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3-06-29 00:53:51
조회수 6,645

현재에 살지 못하는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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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미래 속으로 도망친다.

밀란쿤데라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수험생 시절, 저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습니다. 고3 때도 재수때도 삼수때도.
저는 공부를 하다 스스로에게 의문이 들때, 내가 왜 이러고 있는지 모를때. 내가 원하던 성적이 안나올 때.
제가 머무르던곳 주변을 배회하는 습관이었습니다.

고3때는 야자를 끝내고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뛰쳐나와,
어두컴컴한 놀이터에서 애처로운 달빛만을 벗삼아 그네를 타거나
버스가 동아줄처럼 줄지어 기다리고 있는 학원가를 한바퀴 돌거나,
집으로 가다, 도서관을 가다, 독서실을 가다, 진자운동하는 추처럼
흔들리며 걸었습니다.

독학재수때는 스케일(?)이 커져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곳곳을 돌아 다녔습니다.
  
처음만난 강렬한 그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폭우속에 젖어있던, 우산을 써도 바짓가랑이가 다 젖던,
그, 강남역과 첫 미팅(?)을 했고
햇볕이 내리 쬐는, 사람들이 정말 개미떼처럼 몰려있는
그, 명동역을 걸으며 땀으로 샤워(?)를 해봤습니다.
그 외에도 지하철을 타고 갈수있는, 사람이 많은 곳이라면 거의 다 가본것 같습니다.

삼수때는 정신을 차렸는지(?) 그 빈도수가 적었지만.
그때도 강남역거리를 자주 걸었던것 같습니다.


가끔은 살면서 스스로가 이해가 되지않는 행동을 할때가 있습니다.
분명 자기가 한 행동인데도 말이죠.

저에겐 저런 방황의 행동들이 그런 행동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알고 싶었습니다.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할까..  자꾸 거리를 배회하며 방황할까..

그런 생각에 휩싸일때마다 내면에서 떠오르던 이야기는.

제가 좋아하고 자주 말하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괴테의 금언이

성적표라는 종이쪼가리 한장에 무너지는 나에게

'너는 공부 열심히 했잖아, 그러니까 성적에 집착하는거고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는 아이들은 시험성적 신경도 안쓰고 힘들어 하지도 않아.
 힘들더라도 니가 가는 길이 옳다는걸 알잖아.?'

말을 걸어주며 저를 다독여 주는게 도움이 되긴 했지만

무언가.. 무언가.. 가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결핍에 대한 제 나름의 답은,

저는 지금 현재에 살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절반 정도는 통제가 불가능 한 상황입니다.
수험생이라는 상황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시기입니다.

그 누구도 수험생이라는 시기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시기라는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 그래도 이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었습니다.

수험생이란 상황은 꼭 현재를 희생해야하는 시기일까?

이런 의문에 대한 저의 대답은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의문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 시절, 수험생시절 저는 결과에만 매달려 있었습니다.
말과 행동이 달랐습니다.
말로는 과정이 중요하다 중요하다 스스로를 달랬지만
당장 눈앞에 닥치는 결과앞에서 제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과정과 결과. 둘 중 무엇이 더 중요하느냐는 케케묵은 질문입니다.
둘중 무엇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과정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면 현재에 살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과정에서 의미를 느끼지 못하면 현재에 살수 없고, 현재에 살수 없으면
도달하지 않은 미래로 도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
...
...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할때
과정을 중시하면 이상적인 사람으로 느껴지고
결과를 중시하면 현실적인 사람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사실, 과정과 결과의 본질적 차이는.

이론적으로는
과정은 우리가 통제 가능하고
결과는 우리가 통제 할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결과에 집착하며 현재에 살기를 포기할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그렇게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것인지..


하지만 하나 깨달은 것은

현재에 살기위해선 과정에서 재미나 의미를 느껴야 한다는 것입니다.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필요한 것입니다. 

그대들의 수험생활에서는

단순히 결과말고 무엇을 바라나요?


제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약간의 비약이 있을수는 있겠지만

예민한 이 시기가, 우리의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다는 것입니다.






열심히 살라, 지식은 사라지지만 열심히 산 삶의 태도는 사라지지 않는다.

는 어떤 다사다난한(?) 직업을 거치며 사는 아저씨가 삶에서 깨달아 말하는 금언처럼

지금의 과정이 '스펙'이 아니라 '능력'을 키워주는 계기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꼭 저 이유가 아니더라도 현재에 사는 능력인것 같습니다.


인간은 과거속에 삽니까?
          현재속에 삽니까?
          미래속에 삽니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인간은 현재에 뿌리를 두고서
과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미래를 창조적으로 계획하는 삶이 
본받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대는 어디 속에서 사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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