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F대특급윙어 [254851] · MS 2018 · 쪽지

2012-09-05 18:45:38
조회수 1,171

현역, 재수생, 그리고 각자의 생활을 안고 펜대를 쥐고있을 N수생을 위해 선배이자 동료인 제가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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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더운기운이 가시는게 느껴지는 때입니다.

아마 수험생 분들은 수능이 서서히 가까워짐을 때때로 찾아오는 긴장과 막연한 답답함으로 체감하시겠지요.

글쓴이는 누구길래 글을 남기냐? 라고 궁금해하실거같아 제 얘기를 하겠습니다.

저는 내년이면 20대 중반의 완전체를 달성하게되고, 현재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2학년 도중에 휴학한 사람입니다.

집안사정으로 인해 한 학기 휴학을 쉬고, 돈을 벌어야해서 현재 과외도 하고 알바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4수의 굴레를 스물둘의 끝무렵, 구제역 지원차 갔던 대대 내무반에서 벗어던지게 됩니다.

전역을 10일가량 남겨둔 당시, 후임들과 볼튼 이청용 경기를 보며 이런저런 농담을 주고받을 때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무심코 열었던 폴더폰,(저는 상근예비역이었고, 현역이라해도 병장말년엔 휴대폰을 몰래 소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너머로 어머니로부터

"합격했다"(약간의 울음섞인)라는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있는 이유는, 여자친구가 현재 삼반수중에 있어서 여차저차 오르비 눈팅을 하다가 한 친구의 짤막한 '죽고싶다'라는 글을 봤기 때문입니다.

오르비를 지금 하시는 분들중에는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들도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한 학생들도 있겠지만, 대다수가 나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며, 수험생활에 애로사항들이 꽃피는 여린 학생들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들을 위해 이 두서없는 글을 남깁니다.

저는 수시로 대학에 합격을 하게되었는데, 4수를 치루면서도 입시에 대한 개념이 얕은 편이라 지금 돌이켜보면 무식하게 원서를 쓰고, 공부했었습니다.

당시 연세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영학과에 수시지원을 했었고, 고등학교 내신이 매-우 안좋은 터라 (아마 그때는 수시도 4수까지가 고교내신이 들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아니면 정정부탁드립니다.)

수시 준비는 평소에 EBS 논술을 짬내서 첨삭받아보는 정도에 그쳐있었고, 정시에 올인한 상태였습니다.
정시 성적은 89 100 98 48 50 48 50 47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시로 했다면 끄트머리로 합격할 성적이었겠죠. 수시는 211로 일반전형인데, 논술에 대해서는 다시 글을 올리겠습니다.(개인적인 쪽지보내주셔도 좋습니다.)

상근예비역을 하면서 정말 꿀같은 보직과 중대에 걸린 장병들은 공부시간이 넉넉하지만, 저처럼 애로사항이 꽃피는 중대(상근2명에 예비군을 1300명 관리)에 병사 알기를 노예로 아는 욕쟁이중대장을 만나면 일과시간 외에도 업무가 생기게되어 공부시간이 부족하게 됩니다.

그 시절 썼던 일기내용이 조금 기억납니다. 현역-철없음, 재수-독감, 첫사랑-떠남, 어머니-아픔, 집안-힘들다 힘들다... 비상하고싶어.. 라는
지금 보면 조금은 낯간지러운 ^^; 내용입니다.

저는 고3시절에 동급생을 상해치상 건으로 폭행하여 그쪽에서 형사고소를 하여 기소유예를 받고 반을 옮길만큼 철이 없었습니다.

재수시절에는 수능 이틀전에 독감에 걸려 수능을 보다가 잠깐 기절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때 수능 전날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요. 재수시절 첫사랑과 이별하고, 어머니가 조금 아프시고, 아버지의 지방선거로 인해 가세가 기울면서

불면증으로 하루 2~3시간 자면서 공부했던, 실제로 올랐던 그 성적들이 독감으로 인해 무의미해진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상처밖에 남지 않은 제게, 스무살 끝, 스물하나의 시작은 매우 춥고 차가운 나날들이었습니다.
불가피하게 택했던 군입대를 상근예비역 통보로 조금이나마 보상받았고, 또 다시 수능에 도전하였습니다.

중대까지 거리가 좀 있어 아침 7시에는 출발을 해야했으며, 중대에서는 인간성 나쁜 중대장이 자리를 비우는 잠깐이아니면 절대 책을 펼 수가 없었습니다. 문제를 자그마한 종이에 적어가거나 아예 외우거나 했습니다.(언어지문도 외웠고, 영어지문도 외웠습니다.) 중대장 몰래 영어듣기를 하려고 동사무소 화장실에서 짧게짧게 들었던 것도 부지기 수이며, 중대에 있는 행정PC 한컴사전으로 영어단어를 외우기도 했습니다. 40km행군하는 12시간동안 귀마개를 하고 이어폰으로 영어듣기, 언어듣기 했던것도 생각나네요. 그 때 수능이 약 1달정도 남아있었을 때입니다.

처절하게 공부했습니다. 가끔 친구들만나서 술한잔하고 나이트가고 공차는 것 빼고는 모조리 공부에 올인이었습니다. 하루에 영어단어 200개를 외우고(휘발성은 고려하지않았습니다.), 수리 4점문제를 60문제 풀고, 독해 텝스지문을 60지문 풀고, 분석하고 언어영역을 1~2회씩 풀고 하는 것이 평일에도 가능해질 때까지 노력했습니다. 

주말에는 언수외 3~4회씩을 풀고 분석이 끝난 후 남는시간에 사탐공부를 할 만큼 제 실력을 쌓았습니다.

불가능해보이십니까? "그만큼 공부할 시간이 어디있어요"라고 볼멘소리를 한다면 전적으로 수험생분의 노력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저렇게까지 해야지만, 군생활을 하면서도 수능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렇게까지 했습니다. 

개인의 사정이 다르다는 것은 알지만, 적어도 저런 노력을 해보지않고서 죽고싶다던가, 인생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던가 그런 말씀은 하지마세요.

6.9월 평가원시험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객관적인 지표로 삼으면 될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닙니다. 남은 60일의 학습에 자양분이 될지 아니면 독이 될지는 스스로의 태도가 정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 수험생 여러분들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 것입니다. 공부가 어설프게 된 학생일 수록 더 그러하겠지요. 점수는 모의고사 때마다 요동을 치고, 수시로 엄습하는 불안감 때문에 마음 둘 곳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내가 보고 있는 책의 내용에 더 집중했습니다. 자신에게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여유를 주면, 공부를 하기싫은 본능에서 발현되는 반작용 때문에 멘탈이 탈탈 털려버리는게 일상이되어버리니까요. 힘들수록 더 집중하시고, 불안할수록 더 집중하세요. 스트레스 받을수록 더 집중하시고, 펜을 놓고싶을수록 집중하시길 바랍니다.

주의해야할 점을 잠깐 설명드리고, 늙은 휴학생의 조금은 긴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무작정 열심히, 열정에 불타올라서 버닝모드에 들어서는 것은 상당히 큰 이점을 갖지만 여러가지 함정을 가질수 있습니다.

수리영역을 풀 때, 저 같은경우 '풀 수 있겠다'하는 문제는 풀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봤을 때 '난해하겠다'싶은 문제를 32문제 추려서 90분을 재고 풀었습니다. 무작정 버닝해서 2~3점 문제를 많이 힘껏 푸는 것은 도움이 되지않는다고 봅니다. 사회탐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사를 예로 들면 어느정도 자기가 잘알고 강점이 있는 Part일 수록 읽기쉽고 머리에 잘 들어오기 때문에, 그 파트를 공부하면 할 수록 '공부를 제대로 하고있다'는 착각을 심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는 함정이지요. 수능 문제는 일정수준이상의 공부가 되었을 때, '정상적인 사고가 이루어지면' 맞을 수 있는 문제가 대다수입니다. 즉, 일정수준이상의 공부가 된 파트를 더 심화해서 공부하는 것으로 자신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 보다, 과목을 목차화(예를 들면, 수1은 행렬, 지수로그~, 수열, 극한, 급수)하여 부족한파트에 표시를 해두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고 봅니다. 

남은 기간이 짧다는 것에서 비롯된 불안감이 유발하는 가장 큰 실수에 대해서 간략하게 적었습니다. 자세한 제 공부방법은 개인적으로 연락주시면 자주 읽어보고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이 두서없었고, 손가락 댄싱을 따라 쓴 글이라 죄송합니다. 앞으로 남은기간 자기합리화 하지마시고,(요즘 제가 많이합니다만, 수험생시절에는 근절했었습니다.) 자신이 처량하다, 힘들다, 괴롭다 생각이 들때는 배에 힘 딱 주시고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60일 동안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엄청나게 많은 것을 이룰 수 있습니다. 모두들 힘을내시길 바랍니다. 

제 글이 힘들때마다 잠깐 들어와서 용기를 얻어가는 글이면 좋겠습니다. ㅃ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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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대발프라임 · 375872 · 12/09/05 18:57 · MS 2011

    좋은 글인데 글쓰신 분은 바닥을 찍고나서 간절함을 보았기에 그런 괴물같은 노력을 할수 있었을꺼고, 아직 온실에서 자란 화초마냥 곱게자란 저나, 현고3, 재수생들은 아직 저러한 간절함을 못느껴볼꺼 같습니다 글쓰신 분이 부러워지네요

  • ㅅF대특급윙어 · 254851 · 12/09/05 18:59 · MS 2018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바랄 뿐입니다. 자신이 온실에서 자란 화초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 또한 작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않을까 생각되네요.

    이거 동시에 태그하는 법을 몰라서 여러군데에 올렸는데 어떻게하는지 알고 계신가요?

  • 김대발프라임 · 375872 · 12/09/05 19:02 · MS 2011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 레알 · 290886 · 12/09/05 19:04 · MS 2009

    후아.. 4수 잘 마무리되셔서 정말 다행스러운 입시 결말이시네요.

  • ㅅF대특급윙어 · 254851 · 12/09/05 19:06 · MS 2018

    돌이켜보면 그렇네요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