그래서 안했다. 하기 싫더라. (메카니카를 까려는 게 아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문제이고 나중에 풀어보면서 느꼈지만 정말 내 기준 최고의 교재이다.)
그렇게 4월 더프 응시일이 다가왔다.
4월 더프 성적 : 물리 22점.
집에 들어와 대판 깨진 나는 조급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저리 물리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해야했다. 4월 더프를 망치고 집에서 잔소리를 들은 나는 정말 그럴 자격도 없지만 그 잔소리가 듣기 싫고 화가 나기도 해서 파격적인 선언을 했다. 6평을 못친다면 그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엄밀히 말하면 독서실 비용을 제외한 그 어떠한 지원도 바라지 않는 대신, 6평을 잘친다면 내 공부 방식에 의문을 갖지 않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공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4덮 44264가 무슨 배짱으로 그런 소릴 지껄였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이제는 정말 해야했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배로, 필사적으로 해야했다. 메카니카를 꾸역꾸역 펼쳤다. 그리고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정말 반전이었다. 그 읽기 싫게 생긴 작은 글자들은 술술 읽히기 시작했고, 일타강사도 이해시키지 못한 나를 단번에 이해시켰다. 내가 그토록 두려워했던 장력 파트도 메카니카를 공부한 이후 가장 쉬운 파트가 되어버렸다. 이 책의 좋았던 점 또 한 가지는 체화편이 따로 있어서 내가 공부한 내용을 복습함과 동시에 스킬을 체화하도록 도와준다는 점이었다.
간혹 그런 교재가 있다. “노베도 쉽게 알 수 있는, 초보도 빨리 끝낼 수 있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책들. 메카니카가 정말 그러한 교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기초적인 내용까지도 친절하게 서술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쓸 데 없는 내용까지도 설명하는 것이 아닌, 딱 필요한 선에서 서술해준다. 또한 이 책에서는 타 시중의 교재나 강의에서 볼 수 없었던 풀이들도 제시한다. 물론, 강의를 많이 듣지도 않고 수능특강을 제외한 타 물리 교재를 본 적 없는 내 식견이 짧아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런 걸 감안하더라도, 나는 물리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이, 특히 인강으로는 역학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이 책을 가장 먼저 추천해주고 싶다. 하루는 친한 친구와 물리 교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그 친구도 작년 메카니카 교재를 사서 봤다더라. 그 친구가 하는 말은 이랬다. “타 물리 교재의 상위호환.” 너무 찬양하는 글만 쓰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물리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포기하려고 했던 내가 단지 책을 읽기만 했음에도 쉽게 이해해내는 기적을 만들어 준 게 이 책이다.
실제로 받아보면 디자인도 상당히 예쁘다. 나는 만족했다. 게다가 문제를 풀 수 있는 여백도 굉장히 넓다. 고난도 기출 한 문제를 풀이하는 데 거의 한 페이지 분량의 여백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풀이과정을 메모해놓는 데도 정말 좋다.
메카니카는 총 day15의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에 맞춰 체화편도 구성되어 있는 모습이다. 단원별로 상이하지만, 보통 하루에 개념편 30p, 체화편 20문제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루에 30페이지. 많아 보일 수도 있다. 물리 노베인 내 기준으로 30페이지를 다 읽어내는 데 30분~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체화편 문제를 다 풀고 오답하는 데도 30분~1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어차피 물리 노베라면, 인강을 듣더라도 하루에 이 정도 시간은 써야하지 않을까? 같은 시간 동안 스스로 사고해볼 수 있고, 복습하며 문제 풀이의 감도 익힐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책의 강점이 드러나지 않나 생각한다. 천천히 본다고 해도 짧으면 한 달, 길면 두 달 이내에 개념편과 체화편을 모두 무리 없이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문제 유형별로 딱딱 챕터가 나누어져있고, 원리적인 해석과 함께 해당 유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을 정리해준다. 필요하다면 그러한 도구들을 메모해가면서 공부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물론, 모든 책이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추후에 개선될 거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내가 느꼈던 단점은 첫째로 오타가 조금 많다는 점.. 개념편에서의 오타는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불편함도 못느꼈고 학습에 방해되는 정도는 아니었다. 해설이나 답지에 오타가 있는 것은 아쉬움이 조금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 문제는 2판?을 인쇄하면서 개선했다고 한다. 두 번째 불편했던 점은 체화편에 해설이 없다는 것이다. 물리 노베의 입장에서 체화편을 풀면서 막히는 부분도 꽤 있었고 그럴 때마다 해설이 없는게 상당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나는 모 사의 질문 시스템을 이용해 해결하기는 했지만.. 이 점은 어떻게 개선을 좀 해주셨으면 좋겠다 ㅠㅠ 그래도 개념편의 내용을 제대로 익혔다면 체화편의 문제 중 대부분은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필자는 6평 약 2주 전부터 물리 공부를 시작했고, 그 시간동안 day1~day13까지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단진동 파트는 최근에 많이 안나오는 것 같길래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2주 간 공부하고 6평을 치렀다. 이 책의 또다른 장점은 내 6평 성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력도 없는 놈이 글만 싸지르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기에 성적표 전체를 첨부했다. 6평 물리 42점. 사실 모의고사가 쉽게 나온 것도 있고, 2등급 끝자락이라는 성적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크게 좋은 성적은 아니다. 그래도 작수 43236, 4덮 물리 22점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봤을 때 이 정도의 성적 상승은 꽤 큰 의미라고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앞서 말했지만, 나는 물리를 “2주” 공부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메카니카 교재의 내용은 정말 빠르게 흡수된다. 과장이 아니라, 한 번 배우고 나면 큰 딜레이 없이 바로 적용이 가능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 물리는 2달 정도 지나야 어느 정도 실력 향상이 이루어진다고. 기본 잠재력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이 최소한의 시간으로 아주 큰 효율을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 정말 2주 동안만 했냐는 건 믿거나 말거나다. 종이책은 증명할 방도가 없기 때문에 내가 비역학 강의를 하루에 4-5강 정도 들은 것을 가져왔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문제 풀고 강의까지 4강을 들으면 4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아무튼 나는 이 때 그 정도로 물리에 진심이었고 빠른 기간 내에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비역학과 역학을 병행하며 하루의 절반 정도는 물리에 투자했던 것 같다.
내가 머리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말 시키는 대로 따라왔더니 성적이 올랐을 뿐이다. 나는 백분위 99,100을 밥먹듯이 받는 대단한 분들과는 다르지만, 5,6등급을 밥먹듯이 받던 사람이 2등급까지 올라서는 것은 확실히 실력 향상이 일어났다는 것이고, 그것이 뛰어난 재능이 아닌 (뭐.. 재능적인 측면이 전혀 기여하지 않았다고는 못하겠지만) 뛰어난 컨텐츠의 학습만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타 컨텐츠를 까본 적이 없다. 그리고 정말 좋은 컨텐츠에 대해서는 찬양하다시피 하기도 하고 주변에 추천도 많이 한다. 그러나, 정말 좋다고 느끼지 않은 컨텐츠에 대해서는 주변에 추천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정말 좋은 컨텐츠가 있으면 공유하고 싶고, 함께 성공하고 싶다. 따라서 정말 물리가 고민인 학생들에게는 메카니카를 적극 추천한다. 이상 메카니카에 대한 너무나도 길어져버린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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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은 이훈식쌤 개텍,기텍(천체만), 솔텍 커리 쭉 탑승했고 외워야 하는 개념 부분은 제 나름대로 이름을 새로 붙이거나 암기법 만들어서 단원 당 한두 바닥 정도 정리했어요
18 19는 시간 없어서 손도 못댔고 20은 풀었어요 17 18 19 이렇게 세 개 틀렸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며칠 지났지만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여쭈어도 괜찮을까요?
전 6평 11144라 아예 미적사탐으로 틀까 고민 엄청되는데 과탐 교재 산 비용이 아까워서 좀 갈팡질팡중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기출 선별본 좀 보고 수특 1회 완강 후 시험 친거라 절대적인 학습양이 부족하긴했는데 인생 첫 과탐시험 쳐보고 노력해서 될까 회의감이 들더라구요..
기출문제 공부할 때 발문에서 뽑아낼 수 있는 조건 공식들, 문제풀이의 사고과정을 글로 적어서 명시화하고 여러번 반복해서 푸는 방법은 어떨까요?
2주동안 그렇게 많이 오르신건 교재도 교잰데 님께서 아주 제대로 공부하셔서 효과를 본거라 생각이 들어 이렇게 조언 그합니다.
혹시 과탐 어떤 과목 선택하셨나요? 제가 재수 학원 다니고 있어서 10시 반 이후로만 휴대폰 사용하는데 나중에 확인하고 쪽지 드릴게요
물지입니다. 댓글은 물리 관련해 조언 부탁드린 것입니다. 편하실 때 보내주심 감사하겠습니다
강의 사진은 메카니카 하기 전인가요?
아뇨 메카니카랑 병행했어요
맨마지막 사진은 메카니카 강의도 있나요?
아니요 대성마이맥 사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