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3 늦은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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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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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연그림 밑에깔고 따라그린거임 이거 재밋네여
어둠은 끝이 없고 벼랑은 그 깊이를 모른다네
추락한지 몇 년이 지나고 나는 아직도 절벽 구석에서 울고 있구나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정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중략)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니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
ㅡ 백석 [갈매나무(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中]
아침 산에 올랐다. 바위틈에 핀 진달래꽃을 바라보고 앉아 있다. 꽃이 가만히 있다.
"꽃 보러 왔나봐요?"
한 가지에서도, 어떤 꽃은 피고 어떤 꽃은 졌다. 어떤 꽃은 지금 피려고 하고, 어떤 꽃은
지금 필까 말까 고민 중이고, 어떤 꽃은 아예 마음이 없다.
나는 어제도 오고 그제도 왔답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은 꽃이랍니다.
"꽃 보러 왔나봐요?"
- 김용택, 꽃 보러 왔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