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요ㅠㅠ"
김지석曰
멘탈평정=수능평정<1>
"공부할 의욕이 안 생겨요ㅠㅠ"
수능이 점점 코앞으로 다가오고
공부에 의욕이 급격히 떨어져서 괴로워하는 수험생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상하죠?
언뜻 생각하기에는 수능이 다가올수록 가장 열심히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대체 왜 우리는 가장 공부해야 할 순간에 가장 공부하기 싫어할까요?
그것은 바로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입니다.
수능은 우리의 긴 학창시절 십수년간 공부한 것을 한 순간에 평가합니다.
1년 동안 공부(하는 척)를 했어도 성적이 오르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1주일 공부한다고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진 않으니까
의욕이 격하게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수능을 1주일 앞둔 후배를 만났습니다.
그 후배는 역시나 정신줄을 놓고 망연자실 놀고 있었습니다.
정신줄 후배 : 형, 지금 공부 해봤자 뭐해요.
지석이형 : 너 인마! 수능 잘 보기를 바라지마! 망해버려!
정신줄 후배 : 넹?!?!?!?!?!?!?!?!
지석이형 : 너는 지금 수능 잘 보기를 바라면 안 돼.
왜냐? 네가 바라야 할 것은 따로 있어.
솔직히 지금 열심히 한다고 시험 잘 본다는 보장은 절대 없어.
남은 기간 공부를 하든 안 하든 비슷할 가능성이 크지.
어떤 노력을 해도 결과를 보장하지 못해.
열심히 해서 절정 내공을 쌓았는데 수능 날 교통사고가 날 수도 있고,
식중독에 걸릴 수도 있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가 부러질 수도 있어.
사고가 딱히 사람 사정 봐주면서 날짜를 가려서 오지 않아.
그런 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그게 수능날일 수도 있어.
그나마 공부는 정직한 편이지,
다른 일들은 잘해보려고 노력한 것 때문에 오히려 너 크게 실패할 수 있어.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더 나았을 때도 있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노력해놓고 좋은 성적표 못 얻어도 괜찮다고.
왜냐? 너는 열심히 하는 너 자신을 얻을 수 있는 거잖아.
인간은 결과 앞에선 무력하지. 하지만 인간은 과정 앞에선 무적이지.
과정만큼은 네 맘대로 할 수 있잖아.
무력하게 네 주위 상황이 나아지기만 바라며 불평하지 말고,
너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무적이 되라.
상황이 안 좋아도 그를 통해 네가 성장하면 좋은 것이고
네가 성장하기 위해서라면 상황을 안 좋게 만들어도 된다.
단지 네가 지금 열심히 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기만을 바라라.
별건 아니지만 제 이야기를 조금 할게요.
제가 대학에 들어와서 수학 시험을 보기 10분 전의 일입니다. (제가 수학교육과 나왔거든요.)
시험보기 10분전의 강의실은 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 없이
절망감에 휘말린 친구들이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며 날뛰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서울대라고 해서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에요.)
저는 책을 펴고 몇몇 문제에다 동그라미를 치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보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너 왜 동그라미를 치냐?”
제가 대답했습니다.
“이제 이거 공부해보려고.”
친구가 어이 없어하며,
광란의 웃음기를 흘리는 다른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다시 날뛰며 가버렸습니다.
친구의 눈에는 시험이 10분도 안남은 상태에서 수학을(그것도 대학교 수학을),
그것도 복습도 아니고 이제 처음 공부한다는 것이 헛수고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남은 10분 동안 공부했습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일단 전체적으로 훑어 봤습니다.
아까 10분 동안 봤던 문제가 그대로 시험에 나왔습니다.
저는 풀이법을 까먹기 전에 잽싸게 그 문제부터 풀었습니다.
한 문제를 건졌습니다.
(대학교 시험은 문제 수가 적습니다. 그때 시험이 일곱 문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한 문제가 상당히 크죠.)
하지만 내가 10분 동안 공부했던 게 시험에 안 나왔어도 상관없습니다.
처음부터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했던 게 아니니까요. 아무렴 어떠냐 싶었습니다.
그저 나는 '응시자'였고, 시험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으므로
저는 시험 10분 남은 상태에서 뭘 하는 게
내가 보다 나은 인간이 되는 일일까 생각했고
시험 직전에는 시험공부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험 직전 10분에 공부하는 게 힘든가요?
힘듭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 공부한다면 힘듭니다.
10분 공부한다고 성적이 오르리란 보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쉽습니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한다면 쉽습니다.
10시간 공부하는 것도 아니고 겨우 10분 공부하는 것일 뿐인 걸요.
남들 엄청 잘하고 있을 때, 쉬운 것도 못하는 내가 초라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남들 엄청 많이 해 놨을 때, 이제야 책을 펴는 내가 한심해서 싫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나는 마음을 다잡고
내가 잘하기를 바라지 않고, 내가 열심히 하기를 바랍니다.
내 성적이 나아지기에 앞서서,
나라는 인간이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자, 바로 지금이야! 이제 좋아요를 눌러!)
나는 당신에게 꼭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나는 당신이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당신 안에는 지금보다 훨씬 강하고 아름다운 자기 자신이 들어 있습니다.
지금은 그 사람이 되어 나가야 하는 시간입니다.
저는 당신이 지금 이 순간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고 있길 기원합니다.
제가 항상 당신을 응원하겠습니다.
0 XDK (+10)
-
10
-
읽는데 갑자기 깜빡이도 안키고 자연스럽게 장례 중 부활한다길래 바로 이 짤 생각나버림 ㅋㅋ
-
ㅜ 0
3등급 뚫는게 왤캐 힘든가요 삼수하는데 2등급도 못받으면 나 진짜 한국 떠야되는거...
-
ㅠㅠ
-
효과 있름??
-
새벽에 치킨시켜주고 같이 epl 보고싶다 낭만이다 ㄹㅇ
-
와아 뉴비탈출이다 10
저도 드디어 은테를 늅이는 감격스러운 거시와요
-
궁금해요 성격,외적모습이 아닌 다른부분에서 어느정도 하자있어도 관심있나요
-
수학 과목 선택에 조금이나마 도움될까 싶어 미적 확통 기하 세개 과목에 대한...
-
123456 7
12시 34분
-
아무리해도 속발음이 되는데 지금 이거 쓰면서도 하고 있는데?
-
기습 게임인증 5
풀콤 성공함
-
new rare 3
dududoogjang
-
지금 미적에서 확통으로 돌리는 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에반가요..? 확통 한 번도 안 해봤어요
-
이벤트 엽니다 ^^ 시간은 00시40분 이전까지 가능 (10분 허용범위 ㅇㅋ) 좀...
-
대학교 학비 생활비를 해줄 사람이 없는데요. 부모님이 없는건 아니고 20살부터는...
-
다들 월요일 한주시작 화이팅해염
-
선넘질 받음 8
사실 한번도 안해봐서 걍 함 해봄 누가 질문 달아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개는 달리겠지?
-
콜록콜록
-
정시로 의대 준비하는 사람들한텐 긍정적인 것임 ??
-
여기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
아 배불러 5
너무 많이 먹었어
-
정시파이터 전환 6
안녕하세요 현재 경기도 평반고 다니는 고2입니다... 1학년 내신 3.8로...
-
정석민 쌤 모고 해설강의보고 지려버리고 커리탈라는데 문개정 재끼고 문기정으로...
-
23학년도 수능친 허수 다음주에 입대해서 올해랑 내년 수능칠라는데 질문 몇 개만...
-
미적 vs 기하 2
마지막 수능 미적분 응시는 21수능이고요 22수능은 안보고 23수능은 미적하기...
-
가요이를 좋아하던 그분..
-
가정) 화생 x 본인이 할 과탐 선택은? 지1물2는 제외 물2지2는 <<<< 애는 좀
-
최솟값은 구했는데 최댓값을 어떻게 할지 모르겠네여;;
-
무쌩겨서 울어써 2
우어어ㅓ
-
이제 남은 기출은 독학으로 다때워야 되네 역에보 다 안끝났는데 조졌네
-
. 0
아이스크림 하나 먹어야지 까먹고 있었구먼
-
보통 아들도 큰가
-
나도 오랜만에 질받 12
암거나 ㄱㄱ요
-
team 95 8
안녕하세요
-
가능...? 사실 가능을 논하기 전에 불가능해도 어떻게든 끝내야 되는 것들이긴 함...
-
애가 남캐보고는 다 못생겼다고 하면서 자꾸 여캐를 밝힘...짤녀가 최애래요 흠냐뇨이
-
굳나잇 3
오늘도 새벽을 지키러 가야겠어요 ㅂㅂ
-
이런거 찾아봐야하나 갑자기 좀 알아놓고싶네
-
이번에 학교에서 지구과학을 시험을 봤는데 애들이 기출은 어차피 다 푸니까 다른대서...
-
슨늠질받 ㄱㄱ 9
ㄱ
-
프사남을 들어주고싶다
-
일단 시대나 강대컨은 한권당 최소 8만원부터 시작이고 모고는 한회당 2만원에 시작인듯 ㅋㅋ
-
다음주도 ㅎㅇㅌ합시다 11
다음주 할꺼 국어 새기분 독서 문학 시작 (1주일분) 자이는 그 날 안 듣는 과목...
-
선넘질 받습니다 9
그냥 질문도 가능 메타탑승 고고혓
-
목표 만점가정으로 물2 강사가 배기범 뿐이 없다고 들음
-
무엇이던 들어드립니다 24
입시고민 학교고민 똥같은 고민 아무 쓸모없는 고민 해결은 모르겠고 들어는 드립니다
-
여러분을 돕기 위해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을 위한 자료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여~ 수학 만점자들 어서오고
오늘 하루 수고 많으셨어요
내일 하루도 자기 자신을 위하여 충실한 하루가 되길
조아여 누르기~
의욕이 바닥을 치고 되는 일 하나 없이 절망적이었는데
글을 읽으니 긍정적인 기운이 좀 느껴져서 나아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새길게요
화이팅! 화이팅!
감사합니다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멋져요! 내일 하루도 멋진 하루 보내시길!
감사합니다 선생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맞는거 같아요 저도 최근에 많이 불안해 했고 집의 형편이 안좋아서 절대 재수 없이 무조건 한방에 가야되는 강박이 있었는데 오히려 맘을 내려놓고 공부하니까 더 잘되는거 같아요
맞아요 의외로 스스로를 압박하는 게 별로 도움 안되는 것 같아요.
평온한 마음으로 평상심으로 남은 기간 보낼 수 있길!
맞아여 그냥 공부하는 도중에
수능치러가는 느낌으로 시험 치는 애들이
성적도 좋더라구요 ㅋㅋ
전날에도 모의고사 기출 ebs 보는 그런 친구들..
네 제 생각에도 그런 것 같더라고요ㅎㅎ 08님도 평상심으로 남은 기간 보내서 꼭 대박내길 바라요!
어맛 감덩
근데 진짜 틀린말 하나 없네요
명심하겠슴니다!
이 게시물에 댓글 쓸려고 로그인 까지 했어요! 오늘 따라 위로가 많이 되네요!
진짜 딱 제상황인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힘내요!
진짜 선생님 글읽을때마다 공감되고 항상 잘읽고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다에 물한컵 부어서 해수면이 올라가지는 않음
물한컵 부어서 수면이 올라가지 않을 것 같으면 부은 곳이 바다라는 뜻임 내가 한 공부를 과소평가하지 말자
정말 좋은 글이네요 이 시기에 이 글을 보는 저 말고도 많은 수험생들이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글인거 같습니다 ㅜㅜㅜ 좋아요 눌렀습니다~~
진정한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는 시간이길!
뭔가 예전에 봤던 글같은데 저 화석인가요?
감동적이네요ㅠㅠ 오늘도 열심히!
남은기간 화이팅,, !
학교 기숙사 나오고부터 약 1주일 반동안 유튜브보다가 심심하면 공부햇는데.... 이글을 보니까 의지가 다시 타오르네요! 실력도 없는거 의지나 타오르길 바랫구요... 가장 중요한 시간을 날린것같군요.......
너무 멋있다
요즘 공부를 해도 제자리걸음인 느낌에 안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내가 지금까지 뭘 한거지 하는 생각에 우울하고 그냥 될 대로 되라 마인드였는데 이 글 보니까 남은 기간도 마저 열심히 살아야겠네요ㅎㅎ 감사합니다!
요즘 너무 불안했는데 좋은글 고맙습니다! 낼부터는 편한 마음으로 공부해야겠어요
쌤... 지금 이시기에 확통 평가원 3개년 풀어도 ㄱ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