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가즈아 [959472] · MS 2020 · 쪽지

2021-12-10 19:11:28
조회수 9,523

99년생 문 -> 이 7개월 수능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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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수시로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을 다니다가 메디컬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군 전역 후 올해 4월부터 쌩노베상태로 집 근처 독서실에서 수능을 준비했던 사람의 후기입니다. 그냥 성적표 나오고 나서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 글이기도 하니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과목은 언매 미적 영어 생1 지1 응시했고요,  점수는 83 68 94 42 40 등급은 23112 나왔네요.


국어는 표점 130인 가장 높은 2가 나왔구요 수학은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과탐은 그래도 해 준 만큼 나온 것 같아 고맙네요. (특히 생물.. 찍맞 없이 42인데 유전은 진짜 아 ㅋㅋㅋㅋ)


현역 문과 18수능 봤을때는 국수영탐 순서대로(원점수) 92 92 1 50 50 맞아서 이과수능도 어느정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아직은 어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벽이 참 높네요.  올해 성적은 참 부끄럽지만 그래도 7개월간 죽어라 열심히 했다고는 말할 수 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제가 열심히 공부했다는 것을 아시기에 많이 안타까워 하시면서도 내년에 한번 더 해 볼 용의가 있다면 아낌없이 지원해주시기로 약속하셨습니다. 저 또한 아직까지는 다시 학교로 복학할지 한번 더 도전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메디컬에 대한 꿈이 너무 강해서 한번 더 도전하기로 마음을 거의 굳힌 상태입니다. 7개월 동안 제가 어떤 강의와 교재, 그리고 마음가짐으로 공부했는지를 이 곳에 기록해놓고 내년에 다시 한 번 도전할 때 되새기며 23수능을 대비하고자 합니다. 혹시 내년 수능을 준비하시는 다른 분들도 이 글을 읽으시면서 얻는 바가 있다면 그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국수영탐 순으로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어 - 휼륭한 강사님들, 훌륭한 교재들이 시중에 정말 많고 도움을 정말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물론 동의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국어는 기본적으로 홀로 머리를 싸매면서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4월~6월까지는 기출문제집을 시간을 재지않고 한글자 한글자 허투루 생각하지 않고 지문을 완벽하게 이해해보려고 했습니다. 특히 경제, 기술 같은 잘 알지 못하는 개념, 그리고 복잡한 관계가 얽혀져 나오는 지문의 경우 지문 옆에 빠르게 도식화해서 문제를 풀 때 최대한 지문으로 눈이 돌아가지 않게끔 연습했고 지문에서 조금의 이해라도 되지 않는 부분이 생기면 인터넷 검색을 해서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7,18,19년도 시기의 기출과는 달리 최신의 기출은 특히 이러한 인터넷 검색 등을 하면서 우연히 알게 되는 배경지식들, 혹은 개념이 은근히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에 얻게 된 배경지식은 이후 파이널 시기에 사설 모의고사를 풀 때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되곤 했습니다. (특히 경제지문)

문학의 경우, 4,5년전의 기출에 비해 조금 더 애매하게 느껴지는 선지가 많아졌다고 생각해서 평가원이 어떤 단어, 어떤 논리로 선지를 제거해 나가는지 분석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후에 문학 문제를 깔끔하게 푸는 데에는 이만한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올해 수능도 문학은 깔끔하게 다 맞았습니다.) 결국 시험은 평가원이 내는 것이니 선지를 해석해내는 방식도 평가원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매는 이번 수능에서 2문제를 날려먹어서 참 아쉬움이 많습니다. 메가스터디 박담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는데 특히 100가지 말하기가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문법은 반복하면 할수록 점점 실력이 쌓여가니 한번에 완벽하게 하려고 하기 보다는 여러번 반복하면서 공부하다보면 나중에는 예외적인 사항들까지 머리속에 들어와서 더 빠르게 선지를 골라 낼 수 있습니다. EBS는 엄선경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가끔씩 강의를 듣는 건지 구연동화를 듣고 있는 건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만큼 강의 몰입력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점수는 69수능 차례로 85 95 83입니다.


수학 - 정말 열심히 했지만 그만큼 아쉬움도 가장 큰 과목입니다. 지수,로그 함수와 삼각함수는 새로 배워야 했고 미적분은 양이 정말 방대했습니다. 4~6월까지는 시발점과 워크북만 2회독을 했습니다. 강의 분량이 상당히 많더군요. 하지만 기본이 탄탄해야 이후에 무너지지 않을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에 우직하게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6월 모의고사에서는 76점으로 2등급을 맞았고 나름 괜찮게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6월 이후에는 뉴분감을 병행해나가면서 여기에 규토 라이트 n제를 더해 공부했습니다. 뉴분감은 2회독, 규토 라이트 n제는 전체 1회독을 했고 9모 열흘 전부터는 틀린 문제들, 혹은 깔끔하게 풀어내지 못한 문제들을 백지에 다시 풀어보면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했고 그 결과 9모에서는 84점을 받았습니다. 등급은 여전히 2등급을 맞았지만 점점 점수가 올라가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6, 9월 모의고사를 다시 풀어보니 이전처럼 극한으로 어려운 킬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서 드릴은 듣지 않았습니다. (이게 정말 큰 실수였습니다. 준킬러~킬러 문제들과 많이 부딪혀보면서 내성을 길렀어야 되는데...) 9모 이후 남은 2개월은 뉴런을 한번 더 자세히 살펴보고 시중에 나와있는 실모 양치기, 그리고 규토 라이트 n제에서 어려웠던 문제들만 다시 풀어보고 5개년 기출 중에서 교육과정에 맞는 문제들만 다시 풀어봤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수능날, 12,13번 문제가 한번에 풀리지 않아서 1차 당황, 14번 문제 보고 당황, 미적분 27번 문제에서 허둥지둥 하는 등 여기저기에서 털리고 68점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수능 수학의 실패 원인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강의를 듣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던 안일한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강의 6 문제 4 의 비율로 공부하다 보니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능력이 부족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강의에서 제공해주는 문제풀이 방식에만 집중하다 보니 n회독을 할 때에도 무의식적으로 강사님의 풀이를 다시 기억해 내는데에 정신이 쏠리게 되었고 그 풀이방식으로 문제가 풀렸을 때 그 문제를 완전히 정복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내년에 공부할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뿐입니다. 점수는 69수능 차례로 76 80 68입니다.


영어 - 영어는 현역때부터 워낙 자신있었던 과목이어서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워드마스터 단어 5과를 외웠고 같은 단어장만 7개월간 최소 6번 이상을 봤습니다. 그리고 문제집은 수특 영어와 독해연습, 그리고 수완으로만 해결했습니다. 수특과 수완을 풀 때에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따로 공책에 적어놓고 9모가 끝난 후에 반복해서 몰랐던 단어들을 외웠습니다. 영어는 결국 단어라는 생각이 워낙 강해서 이후에는 시중에 있는 실전 모의고사 5회 분량 정도만 풀고 수능에 임했습니다. 영어는 크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던 과목이라 딱히 말할 게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영어는 결국 '단어'입니다. 점수는 69수능 차례로 93 92 94 입니다.


생명 - 생명은 제가 메가패스만 끊었기 때문에 한종철 선생님의 커리만을 쭉 따라갔습니다. 철두철미 - 모든기출 - 자분기까지만 강의를 들었고 짧은 시간 내에 유전을 마스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서 가장 어려운 3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을 완벽하게 풀 수 있게끔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수능에서 16,17,19번을 제외한 나머지 문제들은 다 맞아서 42점을 맞을 수 있었습니다. 자분기가 시중에서 가장 어려운 n제 중에 하나였다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는데 어쩐지.. 풀다가 머리가 깨질뻔 하더라고요. 하지만 자분기 덕분에 근수축이나 막전위 문제같은 준킬러에 해당하는 문제들을 풀 때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전 문제들도 힘들게 힘들게 풀어나가긴 했지만 막상 수능날에 3페이지를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그래도 멘탈 잡고 나머지 문제 완벽하게 풀고 저 세문제 중 하나정도 풀 수 있는 정도의 시간을 남기자라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내년에 준비할 때에는 유전 문제도 더 자신있게 풀 수 있게 되기를... 점수는 69수능 차례로 35 34 42입니다.


지구 - 애증의 과목인 것 같습니다. 개념만 배웠을 때에는 꿀과목이라고 생각했거만 왜 항상 모의고사나 수능때에는 뒷통수를 맞게 되는지 참... 개념은 완자가 좋다고 해서 완자를 빠르게 1회독 한 후 박선 선생님의 백야, 그리고 기출은 oz기출로 해결했습니다. 지구과학은 수특,수완에 나오는 지엽선지들을 공부하는게 거의 필수라고 들어서 수특 수완을 풀면서 헷갈렸던 선지란 선지들은 모두 노트에 정리해서 의문사를 방지하고자 했습니다. 이후 박선 선생님의 EBS 수특 강좌로 다시 EBS를 정리하고 마더텅(빨간색) 기출문제집으로 시간을 25분으로 맞춰놓고 실전 연습을 매일 했습니다. 과탐 공부를 할 때 지구과학보다는 생명과학에 활씬 더 중점을 두고 공부해서 지구는 상대적으로 푼 문제집이 좀 덜한 감이 있네요. 특히 수능날에는 4페이지를 보고 기겁해서 막판에 멘탈이 나가버렸습니다. 6,9월과는 너무 경향이 다르게 나와서 당황했네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4페이지에서 3문제나 나가서 수능에서는 40점을 받았습니다. 내년에는 생명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공부해야겠네요. 지구도 절대 만만치 않습니다. 생명과는 다른 느낌으로.. 아 점수는 69수능 차례로 41 47 40입니다.



의식의 흐름으로 막 쓰니까 시간 참 빨리 가네요. 이렇게 다 작성하고 보니 지난 7개월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것 같습니다. 모든 과목에서 아쉬움이 남네요. 수능이 끝나고 문제를 다시 복기해보면서 아 이 문제 왜 틀렸을까... 하는 생각만 수십번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23살의 나이에 다시 도전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응원을 해 주었지만 누군가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다며, 지금 너의 삶에 만족하라며 손가락질 하기도 했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저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7개월 안에 메디컬을 가겠다는 생각이 저만의 허황된 욕심이라는 말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엔 아닐겁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이를 악물고 할거거든요. 내년에는 누구도 제 목표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더 치열하게 살겁니다. 23살 틀딱 99년생의 긴 소회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올해 수시, 정시 모두 성공적으로 마치기를 바라며 내년에 수능을 보게 될 수험생분들도 꼭 좋은 결과 얻게 되길 바라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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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찍박구리 · 949149 · 21/12/10 19:12 · MS 2020

    수고히ㅡ셨습니다

  • Dajaku · 1046012 · 21/12/10 19:13 · MS 2021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도현​ · 913187 · 21/12/10 19:15 · MS 2019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Albatross · 1043855 · 21/12/10 19:17 · MS 2021 (수정됨)

    수고하셨고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이과수능 준비중인데 도움이 많이 되네요

  • 서승환 연세대 총장 · 1059901 · 21/12/10 19:18 · MS 2021

    틀딱이라니요. 전 연대경영 97인데 올해 한의대 갑니다..

  • 엥엥 · 1075743 · 21/12/11 01:46 · MS 2021

    전 고1때 공부놓고 이번년도 군대 전역 후 3월부터 공부해서 첫 수능봤는데 뭔가 동질감이 드네요 나이도 동갑이라 그런가 ㅋㅋ 내년엔 꼭 원하는 성적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 반수ㄱ · 1049521 · 21/12/11 11:24 · MS 2021

    자기자신의 장단점에 대해 매우 잘 알고 본인이 어떻게 공부를 해야할지 아는건 엄청난 재능이라고 생각하는데 1년더하시면 의대도 충분히 승산이 있을것 같네요

  • 두잇그냥두잇 · 1072216 · 21/12/12 06:21 · MS 2021

    7개월 하신 거 대비 공부량도 많으시고 과탐 점수가 되게 좋으시네요 대단하심.. 내년에 진짜 메디컬 가실 듯

  • 카오카우 · 859229 · 21/12/12 23:02 · MS 2018

    군필이신가요?? 군필이시면 내년에 입학해도 전혀 늦지않아요 설사 미필이라고 해도 문제될정도는 아니구요 힘내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