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71에서 중앙대까지의 기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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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년 동안 필자의 평균 내신 등급은 4.7등급이었다. 빈말로 말해 학생부전형으로 대학을 가기는 힘든 성적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내신을 말아먹었다고 대학을 갈 방법이 아예 막힌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필자의 고등학교는 원래부터 수시보다 정시로 대학을 가는 학생의 비중이 훨씬 더 높았고, 높은 내신으로 명문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팩트는 주변에서 내신이 낮은데 수능 잘 보는 학생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고2 때까지는 모의고사 성적이 사탐을 제외한 국영수는 1~2등급을 들락날락거리며 어느 정도 나오는 편이었다. 내신 기간만 지나가면 부모님 성격이 굉장히 온순해지는 것도 모의고사는 일정 등급 이상을 받아오기 때문이었다. 사실 당연한 게 비싼 돈 주고 대치동 학교와 학원을 다니는 고딩이 내신과 모의고사를 동시에 말아먹고 있었으면 아마 집에서 필자를 쫓아냈을 것이 분명했다.
고2 마지막 내신도 그냥저냥한 성적을 받은 후 고3 전 마지막 겨울방학이 시작됐다. 부모님들과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고3의 시작‘,’기초를 다지는 중요한 시간‘에도 필자가 공부하던 방식은 대부분의 고1,2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친구가 추천하는 학원에 한번 들어가 보고, 입소문 좋은 인강 강사들의 인강도 한 번 찾아 들어보고, 문제집들도 이것저것 사서 풀어보고, 독서실 한 달 치도 한 번 끊어보고, 고3이 되어도 변함없는 친구들과 주말에 피방도 몇 번 가주고, 독서실 안 끊은 친구를 위해 가라는 독서실은 안가고 카페에서 공부도 해보곤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고 개학이 다가왔다. 뭔가 공부를 하긴 했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하게 머리가 좋아진 건 아닌 것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갔고, 이미 학원에서 50번은 넘게 돌린 국영수 ebs를 선생님한테서 대충대충 들었다. 선택 제2외국어 수업이었던 중국어는 꿋꿋하게 졸았고, 수능을 보지도 않을 생윤은 기말고사 시작 전까지 선생님 성함도 몰랐다. 국어선생님은 국어를 가르치는 날보다 본인의 수험생 시절의 경험을 가르치는 날이 더 많았고 수학학원이 고등학교 수학보다 수준이 높지 않을까...라는 진지한 고찰을 하기도 했다.
여전히 무난하던 고3 생활은 장단점이 각각 존재했다. 장점은 지긋지긋하던 내신 성적에 부모님이 더 이상 연연하지 않았던 것이고, 단점은 그만큼의 관심이 그대로 모의고사 성적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마침 누나의 입시도 끝난 참이라 교육열은 모두 필자에게로 돌아왔고, 일주일에 2번은 모의고사 일정을 물어보곤 하셨다. 물론 그때 당시에는 곧 다가올 악명높은 6평, 9평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부모님께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던 고2 마지막 모의고사 성적, 뭘 했는지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열심히는 했던 겨울방학, 수준 높았던 문제집과 강의 등으로 기초를 다(졌다고 생각한)진 국영수 등, 뭔가 자신감이 있긴 했다. 소위 말하는 대치동 짬밥이랄까. ‘내가 대치동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3등급은 나와주겠지.’ ‘그래도 내가 상대적으로 못하는거지, 지방 내려가면 내가 씹어먹지.’같은, 지금 생각하면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는 생각들을 실제로 하고 있었다. 물론 필자의 성적은 서서히 침몰하고 있었고, 필자는 그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폭풍의 6월은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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