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밀우 [1108225]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05-18 22:21:20
조회수 4,771

국어 과외와 강의가 학생들에게 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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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광주에서 국어 과외하는 밀우입니다.


지금 제가 하는 고민은 제가 강의를 할 때마다 매번 하는 고민입니다. 이 칼럼의 원래의 기획 의도는 '다른 선생님들과의 공유'였지만 학생 여러분도 지금 듣고 있는 강의와 과외의 활용 목적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겸사겸사 칼럼을 씁니다.


매번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지금 하는 수업을 끊고 이게 되는 강의를 들으라는 게 아니라 주어진 강의를 아래의 가이드에 따라 최대한 활용하라는 겁니다. 



1. 국어 강의


여러분이 국어 강의를 듣는 가장 큰 목적은 국어 실력 향상이겠죠. 대다수의 학생들은 국어 교양을 쌓기 위해 강의를 듣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 이제 생각해 보셔야 할 내용: 과연 국어 강의는 어떻게 나의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이 주제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립니다.


1) 지문을 일관되게 읽고, 문제를 일관되게 푸는 것에 대한 올바른 방법 제시


많은 학생들은 수능 국어 지문을 '읽는다는 행위' 가 무엇인지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능 국어 지문은 이해하지 않으면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합니다. 만약 본인이 이해를 한 적이 없는데 문제를 다 맞는다면 무의식적으로 이해 행위가 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목적은 '글을 그냥 잘 읽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을 잘 못 읽는 사람들은 글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사들은 본인이 글을 읽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은 커리큘럼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개념강의, 심화강의, 실모) 을 통해 지문을 난이도별로 배열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점차 어려운 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주시죠. 


학생들은 강의를 들어서 점차 어려운 글을 읽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저 강사처럼 읽을 수 있지?'를 아주 많이 생각해 봐야겠지요. '아, 저 강사는 이렇게 푸는구나. 신기해.' 또는 '아, 이 문제의 정답은 이거구나.(일반화 및 적용 없는 납득)' 에서 끝나면 안 됩니다.


2) 본인의 기출분석 행위가 맞았는지 점검


특정 문장을 제대로 읽지 못해도 '우연히' 또는 '평가원이 봐 줘서' 해당 선택지의 정답을 고르는 경우를 저는 많이 봤습니다. 단적인 예로 문학에서 <보기>에 있는 단어를 보고 그 단어와 유사하지 않은 단어를 고르면 틀린 답이라는 것, 한 문단을 읽고 한 문단을 푸는 것 등입니다. 실제로 이런 스킬들은 문항 개발이 충분하지 않았던 아주 옛날 기출문제나 수능이 아닌 다른 문제에는 통할지 몰라도 수능에는 통하지 않습니다. 


기출분석을 하는 학생들은 해당 내용을 발견하면 많이 기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하는 것도 대단하긴 한데 방향이 틀렸습니다. '글을 읽는 방향'이 아닌 '문제를 푸는 방향'이니까요. 


본인이 국어를 아주 잘 하는 게 아니라면 강사들이 제공하는 해설지를 보세요. 유명한 기출분석서의 해설도 좋습니다. 본인이 하는 사고와 맞다면 안전하지만 본인이 매우 괴리된 생각을 하고 있다면 한 번쯤 큐엔에이에 고민을 상담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요즘 보니 강사분들 큐엔에이 자세히 하는 분들 많더라구요?


아, 그리고 국어가 가장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몰라서'입니다. 강의를 듣기 전에 예습을 해 보세요. 본인이 제대로 가고 있다면 본인의 생각과 강사의 생각이 어느 정도 일치할 겁니다. 


3) 뭘 모르는지 알게 해 주기: 틀릴 것을 미리 파악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의 약점을 모릅니다. 아마 강사분들의 강의를 듣다가 '아, 나는 이걸 못하는구나. 근데 지금까지 왜 몰랐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을 겁니다.


제 경험을 조금 이야기하자면, 학생들의 95%는 잘 못 하는 것이 비슷합니다. 본인이 특이한 약점이 있다 하더라도 이 95%에서 걸리는 게 없을 확률은 극히 낮지요.


강사분들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본인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해 주고, 이를 바탕으로 모르는 걸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알려줍니다. 성적이 안 나오는 이유는 전자가 안 된 상태에서 후자를 하기 때문입니다. 근데 우리가 뭘 모르는지 알면 아주 편해져요. 


예를 들어 저한테 '<보기> 문제가 어려워요' 라고 질문한다면 '음, 그래. 왜 어려운지 알아볼까?' 부터 시작해서 많은 시간을 쓰게 되지만 '예시와 일반진술을 대응하는 행동이 잘 안 됩니다. 그래서 법률 지문의 <보기>문제가 어려워요'라고 하면 전 해 줄 말이 명확하고 많습니다. 그리고 그건 굉장히 해결이 쉬워요. 강의는 이런 걸 '미리' 알려줍니다.


4) 양질의 자료 제공


이건 제가 말씀드릴 필요가 없겠죠. 아마 많은 분들이 체험하고 계실 텐데 아주 큰 회사에서 나온 모의고사부터 주간지까지 굉장히 많은 자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자료를 다 풀기는 어렵겠지만 선별해서 푼다면 본인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겠지요. 


또한 강의를 들으면 해설지도 같이 제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강의를 돌려볼 필요 없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겠지요. 


2. 국어 과외


과외라는 건 참 애매합니다. 하지만 강의와 구별되는 과외의 장점 / 강의와 구별되는 과외의 단점을 뽑으라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양질의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실전모의고사를 1~2회 정도 제작할 수는 있겠지요. 근데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실전모의고사들은 여러 명이 여러 시간을 투자하여 만든 것입니다. 과외강사가 연구소를 돌리는 일을 하지 않는 이상 대형 학원들의 컨텐츠를 따라가기는 어렵습니다. 솔직히 학생들 피드백 같이 할 조교 구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팁: 하지만 가끔씩 벽돌이 오기도 하는 평화로운 그곳을 잘 활용하면 일대일로는 굉장히 좋은 자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일대다라서 자료 6개를 구하기가 어렵지만 일대일로 하는 분들은 생각해볼만..) 


2) 인강 강사보다 전문성은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외선생님들은 특정한 직업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제 주업은 학생으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과외생한테 소홀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어 외적인 것 - 예를 들면 썰풀이 같은 걸 생각할 시간은 없죠.) 또한 금전적인 문제로 연구소를 돌리는 일도 못 합니다. 실력적인 측면은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강의 전반적인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인강 강사보다 전문성은 떨어집니다. 일례로 제 수업은 심각하게 재미가 없습니다. 


(팁: 국어 실력이 있다면 상위권을 노려보십시오. 그들은 여러분이 잘 하기만 한다면 노잼 따위는 상관이 없습니다...)


3) 학생들과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이제 드디어 장점이 나오네요. 국어 과외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원래부터 친분이 있지 않는 한 인강 선생님과 일대일로 카톡 질문을 받는다거나, 통화로 약점을 해결하거나 이런 일은 있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과외를 하게 된다면 그게 가능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팁: 학생들이 새벽에 질문하는 게 불편하시다면 따로 공지를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과 질의/응답을 할 때에는 학생들에게 먼저 해설시켜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학생들의 약점을 파악하는 게 좋아요. 학생들이 질문했을 때 그 질문에 대한 궁금증만 해결해 주는 건 서로 편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은 게 아닙니다.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잘못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이와 유사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출문제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순 질의/응답은 시간 없을 때...)


4) 해당 과목이 아닌, 학습의 전반적인 조언을 해 줄 수 있습니다.


이게 아마 학생들이 '대학생' 선생님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일까 싶기도 한데요. 학습 밸런스 형성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저 국어만 하라고 100페이지 이상의 워크북을 일 주일 분량으로 던져 주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국어 잘 하기가 아니라 대학 잘 가기이므로 다른 과목에 대한 적절한 커리 설정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팁: 학생들에게 플래너를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학생들의 공부 상태를 점검하세요. 플래너는 꼭 스프링으로 뽑으시길 바랍니다. 플래너 떡제본했다가 아무도 그거 못 쓰고 있습니다... 아 내 15만원... 가끔 공부 잘 되고 있는지 물어보는 것도 좋아요. 고민 있는지 물어보거나..)


5) 학생 약점에 맞는 일대일/일대다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과외의 가장 좋은 점입니다. 강의가 크면 클수록 수업에서 다루는 지문의 비중을 변화시킬 수는 없어요. 하지만 강의가 작다면 수업에서 다루는 지문의 비중을 변화시키기 좋죠.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거 더  많이 설명하고, 학생들이 쉬워하는 건 좀 패스하고.


그리고 과외 선생님한테 이 지문이 어렵다, 이런 약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유사한 기출문제들을 어느 정도는 뽑아 주실 겁니다. 그렇게 학생 입장에서 효율적인 공부가 가능하죠.


그리고 학생 여러분들은 생각보다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과외 선생님 입장에서 보면 그게 다 보여요. 그럴 때 제대로 된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해 줍니다.


(팁: 그룹 과외를 진행하시는 선생님들은 주말에 시간을 내셔서 학생들을 개인적으로 만나보세요. 저는 한 시간 반 ~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학생들을 격주 정도의 텀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본 수업에서는 큰 틀을 짜시고, 피드백 때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학생들의 약점을 찾아 '해결 과제'를 선정하세요. 예를 들면, 1회차는 학생과 상담을 하여 학생의 약점을 파악하고, 2회차부터는 개인별로 기술 지문 모음집, 사회 지문 모음집 같은 걸 주어 그 학생에게 맞는 클리닉 수업을 나갈 수 있겠지요. 


그렇게 되면 본 수업에서의 진도 부담도 적고, 학생의 부담도 적습니다. 


또한 학생에게 어도비 스캔 어플로 문장을 읽고 드는 생각, 지문 해설 등을 써서 보내라고 하세요. 분량이 쌓이면 학생 약점 파악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6) 강사의 입장이 아닌,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사들은 대부분 국어를 잘 합니다. 그리고 시험장에 가 본 적이 없기에 사후적 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지나치게 현학적이라거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거나... 대학생 선생님들은 그럴 가능성이 적을 겁니다.


(팁: 학생들의 사고과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사후적 풀이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술기하 평균을 써 본다거나, 아니면 배경지식을 소개한다거나... 그럴 때 아무 말 없으면 학생들은 그게 실전에서 해야 하는 생각인 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 a. 실전적 사고와 b. 본질적 사고, c. 지적 유희로 학습의 항목을 나눠서 설명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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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외 2차 개강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쪽지나 프로필 링크로 연락주세요!

대면/비대면 과외 문의는 항상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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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창​ · 919982 · 22/05/18 22:23 · MS 2019 (수정됨)

    플래너 떡제본 스프링 제본하면 되지않을까요?
    3000~4000원이면 해요!

  • 최밀우 · 1108225 · 22/05/18 22:24 · MS 2021

    아아 그게... 학생들한테 교재를 배송해주는데 그거 다시 걷어서 스프링해 보내기가 쉽지 않아서요 ㅠㅠ
    재출판하려구요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