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걸려 전문의됐는데···외상 약값만 수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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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우영기자] [편집자주] 직업명 끝에 '사'가 들어간 전문직을 성공의 징표로 보던 때가 있었다. 이제 전문직의 입에서도 하소연이 나오기 시작했다. 낮아진 문턱과 경쟁 심화로 예전의 힘과 인기를 잃어버린 전문직의 위상을 돌아본다. [['사'자의 몰락-4회] 급여항목 확대로 의사 수입 제자리···"회사원보다 적게 벌어"] # 지난달 20일 오후 정신과 전문의 A씨(53)는 경남 거제도의 한 공원에서 칼을 들고 경찰과 대치했다.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참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한 것. 경찰이 30분 동안 설득한 끝에 칼을 빼앗고 A씨를 가족에게 돌려보냈다. 한때 '사위로 맞으려면 열쇠 3개(집·차·금고)는 기본'이라던 의사들이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다. 인건비 등 병원 운영비 부담은 늘어나는데 의료수가는 제자리걸음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진료항목'은 점점 늘어나는데, 통상 수가의 반토막으로 책정되니 병원 적자 폭이 늘어난다. 최근 포괄수가제 확대 적용으로 가뜩이나 어렵던 '수술하는 과'(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의 인기는 더욱 곤두박질치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의료수가 의사들마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급여항목 수가가 비현실적이다"라는 것. 급여항목이란 건강보험공단에서 진료비 일부를 부담하는 질환 및 수술 항목을 말한다. 박근혜정부 들어서는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 질환)의 급여항목 포함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7월 포괄수가제가 확대 적용되며 불만은 더욱 심해졌다. 과잉진료를 막을 목적으로 질병당 정해진 치료비만 내도록 한 제도인데, 기준이 '대형병원 진료비'에 맞춰졌다. 중소형 병원 의사들은 "병상 2000개 이상의 대형병원이나 맞출 수 있는 가격으로 수가가 책정됐다"고 성토했다. 특히 산부인과는 제왕절개 분만이 포괄수가제 대상이 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한 산부인과 의사들은 "출산할 때 어떤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금액 상한선 정해놓고 진료하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제왕절개 때 쓰는 유착방지제(내장이 달라붙지 못하게 해주는 일종의 젤)도 가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해 출산 후 장협착 증세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급여로 눈 돌리는 비전문의들 급여항목 확대로 병원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외래환자 1인 1일당 평균 진료비는 2007년 5만5770원에서 2010년 5만9136원으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입원환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100병상(베드)당 월평균 입원수익은 같은 기간 4억1404만원에서 4억460만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개업의들은 돈이 되는 미용시술 등 '비급여진료항목'으로 손을 뻗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면허 소지자는 다른 과의 진료도 맡을 수 있다. 다만 'OO과 의원'처럼 간판에 전공분야를 표시할 수는 없다. 이에 일부 의사는 '진료과목'이라는 단어를 간판 중간에 조그맣게 숨기는 '꼼수'를 쓰기도 한다. 올 1월 기준으로 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의원 3만2000여곳 가운데 성형외과 전문의 의원수는 977곳 뿐이지만 보톡스, 필러 등 미용시술 의원은 1만여곳에 육박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성형의 메카' 서울 강남구의 성형외과 650여곳 중 절반 가량이 비전문의 병원이다. 비전문의 확대는 의료사고나 마약류 남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조사 결과, 2011년 1월부터 올 5월까지 언론에 보도된 성형외과 의료사고 및 마약류 남용 사례 가운데 80% 이상이 비전문의 병원으로 집계됐다. ◇13년 걸려 전문의 돼도 처우는 '회사원' 수준 전문의가 되려면 학부 6년, 인턴 1년, 전공의(레지던트) 4년을 거쳐야 한다. 약 2년의 군복무도 해야하는 남성의 경우 전문의가 되려면 최소 13년이 걸리는 셈이다. 인턴부터 전공의 수료까지 5년여 동안 월급은 대형 대학병원 기준으로 300만원 남짓이다. 그러고도 주당 120시간씩 근무한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조사 결과, 의사 평균 소득은 583만원이었다. 한 40대 정형외과 전문의는 "4년제 대학 졸업하고 곧바로 대기업 가서 최근 부장된 친구의 연봉과 내 소득이 거의 같다"며 "내가 전공의 수련할 동안 그 친구가 번 돈까지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적게 번 셈"이라고 했다. 문제는 의사 수의 증가세를 고려할 때 처우가 더 나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77년 2만명도 안되던 의사수는 2003년 8만명, 2012년에는 11만명을 넘어섰다. 해마다 3000명이 넘는 의사가 쏟아져 나와 점점 경쟁은 심해진다. 2010년 이후 매년 140개 병원, 1600개 이상의 의원이 폐업했다. 한 소형 병원 원장은 "적자 돌려막으려고 제약사에 아직 못 준 외상값만 수억원"이라며 "비현실적인 수가 책정이 계속되면 결국 의료의 질만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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