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답사여행 중 풍광 TOP 3
학부생 4년 다니는 동안 답사도 참 많이 다녀봤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사적지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해서
정말 이곳저곳 많이 가봤죠...ㅎ
오늘은 제가 직접 가봤던 국내 사적지 가운데
역사적 의미니, 건물의 보존 상태니, 접근성이 뭐니 다 집어치우고
오로지 "풍광"만을 고려한 TOP 3 장소를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진 못했거나,
풍광이 좋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제가 갔을 때 날씨가 안 좋아서
개인적으로 크게 감흥이 없었던 곳은 제외합니다.
혹시나 순위 안에 못 든 사적지 중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3위 전라남도 해남군 두륜산 대흥사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갔던 전남 답사는 첫날을 제외하고 3일 내내 비가 주룩주룩 왔습니다. 신발엔 물이 차고 남자 여럿이서 한 방에 콩나물 시루처럼 있을 때면 냄새도 고약했던 게 생생합니다. 하지만 비가 아무리 와도 답사 코스는 수정될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산행이 포함된 다산초당을 제외한 모든 답사지를 일정 그대로 강행했죠.
셋째 날 아침, 기적적으로 비는 그치고 바람만 아주 강한 날이었습니다. 강풍에 밀려 비구름들이 두륜산 자락 아래로 흘러 넘어가고, 흐리지만 하얀 하늘이 대흥사 가람을 비추게 되었습니다. 이때 제가 직접 본 대흥사의 풍광은 마치 영화 속 산신령이 살 것 같은 비밀스러운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산등성이는 높지 않아서 병풍처럼 절을 감싸고 있고, 금방이라도 어디서 용이 나타날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저 멀리 산꼭대기서부터 서서히 내려오다, 우리가 모여 있는 금당 앞으로 밀려 들어와 마치 동양풍의 신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위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낙산사는 풍광을 대표하는 절로 아주 유명하죠. 수험생들을 매년 괴롭히는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등장할 정도이니 이미 조선 시대 때부터 이름난 명소였던 셈입니다. 가람으로서는 흔치 않게, 멋있는 동해 바다가 양양의 산들과 만나 연출하는 아름다움이 그야말로 장관이기 때문이죠.
제가 중학생 때는 정선, 강릉, 양양에 걸치는 수학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설악산 주변을 테마로 한 여행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날씨가 정말 꾸리꾸리해서 그닥 감명 깊은 느낌은 못 받았죠. 그리고 다시 대학교 3학년 때 강원도 답사를 통해 양양 낙산사를 재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고된 답사를 끝내고 해질 무렵 도착한 둘째날의 마지막 답사지였죠. 하늘은 그날 내내 청청했고, 때론 너무 강렬한 해 때문에 야속한 순간도 있었지만, 낙산사에서의 그러한 날씨는 우리에게 반전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비록 동해안이었지만 일몰 무렵에 주황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하늘이 의상대를 밝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해안이다보니 하늘에는 지는 해 대신, 일찍 떠버린 초승달이 떠 있었습니다. 붉은 하늘에 하얀 초승달, 검푸른 빛의 동해 바다와 초록빛 가득한 산, 대리석으로 만들어 희게 빛나는 해동관음상과 우리들의 모습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답사의 피로를 싹 가시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교수님들께서도 낙산사를 참 여러 번 왔었지만, 하늘이 이렇게 예쁜 적은 없었다며 저녁을 30분만 늦게 먹자고 하시곤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곤 그랬습니다.
1위 전라남도 구례군 사성암
사실 사성암은 대흥사나 낙산사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구례에 있는 숨겨진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사성암은 대학교 답사 때 간 곳은 아니고, 고등학교 때 학교 수행평가로 테마를 정해 답사여행을 하고 이를 발표하는 활동이 있어, 아버지와 함께 휴가를 기회로 삼아 섬진강 줄기를 테마로 한 여행에서 택한 답사지였다. 구례에는 화엄사라는 훨씬 유명한 절이 있지만 나의 마음은 그 장엄한 풍광에 이끌렸으므로, 너무 당연하게도 사성암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날씨가 티 없이 화창한 날 가파르고 거친 길을 지나 사성암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섬진강 곡류가 만들어낸 벌판과 형형색색의 격자무늬 논을 파노라마처럼 마주할 수 있다. 이 날 역시 날씨의 덕을 톡톡이 보았는데, 암자가 오산 꼭대기쯤에 달려 있어, 구례군 문천면 일대가 문자 그대로 한눈에 담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성암은 절벽에 그대로 붙여 지은 암자라, 전망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바위까지 올라가는데 상당한 힘이 들지만, 바위에 올라서자마자 목도하게 되는 풍경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 수많은 후보들을 제치고 구례 사성암이 이번 랭킹의 정점으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한 후보들
- 봄철 벚꽃이 만개할 무렵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
- 봄철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전라남도 진도군 용장성
- 여름철 구름 가득한 경상남도 남해군 보리암
- 가을철 단풍 질 무렵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 탑사
- 가을철 단풍 가득한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 후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이걸 몰방을해!!
-
얼버기 4
-
지금 개념 시작해도 수능 볼 수 있겠지..
-
고1 정파 4
고1 정시파이터 입니다 본인 이과라 수능때 물화 생각중이였어서 화학을 일단 해보니까...
-
2024.06.30.01:30.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 日記를 써내려간다. 0
"그날 밤,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나는 어릴적부터 우등한 학생이었다....
-
괜히 세 번째 고 해서...
-
전에 n제 풀긴 했는데 다 입문이였고 오답도 제대로 안했어서… 기출 좀 어려운거좀...
-
맞팔구 3
-
얼리버드취침
-
국회는 당장 민초를 법으로 금지시켜야
-
논술에서 서울대, 고대, 홍대 빼고 다 되나요>?
-
없었구나 비 좀 약해졌으니 ㅌㅌ혓
-
잇올 업키 0
9평은 6평등급 기준인가요 수능기준인가요 6평은 안되네요 ㅠ
-
썸머스쿨.. 0
썸머스쿨 안다니는것보다 다니는게 좋나요? 어느정도로 관리 해주는지 몰라서 좋을지...
-
의평낮추는가장큰원인 13
ㅈㄱㄴ
-
첫 번째 밑줄에선 풍속이빠를수록 추진력이증가한다했는데 왜 두번째 밑줄에선 풍속이...
-
부럽다... 저는 덕코 지박령이라
-
나도 요즘 탈릅마렵던데
-
학원에서 개념하고 쎈 고쟁이 기출프린트 수특수완 풀었는데 이제 학원 끊고 혼자...
-
지하벙커까지 철거됐어
-
이제 글 누가 써주냐
-
오르비 곧 뒤지겠노
-
야식 ㅇㅈ 술찌라서 1잔만 먹어도 얼굴 개뜨겁다
-
주인 잃은 레어 1개의 경매가 곧 시작됩니다. 뱃살 오동통 오댕이"이걸 본 당신의...
-
일반고 내신 1.4x 재수생이고요 이대 약대가 수시로 종합밖에 없길래 일반고...
-
벌써 얼굴 뜨겁다...
-
현생에서도친구한명없는모쏠아다개찐따도태한남인데나랑친구해줄사람없음?나이성별외모안보고오르비...
-
오랜만에 왔는데 1
또 1명 가네..
-
6모 2등급 맞고 뭔가 자신감 생겨서 해봤는데 ㅈㄴ어렵네요..? 우물안 개구리네요 ㅋㅋㅋㅋ
-
독서지문에서 정보 얻을 때 문제풀이든 이런 거에서 선지랑 맞는지 발췌독할 때면...
-
남은 덕코 다 가져가세요...
-
눈팅은 하마..잘 살거라 다들 옯스타는 탈퇴할건데 옯품타는 냅둘게요 ㅃㅃ
-
문학은 내신 문학이 수능 문학보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함 1
독서나 영어 혹은 수학까지는 수능에서 치루는 방식이 더 합리적이고 영양가 있는 거...
-
대치동 스카 0
좀 큰 곳을 다녀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애들 공부 ㅈ도 안하고 대부분 놀기만 하고...
-
시간 태우는 법 0
9평을 응시하기 위해서 과외준비 겸 수능 낭인이 되기로 한 설치생 예능과목 추천좀요 ㅋㅋ
-
담배마렵네 1
내일 복귀인데 한대만 펴볼까
-
마더텅 다풀었다 하루만에 ㅅㅂ 거의 끝나간다 사문도
-
냉꾹아 갓 태어난 대깨무한테 어떻게 그럴수가있어
-
뭐가나음 근데 국숭세단보다는 인하아주가낫지않나요?
-
얼버기 6
ㅎㅇ
-
얼리버드 취침 4
다들 잘자요 내꿈꿔 좋은꿈꿔
-
잔다 특 4
안잠.
-
님들 탈릅하면 나 바지에 ㄸ 지릴거임
-
맨날 밥만 먹고 킬러만 푸니깐 22, 30 기출이나 그정도 수준은 거의 다 15분...
-
스위스가 잘함? 저 솔직히 어렸을때도 스위스 관광 원툴 나라인줄 알았는데 진짜 잘...
-
는 우루루 다 처틀리네요
-
기억나는대로 써볼게 정확한 닉은 아닐수있는데 계정없이 가끔 들어와 눈팅하던 시절에도...
-
수능치고 바로 주말에 치던데 내성적 대충 짐작하고 가는건가요? 걍 알아서 가지말란건가
첫짤 무슨 무릉도원같다,,,
사성암은 감성 제대로네요,,,지브리 애니에서 나올법한
나중에 시간 나면 꼭 가보세요!! 올라가는 길이 진짜 울퉁불퉁하긴 한데 사성암에 올라서 풍경을 내려다보면 정말 온 피로가 싹 가신답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rabong/011.png)
넵!캬 지금은 못가는... 1박2일 2박3일 3박4일 답사 돌려줘요ㅠㅠ
3박4일 답사... 총 4일 중 3일 내내 비가 와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첫째날 밤에는 조별로 술 마시고, 둘째날 밤에는 레크레이션 뛰고, 셋째날 밤에는 교수님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고행 코스도 딸려 있었죠
‘논술 당일 성균관대’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6.gif)
혹시 해외 답사도 가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해외 답사는 학과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가는 건 못 가봤고요ㅠㅠ
해외여행 갈 때마다 제가 꼭 가보고 싶은 역사적 장소는 반드시 들리는 편이라 일반 여행자들보다는 꽤 여러 군데 가봤죠 ㅎㅎ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9.gif)
아하 고렇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