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입시 넌센스] #03. 술래 정하기
[주간 입시 넌센스]
#03. 술래 정하기
지연이는 교실에서 쉬는 시간에 네 명의 친구들 상민, 민성, 승모, 진우가 교실 구석에 모여서 얘기하는 것을 보았다. 아까전부터 술래잡기를 한다고 해놓고 아직까지도 술래를 못정한 모양이다. 지연이는 가까이가서 친구들이 어떻게 술래를 정하고 있는지 구경하기로 했다.
"아인슈타인."
지연이가 가까이 다가가자 반에서 가장 물리를 잘하는 상민이가 나지막이 말했다. 그러자 상민이를 시작으로 나머지 친구들이 하나씩 한마디씩 뱉어내기 시작했다.
"파스퇴르"
반에서 생명과학 1등급을 한 번도 놓친 적 없는 민성이가 말했다.
'아, 과학자 이름대기로 술래를 정하나 보구나.'
지연이가 이렇게 생각한 순간, 다음 사람의 입에서 아주 뜬금없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서울대"
이번에 수시 여섯장을 모두 서울대에 집어넣은 승모가 말했다.
"연세대"
곧이어, 연세대학교를 재학중인 누나가 있는 진우가 말했다.
'엥? 갑자기?'
지연이는 이런 해괴한 술래정하기에 의아해 했지만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 순간, 지연이는 네 명의 친구들 모두가 아무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응......?"
모든 관심이 지연이에게 쏠려있었다. 지연이는 뭔가 자신의 대답을 기대하는 듯한 저 눈빛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반신반의한 어조로 대답했다.
"......고려대?"
'서울대'와 '연세대'가 나왔으니 '고려대'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지연이에게 돌아온 것은 장난스러운 진우의 꿀밤이었다.
"바보야, 건국대라고 했어야지."
"뭐, 뭐라고?"
"네가 술래야. 게임에서 졌으니까?"
"내가? 자, 잠깐만.......!"
지연이는 뭐라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미처 그럴틈도 없이 다들 쏜살같이 복도로 나가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지연이는 멀어져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지연이는 어째서 게임에서 져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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