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비에 남기는 마지막 글
저는 서울대생이라 말하는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입학 직후부터 지금까지 쭉.
제가 서울대생임을 최대한 밝히지 않으려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오만함임을 느낍니다.
사실 서울대생임을 누구보다 드러내고 싶었을지 모릅니다.
서울대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특별한 학교가 맞을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가장 학업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오는 곳이니까요.
그러나 제가 그 학교에 속한다고 해서 그 학생들이 되는 것이 아님을 머리로는 알아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성적이 안 좋아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서울대생이니까요.
부끄러워졌습니다.
불성실하고 배움이 부족했던 것이니까요.
필요없다고 공부를 안한 과목도 있었습니다.
그 과목 성적이 안 좋아도 전 잘 살 수 있으니까요.
부끄러워졌습니다.
필요로 학문의 가치를 따지는 우를 범했으니까요.
말로는 순수한 지식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저 역시도 순수한 지식을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수능이 11일 남았습니다.
여기서 또 많은 분들이 서울대학교에 합격할 것입니다.
서울대학교에 입학하시면 축하에 이어 가장 먼저 들을 이야기 중 하나는 안 좋은 성적에 낙심하지 말라는 것일 것입니다.
괜찮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네. 낙심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보다 좋은 성적을 받은 학우들은 여러분의 경쟁자가 아닌 동료들입니다.
좋은 동료를 가진 것에 기뻐하십시오.
그러나 최선을 다하십시오.
그들은 동료일 뿐 여러분 자신이 아닙니다.
성적에 목숨 걸라는 것도 아닙니다.
술도 마시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죠.
이 속에서 얻을 것도 있습니다.
그냥 그저 확실히 놀든 공부하든 하자는 것입니다.
공부를 외면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많은 생각이 들다보니 정리가 되지 않아 글의 개연성이 떨어졌을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수능과 관련되지 않은 글을 올리는 것이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에 대한 반성을 하고 싶었고, 저와 같이 어리석고 오만한 소수의 후배님들께 그러지 말라고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서울대학교를 다닙니다"
이 말에 부끄러움도 자랑스러움도 없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제 학교에 대한 사랑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합리화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할 때는 하는 학생이고 싶습니다.
후배님들 미리 합격 축하드리고 후회 없는 학교 생활해봅시다.
'ㄱㅁ'이라는 말을 쓰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그 사람에 공감하지 못하는 저가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ㄱㅁ'이라 말하지 못했습니다. 'ㄱㅁ'이라는 쉬운 말로 저 자신의 떳떳하지 못함을 더이상 덮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오르비에 마지막 글을 쓰리라 결심하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07년생으로 내년수능 보고 선택과목 미적 언매 사문 지구인데 서성한 중경 건동홍...
-
애초에 의대는 이과만 가능한걸로알고있는데 문과에서도 ㅅㅂ조오올라 잘하면 예외적으로...
-
23 수능 64556 24 수능 55556 23~24년도 때 대학 다니느라 공부...
-
뭐 반응 어떻게 하심 좀 배워야겟어요
-
정시모집원서접수랑 군별 전형기간이랑 뭔차인지 잘 설명해줄 사람을 찾아요
-
그렇게 깝쳐도 봐주는 형들 잘없다.. 빨리 재계약 오피셜 올려라… 이 바보 오레오빙수 멍청아
-
연구해서 풀기로 했지만 어떤 동작시 어떤 상태가 되는가를 모두 기록하는건 무리가...
-
아니 nct도 아니고 무한 확장임?
-
정시지원시기에 보이는 인원수가 수시이월 추가된 정시인원인가요
-
진학사 5칸 0
연대 기공 희망하는데 715.19점임 텔그 75퍼 진학사는 어제까지 8칸이었는데...
-
미적 2컷 0
미적 공2틀 미3틀 2등급 나오려나요 ㅠㅠ
-
수능끝나고 할만한것들중에 좀의미있었다하는거없나요
-
루비 개 이쁨 13
-
뉴분감 0
수분감 스텝1까지 풀고 뉴런 듣고 스텝2 푸는거 맞나요?
-
연치는 1
어디 의대랑 성적대가 비슷함?
-
근데 공대 과 10
지금 컴공 망했고 전자공 맛갔고 화공 맛간거 같은데 잘나가는과 뭐 남음
-
신체결손여부 적어줘여
-
10월 모의고사 기준 국어 3 수학 5 나왔고, 국어 화작 선택. 김승리t 커리에...
-
대학에서 학종으로 생기부 평가할 때 수상경력 안 들어가고, 봉사활동 경력 안...
-
어느정도 했는데 왜 성적이 안 나올까요? / 저 사람과 비슷한 양 공부했는데 왜 저...
-
설공 400.X 1
농어촌 전형으론 됨?
-
나도 10수에 접어들었구나..
-
넵
-
연고 공대기준 3프로 가산점 붙으면 누가 대학 더 잘가나요?
-
여기가 기하 88 확통 92 라인이라 얘네가 여기서 4% 채우면 미적은 진짜 87...
-
에휴 볼 힘이 없다
-
대성 기하 0
수1,수2는 올해 들어오시는 김범준T를 들을것이고(기하 안하심..ㅜ) 기하는...
-
러 국방부 "우크라이나, 러 본토에 에이태큼스 6발 발사"
-
컷오르면 22틀 96점이면 1등급 안될 수도 있나요!? ㅠ
-
네
-
수학을 돌아보니 빵꾸가 나서 개념~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들어갈예정입니다…꼭 재종을...
-
2025년 6월 공군입대로 가정하면 2025년 11월 (26수능 -> 대학 합격)...
-
과목: 언매 미적 사문 정법 기준 표점 136 144 70 67 백분위 100...
-
이게후한거라고? 정말로...? 살려줘...
-
어느정도 달아야 제 만행 다 ㅇㅈ인가요 관심 없겠지만 그냥 궁금함
-
동덕대 돈 물어내겠구나 12
그니간 그림은 도화지에 그려야지 욘석들
-
언미생지 백분위 96 97 98 97 영어1 인데 표점이 낮아서 서울대는 안 될 것...
-
서강 한양 계약학과 60퍼대 뜨는데 성대만 40퍼대 뜨는 데 있음
-
신상혁>>신창섭 0
반박안받음
-
화학은 킬러가 아예 없었음 기만이 아니라 생명이랑 비교하면 생명이 킬러기준 10배는...
-
현생에 이득이 0임 하지만 현생이 없다면 재미라도 챙길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을수도
-
수능이 몇일남지않은 여러분들이 꼭 알고 들어가야할 수험장 팁 3
안녕하세요 오르비 정말 오랜만이네요 엊그제만해도 아니 한달전만해도 반팔을...
-
인권위 “자신을 남자로 여기는 고1에게 수련회 여학생 방 배정하면 차별” 10
“성소수자 어려움 파악해 다양성 보장되고 포용적 정책 마련” 권고 생물학적으로...
-
제 친구 성적인데, 어디까지 가능할지 궁금해해서 여쭤봅니다ㅜㅜ 97(1) 92(1)...
-
전북대인데
-
여행지 추천좀 2
ㅇㅇ
-
약대 문디컬 0
2026 약대 문디컬 노리는 n수생입니다 경약 목표인데 경희대는 수학 고정이...
설대 가고 싶다
2222
의대는요?
ㅋㅋㅋㅋㅋ여기서도이러시넼ㅋㅋㅋ
ㅋㅋㅋ이쯤되면 의심
그건 님이 알바아님
유황오리님 오랜만이시네요.
전에 학벌에 대해 다른방향으로 많이 생각한다고 느꼈는데 좋은 다짐인것같아요.
앞으로 원하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시길 바랄게요.-태리황
의대가시기로했나요?
아니님ㅋㅋㅋㅋ 너무세상을 그리보지마라니깐
ㄹㅇ개욱김ㅋㅋ캌ㅋㅋ
익스트림 의머빌런
이분 설의임 호응ㄴㄴ
이거 읽으니까 워크맨 사람인편 생각나는건 저뿐인가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