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즐겁게 [1026561] · MS 2020 · 쪽지

2021-07-27 23:47:44
조회수 4,262

국어)현대시를 "유기적"으로 풀어봅시다! (2022학년도 6월 모의고사)

게시글 주소: https://image.orbi.kr/00038787285

 안녕하세요.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현대시 중 김기림의 「연륜」을 통해 현대시를 푸는 법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처음 써 보는 글이라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고, 내용 상 오류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로 말씀해주시면 바로바로 피드백하도록 하겠습니다!


 현대시를 풀 때, 저는 "유기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이걸 쉽게 풀면 같은 말, 반대말을 찾는 겁니다. 플러스마이너스 관계를 찾는다고 보면 이해가 잘 되겠습니다. 긍정적인 시어와 부정적인 시어를 찾아 그것끼리 연결하면 결국은 풀립니다. 그 예를 이번 6월 모의고사에 나온 현대시로 보여드리려 합니다.


 바로 문제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기림의 「연륜」입니다. 제목부터 "연륜" 이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제목은 그 시의 주제를 직, 간접적으로 보여줍니다. 제목을 먼저 보고 이제 시로 들어갑시다.


(1연)

무너지는 꽃 이파리처럼

휘날려 발 아래 깔리는

서른 나무 해야



 1연을 읽고서는 아직 무엇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알 수 없습니다. 이럴때는 문장을 있는 그대로 보시면 됩니다. '서른 나무 해'는 '휘날려 발 아래 깔리는' 것이고, '무너지는 꽃 이파리처럼' 깔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들이 다 같은 맥락이라는 것만 알고 넘어가시면 됩니다.


(2연)

구름같이 피려던 뜻은 날로 굳어

한 금 두 금 곱다랗게 감기는 연륜(年輪)


 여기서 '구름같이 피려던 뜻'은 굳어버려 '연륜'이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피려던 뜻'이 굳어버린 것이기 때문에 이 ''은 부정적인 시어가 됩니다. 그리고  ''은 결국 굳어 '감기는 연륜' 이 되어버립니다. 이렇게 '연륜'과 ''은 같은 성질을 지니는 시어가 됩니다. 


Q) 여기서 누군가는 "곱다랗게 감겼다고 했으니까 긍정적인 시어가 아닌가요?"라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런 질문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곱다랗다는 것은 사전적으로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연륜'은 이 시에서 이미 굳어버린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시어입니다. 그래서 곧 곱다랗다는 것은 '연륜'의 성질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시어가 아니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려고 하지말고 맥락으로 읽어야 시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어들이 해석이 되면 해석이 되지 않았던 1연도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1연)

무너지는 꽃 이파리처럼

휘날려 발 아래 깔리는

서른 나무 해야


 여기서 '서른 나무 해야' 와 '무너지는 꽃 이파리'는 2연에서의 '연륜'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른이 넘은 해를 뜻하는 말이 2연에서 '연륜'이라고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볼 수 있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저 두 시어의 의미가 비슷합니다. 다들 "연륜"이라는 단어의 뜻은 정확하게는 몰라도 알잖아요? 30년이 넘는 해가 연륜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는 두 개 이상의 말을 하는 문학이 아닙니다. 하나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어들은 다 연결되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말했던 "유기적"인 해석을 하는 것입니다. 충분히 단어 뜻끼리 연결이 되기도 하고 유기적 해석으로도 통하기 때문에 같은 말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3연으로 가 보겠습니다.


(3연)

갈매기처럼 꼬리 떨며

산호 핀 바다 바다에 나려앉은 섬으로 가자


 여기서 화자의 "지향점"이 나옵니다. 바로 ''입니다. 화자는 '갈매기'처럼 꼬리떨며 ''으로 가자고 합니다. 화자가 가고 싶다는 곳이 곧 "지향점"이 되겠죠? 그 지향점을 '갈매기'처럼 가고 싶다고 하니 '갈매기'도 긍정적인 시어가 되는 것입니다. 계속 다음 연으로 가보겠습니다.


(4연)

비취빛 하늘 아래 피는 꽃은 맑기도 하여라

무너질 적에는 눈빛 파도에 적시우리


 시의 문맥 상 "지향점"인 ''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헷갈릴 수 있는 시어가 있습니다. 바로 '무너질 적' 인데요. 무엇이 '무너질 적'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지향점인 ''에 대한 서술이니까 긍정적인 시어로 볼 수 있습니다. 


(5연)

초라한 경력을 육지에 막은 다음

주름 잡히는 연륜마저 끊어버리고

나도 또한 불꽃처럼 열렬히 살리라.


 '초라한 경력', '육지', '주름 잡히는 연륜'은 부정적인 시어겠죠? '초라한 경력'은 위에서 말한 '연륜'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것을 막아두는 곳인 '육지'도 마찬가지로 부정, 끊어버리려고 하는 '주름 잡히는 연륜'도 당연히 부정적인 시어가 됩니다. 그리고 '불꽃'은 화자가 지향하는 것이니까 긍정적인 시어입니다.


 이렇게 시의 해석이 끝났습니다. 도형으로 보여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긍정적인 시어는 네모, 부정적인 시어는 세모를 통해 표시했습니다. 실전에서도 저는 이렇게 풉니다. 그 생각의 과정들을 위에 서술한 것입니다. 저 과정들이 실전에서는 2~3분, 길어도 5분 안에는 끝나야 합니다. EBS 연계가 된 시라면 정말 빠르게 해내거나 아예 저처럼 지문을 읽지 않고 먼저 문제를 봐야하고, 처음 보는 시면 시간이 좀 들고 완벽하게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이 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인지는 알아내야 합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시를 실전에서 계속 붙잡고 있으면 시간만 날리고 해석도 못합니다. 어느 정도는 포기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해석하면 대부분의 시어가 어떤 성질을 갖는지 알 수 있고 주제도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의 문제들에서도 이런 해석으로 풀 수 있습니다.


32번은 해석의 문제가 아닌 표현적 특성에 대해 묻는 문제이므로 패스


33번에서,

⓵ (가)에서 ‘열렬히’는 화자가 추구하는 삶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표방한다.

 A) 마지막 연에서 '열렬히'는 우리가"지향점"으로 찾았던'불꽃'처럼 살겠다고 하며 사용된 시어입니다. 화자가 추구하는 삶이 '불꽃'이므로 당연히 옳은 설명입니다.


⓸ (가)에서 ‘날로’는 부정적 상황의 지속적인 심화를, (나)에서 ‘당장’은 당면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절박감을 강조한다.

 A) 2연에서 '날로'는 '연륜'이 '날로' 굳고 있다는 맥락에서 사용된 말입니다. '연륜'은 부정적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고, 이것이 '날로' 굳고 있다고 하니 부정적 상황의 지속적인 심화가 맞습니다.


⓹ (가)에서 ‘또한’은 긍정적인 존재와 화자의 동질성을, (나)에서 ‘마구’는 부정적으로 취급되는 대상과 화자 간의 차별성을 부각한다.

 A) 마지막 연에서 '또한'은 화자가 지향하는 '불꽃'처럼 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존재인 '불꽃'과 화자의 동질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표현은 옳습니다.



 34번에서, 

⓵ (가)에서 ‘서른 나문 해’를 ‘초라한 경력’으로 표현한 것은, 화자가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변변치 않은 경험으로 재해석한 것이겠군.

 A) 적절한 설명입니다. 먼저 '서른 나문 해'와 '초라한 경력'은 같이 세모가 쳐져 있는 부정적인 시어들입니다. '서른 나문 해'를 '초라한 경력'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옳습니다. 그리고 '초라한 경력'을 '주름 잡히는 연륜'으로 표현하고, 이것을 끊어버리겠다고 합니다. 변변치 않은 경험으로 재해석했다는 말도 옳습니다.


⓶ (가)에서 ‘불꽃’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표현한 것은, ‘주름 잡히는 연륜’에 결핍되어 있는 속성을 끊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미로 재해석한 것이겠군.

A) 오답률이 되게 높았던 선지. 하지만 "유기적"으로 해석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먼저 '불꽃'은 화자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그래서 긍정적인 이미지가 맞습니다. 그리고 '주름 잡히는 연륜'은 부정적인 시어입니다. 여기에 결핍되어 있는 속성은 당연히 긍정적인 이미지입니다. 이를 정리해봅시다.

 '주름 잡히는 연륜'에 결핍되어 있는 속성인 긍정적인 것('불꽃')을 끊을 수 있는 수단이 '불꽃'이다? 부정적인 것에 없는 것인 긍정적인 것을 끊을 수 있는 수단이 긍정적인 것이다?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답은 2번!


⓹ (가)에서 ‘육지’를 지나간 시간을 막아 둘 공간으로, (나)에서 ‘버스’를 벗어나고 싶은 공간으로 표현한 것은, ‘육지’와 ‘버스’를 화자가 결핍을 느끼는 공간으로 재해석한 것이겠군.

 A) '육지'는 '초라한 경력'을 막아두는 공간입니다. '초라한 경력'은 '주름 잡히는 연륜'입니다. 이 '연륜'은 '서른 나문 해' 이기 때문에 지나간 시간이 맞습니다. 그리고 '육지'는 지향점이 아니기 때문에 화자가 결핍을 느끼는 공간도 맞는 설명입니다.


끝났습니다. 처음 써보는 글이라 글이 뒤죽박죽일 수 있습니다.. 계속 진화하는 글쓴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저는 만족합니다. 다음에도 다른 국어 해설로 뵙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