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와 하수는 멘탈에서 차이가 납니다
드디어 수능이 끝났군요. 전 이맘때쯤이 되면 항상 기억나는게, 불면증 때문에 컨디션이 박살난 채로 평소 1등급을 맞던 수학이 5등급이 떴던 기억이 납니다 ^^ 그땐 정말 세상에서 지옥에 떨어진 줄 알았었죠.
누구나 힘든 시간이 오고, 누구나 불행이 닥쳐오고, 실수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니까, 정말 완벽하게 풍족하고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은 한 사람도 보질 못했습니다. 다들 말만 안 할 뿐이지 다들 속에서는 항상 마음을 갉아먹는 근심거리가 있더군요.
수능이 꽤나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전 체력이 여태 제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저의 '멘탈'이 가장 문제였다는 것을요.
전 개인적으로 스타크래프트2 경기 영상을 정말 자주 보고, 스타크래프트 관련 피규어나 미니어쳐도 많이 질렀습니다. 수능 며칠 전 있었던 매우 재밌는 경기가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UuLHR9fZ5Q&t=7s&ab_channel=CRANKSCII
파란색 테란을 하는 클렘, 그리고 빨간색 저그의 레이너가 결승전에서 맞부딪혔습니다. 두 선수 모두 기량이 뛰어나서 항상 최고 수준의 플레이어라고 평가를 받죠.
그런데 빨간색 저그 레이너 선수는 시작하자마자 1점을 먹고 시작했습니다. 왜냐하면 한번도 지지 않고 결승까지 올라왔기 때문에 메리트를 받은 것입니다.
점수판에 자세히 보면 Bo7 이라는 것이 좀 희미하게 보이죠? 저걸 풀어 쓰자면 Best of 7 rounds, 그러니까 7판 중 과반 즉 4승을 먼저 하는 선수가 이기는 경기입니다.
그런데 결승전이고 상금과 우승이 갈리는 중요한 무대니까, 저 1점을 미리 먹고 시작한 것이 심리적으로 유리했나 봅니다.
빨간색 저그 레이너 선수는 이후 2판을 연속으로 이겨서 곧장 0:3 스코어가 떠버립니다
4선승 우승 게임인데 ㅋㅋㅋㅋㅋ 0:3이 떳다? ㅋㅋㅋㅋ
아마 저라면 이때쯤 이미 멘탈이 3/4 정도 날라가서, 아마 자포자기 하는 심정으로 임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 어?
어??
어어????
??????????
3:3에서 웃고 있는 파란색 테란 선수 클렘(좌)와, 와 이걸 지냐?? 하면서 멘탈 터지고 반쯤 드러눕는 빨간색 저그 선수 레이너(우)
...... 0:3이던 클렘 선수가 4:3으로 4연승 하고 이깁니다......
전 이 경기를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비록 승부가 갈리긴 했으나, 두 선수 모두 굉장한 실력의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0:3이었으면 제가 빨간색 저그 레이너 선수였어도 ㅋㅋㅋㅋ 우승 개꿀이네 ㅋㅋㅋㅋ 했었을 듯 합니다.
그런데 클렘 선수는 그냥 열심히, 마치 0:0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아무런 불평 없이 게임을 했고, 결국 해당 결승전에서는 파란색 테란 클렘 선수가 4연승으로 밀어버리고 우승합니다....
전 두 선수의 실력의 발톱만도 못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절대로 패배한 레이너 선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기 파란색 테란을 하는 클렘의 멘탈이 보이십니까???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저는 살면서 굉장히 급박하고, 과중한 업무가 쏟아지는 와중에 침착하게 할 것을 해서 해결하는 사람을 보면 참 신기합니다. 저도 멘탈이 굉장히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요.
그런데 며칠 전 해당 경기를 유튜브에서 보고 정말 놀라웠습니다. 두 선수 모두 잘했고, 실제로 레이너 선수가 딱 1승만 가지면 우승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제가 클렘이었으면 그냥 GG 치고 다음 세트 바로 던져서 준우승을 했을 듯 합니다. 그러나 멘탈이 서로 달랐습니다.
분명 수능을 잘 본 학생도 있어서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친구도 있을 것이고, 레이너 선수처럼 그동안 피터지게 1년을 열심히 했는데 마지막에 삐끗해서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친구도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재수 때의 수능은 레이너 선수와 비슷했습니다.
앞으로 분명 살아가면서 수능이 유일한 시험이겠습니까? 당장 공무원 시험부터, 행정고시(5급), 변리사 시험(이과가 딸 수 있는 매우 좋은 전문직으로 취급됨) 등등 얼마든지 우리를 압박하고 고생시킬 일은 많이 있습니다.
전 재수 때의 점수가 진짜 너무 억울해서 삼수를 선택했지만, 재수나 삼수를 하는 건 그냥 개인의 선택일 뿐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수능과 같은 시험은 단지 여러분의 실력을 가르는 것이 아닙니다. 멘탈을 가려냅니다. 최상위권으로 갈 수록 이런 경향이 심해집니다.
오늘은 고생 많았으니, 머리 비우고 편히 쉬면서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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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멘탈은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요
화가 나거나 순간적으로 심경의 변화가 오더라도, 조금씩만 정말 몇 초만 한 발자국 떨어져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저도 과거에는 감정기복이 정말 심했는데 멘탈이 중요함을 느끼고 나서 외유내강형 인간이 되려고 노력합니다
저 개인적으로 그런 인물들을 존경하고 친구나 스승으로서 많이 삼는 편이고요. 정말 잠깐만이라도 좋으니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이게 가능하려면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고 전략을 세워놔야할 것 같아요.. 침착하자 하고 침착해지는게 인간이 아닌듯 흥분한 자기 자신을 보면서 제거되지 않는 불안요소를 은연 중에 느끼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더라구요
스님들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네요. 아바타!
ㄹㅇ 하수여서 탐구 4페이지부터 멘탈 갈리면 손도 못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