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제 [532544] · MS 2014 · 쪽지

2014-11-15 12:55:11
조회수 2,561

이과 재수생의 수기. 꾸역꾸역 앞으로 나가세요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5050637

저는 작년과 올해 수능을 두 번 보았습니다. (자퇴생이라 현역과 재수 모두 같은 재수학원에서 보냈습니다.)

작년수능에서는 수시 6군데와 정시3군데 모두에서 참패를 맛보았고 힘든 일이 재수학원 정규반 시작해서 얼마 안 됐을 쯤에 겹치는 등, 학기 초 내내 마음고생도 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다행히 담임선생님께서 저의 튀어 오르려는 감정들을 힘들 때마다 상담을 해주시면서 잘 눌러주셨습니다. ‘너한테 지금 중요한 게 뭔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건 치워버리자. 너 올해 수능도 점수 안 나오면 더한 괴로움을 얻게 돼.’ 툭 건드리면 언제나 눈물이 날 것 같은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저 스스로 일기를 쓰고 최면을 걸고 제 목표등급을 써 놓았습니다. 학원에 아침 7시 반부터 점심 저녁을 제외한 시간에는 절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지 않았고 화장실도 점심과 저녁 시간에만 다녔습니다. 너무 힘들 때는 옥상문을 개방해주는 시간에 올라가서 바람을 쐬거나 담임쌤께 말씀드려 외출증을 끊어 은행사거리를 한 바퀴 휘 돌다 들어오곤 했습니다. 이런 시간을 제외하고는 공부만 했습니다. 친구는 거의 만들지 않았습니다. 재수 때의 친구가 대부분 허망하게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공부에 득보다 실이 많다, 였습니다. 노는 것과 공부하는 것, 2개를 동시에 한다면 그게 열심히 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들 취미들을 전부 제 주위에서 없앴습니다. 눈에 띄지 않게요. 가끔 너무 정신이 지칠 때 일주일에 티비프로 한 개정도, 단 절대 내용이 있는 것은 안 된다, 잔상이 남으니까요. 아니면 책 중에서도 재밌는 과학서적 같은 것을 읽었습니다. 절대 어디에 빠지면 안 된다고 결심을 했기에 거기에 맞게 스트레스 해소방법도 결정했습니다. 또한 학원에서는 아이들과 말을 거의 안 섞어 묵언 비슷할 정도의 수준으로 공부했기 때문에 셔틀버스 안에서 영단어 외우고 과탐 정리한 거 보고 나서 집에 도착하면 절대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제가 처음에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집은 쉬는 공간이다. 집에서는 무조건 쉰다. 절대 공부하지 않는다. 또 제가 다닌 재수학원은 주7일 관리이기 때문에 토요일은 9시까지 자습 일요일은 6시까지 의무자습 10시까지 자율이었습니다. 힘들었던 주는 일요일6시에 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잠을 푹 잤습니다. 저는 최소한 6시간 이상씩 잤고 수업시간에 절대 졸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돈 내고 선생님의 스킬을 뽑아내가야 하는데 그 시간에 잘 거면 독학하는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저를 알기 때문에 관리가 빡센 학원에 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였고 대부분의 학생들도 그렇지 않나 판단됩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나눠 준 플래너에 하루 한 공부와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이게 뭐가 도움이 될까 의심도 가지만 개인적으로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었습니다. 재수는 정말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하고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나 하고 정말 막막합니다. 그 때 도움을 얻은 것이 대학 간 학원 선배들, 학습 플래너, 각 과목 선생님들과의 상담이었습니다. 만약 재수를 학원에서 하신 다면 어느 학원이나 저 3가지가 있을 테니 잘 활용하세요, 돈 내신 만큼 다 활용해야 합니다.

 

공부에 관해서는 개개인 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조금씩 참고만하세요 오르비와 같은 사이트에 올라오는 학습방법은 정말 그 개인에게만 체화된 것이고 이 글을 읽는 분 중 마음에 가는 방법이 있으시다면 자신과 어울리는 방법 부분씩만 참고하세요. 우선 저는 수의대를 가고 싶었고 작년에 수시정시 전부 떨어졌습니다. 국수영이 3,4등급 언저리였고 화14등급 생11등급이었습니다. 계속 올라가던 성적이 수능 가서 뚝 떨어진 것이었고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저는 상위권이 아니었고 그래서 수능다큐4권을 몇 달만에 다 풀고 완전히 숙지한단 것은 힘든 일이었습니다. 시작은 국어는 기출과 문법문제지를, 수학은 학원 교재, 교과서와 하이퍼매쓰를,(혹시 제가 다닌 학원을 가신다면 수철쌤을 찾아보세요.) 영어는 ebs와 영영사전, 원서독해를 했습니다. (학원에 제가 존경하는 영어 선생님이 계시는데 영어를 암기가 아니라 독해로, 모든 문제는 정확한 독해로 가르치고 ebs보다 양질의 영어인 원서로 특강을 하시면서 대학교 영어까지 생각하시고 단어는 어원으로 풀이해주신 분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너무 달리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하되 꾸준히 하세요. 수학에서 잘 알지 못했던 것 스킬이든 개념이든 문제유형이든 나오면 수학노트에 연필과 빨간 볼펜하나로 정리해서 날마다 20분씩 봤습니다. 수학문제 풀 때는 꼭 사용된 개념들을 귀퉁이에 썼고요. 책을 한 번 풀지 않았습니다. 3번씩은 꼭 풀어서 거기에 나온 문제들은 전부 제 머리에 넣어서 비슷한 유형에서는 절대 틀리지 않게 학습했습니다. 또 수학 교과서는 왜 푸냐고 하실 수도 있는데 자신의 실력이 2등급은 반드시 나오는 성적이시면 풀지 않으셔도 됩니다. 3등급인데 애매하게 자존심만 세우고 있다가는 원하는 대학 못 갑니다. 수학익힉챔에 분명 못 푸는 문제 있습니다. 영어는 지문 읽다가 관계사 생략 된 것, 중복되는 말 생략 된 것, 지시사나 같은 말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 전부 찾아가며 읽었습니다. 국어는 기출과 ebs를 풀었는데 감을 잃지 않게 아침에 제일 먼저 푼 것이 늘 국어였습니다. 또한 저는 시험지 공포증이 조금 있어서 모의고사용지에 갱지 색과 비슷한 색으로 기출을 뽑아서 풀기도 자주 풀어 공포증을 극복해나갔고 실제로 올해수능에서는 시험지에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과학은 화1에서 지1으로 바꾸고 생1을 했습니다. 이과의 자존심 그런 거 필요 없습니다. 들이는 시간대비 점수 잘 나오면 장땡인 겁니다. 1은 모집단에 상위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점수받기는 수월합니다. 단 공부를 했을 때의 이야기지요. 1은 오지훈쌤 강의를 들었습니다. 확실히 잘 가르치십니다. 처음 시작하는 탐구인 만큼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작은 노트를 마련해서 헷갈린 개념 문제유형 오답노트도 전부 했습니다. 절대 알록달록 시간 걸리게 안 했고 샤프와 빨간 펜 2개로 후딱후딱 해치우고 학원 오가면서 보았습니다. 1은 유전이 어렵고 수능에 잘 공부하지 않았던 부분이 늘 나오기 때문에 ebs에 나온 설명들 중 생소한 것은 다 읽고 노트에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면 민무늬근의 특징이라던가, 스테로이드가 구성하는 것들, 같은 것이요. 유전은 정말 기출을 계속 돌려야 합니다. 기출만 돌릴 것이 아니라 교육청, 사설 문제 중 좋았던 것들, ebs에서 이건 좀 아니야, 한 문제들까지 전부요. 그리고 거기서 얻은 스킬들을 정리하고 문제 풀 때마다 적용 연습해야 합니다. 1의 천체와 비슷하지요. 2학기가서 탐구하겠다는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반대로 1학기 그러니까 6평까지 최상위로 탐구를 올리고 계속 공부하겠다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사족이지만 절 가르치신 생명과학쌤이 예상유전 문제 전부 맞추셔서 수월하게 풀었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2년 간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선생님들과 선배들, 그리고 제 나름대로 터득한 것들을 간추려 썼습니다... 이 두서없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재수하시는 분들에게 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한 가지 더 팁은요, 학원에서 매달 사설모의를 보는데요, 실제 수능처럼 하세요. 사람들과 대화하지 마시고 정답 맞추지 마시고 조용한 곳에 가서 심호흡과 명상, 시험 시뮬레이션 등을 하세요. 전 수능 날까지 했습니다. , 긴장 푸는 데에는 따뜻한 차가 가장 효과가 좋아요. 올해수능은 총 문제에서 5개 틀려 387점 나왔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이퍼반 학생들 전부 수고했어요, 우리 모두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래요!)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