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간호학과 어때?(간호과의 거의 모든 것)
오르비에 자주 들어오는 것은 아니지만 저번 전과글 작성 이후 틈틈이 들어와서 찍먹중이던 저의 눈에 [간호] 라는 키워드가 자주 보이더군요. 이 곳은 고등학생, n수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사이트고, 주로 상위권 남학생들이 포진해있는 사이트인만큼, 속 시원하게 간호학과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글이 없어 제가 직접 이것저것 작성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저는 간호학과 1학년을 마치고 상경계로 전과하였으며 [임상경력] 또한 없습니다. 제가 보고 듣고 조사한 것을 토대로 글을 작성하였으며 저의 주관이 다소 가미된 글이라는 점을 유념해주세요!
**간호학과를 지망하는 수험생분들을 위해 쓴 글인만큼, [간호]라는 직업군에 대한 비하/폄하/조롱 발언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Q1. 왜 간호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는가
> [전국민 간호사 만들기 프로젝트] 중인 정부의 대책없는 입시 정책 기조에 휩쓸려...^^ 저는 가장 많은 인원을 모집하는 학과 중 하나인 중앙대학교 간호대학 간호학과에 취업이라도 잘하자..하는 마음으로 입학하였습니다. 저는 인문계 수능을 응시한 순수혈통 문과러이며 중앙대학교 간호학과(인문)으로 입학했습니다.
Q2. 간호학과 입결은 어떠한가
> 매년 상승세를 타고 있는 듯해요. 중앙대 간호학과 문과전형 합격선은 백분위 2.0 - 2.7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는 추세이며 중앙대학교 2019, 2020의 입결의 경우 각 1.9%, 2.6%로 사과대(2.1%, 2.9%) 인문대(2.2%, 3.2%)보다 소폭 높은 입결을 보여주었습니다. 간호학과는 특이하게 인서울 극상위 - 상위권 대학에서는 전체 학과 중 인기가 없는 편에 속하나, 전문대나 인서울 중하위권으로 내려가는 순간 인기가 급상승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순위는 매년 상이하나 인문기준 서>>연>고>중앙/이화>가톨릭>경희>성신 정도로 추정됩니다. (부정확할 수 있음)
Q3. 간호학과/ 간호사의 장점
> 탈조선을 원한다면 단연 최고의 선택
(실제 캘리포니아에서 근무하고 계신 지인의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미국간호사의 [주급]이 코로나 이후 350-450만원으로 형성된 점, 알고 계신가요? 코로나 센터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는 주급으로 평균 900만원 정도를 수령하고 있어요. 월급이 3600만원 정도인 셈이죠. 미국 간호사는 주 3일, 원하는 요일에 근무하며 하루 근무시간은 12시간입니다. 일반 간호사의 평균 연봉은 1억원 전후로 형성되어 있어요. 마취과나 전담의 경우 평균 연봉 2억원으로, 의사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습니다.
(아래의 자료는 COVID-19 발생 전 기준입니다)
미국 간호사의 평균연령은 45세로, 근속연수가 매우 높습니다. 또한 미국에서 간호사는 한국에 비해 인식이 비교할 수 없을만큼 높아요. 전 직업군 중에서 정직성/ 직업윤리 18년째 1위이며 존경의 대상입니다. H&M이나 GAP등 유명 패션브랜드/ 외식 브랜드 등에서 간호사만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모션을 상당히 많이 진행하고 있어요.
외국인 노동자가 정착하기 어려운 미국에서 직업 걱정없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직업을 찾는다면 간호사만한 게 없습니다. 특히 미국 내에서 한국인 간호사를 상당히 선호하고 있기 때문에 (손이 빠르고 업무강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으며 1인당 전담하는 환자 수가 가장 많은 K-간호사..) 대학병원에서의 임상경험과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지 탈조선이 가능해요.
> 자타공인 취업 깡패
전국에 간호학과보다 취업 잘되고 먹고 살 걱정은 없는 학과 나와보라 그래...각종 자격증 없이 토익점수 + 간호사 라이센스 하나만 있으면 정말 평생 직업에 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알바에서부터 상급 종합병원, 대학병원까지도 상시 TO가 나기도 하고 경력단절이나 전공을 살리지 못하는 걱정? 간호학과에서는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일단 속이 편하죠.
> 높은 초봉
간호사의 연봉은 점점 더 오르고 있는 추세입니다. 신규 1년차에 5100까지 지급하는 병원도 있었어요. 보너스가 1200만원 정도인 병원도 많습니다. 근무하고 있는 부서가 응급실(ER)이나 중환자실(ICU)처럼 특수 파트일 경우 당연히 추가 연봉이 더해지고, 나이트 당직의 경우 매번 나이트수당을 받으니 (회당 10만원 내외) 사회초년생 기준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축에 속하죠.
> 국내 다양한 진로
학벌이 높아질수록 임상(병원에서 근무)에 몸을 담는 비율은 적어지고 사직률은 올라갑니다. 간호사 업무가 과도하기에 퇴사율이 높은 것도 있겠지만, 그만큼 간호학과를 졸업한 이후 다양한 진로가 기다리고 있어요.
제약회사에 입사한 후 CRA,CRO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 등 공기업, 대학원 진학 이후 교수, 보험회사 사무직, 보건교사, 8급 공무원, 요양병원사업, 의료기기회사 취업, 로스쿨 진학이후 의료관련 변호사되기, 조산사 등등 정말 뻗어나갈 수 있는 진로가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 생로병사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직업
간호사는 한 사람의 탄생과 죽음을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유의미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공수레 공수거다' 라는 말을 가장 잘 실감할 수 있는 직업군이 바로 '간호사'가 아닐까 해요. 간호사는 환자의 고통을 공감해주고 덜어줄 때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입니다. 나의 노력이 환자분의 회복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면 참 뿌듯할 것 같습니다.
Q4. 간호사/ 간호학과의 단점 (아산병원 6년차, 서울대병원 2년차, 상급종합병원 1년차, 세브란스 1년차 간호사 선생님들의 의견을 참고했어요)
> 간호사에 대한 낮은 인식
-야, 저기, 언니, 아줌마, 간호원, 아가씨 >> 대학병원에서 불철주야로 발이 닳도록 근무하고 계신 간호사 선생님들이 가장 많이 듣는 호칭입니다. 여기에다가 "간호사는 의사 시다바리지", "공부 잘했으면 간호사 했겠어?"(실제로 들었던 말..) 등의 인신 공격에 늘 노출되는 유일무이한 직업군이기도 하죠. [대한민국에 행복한 간호사는 없다]라는 말에 간호사를 대우하는 낮은 인식 또한 기여하는 점이 없진 않겠죠. 하루 종일 울며 뛰어다니다가 갑자기 저런 말을 들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이 든다고 해요. 자신의 건강보다 환자의 건강이 우선인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게 건네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요.
> 3교대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
-생리주기가 20대에 망가지는 유일한 직업군 + 수면패턴이 깨지고 낮밤이 바뀌면 생리불순과 탈모가 찾아와요. 내 건강을 갉아먹으며 환자분을 간호하는 직업이다보니 체력적 소모가 이로 말할 수 없는 정도.. 간호사 5년차에 몸에 악성종양이 발견되거나 손목이 망가지는 경우는 허다하고 각종 질병을 얻어 일하고 싶어도 더 이상 임상에 남아있을 수 없는 케이스가 정말 많더라구요.
>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 과다로 인한 업무강도
-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보니 화장실 갈 시간? 밥먹을 시간? 당연히 없고 물 한모금도 마시지 못하고 10시간 이상을 뛰어다니는 일이 일상인 직업. 생리대를 갈 시간도 없어 10시간 이상 생리대를 차고 있다가 집에 갔을 때 본인이 생리 중이었음을 깨달았던 썰을 들었을 때의 충격이란..
> 태움
"간호사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간호사 때문이야" 라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나요. 빅5 병동 신입 때 환자의 실수로 수액이 잘못 들어간 상황에서 간호사를 싱크대에 세워놓고 수액이 떨어지는 것을 4시간 동안 손들고 지켜보라고 했던 썰, 신생아 똥귀저기를 환자+보호자+간호사+의사 앞에서 신규간호사에게 집어던지던 프리셉터 썰, 부모님 욕이 일상다반사였던 응급실 썰 등등 지금까지 들었던 간호사의 태움 문화는 상상 그 이상입니다. 물론 진리의 병동by병동이지만, 이 모든 일들은 지방 종합병동이 아닌 BIG5병원에서 몇년 내에 일어난 일이고,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이 돌 정도니, 신규간호사가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다른 직군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간호사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3배정도 높다고 해요.
4년 동안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지만, 1년 내에 50%의 신규 간호사가 병원을 관둡니다. 과도한 업무+인신공격+스트레스 = 환장의 3콤보. 1인당 담당하는 환자 수를 줄이고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대한민국에 행복한 간호사는 없을 것 같아요.
> 임상 이외에서는 반토막 나는 연봉
국내에서 임상을 탈출한 간호사가 뻗어나갈 진로는 많습니다. 정말 많은데..! 안타깝게도 연봉은 거의 반토막이 나죠. 대부분의 인서울 간호사는 사직 후 8급 공무원 or 제약회사 루트를 타는 것 같아요. 교내 에타에도 가장 많이 언급되고요. (공기업은 사실상 티오가 매우 적어서 실제로 간 사람들은 아직 많이 못 봤어요. 현직자 분들도 건보 쪽은 거의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보건교사는 학과의 10%만 교직이수를 하게 막아둬서 사실상 보건교사를 하고 계신 분들은 많이 보지 못했어요.)
8급 공무원 간호직의 실수령액은 2600만원 전후(1호봉=167만 5800원 기준, 각종 수당을 더했을 때)입니다. 1년차 신규간호사 초봉이 4500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제약회사 CRA의 경우도 200전후로 월급이 형성되고 연봉은 2500 - 3000만원 정도입니다.
Q 간호학도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1년간 간호학을 공부하고 동시에 전과를 준비하면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이 학과를 버리고 전과를 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를 거의 매주 고민했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울기도 많이 울고, 임상 후 진로에 대해 각종 자료를 다 뒤지고 다니고, 아는 간호사 지인에게 묻고 또 물으며 절절하게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고민들을 하다 보니, 내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이 학과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간호사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아닌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간호학과에 오고, 간호사가 되고, 매일을 지옥 속에서 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정말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 살아남는 것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간호학은 분명 가치있는 학문이고, 간호사는 정말 멋진 직업입니다. 하지만, 알면 알수록 내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은 아닙니다. 설령 '간호사'가 확고한 당신의 꿈이라고 해도, 부디 부디 미디어에서 본 간호사의 모습, 간호사의 희망편만을 꿈에 그리며 입학하지 않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처럼 울지 마시고 꼭꼭 이것저것 찾아보고 입학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하고 발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시는 수많은 간호사 선생님들께 존경을 표하면서 이만 글을 줄입니다
**질문은 댓글로 달아주시면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간호사에 대한 비방은 삼가주세요)
**수험생 여러분들의 행복한 미래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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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간호대 몇년 다니다 안맞는거 같아서 수능 다시 봤었어요
간호대는 진짜 적성아니면 힘든거 같긴 해요 ㅠㅠ
교대를 가는 입장에서 어째 간호사랑 교사랑 비슷한거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ㅋㅋㅋ...
교사가 워라벨압승……
지금 중앙대 간호학과 합격하고 고민중인데..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과중에서 성적 안되는 의치한약수 빼고 공대 물화 도저히 안되서 빼고 남은건 간호랑 사범대같은데 간호 좀 끌리거든요
간호 태움이나 그런건 1도 상관없는데 3교대?라는게 하루는 밤에 자고 하루는 오전에 자기도 하고 오프라고 몇일은 쉬고 그러던데
제가 19년인생 밤새본적도 없고 그런 불규칙적인거 못하거든요 자기관리?규칙?이 좀 있어서...
간호학과 대학병원 가면 대부분 3교대인가요? 상근직?이라 해야하나 정해진 정상적인 시간에 출퇴근은 없는건가요
목표 대학이랑 학과가 없으니 공부가 자꾸 무너집니다..
지들 학창시절때 그정도 성적 받아본적도 없으면서 간호사 왜 무시하지..? 까놓고 말해서 공부 못해서 의사 안하고 간호사 하지 라는데 ㅋㅋ
이 세상에 1퍼센트 말고 99퍼센트 직업이 의사 못하는데 왜 간호사한테만 의사랑 엮어서 ㅈㄹ인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