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가원에 대한 회상 + 주제넘지만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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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9월 평가원 시험 보느라 수고하셨습니다. 9월 평가원 모의고사 하니까 재작년에 제가 저지른 과오가 생각이 나서 여러분은 그러지 말라고 글 한 편 쓰려합니다.
2년 전 6월 모의 평가에서 저는 매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각종 배치표에서의 제 위치는 서울대 사회과학계열도 지원 가능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자만심과 더불어 강박관념을 갖게 되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풀어도 잘 맞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겁니다. 이 강박관념은 독(毒)이 되었습니다. 강박관념으로 인해 문제집에 있는 문제(특히 언어 영역에서)를 틀리면 왜틀렸는지를 생각하는게 아니라, 왜 틀렸지 하면서 괴로워하기만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름방학이 지난 후 9월 모의 평가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다른 과목은 괜찮았는데 언어 영역에서 2등급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제 배치표에서의 제 위치는 연고대에서 하위권 학과를 갈 정도로 추락했습니다. 이 배치표를 본 뒤에 저는 자존심의 하락과 더불어 조급증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빨리 언어 성적을 끌어올려야 해''아, 나 언어 왜이리 못하지'하면서 말입니다.
시간이 흘러 첫 수능을 봤는데, 매우 경악스러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걱정했던 언어는 1등급을 턱걸이 했는데, 수학을 완전히 망쳐서 3등급을 받았습니다. 이제 진짜 배치표에서의 제 위치는 중경외시 상위권 학과를 갈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배치표에 맞춰 썼고 1학기는 다니다가 반수해서 고려대로 진학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제 이야기를 한 것은 자랑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2년 전의 모의 평가 때 제가 보인 반응을 타산지석삼아 저처럼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의도에서 제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저는 6,9월 모의 평가에서 참 의미를 찾지 못했습니다. 6,9월 모의 평가에서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지 않고 점수에만 연연했습니다. 6, 9월 모의 평가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의미가 있는지 없는지는 시험을 보고 난 학생의 손에 달려 있는 겁니다. 저처럼 점수에만 연연한 학생은 의미 찾기를 포기했다고 볼 수 있고 분석을 열심히 한 학생은 모의 평가의 의미를 극대화했다고 볼 수 있는 겁니다.
점수에만 연연한 것의 연장 선상에 있는 실수일 수 있겠습니다만, 배치표에 신경 쓴 것 또한 매우 큰 실수였습니다. 당시 저는 가채점 결과를 가지고 온갖 사이트에 제 점수를 입력하며 어느 대학교 어느 과에 갈수 있을지에 촉각을 곤두세웠습니다. 이런 예측은 상당히 불완전한 예측이라는 것 아실겁니다. "내가 수능 날에도 딱 이정도 백분위와 석차가 나온다면,"이라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니까요. 물론 시험을 보고 나서 어느 대학교 어느 과에 갈 수 있을 지가 궁금한 건 인지상정입니다. 그런데 '오늘만'신경 쓰길 당부드릴게요. 수능이 끝난 이후에는아마도 배치표를 몇 일 아니 몇 십일은 봐야 할텐데(수시 붙거나 프리패스는 제외한다면) 지금 굳이 나오지도 않은 점수로 배치표를 보는 행위는 삼가는게 여러분께 이로울 것 같습니다. 저도 반수할 땐 그랬고요.
상당히 주관적이고 주제넘은 주장이 있었던 것 같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요, 얼마 안 남은 수능 준비 잘 하시길 기원합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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