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te [916979] · MS 2019 · 쪽지

2020-09-25 17: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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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강사의 "내 수업들으면 합격한다"의 허(虛)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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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레테입니다.

며칠 전부터 지금까지도 계속 쪽지와 댓글로 상담문의를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너무너무 많습니다. 수시접수가 눈코앞으로 닥쳐왔으니 그렇겠지요.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의 질문이 결국 '그래서 나 논술합격 가능?'으로 귀결되고는 합니다. 몇 년간 계속되는 이 무의미한 질문에 저의 대답을 이제는 이 글로 갈음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는 지금부터 논술을 시작하면, 수능끝나고 논술에 올인하면 합격 가능하냐? 어떤 인강을 들으면, 대치동 현강을 들으면 합격 가능하냐? 혹은 저에게 수업을 들으면, 첨삭을 받으면 합격 가능하냐? 하는 질문들은 받지 않겠습니다.


죄송한데 이 모든 질문들의 답은 하나입니다. 안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합격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당신의 합격을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인강업체와 사교육의 많은 논술 강사들이 '나를 듣고 합격한 학생들'을 광고하면서, 나만 믿고 따라오면 누구든 합격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죄송합니다만, 이것은 마케팅의 논리로 보아야하는 것이지 사실판단의 논리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어찌되었든 논술강의를 통해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학생 수를 늘려야 할테고, 다른 강사가 아니라 본인을 선택해야만 하는 근거들을 보여주어야겠지요. 그러한 근거로서 가장 쉽게 그리고 소위 '낚기'쉬운 것이 합격자의 '수'를 '보여주는' 일일 것입니다. 이것이 마케팅이고, 판매전략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어떠할까요? 인강업체 탑클래스의 1타 논술강사를 듣는 수험생이 몇 명이나 될 것 같으십니까? 이번 연세대학교 문과의 논술 총 합격자 수는 124명입니다. 인문사회논술을 보는 모든 학과를 다 합쳐서 겨우 124명 합격합니다. 25일 14시 기준으로 발표된 '경영학과'의 지원자만해도 약 2900명 정도가 되네요. 1:70의 경쟁률을 가뿐히 넘어서 있는 과도 많습니다. 원서접수가 마감된 이후에는 얼마나 경쟁률이 치솟을지 모르겠으나 정말 단순하고 최소인원을 생각해보기 위해 '124명 X 60'만 해보더라도 7000명이 넘죠. 그러면 불합격한 약 6900명의 학생들은, 모두 논술공부를 해본 적이 없을까요? 이 중에서 논술1타강사의 수업을 들은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다짜고짜 저에게 논술 합격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저는 이 질문을 한 학생이 120명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말을 해줘야 할까요, 6900명에 들어갈 확률이 높다고 말해주어야 할까요....?


모든 대입논술 강사들은 합격시킨 학생보다 불합격시킨 학생이 많습니다. 논술 시험이라는 구조 자체가 그래요. 저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논술이라는 시험이, 고정된 개념학습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모집단이 많으면 많을 수록 합격자가 나올 확률이 커집니다. 잘나가는 인강 강사들에게 매년 자기 수업을 듣고 합격한 학생이 "무조건"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학원이 학생 수를 늘리기에 혈안인 이유 속에는 자기 수업 안듣더라도 합격했을 '그' 학생을 찾기 위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논술 실력을 보다 잘 끌어올려 줄 강사가 존재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강사조차도 합격자보다 불합격자가 많다는 사실을 아셔야한다는 거에요. 좋은 강사를 만나면 그렇지 않았을 경우보다 합격률이 올라갈 수는 있으나, 좋은 강사에게 배웠다고 해서 합격을 보장해주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은 그 수업들어도 떨어져요. 당연한 말이죠. 그런데 이게 '나'의 상황으로 들어오면 객관성을 잃고 자신을 맹신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무리 잘가르치는 강사에게 배웠다고 한들 내가 시험장에서 배운대로 쓰지 못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도 하고요.)




이렇게 쓰고 나면, 그래서 논술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거냐고 묻는 분들이 있겠지요. 누구한테 배우든 떨어질거면 논술을 공부해서 뭐하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모든 시험공부가 '운'의 영역을 줄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단순 지적욕구에 의한 공부나 학자로서의 공부가 아닌 모든 수험공부가 '운'의 영역을 줄여가는 과정이 맞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이 미적분을 공부하고 통계를 공부하지 않았다고 합시다. 다행히 시험에 미적분이 많이 나와서 성적을 잘 받았습니다. 만약에 시험에 통계가 많이 출제되었더라면 여러분은 시험을 조졌겠죠. 그런데 미적분도 공부하고 통계도 공부해두었을 경우, 시험문제가 미적분이 나오든 통계가 나오든 성적을 잘 받았을 것입니다. 이렇게 출제의 불안정함을 줄이는 것이 운의 영역을 줄이는 것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문제에서 확실한 오답을 제거하는 것도 같은 논리로 이해할 수 있고요. 얼마나 운의 영역을 좁혀두었냐가 그 날의 시험 운을 좌우할겁니다.


논술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논술은 다루어 본 논제, 평소에 고민해보았던 주제가 출제되면 글쓰는 것이 훨씬 수월해집니다. 논술을 운빨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데, 이 운빨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나는 응시자들의 수준이고, 다른 하나는 출제된 문제입니다. 하지만 실력이 갖추어져 있다면 이 운빨의 힘을 어느 요소에서라도 조금이나마 줄여볼 수 있을거고요. 내 실력을 높이면 응시자들의 수준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 것이고, 많은 주제를 다뤄보면 출제된 문제에 따른 적응력이 달라지겠죠. 다른 시험들과 마찬가지로 이 운의 영역을 어디까지 줄였느냐가 논술의 합불을 좌우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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