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사회적 시계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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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사회적 시계의 칼날.
Your culture maintains an implicit “schedule”
for the right time to do many important things.
대학은 ‘대한민국‘사회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차지한다.
대학의 위치와 명성 그리고 자기가 소속된 학과는 사회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또는 얼마큼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할지를 미리 결정하려 들기도 한다.
내 생각엔 ’큰 배움‘이라는 대학의 전제를 벗어날 정도로 과도하리만치…….
서두에 제시한 영어문장은 2012년 9월 4일 교육과정평가원 주관 9월 모의고사.
그러니까 대학교 13학번이 되려는 수험생들을 위한 평가원의 마지막
영어모의고사의 40번. 글의 제목을 고르는 문제의 첫 문장이다.
‘당신이 해야 할 많은 중요한 일들의 시기는, 당신의 문화가 결정한다.’로
시작되는 영어지문이다. 이 지문은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을 객관적으로 비춘다.
그 지문에서는 우리의 문화가 데이트를 해야 할 시기,
대학을 졸업할 시기, 집을 사야할 시기, 아이를 가져할 시기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화를 ‘Social Clock’이라고 부른다.
Social Clock는 사회에 보이지 않는 시간표로 우리들 앞에 서거나 우리들 뒤를 쫒아온다고 한다.
이러한 정해진 시간표 안에서 또래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면,
우리들은 사회에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사회생활에 적합하며 능력 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이에 뒤쳐진다면 우리는 불만족을 느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덧붙여 어떤 사회에서는 이러한 Social Clock에 유연하며
전통적인 시계에서의 일탈에 관용을 베풀기도 하지만,
Social Clock는 여전히 또래들과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압력을 가한다고 말한다.
위의 지문을 읽고 있었을 때, 나는 삼수생이었다.
고등학교 동창들은 대학시절의 절반. 4학기를 알리는
개강파티에 참여하고 있었고 나머지 상당수는 나라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8월의 시작과 함께 재수 종합반을 나와 다시 홀로
독서실로 들어갔기에 9월 평가원 또한 시험장에서 보지 못하고
다음날 프린트해서 풀었다.
저 지문의 답은 1번. Social Clock: An Unavoidable Pressure이다.
거시적 세계 속의 미시적 개인
우리가 발 붙이고 있는 세상은 70억의 인구, 46억년의 역사,
5.1억km^2의 면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1명뿐인 개인은 100년의 시한부 삶에서
100m^2의 아파트가 없어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미시적 개인을 거시적 세상 속에 어떻게 위치시켜야 할까.
어쩌면 세상에 개인을 위치시키는 것은 성장의 본질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에는 가족의 품과 골목이 세상의 전부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은 세상의 파편에
불과하다는 것을 인지한다. 또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며,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너무나도 많아서 내가 갖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은 내 마음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성장은 소망을 하나씩 지워가는 냉혹한 과정인지 모른다.
원대한 꿈과 낭만적인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개인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도전할지, 안주할지, 유보할지를.
이러한 선택들, 사실 도전, 안주, 유보 외에도 무수히 많은 선택들을 존재한다.
그러나 여러 주체적 선택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것이 사회적시계이다.
스무살 이후의 삶의 단면은 매우 다양하여 무한히 분화되지만,
사회적 시계의 압력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작용한다.
우리가 태어남을 선택하지 않았듯, 우리가 존재하는 시공간속의
사회적 시계의 영향도 피할 수는 없다.
사회적 시계는 지금 이 시기에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명령하고 사회에서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것 또한 정해두었다.
이러한 시계는 어쩌면 천재 수학자나 천재 물리학자도
파악하지 못한 난해한 함수이다. 어영부영 깊은 성찰 없이
시공간을 흘러 보내기만 한다면, 우리의 삶은 태어난 환경이라는
초기 값에 의해 결정되는 함숫값 일지도 모른다.
태어남과 동시에 결정된 운명으로 흐르는 삶, 이는 도대체 무슨 삶이란 말인가?
지각인생
십대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이십대에는 무엇을 해야 하고.
삼십대, 사십대에는 무엇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계를 생각 하노라면,
포승줄에 손이 감기고 수의를 입었음에도 미소를 짓던 그를 생각하게 된다
. 그의 글을 가져오고 싶다. 평가는 각자의 몫이다.
지각인생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 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 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 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Social Clock : An Unavoidable Pressure
이상적이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당장의 근시안적 관점보다는 멀리 바라보며 삶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또한 멋진 사람들의 성공사례도 전해주고 싶다.
위에서 언급한 사회적시계의 칼날을 맨손으로 쳐낸 멋진 이야기만 하고 싶다.
하지만 슬프게도 사회적 시계는 개인의 어깨에 부과된 짐이다.
인간은 이 짐을 지고 견디고 살거나, 견디지 못하고 이 짐과 싸우다가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이긴 사례만 언급하는 것은 편향적이다.
‘나’또한 이러한 상황에 예외는 아니다.
나는 어영부영 세상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무언가 결정해야할
시기가 다가왔고, 이루거나 준비해 놓은 것은 없었다.
이는 열아홉 살 때의 이야기인데 관점에 따라서는 우스갯소리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 시기에는 나름 진지했고, 지금도 표현만 안 했을 뿐,
진지해지고 무거워지려는 열아홉 살들이 충분히 많다.
그 시절의 나는 꾸준히 성실하게 노력하여 시험 준비를 했고,
결과도 괜찮은 편이었지만 무언가 두려웠다.
‘이 상태로 내가 사회에 나가도 될까?’, ‘조금 더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조금 더 좋은 위치에서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나의 적성이나 내가 원하는 바는 무엇일까?’
등의 별의별 의문에 휩싸여 사회 진출하기를 유보하고,
도피적으로 다시 한번 독서실에 나를 가두었다.
이 과정에서 정신은 망가지고 성적까지 떨어졌다.
경쟁에서 밀리지 말고 좋은 위치를 선점하라는 사회적 시계의 명령에 굴복하여 한
선택이었는데 외적인 성취도 없었다. 지금 판단하면 예민한 시기의 외도였고
어깨에 부과된 짐과 싸우다 지고, 더 큰 짐을 다시 어깨에 짊어졌다.
글을 읽는 타자들에겐 ‘에이, 그 정도 가지고’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해하지만
세월이 흘러 자기 자식이 그러한 상황이라면,
또는 자신의 스무살의 사색, 혹은 그 시절을 바라보는
후회나 아쉬움을 대입한다면 가벼운 상황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러 과정을 거쳐 삼수까지 하며 대학에 들어오니
고3때만 반짝 공부했다가 들어온 수재들과 경쟁하는 것에 에너지 소모가 컸고
남들은 이미 다 가버린 군대에 대한 고민도 상당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시야를 넓게 잡고 인문학이나 글쓰기에 대한 관심,
봉사나 교육에 대한 관심 등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열어놓고 있다.
나는 선택이라는 문제 앞에서 유보하며 병행하겠다.
약간은 애매해 질 수 있고, 노력이 더 들며, 근시안적으로는
성과가 나지 않을 지라도. 이러한 태도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압력에 대한 어떤 반응인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앞으로 상당한 시간동안 유지시킬 태도이다.
글을 쓰다보면 스물 세 살의 경험은 너무나 제한적이라는 것이 살갗에 와 닿는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는 경험에서만 깨닫는다면,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인생에는 리허설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방황과 시행착오를 통해 배운다.
하지만 이것은 결과론적인 관점이다. 모든 실패는 같은 실패가 아니다.
배울 수 있는 실패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을 통한 과정에서만 나타난다.
Social Clock은 모든 시작하는 존재들이 넘어야할 장애물이다.
째깍째깍, 사회적 시계의 칼날. 그 속에서 우리들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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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서 본 글 중 최고의 글.. 직접 쓰신건가요?
와 진짜 좋은글이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ㅎ
전말 좋은글 이네요
글읽다 소름...
잘 읽었습니다.
진짜 대박이네 지금까지 글 잘 쓴다 하시는 분들 글들 보면 뽐내는 듯한 느낌이 있었는데
이건 그런 거 없고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유려합니다. 대박입니다. 이게 글이죠
조용히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좋은글이네여
감사합니다.
항상 비교하지말자님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아질때마다 스크랩해놓고 종종 읽기두 하구요.. 감사드립니다~
너무 좋다... 추천!
진짜 좋은 글이네요.
진짜 소오오름.....+.+ 베스트 가실께여.....
부담부담. 감사감사.
그대들에게 일시적인 감정만 불러일으키는 글이 되지 않길 바랍니당..
우와.. 댓글 남기려고 로그인까지 했습니다. 좋은 글 스크랩 해두겠습니다 ^^
혹시 개인 블로그에 출처 남기고 퍼가도 될까요??
네네 도움이 되신다면요!
정말 많은 도움이 된 글입니다. 두고두고 읽어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작성자님은 어떤 태도를 취할지 결정하셨나요??
써놨는데요 @.@
그리고 살다보면 변해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와닿는 글 이네요ㅠ
아직 오르비는 안 죽었어
두고두고 볼 글이네요.... ㄷㄷ출처남기고 퍼가도되나요?ㅎㅎ
네 편하실대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