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만유인력 문제'에 대한 분석
(타 사이트에 올렸던 내용을 가독성이 좋도록 수정하여 올립니다.
오르비 문화상 불편할 수 있는 표현 등은 보이는 것은 수정했으나 일부 남아있을 수 있습니다. 반말체인 것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안녕?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수능 국어의 전설로 남은 위의 저 문제 때문이야.
글 길게 풀어서 쓰면 다들 싫어하더라.. 그래서 어느 정도 가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번호식으로 조금씩 끊어서 진행할게.
1. 동기
- 문제 자체는 워낙 유명해서 다들 잘 아는데 정작 제대로 지문과 문제를 이해해서 학습한 현역은 얼마 안 되는 것 같다
- 그래서 우리가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 지문에서 주어진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왜 저 선지는 틀리고 저 선지는 맞는지에 대한 분석을 해 보려고 한다
2. 보면 좋을 대상
- 같은 천문학 지문의 다른 문제는 풀었는데 31번은 비주얼만 보고 버린 뒤로 꺼내보지도 않은 사람
- 뭔가 해 보려고 노력은 했거나, 풀었는데 사실 완벽히 이해는 안 되는 사람
- 풀었고 어느 정도 이해도 됐는데, 다른 사람은 이 문제를 어떻게 분석했는지 궁금한 사람
3. 주의 사항
- 내가 평가원이 아니고 국어 강사도 아니라서 최대한 정성을 다해 썼으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 논리 전개상 오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있다면 댓글로 지적해 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혹시나 아직 풀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지문을 보고 문제를 푼 이후 보시는 것을 권장한다
4. 먼저 지문과 문제의 구조를 보자.
일단 지문을 먼저 볼게. 글의 전체적인 주제를 요약하자면 "서양의 천문학 변천이 중국 천문학에 미친 영향" 정도가 될 것 같아.
1문단은 글의 전체적인 내용을 요약해서 미리 설명해 주고 있고, 2문단과 3문단은 아리스토텔레스,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브라헤, 케플러를 거치면서 서양의 천문학이 어떻게 '지구 중심설에서 태양 중심설로 변화하였는가'를 설명하고 있어. 4문단이 31번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A] 부분이고, 뉴턴이 역학적으로 태양 중심설을 정당화한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5문단부터 8문단까지는 중국에 서양 천문학이 서서히 유입되면서 중국의 학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해 시간 순으로 서술하고 있어.
솔직히 위의 문제를 보고, 지문을 쭉 읽어 보면 이런 의문이 들 거야.
"아니 지문이랑은 뭣도 관련 없는, 지문에 딱 몇 줄 나와 있는 만유인력 설명으로 31번이라는 문제를 새로 만들고 보기 왕창 주고.. 이게 뭐하는 짓이지?"
이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게, <보기>를 주고서 뭔가 탐구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문제들은 대부분 '지문의 전반적인 내용'에 걸쳐서 출제되거든.
기출 학습을 했으면 알겠지만, 2020 수능의 BIS 비율 문제 (바젤 I~III 협약에 걸쳐 서술된 지문의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문제가 나옴), 2021 수능의 렌더링 문제(렌더링의 전반적인 내용을 종합해서 문제가 나옴. 그 풍선 부는 거 있잖아) 같은 경우가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는 문제들이지.
그런 면에서 이 31번 문제는 정말 특별하다고 할 수 있어. 지문의 아주 국소적인, 특정한 부위만 가져다가 새로운 사고력 문제를 내 버린 거니까.
(그래서 한창 뉴스에서 31번 많이 에바다 이런 소리 나올 때도 저 [A] 부분과 문제만 가져다가 보도했지. 그거 외에는 문제 풀이에 필요한 게 없거든.)
이 정도 설명했으면 이 문제가 왜 특별한지는 다들 이해했을 거라고 생각해. 심지어 같은 시험지인 19수능 뒤쪽의 가능세계 지문조차도 지문 안에 길게 서술된 '가능세계의 네 가지 특성'을 바탕으로 해결하는 거야. 이 문제만큼 국소적인 부위만 사용해서 푸는 문제가 별로 없지.
5. 일단 [A]의 내용부터 분석해 보자.
일단 지문에서 뭔 소리를 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이해가 될 테니까 [A]의 내용부터 한 줄 한 줄 읽어 나가 보자.
17세기 후반에 뉴턴은 태양 중심설을 역학적으로 정당화하였다.
-> ㅇㅇ 이 부분 위에서 케플러가 태양 중심설을 받아들였다고 나와 있는데 여기서 역학적으로 뭘 더 보충해서 근거를 추가했나 보다
그는 만유인력 가설로부터 케플러의 행성 운동 법칙들을 성공적으로 연역했다.
-> 아 이 부분 위에서 케플러가 행성들의 운동 법칙을 수립했다고 했는데, 이거의 역학적인 근거는 좀 부족했나 보네? 만유인력.. 어 솔직히 들어는 봤는데, 일단 그거 써서 법칙을 연역적으로 논증해 냈다는 거지?
이때 가정된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그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질점 : 크기가 없고 질량이 모여 있다고 보는 이론상의 물체.)
-> 갑자기 이게 뭔 소리지? 일단 천천히 생각해 보자. 일단 인력이라 하면 끌어당기는 힘을 말하는 거고, 만유인력이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이라고?
음.. 근데 질점은 크기가 없고 질량이 모여 있는 물체네? 이론상의 물체라고 나와 있으니까.. 질'점'이라고 쓰였다는 건 크기가 없는 점처럼 무한히 작은 공간에 질량이 다 모여 있다고 보는 건가? 일단 질점이라는 게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만유인력이라 이거네.
어... 만유인력의 크기가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그러면 (만유인력) = (상수) * (질점1 질량)(질점2 질량) * (1/거리의 제곱) 이런 식으로 식을 세울 수 있겠네?
이렇게 식을 세우는 게 머리가 많이 아프다면, 그냥 비례 관계 정도만 옆에 적어 두고 가면 되겠다.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이렇게.
지구를 포함하는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을 이루는 구라면 천체가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 각각이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
(구 대칭 : 어떤 물체가 중심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같은 거리에서 같은 특성을 갖는 상태.)
-> 어.. 이게 대체 뭔 소리지?? 일단 바로 읽었을 때 이해가 안 되니까, 천천히 나눠서 읽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그림을 그리거나 하면서 다시 살펴보자.
그니까 이 문장은 어쨌든 '천체가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어떻게 구하는지 설명하는 문장이네? 문장 구조가 그런 식으로 되어 있구나
어, 근데 만유인력은 질점 두 개가 땡기는 힘이라고 했으니까, '천체 밖의 어떤 질점'은 확실히 질점이 맞는데, 천체는 크기가 있으니까 질점으로는 보기 어렵지 않나?
(뒤에서 이 의문이 해결됩니다)
그래도 일단 지문에서 설명하고 있으니까, 천체가 천체 밖의 크기가 없는 질점을 당기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그럼 앞의 부분을 다시 보자. 여기서 설명하는 '모종의 방법'을 써먹으려면, 천체들이 '밀도가 균질', 즉 내부가 어디는 더 무겁고 어디는 더 가볍고 이러면 안 되고, 그게 아니면 '구 대칭'이어야 한다. 즉 같은 거리에서 같은 특성을 가지는... 그니까 여기가 좀 헷갈리네? 그림을 그려 볼까?
긍까 이거네. 중심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같은 거리, 즉 천체의 중심을 중심으로 하는 '원' 위의 점들은 서로 특성이 동일해야 한다는 거구나. (3차원적으로 본다면 구)
'특성'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밀도 이런 걸 포함하는 말이겠지? 그니까 어쨌든 왼쪽 그림처럼 '같은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지점'들이 동일한 특성을 가지는 건 괜찮지만 (색깔끼리 밀도 등의 특성이 동일하다고 생각해) 오른쪽처럼 되면 안 된다 이거구나.
일단 구 대칭이 뭔지는 알았고.. '그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 각각이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모두 더하여 구할 수 있다.' 이게 뭔 소린지를 모르겠다.. 이거는 아까 <보기>를 슬쩍 보니까 뭔가 세부적으로 설명이 나와 있는데 거기서 부연 설명을 더 해 주지 않을까?
어쨌든 대충 지금 상황에서 뜻만 유추해 보면, 위의 왼쪽 그림 같은 경우에 초록 청록 녹흑색 이런 애들이 천체 밖의 질점을 당기는 각각의 만유인력을 다 더하면 저 구, 즉 천체가 천체 밖의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이 된다는 소리 아닐까? 일단 뒤의 내용을 더 보자.
또한 여기에서 지구보다 질량이 큰 태양과 지구가 서로 당기는 만유인력이 서로 같음을 증명할 수 있다.
-> ㅇㅎ.. 이 증명을 어떻게 했는지 이런 건 안 나오네? 근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까 만유인력의 크기를 구하는 방법을 알려 줬으니까 한번 사용해 볼까?
만유인력은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한다고 했는데, 당연히 지구가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에서는 지구*태양일 거고.. 태양이 지구를 당기는 만유인력에서는 태양*지구일 테니까 두 개가 같겠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했으니까 태양~지구 거리나 지구~태양 거리나 같은 걸 생각하면 이것도 같을 거고. 그래서 서로 당기는 힘이 같나 보구나.
뉴턴은 이 원리를 적용하여 달의 공전 궤도와 사과의 낙하 운동 등에 관한 실측값을 연역함으로써 만유인력의 실재를 입증하였다.
-> 긍까 뉴런이 만유인력을 만들고, 이게 실제로 존재한다(실재)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달의 공전 궤도, 사과의 낙하 운동 이런 걸 썼나 보네.
6. 이제 <보기>를 보자.
사실 지문을 처음 읽었을 때, 위처럼 완벽하게 생각한 사람은 머리가 엄청 좋은 거고.. 저 정도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면 이 문제 정말 쉽게 넘겼을 거야. 그래서 최대한 친절하게, 지문을 읽고 어떤 생각을 가지는 것이 좋을지 간X개 해설지마냥 일일이 의식의 흐름을 따라서 설명한 거고.
위에서 그린 저 구 껍질 모양 그림에 대한 내용이 <보기>에 계속 나오는데, 사실 지문을 읽으면서 저런 그림을 바로 떠올리는 건 어렵지만 <보기>를 한 번 본 상태에서 다시 저 부분을 봤다면 아마 매칭시키면서 떠올릴 수 있었을 거야.
여튼 이제 <보기>의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해 보자.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피 요소들이 빈틈없이 한 겹으로 배열되어 구 껍질을 이루고, 그런 구 껍질들이 구의 중심 O 주위에 반지름을 달리하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구를 이룬다.
-> 어.. 좀 말이 어렵긴 한데 결국 위에서 생각했던 것의 연장선이네. 그니까 아까 [A]에서 '천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 어쩌고...' 하더니 그 얘기를 하나 보다.
긍까 저 쪼끄만 껍질 같은 애들이 무한히 많이 싸여서 구를 이룬다 뭐 이런 얘기네? 양파 까면 껍질 한 겹씩 나오듯이 구도 그림처럼 조그만 부피 요소, 즉 껍질처럼 생긴 애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거겠네.
이때 부피 요소는 그것의 부피와 밀도를 곱한 값을 질량으로 갖는 질점으로 볼 수 있다.
-> 어.. 갑자기 부피 밀도 이런 소리 나오니까 좀 머리가 아프긴 한데, 아까 질점 어쩌고 했던 걸 구 껍질(부피 요소)의 상황에 맞도록 설명해 주려나 보다.
긍까 저 껍질처럼 생긴 부피 요소를 질점으로 볼 수 있고, 저거의 질량은 부피 곱하기 밀도다 이거네.
근데 저거는 크기가 있는 거 아닌가? 그럼 질점이 아니지 않나? 아냐, 그래도 위에서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라고 명시했으니까 이 경우에는 괜찮을 것 같아.
그리고 어차피 실전이든 분석이든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면 끝이 없으니까 앞으로의 설명에서 질점의 크기에 관한 내용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직관적으로 넘어가는 쪽으로 하자.
(1) 같은 밀도의 부피 요소들이 하나의 구 껍질을 구성하면, 이 부피 요소들이 구 외부의 질점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의 총합은, 그 구 껍질과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 껍질의 중심 O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
-> 아.. 뭔가 말이 많은데, 일단 이것도 천천히 읽어 보고,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을 명확히 찾아서 그 부분을 생각해 보자.
아까 [A]에서 구 대칭이니 밀도가 동일하니.. 이런 조건이 있어야 천체가 천체 밖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을 구하는 방법을 쓸 수 있다고 했지?
(1)에서 언급하는 같은 밀도의 부피 요소라는 건 그 조건을 의미하는 걸 거야. 어쨌든 저 부피 요소, 즉 껍질이 구 밖의 어떤 질점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을 구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까 만유인력에서 사용하는 질점은 크기가 없다고 했는데 저 껍질은 크기가 있잖아. 그니까 원래의 방식대로 만유인력을 구하려면 저 껍질 안쪽 하나하나를 다 질점으로 봐야 한다는 건데..
당연히 이렇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이 껍질 전체의 질량이랑 동일한 '새로운 질점'을 구 껍질 전체의 중심 O에 만들고, 그 새로운 질점이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이 해당 구 껍질 전체가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이랑 같다... 이런 말인가 보네?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여튼 알겠어. 하나의 구 껍질이 구 밖의 질점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구 껍질의 질량이랑 똑같은 '중심 O의 새로운 질점'이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이랑 같다.' 이거지.
(2) (1)에서의 구 껍질들이 구를 구성할 때, 그 동심의 구 껍질들이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의 총합은, 그 구와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의 중심 O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
->
그니까. 저 수많은 구 껍질들 각각이 구 밖의 질점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을 다 더하면, 구 전체의 질량이랑 동일한 질점을 O에 만들었을 때 그 O가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이랑 같아진다는 소리네.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1), (2)에 의하면, 밀도가 균질하거나 구 대칭인 구를 구성하는 부피 요소들이 P를 당기는 만유인력들의 총합은, 그 구와 동일한 질량을 갖는 질점이 그 구의 중심 O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다.
-> 아 아까 긴가민가했던 의문이 여기서 좀 풀리네.
그니까 아까 태양과 지구가 당기는 만유인력 이 난리 떨 때, 분명히 '만유인력' 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 이라고 했는데, 질점은 크기가 없잖아. 근데 크기가 분명히 있는 태양과 지구에 대해서 어떻게 '만유인력'이라는 용어를 쓰지? 이런 생각이 들었거든..
근데 이걸 보면, 결국 어떤 '구'에 대해서, 구와 동일한 질량을 갖는 중심 O에서의 질점, 그니까 구의 질량 자체를 중심에 압축해서 쪼그맣게 만들어 놓은 놈이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은, 걔를 구성하는 구 껍질들이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이랑 같다 이 소리네.
궁극적으로 <보기>에서 말하고자 했던 건, 아까 [A]에서 천체가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 = 그 전체를 잘게 나눈 부피 요소들 각각이 당기는 만유인력 을 줬으니까
<보기>에서 제시한 부피 요소들 각각이 당기는 만유인력 = 그 구의 전체 질량을 가진 '질점'이 구의 중심에서 당기는 만유인력 이걸 활용하면
A=B, B=C니까 A=C겠네. 즉,
천체가 그 천체 밖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 = 그 구의 전체 질량을 가진 '질점'이 구의 중심에서 당기는 만유인력
이라는 거구나. 이래서 질점이 아닌 천체에 대해서 '만유인력'이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거네. 그 구 모양 천체의 질량과 같은 중심의 질점으로 치환하면 되니까.
7. 여기까지 다 읽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이제 본격적으로 선지를 보자.
위의 설명은, 정말 최대한 쉽게 의식의 흐름을 따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는데, 저걸 읽고도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질량', '부피', '구의 중심' 이런 기본적인 배경 지식이 부족하거나, 지문에서 새로 추가한 소재인 '질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거야.
일단 위의 내용의 80퍼 이상은 이해했다고 가정하고 선지 설명에 들어갈건데
(사실 가독성이 좋도록 몇 번 고친 내용이라 이해 자체는 노력하면 대부분 가능할 거야. 최소한의 배경 지식만 있으면)
<보기>에서 저 긴 글을 쓴 근본적인 목적은, 아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태양은 크기가 있는데, 왜 질점끼리만 쓸 수 있는 만유인력을 쓰는 거지?' 라는 의문의 해소 때문이기도 해.
위에서도 너무 질점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투 머치로 생각하지는 말자고 되어 있지만, 이 모호한 개념에 헷갈리는 사람이 있을까 여러 번 추가로 강조해서 넣었어.
(태양이 태양 밖의 어떤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태양이랑 똑같은 질량을 가지는 중심의 새로운 질점이 그 밖의 질점을 당기는 만유인력과 같으므로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만유인력으로 볼 수 있다 -> 이걸 말하고자 했던 것임)
선지 설명은.. 분량도 있고 위의 설명을 80퍼센트 이상 이해했다면 길게 설명할 것은 없을 것 같으니까 그림과 간단한 부연설명으로 퉁칠게 이해해줘
(1) 밀도가 균질한 하나의 행성을 구성하는 동심의 구 껍질들이 같은 두께일 때, 하나의 구 껍질이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구 껍질의 반지름이 클수록 커지겠군.
그림에 대강의 설명을 적어 놓긴 했어. 당연히 반지름이 클수록 그 껍질의 부피가 클 수밖에 없고 (껍질의 두께가 같으니까)
부피가 크다는 건 그만큼 질량이 크다는 거야 ㅇㅇ
(밀도가 균질하다고 했으니)
근데 결국 저 행성을 구성하는 '구 껍질'들이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구의 중심에 저 껍질이랑 똑같은 질량의 질점을 만들어서 태양이랑 같이 계산하는 거잖아?
그러면 당연히 질량이 클수록 중심에 만들어지는 질점의 질량도 크고, 결과적으로 만유인력도 클 수밖에 없음
왜냐면, 질량2(태양)은 동일할 거고, 거리^2은 어차피 저 구(행성)의 중심에 질점을 만들어서 태양이랑 (정확히는 태양 전체의 질량과 같은 태양의 중심의 질점) 거리를 재는 거잖아 그니까 같겠지
그래서 질량 1(행성의 중심에 있는 질점의 질량)이 더 큰 애가 만유인력이 더 큼 즉 맞아
밑의 수식적 증명은 혹시나 해서 했는데 저럴 필요 없어 그냥 두께가 같은 거 이용해서 직관적으로 봐도 돼
(2) 태양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 지구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은, 지구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 태양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크기가 같겠군.
사실.. 출제한 사람들도 너무 어렵게 꼬면 양심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 오답 자체는 쉽게 판별할 수 있어.
이거는 그냥 말로 직관적으로 설명할게
만유인력은 두 질량의 곱에 비례하지? 당연히 태양 중심이나 지구 중심이나 양쪽 거리는 같으니까 거리^2은 똑같아질 거고.
그러면 태양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 지구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은 m * (지구 전체의 질량) 이 될 거고, 뒤의 만유인력은 m * (태양 전체의 질량)이 되겠지.
(당연히 지구랑 태양의 중심이랑 만유인력을 구할 때는 지구 자체로 구하는 게 아니라 지구의 질량을 지구의 중심의 질점에 압축시켜서 구할 거고... 이렇게 일일이 생각하기 귀찮으면 그냥 지구를 바로 당긴다고 봐도 여기서는 무방해)
그래서 같을 수가 없어. 태양이랑 지구랑 서로 당기는 만유인력은 같은 거 맞는데, 태양의 중심에 있는 질점이라고 태양 전체의 질량을 의미하는 게 아니야. 그냥 위치가 거기인 것 뿐이지 질량 자체는 양쪽 상황에서 m으로 동일하잖아 ㅇㅇ
그래서 사실 낚시만 안 당했으면 지문 보기 다 대충 읽어도 문제 자체는 풀 수 있어. 물론 물리를 어느 정도 알면..
(3) 질량이 M인 지구와 질량이 m인 달은, 둘의 중심 사이의 거리 만큼 떨어져 있으면서 질량이 M , m인 두 질점 사이의 만유인력과 동일한 크기의 힘으로 서로 당기겠군.
아까부터 계속 설명한 내용 그대로 적은 선지라 그냥 그림으로 대체할게
(4) 태양을 구성하는 하나의 부피 요소와 지구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지구를 구성하는 모든 부피 요소들과 태양의 그 부피 요소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들을 모두 더하면 구해지겠군.
이것도 사실 직관적으로 생각하면 아마 이해가 될 텐데, 이해가 어려운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조금만 부연 설명을 할게.
긍까 태양 전체가 아니라, 태양의 부피 요소 일부분(저기 바깥쪽에 색칠한 부분)이 지구를 당기는 힘을 구하고 싶은 거야.
(당연히 지구 자체는 질점이 아니니까 계속 해 왔던 것처럼 중심으로 압축시켜서 질점으로 만들어야 하겠지?)
그러면 지구 전체의 질량이나 지구를 구성하는 구 껍질(부피 요소)들의 질량의 총합이나 같으니까 두 경우에 구했을 때 위처럼 같게 나올 수밖에 없어.
이건 이해가 안 되면 그냥 수식적으로 봐도 괜찮아. 위 그림에서는 부피 요소를 3개로 나누고 논증했어.
(5) 반지름이 R, 질량이 M인 지구와 지구 표면에서 높이 h에 중심이 있는 질량이 m인 구슬 사이의 만유인력은, R+h의 거리만큼 떨어져 있으면서 질량이 M, m인 두 질점 사이의 만유인력과 크기가 같겠군.
이 문제(31번) 전체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게 뭐야? 물체끼리의 만유인력을 질점의 만유인력으로 어떻게 바꿔서 푸는지에 대해서잖아.
그러면.. 그림처럼 되겠지. 그림을 보면 아마 바로 이해가 될 거야.
8. 마치며
솔직히, 지문이나 보기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없어도 풀리긴 풀려. 근데 적어도 우리가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지에 대한 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우리가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지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가 있었던 지문이라고 생각해.
수특에서 매번 수식 나열하고 보기에서 뇌절치는 문제들 많이 나왔잖아? 모두가 사설틱하다고 하면서 안 풀었는데 그런 유형을 실제로 수능에 들고 와 버린 거의 유일한 문제야. 아무도 수능에 이런 유형이 나올 거라고 예상을 못 했고, 다음 해부터 간x개는 점점 더러워지면서 극한의 과학적 사고를 요구하기 시작했지.
물론 이제는 이런 문제가 나오진 않아. 나도 앞으로 이런 문제는 정말 앵간하면 안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어쨌든 끝까지 읽은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는데 나로서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설명한 글이니까 한 사람이라도 도움이 되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정리하니까 1만자가 조금 넘네요. 혹시라도 전부 읽어 주신 분이 있다면 정말 감사드리고 좋았다면 좋아요, 개선점이 필요하다면 댓글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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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갤 고닉 아닌가? 개추!
올 감사합니다 ㅎㅎㅎ 지문 이해했고 딴문제도 다 풀었는데, 유독 31번만은 뭔 개소린지 모르겠더라구요....
다 읽었습니다! 대충 이해는 한거같은데..
이거 시험장에서 봤으면 시발 하면서 넘어갔을듯 ㅠㅜ
19수능때 왜 옯이 그토록 불탔는지, 그토록 평가원장의 어머니를 부르짖었는지 저금 이해가 될 법도 하네요...
감사합니다 ㅜ
이는 매우매우 순화된 버전으로 2021 6월의 경제지문에서 각 단락 읽고 한 문제씩 푸는 것으로 계승되는데... 다시 튀어나오면 진짜 에바임.
뭔가 구체적인 판단 방식이라든가 하는 내용적인 부분 말고, 지문의 전체또는 일부를 조건화한다는 큰 맥락 하에서 2106경제지문의 단락 - 보기문제2개가 그와 제일 유사하다고 여겼습니다. 뭐 그 전에 2009비콘지문전체 - 보기문제 같은 시도도 있긴 했고요
이딴 시험을 90넘긴게 신기함...
저 지문 풀 때 지구구조가 수권이랑 대기권을 안 포함한다는걸 몰라서 개고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