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성논술러 [1125198] · MS 2022 · 쪽지

2022-11-25 17:12:08
조회수 3,682

사문 & 생1 선택자의 정답률 3% 문항에 대한 분석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59773130

이번 2023학년도 수능에서 사회 문화의 과목의 10번 문제가 정답률 3%를 기록하자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본 게시글에서는 현 게시글 작성 시간의 EBSi의 정답률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나는 이번 수능을 ‘사문 & 생1’으로 현장에서 응시했고 비록 잘 보지는 못했지만, 일부 사탐 선택자와 일부 과탐 선택자 사이의 싸움이 심해 글을 한번 적어보려 한다. (어제 게시글을 작성하였으나 추가로 더 언급할 부분이 있어서 다시 쓴다.)


글에 들어가기 앞서 “왜 그런 조합을 선택하셨나요?”라고 물어본다면,

고2/3 상대로 생명과학1을 교육봉사하고 있으며, 사회문화로 문항을 출제하고 있다. 막 그렇게 이번 수능에 진심인 편은 아니었다. 아 과외는 인문논술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사회탐구(특히 사회문화) 일부 선택자들의 입장은 “아니 이 문제를 어떻게 맞추라는 거지. 정답률 3%짜리를 출제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과학탐구(특히 생명과학1) 일부 선택자들의 입장은 “이걸 왜 못 풀지? 그냥 간단하게 비 구하고 맞추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선 문항 자체만 두고 보면 그렇게 까지 어려운 편은 아니었다.

단순히 비례식으로 계산 몇 번 하면 끝나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답을 맞히지 못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고 판단한다.

첫째, 첫 장에서 시간을 너무 끌었다.

2번 문항부터 장문으로 꽤 장문으로 출제되어 시간이 소요되게 만들었다.

5번 문항에서는 갑, 을, 병, 정, 무의 사회조직을 각각 일일이 분류하여야 하였다.

일일이 읽고 정리하면서 처리하여야 하는 문항들이 많아,

비문학 문항보다 어렵진 않으나 더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

마찬가지로 7번과 11번, 19번 등 시간을 끌만한 문항들이 많이 존재하였다.

참고로 6번은 질문지법과 문헌연구법에 관한 내용으로 많은 학생들이 낚였을 텐데 시간을 끌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둘째, 새로운 유형이었다.

과탐 선택자들의 입장에서는 “신유형이 왜?”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일단 사회 문화의 학생들은 신유형에 대한 훈련이 그다지 되어있는 편이 아니다.

그렇게까지 나올 일도 없다고 판단하였을 확률이 높다. 물론 이렇게 예단하는 것이 위험하긴 하나 이제까지 그렇게 나왔더라면 사탐 학생들도 충분히 대비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사탐은 6, 9평 때 보편적으로 미리 예고를 해주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과탐 선택자 입장에서는 이번 문항이 근수축과 같이 계산을 때려 박는 느낌이 강하다고 생각하면 된다.(물론 이번 수능은 근수축이 꽤 난이도 있게 출제되어 이 점은 패스)


셋째, ①번이 정답으로 선정되었다.

어째 보면 20%가 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평가원도 이 문항이 새롭고 나머지에서 시간을 많이 쓰고 왔을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혹여 도표 문항을 ⑤번부터 보는 학생들이 있을까 봐 ①번에서 대놓고 답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이 문항을 풀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③번을 학생들이 가장 많이 체크하였는데, 오히려 잘못 계산하였을 경우 매력적 오답은 ④번이었다고 한다.


조금 더 부연 설명하자면, 시험장에서의 학생들의 심리를 생각해 보자.

계층 이동과 사회보장제도 도표는 쉽게 출제되어 우선 이것부터 접근하는 학생들이 많았을 것이다. 개념을 다 풀고 도표를 풀면 이제 시간이 없다.

그러면 이제 도표가 두 문제 남아 20번 문제를 풀까, 10번 문제를 풀까 고민하는 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나머지를 완벽하게 다 맞고 두 문제가 남았을 경우 번호 개수는 43245이다. 자 그러면 일단 10번 ③, 20번 ③으로 밀고 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번 문제의 답이 ①번이었으면 3%라는 극악의 정답률을 기록하지는 않았더라도 높은 오답률을 기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20번도 ‘찍어서 맞춘 학생들이 꽤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실제로 10번과 20번의 선택지별 비율이 거의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

10번 - ① 2.5%, ② 15.3%, ③ 34.9%, ④ 27.8%, ⑤ 19.5%

20번 - ① 2.5%, ② 19.3%, ③ 31.3%, ④ 29.0%, ⑤ 17.9%

참고로 나는 20번의 답이 ③번이라 정답률이 올라간 것이라 생각한다.

20번은 오답률 3위를 기록하였다.


추가로 학생들의 상황을 더 파고 들어보자.

오답률 2위인 6번 문항. 질문지법, 문헌연구법과 관련하여 낚인 학생들은 ①번을 매력적 오답으로 선택하였을 것이다. ①번의 선택지 비율이 약 60%, ②번 정답의 선택지 비율이 약 30%이다.

따라서 ①번의 개수가 더 많아지게 된다.

이 경우 도표 두 문제만 남기게 되면, 52245로 ‘설마 ①번이겠어?’ 하면서 들어갔을 것이다.


하나만 더 고려하자면, 오답률 3위인 7번 문항의 경우 정답은 ①번임에도 불구하고 ③번을 많이 선택하였다.

그러면, 42345의 형태를 띠게 된다. “그럼 ②번으로 찍어야 하지 않나요?”하는 질문을 할 수도 있는 데, 쉬운 문제 중 낚이기 좋은 선지를 ②번으로 배치하여 ②번으로 찍지 않았던 것 같고, ‘도표 ②번? 뭔가 좀 그런데...’ 하면서 접근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하나 더 고려하자면, 오답률 6위인 9번 문항도 오답률이 60%인데(오답률 5위는 도표 15번 문항이다.), 전체 응시자 중 40% 이상이 정답은 ②번인데 ①을 택하였다. 최악의 경우 두 문제를 제외한 61245의 정답이 되어 ‘아 이게 뭐지... 앞에서 틀렸나 보다... 근데 시간이... 하...’ 이러고 시험을 끝냈을 것이다.

(사실 이 문항은 왜 이리 학생들이 낚인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른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집중하였나 보다.)


문항 그 자체에 대해 따지고 보자면 과탐에 비하면 쉬운 문항이 맞으며, 과탐에 비해 전체적인 시험 난이도도 쉬웠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솔직히 평균적으로 과탐>사탐이라는 것에 대해 둘 다 해본 입장으로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압도적으로 과탐 공부량이 많고 문제도 어려우며, 등급 받기도 어렵다.


그러나 해당 문제는 해당 문제만으로만 보고 판단 하여서는 안 된다. 전반적인 배경과 틀을 보아야 한다.


나도 무지성으로 사탐을 비판하던 때가 있었으나,

둘 다 공부를 해보고 공부를 해보니 이번 수능 사탐 수험생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또, 사탐 선택자이 원래 수준보다 너무 수준 낮은 집단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서 안타깝다.


참고로 나는 이번 일을 계기로 수능 응시에 해보지 않은 과목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부 과탐 선택자들은 사탐 선택자들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이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비판과 해결 방안 모색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물론,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이런 점을 고민해서 무얼하겠느냐 싶겠지만은 최소한 문제 인지정도는 하였으면 좋겠다.

일부 과탐 선택자들은 점점 이러한 괴랄한 문제를 당연 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를 순서없이’가 나올 때 부터 무언가가 잘못되었다.


일부 사탐 선택자들도 “생명, 지구? 그건 그냥 암기과목 아닌가?”, “탐구가 거기서 거기지. 얘들 허세 너무 심하다.”라는 마인드는 버렸으면 좋겠다.

솔직히 생명과학의 과목 특성상 미선택자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이해시키려 설명하려 해도 과목을 설명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문제를 푸는 과정이 찍는 과정이라 하면 무슨 그런 과목이 있냐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렇게 도표가 지속적으로 새롭게 출제된다면, 이런 정답률을 기록하진 않을 것이다.

학생들은 앞으로 어느 정도 대비가 되어있으며, 사탐 공부 시간에 대한 투자를 더욱 할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수능을 마친 수험생 여러분, 정말로 수고 많으셨고,

아직 입시가 남으셨다면 파이팅입니다.


보잘것없는 저의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