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별 공부법 1편 (국어) (깁니다)
I. 들어가는 글.
2017학년도 수능과 2018학년도 수능을 준비했고, 각각의 시험에서 전년도 대비 백분위를 20% 정도씩 일년마다 끌어올렸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국어 100, 수학 (나)형 97, 영어 1등급 (97), 한국사 1등급 (점수 기억 안 남), 생활과 윤리 50, 사회문화 44점을 맞고 서강대학교 경영학과에 최초합격,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에 수석으로 합격하였다. 소기의 과정에 있어 했던 공부를 과목별로 적어보겠다.
II. 국어 영역
1) 문학
나는 고등학교 가기 전까지 중학교에서 단 두 과목만을 공부하였는데, 그게 국어와 영어였다. 문학의 개념이 중등 교육과정과 고등 교육과정이 거의 일치하는 8차 교육과정의 특성상, 긴 소설에 대한 독해법 구축만 한다면 문학에 큰 문제가 없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는 오만이었고 표현법 문제를 틀리는 나 자신을 확인하며 개념 강의를 찾아 들었다. 그 과정에서 윤혜정 선생님의 개념의 나비효과를 수강하고 마더텅 문학 문제집을 통해 내가 확립한 개념이 문제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분석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 문학의 가장 큰 차이점이 현대 소설의 수준과 고전어의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 소설의 구조를 분석하고 EBS 수능특강을 통해 지문의 구조를 분석하였으며, 고전어를 모르는 것은 해법문학 고전시가편을 통해 많은 작품을 접하며 빈출되는 어휘를 파악하고, 외웠다. 이 과정에서 얻은 큰 깨달음은 필수적인 10개 내외의 작품만 외우면 다른 작품을 읽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깨닫기 위해 해법문학 고전시가를 전부 다 봤다. 그래서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었다. 지금은 고전시가 특강, 고전시가 강의에서 훌륭한 선생님들이 이를 압축하여 수업하니, 7-8작품 내외로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작품 + EBS 수록작품을 합치면 40작품이 안 될 것인데 (수능특강+ 수능완성), 이를 정리하는 데에 연간 20시간-30시간 정도를 투자하고, 이후로 하루에 15분-20분씩 투자해서 다시 보면 고전어휘 때문에 글이 읽히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특히나 올해는 비연계로 출제될 확률이 있기 때문에 EBS만 보는 전략은 상당히 리스크가 크다. 대개 가장 어렵다고 평가되는 고전 가사들은 수록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소설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조건 전개 방식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 추리 기법 등의 작품들은 기출을 풀 때 매우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EBS에 수록된 까다로운 작품을 모두 정리하고, 기출에서 어렵게 낸 작품들을 모두 빡빡하게 분석했다. 이때 중심 포인트를 '이 지문을 처음 봤을 때 실제 시험장에서 잡아야 하는 정보, 인물, 사건'을 정하는 데 두었다. 마치 비문학에서 특정 정보 위주로 기억할 때 논리를 쓰는 것처럼 문학도 그런 식의 분석을 즐겼다. 여담이지만 이과적 성향이 강해서 모든 것에 대한 논리를 대고 공식화하는 공부법을 좋아했다. 이런 경향이 비문학이나 다른 과목 공부에도 모두 이어졌는데, 아까 말한 문학의 표현법 공부도 똑같았다. '비유'라는 개념어를 '빗대어 표현하는 것'으로 외우지 않고, '직유와 은유와 의인이 있는데, 직유를 찾으려면 어떤 어미가 사용되는지, 은유를 찾으려면 어떤 문장형식이 사용되는지, 의인은 어떠한지, 또 의인과 활유는 어떻게 구별되는지 '등의 세분화된 공식을 다 만들어서 시험장에서 빨리 풀 수 있는 문제들을 15문제 정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이 생각이 현재의 수업 기조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천하는 책/강의 : 윤혜정T 개념의 나비효과 (문학), 해법문학 고전시가, 마르고 닳도록
2) 비문학 (독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국어가 어렵고 힘들다, 고 하는 이유는 문학이 아니라 비문학 때문이다. 사실상 이게 공부의 본체고 문학은 쉬어가는 느낌으로 하는 학생들도 많을 정도로 비문학 = 수능 국어의 꽃이나 다름없다. 하나씩 이야기해보겠다.
대부분의 학생들의 비문학 기출 분석 방법을 풀어보면
(1) 문제를 시간 재고 푼다
(2) 채점을 한다
(3) 지문 분석을 한다
(4) 문제 분석을 한다
로 귀결된다. 여기서 (1)에 대한 논쟁 중 하나가 '문제를 먼저 보고 지문을 볼지, 지문을 먼저 보고 문제를 볼지'인데 나는 후자를 선택하였다. 왜냐하면 단순한 내용일치형 문제 3-4문제를 제외하면, 비문학의 정보를 받아들일 때 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보에 맞춰서 분절적으로 정보를 기억하고 이를 일일히 대조하는 방식은 오류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밑줄 추론형 문제, <보기> 적용형 문제 등은 특정 문단의 정보만으로 푸는 것이 아니라, 여러 문단의 정보 간 관계를 파악한 것을 <보기>와 함께 종합적/유기적으로 분석해야 현실적인 시간 안에 문제가 풀린다. 따라서 전자의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 판단하여 후자의 방식을 채택했다.
시간을 재고 푸느냐, 재지 말고 푸느냐에 대한 논쟁도 있는데 나는 전자를 선택했다. 그 이유는 실제 시험장의 상황과 가장 유사하게 맞춰서 제한된 시간의 압박 속에서 글을 읽어야만 생기는 나의 사고적 오류를 발견하고 정정하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이 괴롭고 고통스럽지만 이것이 진실이다. 뒷문단으로 갈수록 발생하는 나의 독해 집중력 저하 현상,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10초 내외 시간 안에 기억할지, 표시할지를 판단하는 나만의 공식, 선택지의 정보를 지문과 대조할 때의 순서 등은 무제한의 시간으로 풀 때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학습과 관련된 고민이 더 밀도 있고 촘촘해질수록 점수가 오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상식적인 머리가 있다면) 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걸 무시하고 '처음이니까/노베니까 좀 더 느슨하게 풀래요'라고 말하겠다면 막지는 않겠다. 나는 최선을 다해 말했다.
(3)과 관련하여 정말 무수한 공부법이 있다. 그렇기에 이 부분은 '견해'다.
순살쌤은 '구조도 그리기' 자체만을 맹목적으로 하는 것은 의미 없는 공부라 생각한다. 구조를 잡는 기준을 찾아야 처음 보는 낯선 지문에도 그 기준을 쓸 수 있는데, 그 기준을 잡으려면 문단 별 정보를 단순히 적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 단위로 일어나는 사고와 판단을 다 적고, 왜 특정 정보가 더 중요하게 기억에 남아야 하는지, 그 기준을 확립하는 공부를 지향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순살쌤은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서 공식화하는 공부를 좋아했다. 이 성향이 너무 세서 인강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고, 남이 만든 기준을 그대로 받아서 체화하려는 학생들은 인강을 들어도 무방하다. 그러나 어느 것을 택하든 고민은 많이 해야 할 것이다.
(4)와 관련해서, 순살쌤은 <보기> 문제 외에 분석할 것이 없다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정보로 특정 문제를 왜 출제하고 답을 왜 그렇게 만드는지가, 문제 분석이 아닌 지문 분석에서 이미 90프로 이상은 완료되었기 때문에 문제를 분석할 때는 킬러 추론 문제와 <보기> killer 문제만을 분석했다. 지문의 상황을 <보기>의 상황과 비교/분석하여 적용/비교하는 스타일의 문제가 어느 정도 정형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보기>의 상황을 분석하는 법과 그 분석 결과가 선택지에서 구현되는 스타일 등을 고민했었다. 이것이 바로 <보기> 문제를 분절적인 정보 대조를 통해서 풀 수 없는 이유다.
(4)와 관련된 또다른 잘못된 생각은 '아직 2-3등급이니까 <보기> 풀이법 분석은 나중에 해야지~' 같은 것이다. 이는 지문 분석과 <보기> 분석이 이원화된다는 생각에서 기인한 것인데, <보기>와 지문을 읽는 태도는 완전히 같아야 한다. 앞 문단의 내용을 바탕으로 뒷 문단의 내용을 해석하듯이, 지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보기>의 내용을 해석해야 한다. 이 둘은 완전히 같다. 단지 <보기>의 해석은, 지문의 수많은 내용 중 어떤 것인지를 본인이 해석해야 하는 것이고, 지문의 해석은 좀 더 적은 범위의 내용으로 좁혀진다는 차이밖에 없다. 정보량의 차이 때문에 <보기> 분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보기> 분석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부터라도 시작하기를 권고한다.
컨텐츠에 대한 수요가 있을 것인데, 어지간하면 95프로 이상은 기출문제로만 공부하길 권한다. 리트와 피셋을 모두 응시해본 입장으로서 이 지문들을 공부하는 법과 수능 기출을 공부하는 법은 완전히 다르다. '국어'와 '언어이해'와 '언어논리'는 겉의 형태만 비슷하고, 평가하는 능력이 많이 다르다. 주간지나 사설을 통해 공부하는 것은 좋을 수 있으나 리트는 비추천한다. 차라리 EBS나 교육청 기출을 풀어라. 리트의 지문이 괜찮을지언정, 문제는 수능과 상당히 괴리된다. 수능의 '내용일치형' 문제와 리트/피셋의 '일치부합형' 문제는 격이 다르다. 오히려 정상적인 수험생이라면 리트를 틀려야 정상일 정도다.
추천 강의/책 : 마르고 닳도록, 홀수 등 어떤 수능 기출문제집이든 상관없습니다.
3) 문법 (현 '언어')
문학과 유사하게 문법의 개념을 공식화하여 공부했는데, 문학보다도 더 빠르게 푸는 것을 목표로 했다. 5문제를 3분 안에 풀 수 있는 전략을 수립했는데, 문법이 5문제가 나오면 2문제는 (사실상) 고정되어있다. 음운론의 음운 변동과 문장론의 '절' 개념은 무조건 출제된다. 7개년 수능에서 이를 출제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따라서 이 2문제를 합쳐서 1분 내외로 풀고, 나머지 3문제들을 2-3분 안에 풀 수 있는 대비를 했는데 수능에서 기계적으로 모든 공식이 적용된다면 3분안에 풀 수 있을거란 확신이 있었다. (이걸 3월에 깨달았다) 그 이후론 개념 암기 + 문제 분석을 매일 30분 내외로 투자하여 공부했다.
추천 강의/책 : 권규호T 문법 강의를 수강하였다 (책, 강의명 기억 안 남)
4) 화법과 작문
나는 화작을 15분 이상 걸리는 학생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는 화작의 본질적인 특성이 비문학과 유사하기 때문인데 화작은 문법과 문학에 비해 내가 외운 개념을 활용하여 읽는 시간이나 문제 푸는 시간을 줄일 여지가 전혀 없다. 무조건 시험장에서 내가 판단한 것을 선택지와 대조하여 푸는 방식밖에 없다. 따라서 시간을 줄이는 것 자체 보다는 정확하게 푸는 공식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예컨대 '시청각적 자료를 활용하여~'라는 선지가 깔리면, 지문에서 '시청각적 자료가 쓰였는지를 찾아보자!'라고 생각하고 찾는 것은 하수다. 이 경우엔 지문에서 괄호 ( ) 가 있는 부분만 읽으면 자료가 쓰였는지를 90프로 이상 확인할 수 있다. 지문 전체를 보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하다. 이런 식의 화작 공식화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걸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화작에서 시간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읽는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분절적으로 선지와 지문의 정보를 대조하는 것 역시 비문학과 마찬가지로 오류를 낳을 확률이 높다 생각해서, 화작은 느리게 읽고 느리게 풀되 정확하게, 다 맞는 것을 목표로 했다. 화작을 무조건 10분안에 풀어야지, 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19학년도 수능처럼 시간을 많이 요하는 스타일의 문제가 나오면, 절대 그 시간 안에 풀 수 없다.
국어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공부해라. 시험의 난이도에 좌우되는 공부를 하지 마라. 그런 공부를 하고 불수능을 만나 시험이 망했다면 그게 평가원이 바라는 진정한 변별이다. 자신을 허수로 만들지 마라.
추천강의/책 : X
언젠가 수학 (나) 형, 영어,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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