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찬우 [677168] · MS 2016 (수정됨) · 쪽지

2021-12-22 18: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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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아저씨의 재수, 삼수, ... N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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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는 N수에 대한 수험생들의 움직임이 예년보다 유독 빨라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오르비만 보더라도 N수에 관한 여러 조언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고, 회사들의 여러 이벤트들도 그에 맞춰서 준비되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좋은 글들을 올려주시기도 했고, 제가 그분들보다 얼마나 더 구체적이고 좋은 조언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N수를 해보기도 했고, 다년간 많은 N수생들과 함께 하면서 - 수강생 비율이 고3보다 N수가 많은 - 보고 느꼈던 것들을 바탕으로, 조금은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어 짧게 두 가지만 적습니다.


 이는 학습적인 조언보다는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1. 내부 지향성에 대한 인식


 입시라는 것은 결과적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것이고, 나아가 이는 진로와 취업, 이후의 삶 또는 삶의 윤택함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선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한번 더 무엇인가에 도전을 한다는 것은, 작년과 억지로라도 달라야한다는 강박에서 비롯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외부 지향성도 있어야겠지만, 내적으로 깊고 단단해지려는 내부 지향성도 존재해야 함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즉 몸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눈은 항상 내면을 향하여, 무엇을, 어떻게라는 질문만큼이나 왜(Why)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본인에게 던져봐야 합니다. 단순히 나는 세간에서 말하는 좋은 대학을 가고 싶다가 아닌,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어디쯤 와있는가, 나는 왜  20대 첫 시작에서의 기회비용을 N수를 하는데 쓰고 있는가에 대한 주체적인 답변이 나와줘야 한다는 것이죠. 


 왜 그래야하는가. 


 이는 과거에 비해 학벌이라는 것의 사회적 효용성이 많이 약해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만나게 될 새로운 시대에서는 과거와는 다른 질문을 던져야만 하고, 이전보다 더 거시적인 안목, 이는 과거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을 가지고 현상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는 나를 둘러싼 레테르가 아닌, '나'라는 사람의 성정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시대를 조금씩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대는 바뀌고 있고, 그에 따른 사람들의 인식도 과거와 크게 달라집니다. 멀리보고 크게 생각하세요. 


- 어릴적 저희 아버지가 N수를 하면, 먼저 대학을 간, 군대를 간, 취업을 한 ... 결혼을 한, 출산을 한 친구들보다 사회적 발걸음이 한해씩 늦어질거라 질책하셨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보니 이는 늦은 것이 아니라 방향성이 달랐던 것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여러분의 자유겠지만, 그 과정에서 의미를 찾고 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야 본질적으로 N수의 시간이 의미가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2. 약탈된 주체성에 대한 회복


 저는 입시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약탈된 '주체성'에 대한 회복을 주문하는 편입니다. 어릴적부터 스스로 무언가를 잘 해본 경험이 없는 친구들일수록 사고하기를 두려워하고, 무엇인가를 행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많습니다. 부모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내가 무엇인가를 판단하고 결정하고, 그에 따라 책임지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시간이 N수의 과정에서 항상 함께 해야만 합니다.


 N수는 그러니까, 일종의 '재사회화'의 의미도 있는 것이죠.


 점수가 안나왔다고 해서 부모, 학원(강사), 환경 탓을 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고, 내가 뜻을 가지고 행한 것들 중 미진한 과정은 무엇이었고,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에 대한 깊은 성찰이 전제되어야 그 다음의 행보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겉으로 번지르르하게 무엇인가를 드러내려는 사람보다, 내면이 단단하고 자신만의 주관이 뚜렷한 학생들을 좋아합니다. 대개 그런 학생들이 과정상의 결함이 없고, 있더라도 그를 잘 극복합니다. 그리고 그런 학생들일수록 시간이 지나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어쭙잖은 조언이지만 이를 잘 유념하셔서 N수의 시간을 보내시길 강권합니다.



 기우에서 한번 더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제가 쓴 글을 보시고 그냥 대학 다시 가려고, 대학 잘 가려고 하는 입시에 무슨 과도한 의미 부여냐 싶으시겠지만, N수의 과정은,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허무와 부딪쳐 내가 싸우는 것이고, 끊임없는 자기 넘어서기를 감행하는 시간입니다. 그러기에 외부를 향한 진군에 앞서, 내적으로 한단계씩 깊어지고 쌓여가는 나를 만들어가야 더 깊은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고, 그를 통해 더 큰 자기를 만날 수 있을겁니다.


 20대부터는 매 순간, 순간이 도전이고 성장임을 잊지마세요. 입시는 그런 20대에서의 한 과정이기에 여느 일들처럼 똑같은 인내를 적용받습니다. 




 아래의 영상은 일전에 제가 찍어두었던 영상입니다. 좀 더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 저도 몰랐는데 어느덧 조회수가 2만이 넘었네요 - 영상을 클릭해보시고 본격적인 입시의 시작에 앞서,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보시길 바랍니다.



[ https://youtu.be/ONNssZ7DOQI ]




인간과 세계에 대한 폭 넓고 깊은 이해


국어강사 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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