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안 오르는 진짜 이유
글을 시작하기 전에 밝힙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이고, 현재 마음이 맞는 팀원들과 3분수능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스타트업을 하는 경우가 요즘 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저만해도 어디가서 법인을 세웠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봅니다.
그런데 사실 3분수능이 제 첫 아이템은 아닙니다. 제 첫 아이템은 의류 관련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템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죠. 제가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옷을 거의 사지 않습니다. 한 벌 사면 몇년이고 입죠. 패션은 제 강점이 아니었습니다. 외려 제 하자였죠.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패션 감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스타트업을 생각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의류 사업을 하면서 뼈저리게 배운 것을 공유하겠습니다. '내가 고객이 아닌 상품'을 팔면 안됩니다. 나조차도 그 상품을 사지 않을 것 같은데 남에게 파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미루어 짐작하셨겠지만 첫 사업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나름 주변의 인정도 받고 투자도 받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놓쳤기 때문이죠.
별 별 이유를 다 대도, 연애가 끝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더 이상 안 좋아해서. 바람을 펴도 상대방이 좋으면 계속 사귀는겁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고객들이 내 상품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시말해, 수요가 없는 겁니다.
첫 아이템이 좌절된 후 방황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달 후, 알 수 없는 관성이 저를 다시 스타트업으로 이끌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그 관성의 정체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사업을 하는게 천성인가봅니다.
이번에는 '내가 고객인 상품'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20몇년 간의 인생을 돌이켜보니 한게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를 한거고, 연세대학교 갈 정도면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준전문가 수준은 되겠다 라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 인구 대부분이 부동산을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일평생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파트 준전문가는 되는 것 처럼요.
교육 시장, 특히 수능 시장의 문제를 정말 많이 고민해봤습니다. 제가 처음 의아했던 부분은 '강의의 길이'에 있었습니다. 설립 3년만에 수백억 매출을 찍는 코딩 교육 사이트나, 전국 1등이라고 말하는 영어 교육 사이트 등 수능 이외의 교육은 전부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강의 길이가 짧아지는 거죠. 코드잇은 10분 넘어가는 강의가 별로 없고, 야나두는 하루 10분 영어를 내세웁니다. 그런데 수능 시장만 유독 긴 강의를 고집합니다.
분명히 짧고 핵심만 담은 강의를 원하는 수요는 존재할텐데 그런 상품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성년자들은 성인에 비해 집중력 스팬도 짧다는 것을 생각하면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수능 시장에 경쟁자는 포화 상태인데 빈틈이 보였습니다.
저는 스타트업을 하기 전에 고시 준비를 몇 년 했었는데 인강들이 다 70분 90분 이래서 정말 짜증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70분이 다 저한테 꼭 필요한 내용이었나? 라고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남들 다 듣는 내용 나만 안 들으면 불안하니까 배속 틀어놓고 어거지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보니 꼭 필요한 부분만 짧게 맞춤형으로 알려주는 플랫폼이 꼭 필요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교육에 미친 한국에 그런 사이트가 하나도 없다는게 말이 안 되는 것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사이트를 운영해나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무슨 고해성사 + 스타트업 소개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사실은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해서 여기에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인강 시스템에 혁신이 필요해서보다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에 있다고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만약 이게 본질적인 이유라면 스파르타식 관리를 하는 서비스가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누가 옆에서 재촉하지 않아도 혼자서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램입니다. 그래서 옆에서 억지로 관리해주는 것보다는 혼자서도 성적을 역전시킬 수 있는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제 생각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견을 구합니다. 거창하게는 '수능 시장의 문제', 구체적으로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도움을 주신다는 마음으로 댓글을 적어주시면 두고두고 감사하겠습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좋아요 0
-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좋아요 0
-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좋아요 0
-
이대로면 내년엔 시대인재도못갈듯..
-
각변환할때 세타-2분의파이 면 어느 사분면이지?
-
요새 아니내가뭘의 후계자가 되고싶은사람이 보이는거같은데 0
제대로본거 맞을려나
-
다 자나 4
ㅈㄱㄴ
-
스스로의 외모도 두뇌도 성격도 환경도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예전에 한 7년 전인가? 악플러 새끼 정신병 도저서 한창 염병 떨 적에 있었던...
-
룡
-
샴페인이랑 와인 마셨어요 헤헤
-
제가 증명함 ㅎㅎ 17수능 가4 18수능 가3 19 나1 20 나1(백분위98)...
-
정신나갈것같애 4
수열만들어본적없는데
-
5모 확통 0
그냥 ㅈㄴ 어려워서 다 못풀면 좋겠다 공통은 괜찮은데 확통이 진짜 짜증나네
-
얘가 저한테 한 말들 사귀면 내가 을이 될 거 같아 난 뭔가 예쁜데도 미래가 없는...
-
물국어기원 4
노력충도 1등급 받아보자
-
엌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ㅌ
-
우울한 거는 결국 스스로가 해결해야 할 거 같음 나도 그래서 일단 넷상에서...
-
현생에서 드러내지 말고 ..? 현실에서 드러내면 딱 반응 두 부류 1. 나를...
-
26수능은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어감부터 좋잖아요? "26"
-
30만에 완전양도 합니다 쪽지 부탁드립니다
-
국어 : 정석민t 비독원,유대종t 인셉션 문학,전형태t 언매올인원 수학 : 현우진t...
-
모질이좋아지는약
-
평범하게 살기도 어렵다 (<<< 어느정도 맞는 말 같긴 함. 평범해 보여도 다들...
-
바로 전 24가 핵불이여서 이번엔 좀 쉽게 낼거같은데 23때처럼 시험 망쳐놓진 않겠죠?
-
설의, 대구, 도치, 비유는 찾기 쉬운데 감정이입, 자연물 활용, 계절 관련 등...
-
소득비례해서 최대로 낸다고 했었는데 궁금해서 검색해봣더니 최소 ”월“ 1억 2천만원...
-
취클 들으려고 하는데요 예습하고 강의를 듣는게 맞는데 예습을하고 업로드까지 기다리는...
-
공부 잘해서 좋은 직업 가져서 계층 상승이동하는게 가능하려나
-
어디갓누
-
마더텅 빨간책 0
수학 마더텅 빨간책처럼 모의고사 연도별로 모아둔 기출문제집 있나요?
-
제발
-
메인글 댓글보고 귱금하서ㅓ +세후임
-
바퀴벌레 어캐잡아요 ㅈㄴ큰데 하..
-
현우진 떴다! 2
주인장 왤케 오랜만
-
신입크루랑 같이 나온 영상.. 왜지?(고대 역사교육,사회학과) 그나저나 나도 수능날...
-
https://m.blog.naver.com/moeblog/223433755832...
-
ㅇㅈ 9
우주는 인류에게 끊임없는 탐구와 발견의 대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외의...
-
에이 그냥 쳐도 900은 되겠지 하고 그냥 갔는데 Lc 하면서 Rc 해도 되는지...
-
오노추 5
님들이 생각하는 그거 아님요
-
오늘 알아봤는데 광운대 재입학 올해는 불가능이라네.....
-
독서는 독서론 어휘 문제 없는 짧은 지문 어휘 문제 잇는 짧은 지문 가, 나 통합형...
-
그냥 적당히 수능 잘 본 티 내고 다니기 원서 직접적으로는 얘기 안하고 고민하는 것...
-
오늘은 N티켓 시즌 2 배송 받은거 바로 풀어봄 수1,2 나같은 허허허수를 위한 딱...
-
요즘 우울한데 한바탕 짜내야 다시 괜찮아질듯
-
3모 전후로 지인선 n제를 까먹고 안하다가 5모가 가까워져서 하나 풀어봄 52분...
-
사람없넹 9
쿠키런 하러 가야지
-
수학 N제, 브릿지를 벅벅
-
물리? 1
물리 기출 끝내면 6모 몇 정도 뜰까요? 4나 5 예상하는데..
-
이순신은 어찌보면 무예에 미쳤는데 나<---얘는 그냥 미친놈같음 ㅋㅋ
-
기출무용 사설만능 vs 기출만능 사설무용 양자택일이면 당연히 기출. 아무리 좋은...
-
. 0
노래 듣다가 자야겠다 희히.. 몬가 저기압
-
태양보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