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수능 [1169122] · MS 2022 · 쪽지

2022-12-13 23:41:48
조회수 1,582

성적이 안 오르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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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 전에 밝힙니다. 저는 연세대학교에 재학중이고, 현재 마음이 맞는 팀원들과 3분수능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학생이 스타트업을 하는 경우가 요즘 흔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런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지는 않습니다. 저만해도 어디가서 법인을 세웠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봅니다. 



그런데 사실 3분수능이 제 첫 아이템은 아닙니다. 제 첫 아이템은 의류 관련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이템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죠. 제가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옷을 거의 사지 않습니다. 한 벌 사면 몇년이고 입죠. 패션은 제 강점이 아니었습니다. 외려 제 하자였죠.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패션 감각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스타트업을 생각하는 분들은 별로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의류 사업을 하면서 뼈저리게 배운 것을 공유하겠습니다. '내가 고객이 아닌 상품'을 팔면 안됩니다. 나조차도 그 상품을 사지 않을 것 같은데 남에게 파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미루어 짐작하셨겠지만 첫 사업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나름 주변의 인정도 받고 투자도 받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놓쳤기 때문이죠.



별 별 이유를 다 대도, 연애가 끝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더 이상 안 좋아해서. 바람을 펴도 상대방이 좋으면 계속 사귀는겁니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고객들이 내 상품을 좋아하지 않아서. 다시말해, 수요가 없는 겁니다.



첫 아이템이 좌절된 후 방황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달 후, 알 수 없는 관성이 저를 다시 스타트업으로 이끌더라고요. 저는 아직도 그 관성의 정체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사업을 하는게 천성인가봅니다.



이번에는 '내가 고객인 상품'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20몇년 간의 인생을 돌이켜보니 한게 공부밖에 없더라고요. 초중고 12년 동안 공부를 한거고, 연세대학교 갈 정도면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준전문가 수준은 되겠다 라고 생각 했던 것 같아요. 대한민국 인구 대부분이 부동산을 제대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일평생 아파트에서 살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아파트 준전문가는 되는 것 처럼요.



교육 시장, 특히 수능 시장의 문제를 정말 많이 고민해봤습니다. 제가 처음 의아했던 부분은 '강의의 길이'에 있었습니다. 설립 3년만에 수백억 매출을 찍는 코딩 교육 사이트나, 전국 1등이라고 말하는 영어 교육 사이트 등 수능 이외의 교육은 전부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바로 강의 길이가 짧아지는 거죠. 코드잇은 10분 넘어가는 강의가 별로 없고, 야나두는 하루 10분 영어를 내세웁니다. 그런데 수능 시장만 유독 긴 강의를 고집합니다.



분명히 짧고 핵심만 담은 강의를 원하는 수요는 존재할텐데 그런 상품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성년자들은 성인에 비해 집중력 스팬도 짧다는 것을 생각하면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명 수능 시장에 경쟁자는 포화 상태인데 빈틈이 보였습니다.



저는 스타트업을 하기 전에 고시 준비를 몇 년 했었는데 인강들이 다 70분 90분 이래서 정말 짜증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70분이 다 저한테 꼭 필요한 내용이었나? 라고 생각해보면 그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남들 다 듣는 내용 나만 안 들으면 불안하니까 배속 틀어놓고 어거지로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다보니 꼭 필요한 부분만 짧게 맞춤형으로 알려주는 플랫폼이 꼭 필요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교육에 미친 한국에 그런 사이트가 하나도 없다는게 말이 안 되는 것으로까지 느껴졌습니다. 지금은 저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사이트를 운영해나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까 무슨 고해성사 + 스타트업 소개가 되어버린 것 같은데, 사실은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해서 여기에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인강 시스템에 혁신이 필요해서보다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에 있다고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만약 이게 본질적인 이유라면 스파르타식 관리를 하는 서비스가 더 많아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누가 옆에서 재촉하지 않아도 혼자서도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바램입니다. 그래서 옆에서 억지로 관리해주는 것보다는 혼자서도 성적을 역전시킬 수 있는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는 제 생각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의견을 구합니다. 거창하게는 '수능 시장의 문제', 구체적으로는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도움을 주신다는 마음으로 댓글을 적어주시면 두고두고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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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renity · 1193064 · 22/12/18 16:17 · M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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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renity · 1193064 · 22/12/18 16:23 · M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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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renity · 1193064 · 22/12/18 16:24 · M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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