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출신의 L-그래프 이야기[완결]
L-그래프 최종(by B.P.).pdf
첫 번째 글에 관심 가져준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읽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질문으로 끝냈기 때문에 완결되지 않은 글입니다. 그래서 남은 이야기를 더 하고자 합니다. 파일을 먼저 받아주시고, 글을 읽어주세요. 첨부한 파일을 받아가실 때 “좋아요” 부탁드립니다(“좋아요” 누르면 인생도 좋아짐!)
15-4번 선지를 읽고, 제가 떠올린 풀이는 파일 속 ‘분수로 표현된 식’과 같습니다. 사실 저는 이 식으로 10초 안에 판단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글에서 예를 들며 설명했던 것은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함이었을 뿐입니다. 제가 이 선지의 정오를 판단할 때, 첫 번째 글처럼 일일이 예시를 들며 풀지 않았습니다. 분수식만이 판단을 위한 근거였죠.
처음부터 바로 이 글을 썼다면 제 논증을 따라오기 벅차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래서 첫 번째 글에서 2가지 예시와 함께 일반화시킨 결론을 보여드렸습니다(까먹었다면, 다시 읽고 와주세요).
여러분과 다르게 제가 이 식을 떠올리고 이를 통해 빠른 판단을 내리게 된 이유를 꼽자면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1
“나누기”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
#2
22 수능 13번 문제의 3번 선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논리와 다름없음을 알고 있었다. 소재와 조건이 주어진 방식이 다를 뿐, 판단 논리는 똑같다.
첫 번째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나누기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벗어나, 다른 관점(세계관, 차원, 기준, 입장 등)에서 똑같은 것을 다시 바라보면서 ‘우물 안에 있어서 알 수 없었던 개념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세계관을 다른 세계관과 엮어 ‘관계’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견주어 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이때 기존의 한 관점에서만 보던 대상(분자)을 다른 기준(분모)으로 바라본다”
이 의미를 깨닫는다면, 여러분은 과학 기술지문만 아니라, 경제 지문을 읽을 때 이해하는 차원이 한층 달라질 것입니다.
따옴표에서 제시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예를 들겠습니다. 먼저, 시간관념이 존재하지 않은 세상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가정을 꼭 받아들여 주세요. 이 세계에 A와 B,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둘은 똑같이 p라는 지점에서 q라는 지점으로 100m를 이동합니다.
A가 이동한 100m와 B가 이동한 100m는 똑같이 그냥 100m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어떤 외계인이 갑자기 나타나서 둘은 ‘다르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뭐가 다른가 물어봤더니 A가 더 빠르다고 얘기합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시간관념이 있어서 외계인의 말을 이해하겠지만, 시간관념이 없는 A와 B는 절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공간 관념에만 갇혀 있기 때문이죠. 이때 외계인이 시간이라는 새로운 차원, 세계관을 주입해 버립니다. 그러면 어떻게 되죠?
공간에서의 변화를 시간이라는 세계관, 관점, 차원, 기준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A의 100m와 B의 100m는 100m로 똑같았는데, 시간의 차원을 기준으로 공간을 다시 바라보면서 숨겨져 있던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A의 100m는 10초짜리고, B의 100m는 20초짜리이며, 그래서 이제 무엇이 더 빠르고 느린지 깨닫게 됩니다. 실제로도 눈에 보이는 빠르기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또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A의 1초는 10m의 이동을 만들어내고, B의 1초는 5m의 이동을 만들어냅니다. 이 경우는 어떻죠? 시간의 관점에만 갇혀 있다면, A의 1초와 B의 1초는 똑같이 그냥 1초입니다. 그런데, 시간의 관점에서 공간의 차원까지 함께 엮어서 바라보면, 위에 언급한 것처럼 색다른 의미를 알게 됩니다.
요약해 보겠습니다. 공간의 차원(관점, 세계관 등)에 갇혀 있다가 이를 벗어나, 시간이라는 차원에서 공간을 바라보게 되었고, 결국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바로 그것은 빠르기이며 물리 시간에 “속력”을 배우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추가로 “방향” 관점까지 함께 동원하면, “속력”이라고 정의했던 것이 “속도”로 바뀌게 됩니다(Physics Code(피코)님께서 좋아하십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얘기할 게 있습니다. 우리는 기존에 바라보지 못했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이 앞으로도 유용하게 반복적으로 사용될 것 같으면 우리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저도 그랬고, 여러분들 모두 마찬가지로 기존에 없었던 숨겨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세상에 새롭게 태어났고 여러분께 “이름”을 붙여줍니다. 왜죠? 새롭게 태어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고, 분명한 쓰임이 있습니다. 가치가 있는 존재이므로 반복적으로 불리게 되니 이름을 붙이게 되는 것입니다.
기존 관념에 갇혀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깨달았으니 얼른 이름을 붙이고 싶고, 이름 속에 그 의미를 제대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한 글자, 한 글자에 최대한 함축적으로 의미를 정교하고 치밀하게 담아냅니다. 이를 축자적 의미라고 해서 여러분들께서 잘 알고 계실 겁니다(심찬우 선생님께서 좋아하십니다). ‘속력’을 한 글자씩 뜯어보면, 빠르다는 뜻과 힘이라는 뜻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빠르기’라는 의미를 잘 담아냈습니다.
이제 처음에 제시한 의미를 다시 읽어볼까요?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을 벗어나, 다른 관점(세계관, 차원, 기준, 입장 등)에서 똑같은 것을 다시 바라보면서 ‘우물 안에 있어서 알 수 없었던 개념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한 세계관을 다른 세계관과 엮어 ‘관계’를 만들고 상대적으로 견주어 보면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이때 기존의 한 관점에서만 보던 대상(분자)을 다른 기준(분모)으로 바라본다”
그러면 이제 15번의 4번 선지를 봅시다(첨부파일 참조 바람). “코끼리에게 적용하는 치료제 허용량을 기준으로” 콤마 앞부분과 “생쥐에게 적용할 허용량을 정한 후“를 보고, 분수식을 만들면 됩니다. 생쥐가 원래 대상이며, 코끼리를 ”기준“으로 잡았기 때문에 생쥐 허용량이 분자로, 코끼리 허용량이 분모로 갑니다.
치료제 허용량을 정하는 기준은 무엇입니까? ‘대사 체중 기준’에 비례한 기준이죠. 이에 따라 밑의 빨간색 네모로 적정량 기준을 잡았습니다. 선지에서 갑자기 허용량을 체중 비례 기준으로 바꿔서 적용한 뒤 먹이라고 했고, 이는 파란색 네모를 보면 됩니다.
빨간색 네모에서 파란색 네모로 바뀔 때, 분자의 변화량보다 분모의 변화량이 압도적으로 큽니다. 변화의 방향은 분자, 분모 모두 같아서 둘 중 더 크게 변화하는 쪽이 전체 방향을 결정하게 됩니다. 최종적으로 이 분수값은 감소하는 방향, 즉 원래 적정량 기준보다 과소복용하게 되는 결과로 가게 되는 것입니다.
22 수능의 13-3번 선지와 비교해 보며 이 글을 끝내겠습니다.
B국 통화에 대한 C국 통화의 환율의 방향을 묻습니다. 하락이냐 상승이냐. 그러면 일단 써봅시다. B국 통화가 기준이네요. 그래서 B국 통화를 분모로, C국 통화를 분자로 씁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A국 기준으로 B와 C가 각각 주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분자, 분모를 모두 A로 나눠줍니다.
<보기>에 변화의 방향과 정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23 수능 15-4보다 훨씬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겠죠? 비슷한 논리이므로 스스로 먼저 생각해 보세요.
분자, 분모 둘 다 변화의 방향이 하락이므로, 둘 중 더 크게 변하는 분모가 최종적인 방향을 결정합니다. 따라서 C/B는 상승하게 됩니다.
22 수능의 경우 소재는 환율이며, 조건이 굉장히 명시적으로(50% 하락, 30% 하락) 주어졌습니다. 조건을 보면, 변화의 방향과 변화의 정도가 각각 분명하게 주어져 있습니다. 23 수능 15-4번 선지의 경우, 더 감추어졌습니다. 그래서 변화의 방향, 변화하는 정도의 차이를 스스로 생각해 끄집어내야 합니다. 포장지를 더 씌워 난도가 훨씬 높아진 것이죠. 이걸 보고 진화하고 있다고 했던 것입니다.
양질의 글을 읽고 효용을 느꼈다면, “좋아요” 눌러주세요! “좋아요”는 앞으로 유익하고 재미난 글을 뽑아내는데 상당한 원동력이 됩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칼럼) 해상도론 6
오늘은 제가 썼던 수능 공부법을 들고 왔습니다.(3~6등급 필독) 나름 효과를...
-
쎈 풀어야됨? 계산 연습용으로 n제랑 병행할까싶은데 못 푸는건 아니고 계산 실수가 간간히 나와서
-
미나미노 카제니 놋테 하시루와
-
내일부터 도서관 다니려고 하는데 공부하면 민폐라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거 같아서요...
-
물리 인강 0
고1 2학년때 물화생지를 다해야해서 여름방학때 물리를 하려고 방인혁 더 비기너를...
-
평가원 문학 0
평가원 문학 10개년 모아서 분석하고 싶은데 교재가 있을까요..??
-
긴 금발이야 나>< 11
넘~므 좋아
-
와 100강... 언제쯤 다 들을까요
-
보기&중략 읽고 지문 처음부터 죽 읽어나가다가 볼드체, 밑줄 나오면 바로 선지판단...
-
수학 공부를 진짜 대충해서 기출은 한번정도 봣고 실모 일주일에 한두번 푸는걸로...
-
해도되나요… 다른 과목은 다 선행 개념 아예 뺐는데 물리는 진짜 하고싶던 주제가...
-
아무데나 상관없음
-
시간없어서 ebs 안풀고 강e분만 들을건데 ㄱㅊ나요?
-
맞팔 구해요 12
별볼일없는 N수생입니다 할 짓 없으면 옛날에 적어놓은 문학책 글귀들 인덱스 복붙해서 올립니다
-
프랙탈, 삼도극 거의 뒤진건 아는데 합성함수 미분법도 비슷한 상황인가요? 아진심...
-
무잔이다!! 2
녀셕은 목을 베어도 죽지 않아!!
-
문과 친구들 다 와봐 45
문과 다 뮬어봐
-
나도….안아주는거좋아하는데 집앞 핫플에서 커플들 자꾸 껴안음 안덥나
-
조회수가 아예 안 올라
-
난 X
-
"왜냐고요? 마리아, 어린아이에게 그가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십시오. 태양에게 왜...
-
d116오공완 1
프솔회독5~6조금 아침에교회갔다점심에빙수먹고집와서잤는데눈떠보니6시네요 내일은밀린비원실이나다들어야지
-
안녕하세요 시대인재 반수반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기숙사 학교를 나와서...
-
국어 그냥 진짜 노베라 생각해도 되는데 단기간에 10점정도 올려야 해.. 고전소설,...
-
무서워 무서워 인형을 양쪽에 끼고 있어도 무서워 털있는 인형에 얼굴을 비벼도 진정이 안돼
-
2023-9 2023-수능 분석서만 끝나면 휴식기를 가져보려고 합니다… 지금 제가...
-
수학 공통 N제 0
현역인데 수학 공통 수12둘다 4규 시즌1이랑 빅포텐1은 다 풀었는데 좀 쉬운거...
-
난 용납 못 해
-
D D’ 그래프에서 항상 D’ 연령이 많아야하는거에요 ? 해령1 확장속도가...
-
으악
-
인형을 안고자도 불안해요 내일 부엉이들 그냥 확 안아버려야지
-
ㅋㅋㅋ
-
500일의 기적 인증 이래 주말 공부 시간 첫 7시간 돌파 주말에 퍼지는 항상성 깨나가자
-
술맛떨어지네 2
하
-
44 5번틀림씨발
-
코기토님이랑 독존님, 무민님 많이 도움 받았는데...
-
에초에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이 댓글을 남길 수가 없을 뿐더러 (오르비는 회원가입후...
-
다만 변이음이라 별개의 음소로 인식되지 않을 뿐
-
안경 부셔져서 엄마가 혼자서 안경 고치러 갔다 왔는데 고치는데 2주 걸린다고 이상한...
-
신청은 해뒀는데 그날 단과수업 두개가 겹쳐있는데 수업 두개 째고갈만큼 현장감을...
-
문학이 약해서 추가로 더 하려고 하는데, 그릿이 괜찮다는 얘기가 많아서요 구성은...
-
16기 로생입니다 무물~ 질문 고고
-
Ladies and Gentlemen, My name is Ryan from...
-
무관 심한 사람
-
뭔가 나만의 확고한 공부 방향성이 있는데 나름 수능공부의 본질을 꿰뚫는 방법이라고...
-
ㅈㄱㄴ
-
어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새 통 안풀린다 했더니...
-
240529 보고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만들었음
-
에바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