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71에서 중앙대까지의 기록-7 (수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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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는 못하던 과목이었으니 시험이 절대적으로 쉽건 어렵건 필자는 이번 수능 국어 난이도가 어렵다고 느껴졌지만, 국어야 원래 어렵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과목이었고, 적어도 나만 어려웠다고 느낀 것은 시험이 끝나고 다른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볼 때 결코 아니었기에 별로 감흥이 없었다. 또한 수학까지는 ‘어렵다?‘ 는 느낌은 없었다. 21, 30번을 남기고 나머지 28문제를 30분컷을 내버렸고, 40분은 넘게 고민하고 끄적거렸던 21번은 확실히 제대로 풀었다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로 답을 구했고 30번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점심을 먹는 와중에도 친구들이 수학이 어려웠다고 말하는 건 듣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식곤증을 느끼면서 시작된 영어부터 불안하던 핵폭탄이 제대로 터졌다. 듣기부터 신나게 헷갈렸고, 원래대로라면 3번 정도 쭉 읽으면 풀리던 주제와 제목 문제가 풀리지 않았으며, 빈칸부터는 읽어도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지문들이 필자의 정신줄을 신나게 흔들어댔다. 마지막 장문독해 5문제에서 겨우 5분이 남았을 정도로 시간은 엄청나게 부족했고, 검토는커녕 답을 수험표 뒷장에 옮겨 적을 시간조차도 없었던 채로 영어는 지나갔다. 역시 수험생들의 생각은 비슷하게 흘러가는 건지 시험이 끝나고 주변을 돌아보니 같은 교실에서 시험을 봤던 수험생들도 멘탈이 박살난 게 눈에 보였다. 그것은 친구들도 마찬가지여서, 6 9평 상관없이 영어는 꾸준하게 100을 찍던 친구(참고로 재수해서 서울대 들어갔다)가 영어를 시간 안에 풀지 못했다고 했고, 모의고사마다 한 두 개정도 틀리던 친구(참고로 삼수로 서강대 들어갔다)가 시간 없어서 찍었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그 난이도는 확실한 평가원의 통수였다.
이 2016학년도 수능 영어에 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고 싶다. 생각보다 의미하는 바가 많기 때문이다. 그 해 수능 영어를 받아본 모교 영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쉬운 시험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로 1컷이 94, 2컷이 88을 찍을 수준의 시험은 아닌데?’ 실제로 많은 영어 선생과 전문가들이 그 해 영어 1컷을 96정도로 예상했다는 것은 적어도 적당한 정도의 영어 난이도였다고,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영어 시험은 미지근한 온탕이 아니라, 펄펄 끓는 물로 변해 수험생들을 덮쳤다. 그 이유는 바로 그 해 영어의 난이도를 보면 알 수 있다.
평가원은 영어를 쉽게 낼 것이라고 본인들 입으로 말했고, 이를 증명하듯이 6평 영어의 1컷은 100점, 9평도 1컷 100점이었다. 3, 4, 5, 7, 8, 하다못해 10평까지 어려웠던 영어는 단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는 영어 인강 강사들조차 이번 영어는 쉬울 테니 타 과목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 학생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2016학년도 영어는 어려웠기 때문에 등급 컷이 낮은 시험이 아니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이런 점들에 넘어가 영어 공부를 등한시했기 때문에 등급 컷이 떨어진 것이다(물론 필자는 그냥 공부를 안했다). 명심해야 할 것은 2가지, 6평과 9평은 수능의 난이도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수능의 수준은 그 문제를 만드는 평가원도 모른다. 는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사탐에서 불을 껐다.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바뀌기 직전 한국사가 최고 난이도일 것이다!‘ 라고 외치던 사람들을 무안하게 만들 만한 난이도를 보여주었고, 세지도 도표 문제 몇 개를 헷갈린 걸 제외하고는 별 탈 없이 순조롭게 풀었다. 사탐 다음은 제2외국어(중국어)였는데, 갑자기 끝났다는 안도감과 그동안 쌓여있던 피로 때문인지 두통이 엄청나게 몰려왔다. 어차피 중국어를 사탐 두 과목보다 잘 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에 그 길로 교실을 나와 교무실로 간 뒤 제2외국어 시험을 취소하고 학교 밖으로 나왔다.
그렇게 내 인생 첫 번째 수능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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