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전과 후 서울대 합격 수기 7. 수능이 끝난 후
Q&A 편에서 답할 부분들은 사실 쪽지를 통해 이미 답을 했거나, 짬을 내어 답하려고 생각하고 있어 이번 수기가 사실상 마지막 편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동안 길고 긴 수기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노래를 들으며 읽으시는 걸 권장합니다. (밑의 글자 누르시면 바로 유튜브 링크 뜹니다)
[MV] 강태구 (Kang Taegu) - Flow /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오르비를 접하고 제 수기를 읽고 수능을 공부했던 시기가 분명 큰 의미가 될 거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길고 긴 여러분의 인생에는 다른 중요한 일들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 연애나, 결혼, 취업 등등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겪다 보면 지금의 경험은 여러분에게 희미한 일이 되겠지요. 지금은 살갗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은 많은 것을 무디게 한다는 걸 여러분이 살아온 경험을 통해서도 느낀 적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르비는 제가 처음 활동했던 2014년이나, 7년이 지난 지금이나 비슷합니다. 비슷한 떡밥들이 돌고, 사람들은 서로 싸우고, 때로는 유용한 정보를 얻기도 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나 존경스러운 사람들의 글을 읽게 되기도 하고요. 커뮤니티란 게 그렇겠지만, 특히 오르비의 경우는 더 일관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마 모든 게 숫자로 느껴질 수 밖에 없거나, 적어도 숫자를 갖다 붙이기 쉬운 대한민국 입시에서 비교를 피하는 일이 어려워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의 성적이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지고, 전국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 쉽게 알 수 있는 입시판에서 결국 내가 쟤보다 얼마나 잘났지, 얼마나 부족하지 파악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 되니까요.
하지만 여러분, 저는 적어도 여러분이 스스로를 위해서 숫자들을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보다 얼마나 위/아래에 있는지를 생각하기보단,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필요한 등급은 어떻게 되는지, 그것을 위해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굳이 '쟤보다'를 넣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물론 비교가 재밌다는 것을 압니다. 다만, 여러분이 오르비에서 얻어가는 가장 큰 삶의 방향이 '비교'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교는 끝나지 않을테니까요.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사람은 없으며, 만약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해도 새로운 비교의 축은 우리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생깁니다.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수기를 쓰는 저도 서울대에 합격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풍요'라는 축에서는 하위권입니다. '건강'이라는 축에서도 아마 그럴거고요. 그렇다면 저는 이 두 축에 대한 부분을 제 부족한 부분으로 삼고, 비교 안에서 움츠러들어야 하는 걸까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두 축에서 제가 더 높은 위치를 점한다고 해도 여전히 하위권인 또 다른 축이 생기거나, 이미 존재하지 않을까요? '오르비'는 수능이 끝나면 더 이상 접속하지 않을 커뮤니티가 될 지 모르겠으나, 비교하는 습관은 여러분의 인생에 질기게 따라붙을 것 같아 무섭습니다.
스스로를 위해주세요. 내가 만족하는 선을 알기 위해 스스로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세요. 뮤지컬도 보러 가고, 없는 돈 모아서 엄청 비싼 음향기기도 한 번 사보고, 외국어 공부도 한 번 해보고.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지 안다면, 그 축에서 내가 행복하기 위한 역치가 높은 곳에 있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그건 비교를 위한 축이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거니까요.
저는 여러분이 모든 면이 잘난 사람은 아니어도, 스스로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편하게 잠들었으면 좋겠고, 하루를 시작할 때 조금은 기대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오르비라는 플랫폼에서 만나 이야기하고 있지만, 저는 여러분의 모습이 제가 살며 만난 친구들, 과외했던 학생들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마음을 다시 그리며, 여러분에게도 결이 같은 마음을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가슴 따뜻해지는 댓글들, 응원의 말이 담긴 쪽지들 감사히 받았습니다.
잘 간직하겠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군대를 가면 의무적으로 보내야 할 시간도 보내고 돈도 받고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앙~...
-
더프 외부 신청하는게 너무 빡세보여서 엄두를 못내겠네...그리고 먼가 잇올 나가면...
-
중등 수학 교재 0
ebs 중등 수학 교재는 ebs 고등 교재처럼 무료로 pdf 다운받을 수 없는 건가요? ㅠㅠ
-
영어 3, 한국사 3, 4가 모두 4.3%로 끊기는걸 보니 4.3%가 1명일 가능성...
-
박선우쌤 윤도영이랑 싸웠다길래 좀 괄괄한 스탈일줄 알았는데 0
수업할 땐 완전 딴판이네
-
이러다 수능도 진짜 3뜨거나 어쩌면 4뜰수도 있을거같네 ㅋㅋㅋ
-
그래서 밥따로 김따로 먹음
-
숙취난듯이 겁나리 피곤한데 간이 안좋은가... 오늘은 12시에 자는데 성?공은...
-
[속보 ]2025경기대 수리논술 신설 자율전공학부로 신설됨 ! 수리논술2문항...
-
설대내신반영 cc로 바꿀정도의 위력은 아니겠죠?
-
다들 코 훌쩍이고 기침하네 나도 코로나 걸리고
-
수학 0
수시 끝난 이과 수시러입니다. 정시 준비를 하는 중인데 국어 영어는 안정적으로 1이...
-
독학이라 정보가 하나도 없네요 생명 n제를 풀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올라운더 n제는...
-
무슨 개소리지 ㅅㅂ 호구 같이 혹시나 다시 만나진 않을까 생각하는 나도 ㅈ같음 머리...
-
원래 독서가 강점이어서 실모 풀면 보통 1,2개 틀리는 정도였고 문학이 오히려 많이...
-
난 단어 ㅈㄴ안읽히던데... 뭔가 꾸역꾸역 푼 느낌임
-
혐오글에 뇌가 절여지는듯 그나마 오르비는 그런면에서는 클린한편
-
휴르비 선언 4
일단 지금까지 제 게시글이나 댓글에 답글 달아주신 분들 다 감사드립니다 제 게시글에...
-
뭐 랩틸리언이랑 일루미나티랑 삼합회는 모두 실존하니깐.. 저 정도야 뭐…
-
기출, 어삼쉬사 끝내고 풀 적당한 n제 뭐있나요?? 추천해주세요
-
근데 아직도 스페인어는 접속법을 모르고 일본어는 책으로 본 문법 진도를 못 따라잡음...
-
정식쌤이 그날니날 기출모음 모아서 n제 따로 내셨으면 좋겠음 교육청 빈순삽 섞어서...
-
생명 4등급임 근데 이게 내가 공부를 안해서 이런건지 그냥 답이 없는건지 모르겠음...
-
작년엔 드릴보다 악랄하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어떠려나
-
아끼던 친구가 (고3 동갑내기) 오늘 아침 갑자기 톡으로 자퇴 선언을 해버렸네요...
-
뭐 나도 그렇게 착한 성인은 아니긴 한데 성별, 거주지, 나잇대, 직업, 외모,...
-
얼버기 0
짹잭
-
‘기출 외우면 100점?’…수원 고교 시험, 수능 ‘복붙’ 논란 [지금 교실은] 46
교육 담당 기자가 지금,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수원 A고의 2학년 1학기...
-
과탐이 사탐보다 쉬운데...
-
사문이랑 동사 중에 고민 중인데 사문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수능에서 망하거나...
-
1회죠?
-
여캐일러 투척. 6
수능 만점 기원 2일차
-
안녕하세요 어제 월요일 다들 수고하셨습니당 어제 과목별로 50분씩 돌아가면서 하니깐...
-
내신 끝 1
언매-4 생윤-5 역시 나에게 수시는 사치다
-
자유의지살려
-
다레카 이마셍카
-
아니근데 개졸림 2
-
어느정도는 알바가 고정된거 아닌가요 어떻게 매일 바뀌지 근무해보신분 있나요
-
아아
-
원래 진짜 안먹어도 쌩쌤했는데 이젠 안먹으면 못버틸거같다....;;
-
러셀 8월에 더프 안보고 e퀄 봄;,
-
어그로가 오지게 끌리긴 하네요 ㅋㅋㅋㅋㅋ 연락 안 하던 동창들한테까지 연락 옴...
-
무지성으로 문제만 풀고싶다
-
저번주에 대치에서 개강한거 과제 머머잇는지 알려주세요………
-
스까 출동 3
-
개판이다 0
동물의 왕국임 그냥 멍멍이 하렵니다 진짜 에휴
-
기차지나간다 4
회기행!
-
실검 1위 뭐지 0
아사람 논란있는분 아닌가요?
-
얼버기 4
코피가 주르르르윽
-
귀엽다 5
감사합니다!ㅎㅎ 항상 좋은글 많이 올려주시네요ㅎㅎ
아니에요 :)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능 전에는 그럭저럭 잘 보고 넘겼던 칼럼들이지만 이과로 전향을 결심하니 글이 다르게 보이네요.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쪼록 전과에 도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늘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
매번 수기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편은 특히나 더요. 수능이 끝나고 난 후 인생의 방향을 잃다시피 했는데 저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글 정말 감사해요.
사실 이번 수기는 그렇게 느끼는 분들에게도 와닿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전해진 것 같아 다행이네요 :) 새해에는 더 행복합시다
올해내내 몇번곱씹어볼정도로 정말 주옥같은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